(제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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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하오. 방어에서는 물론 공격에서도 빈틈이 없게 아주 잘되였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려명웅이 새롭게 세운 작전전투방안을 심중히 검토하시고나서 앞에 서있는 현진국이에게 만족감을 표시하시였다.

《다만 한가지 걱정스럽게 생각되는것이 있다면…》

김정일동지께서 연필을 손에 잡으시고 작전지도의 어느 한 곳에 동그라미를 치시였다.

《여길 보시오. 골안이 얼마나 깊소.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현상으로 하여 큰물이 지는 경우 이 시내물이 불어나면 여기에 짓게 될 포병대대의 병영들이 위험을 받지 않을것 같소?》

《!》

《우린 작전지도우에 화살표를 하나 긋고 병영을 하나 건설해도 항상 사람을 중심으로 보시고 병사들의 리익으로부터 모든것을 대하신 수령님의 사상과 령도풍모를 따라배워야 하오. 100년에 한번씩은 있다는 그런 큰 장마도 다 예견해야 한단 말이요.》

현진국은 가슴이 뭉클해났다.

군용지도우에는 마을이나 기타 건물이 다 표기된다. 포진지의 뒤계선에 찍혀있는 까만 점들, 이제 이동전개시키기로 한 포병대대의 병영위치를 내려다보는 현진국의 생각은 자못 깊어졌다. 그 역시 작전전투방안을 검토하며 이동전개시키기로 한 포병대대의 화력진지위치와 함께 포병들이 생활하게 될 병영위치를 여러모로 따져보고 지대고도 가늠해보았다. 우선 포들을 전개시킬 화력진지가 군사적으로 담보되자 병영위치는 그에 복종되여야 한다는 견지에 섰다. 물론 옳다. 포진지와 병영위치는 싸움의 그날의 견지에서 볼 때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다. 정황이 발생하면 한초라도 빨리 화력진지를 차지해야 발사순간도 앞당길수 있기때문이다.

무엇을 놓쳤는가. 병사중심의 견지에서 문제를 보았더라면 군사적요구에도 만족스럽고 병사들의 생활에도 유리할수 있는 병영위치를 찾을수 있지 않았겠는가. 이 빈틈을 실수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다. 대덕산의 물소리에서 수령님께서 베푸신 사랑의 깊은 뜻을 다 느끼지 못하다나니 군사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도 인간중심의 견지에서 구현하려는 관점이 바로서지 못한데 있다. 아, 언제면 열화와 같은 장군님의 그 무궁한 사람중심-병사관의 세계에 나를 따라세울수 있을가. 모진 자책속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장군님! 제 실책이 큽니다. 곧 60사단에 내려가 임무수립도 다시하고 지도우에서가 아니라 실지 발로 현지를 밟아보면서 병영위치를 다시 잡아주겠습니다.》

《참, 김하규동무가 대덕산군단으로 갔지. 그가 광훈이를 만나봤는지 모르겠소?》

《어제 전화로 사업보고를 할 때 알아보니 아직 시간을 내지 못한것 같습니다.》

《사람두 참… 대덕산에 나가서까지도 아직 시간을 못 내다니…》

《장군님! 제 이번에 대덕산에 나간 기회에 꼭 만나도록 해주겠습니다.》

《그게 좋을것 같소. 대덕산 구호바위앞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만난다면… 호상간에 생각들이 깊어질거요.》

현진국은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장군님의 전사들에 대한 사려깊은 관심이 자꾸만 가슴을 후덥게 해주었다.

격앙된 감정속에 필요한 조직사업을 하고난 현진국은 그길로 승용차를 타고 60사단전방지휘소까지 직방 나갔다.

그가 승용차에서 내리자 김하규, 장대식, 강창운, 려명웅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현진국은 전방지휘소에 올라서자 방어전연전방에 대치하고있는 산봉우리마다 철조망을 둘러치고 가증스럽게 틀고앉은 적 《헌병》초소들, 이 나라의 허리를 둘러감은 콩크리트장벽을 비롯한 각종 군사분계선차단물들, 잡초들만 무성한 비무장지대, 그뒤로 무연히 펼쳐진 개활지대, 개활지대주변의 높고낮은 산봉우리들, 계곡, 시내물을 둘러보았다. 적들이 은근히 노리면서 구멍수를 보고있던 이 지대는 곧 강화될것이다.

현진국은 장군님께서 보아주신 작전전투방안을 꺼내 야전작전탁우에 펼쳐놓았다. 그러자 두번에 걸쳐 대응책을 세워가지고 최고사령관동지의 비준을 받으러 갔던 일들과 대덕산시찰을 결연히 단행하신 그이의 영상이 눈앞에 선히 어리여왔다.

현진국은 침착한 목소리로 새로 세운 작전전투방안을 집행하는데서 주의할 점을 강조하고나서 이렇게 계속했다.

《우리가 싸움준비를 완성하는데서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싸움준비의 중심이 병사들이라는것입니다.

병사들을 사상적으로 무장시키고 인간적으로 뜨겁게 사랑할 때 총대의 위력을 백배로 증대시킬수 있다는 사람중심, 인간사랑의 철학이 바로 여기 대덕산에 깃들어있습니다.

동무들! 총대로 개척되고 총대로 완성해가는 우리 혁명에서 대덕산이 차지하는 위치는 이처럼 중요합니다. 》

현진국은 작전지도에 세워진 방안대로 각자가 자기의 임무들을 파악하도록 한 다음 김하규를 조용히 한옆으로 불러냈다.

《이제 곧 대덕산으로 떠나야겠소.》

《?》

《대덕산 구호바위앞에서 지금 광훈이가 기다리고있을거요. 장군님께서 마련해주신 상봉장소요.》

《장군님께서요?》

김하규는 더 말을 못하고 우묵한 두눈을 슴벅이며 현진국을 마주보기만 했다.


김하규는 광훈이와 함께 천천히 구호바위앞으로 다가갔다. 떠나올 때 안해가 준비해준 정성비품을 꺼내여 구호바위에 새겨진 글획들을 하나하나 묵묵히 닦았다.

《아버지,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다. 너에게 시킬바에야 뭣때문에 이것을 준비해가지고왔겠니.》

김하규는 숭엄해지는 감정으로 구호바위에서 몇걸음 물러서며 아들에게 물었다.

《넌 이 대덕산을 놓고 어떤 생각을 해봤니?》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며 항구적으로 들고나가야 할 〈일당백〉구호가 태여난 산인만큼 항상 심장속깊이에 안고살아야 한다고…》

김하규는 머리를 끄덕이며 아들의 손을 잡고 현지지도사적비가 있는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봄의 향취가 짙게 풍겨왔다. 바람소리, 참나무숲의 설레임소리가 옛 소대장시절 대덕산을 떠나가던 그날의 감회를 불러오며 가볍게 들려왔다. 세월이란 얼마나 빠른가. 끝없이 이어지는 세대와 세대… 청년문제를 바로 해결하지 못하여 망한 나라가 이 지구상에는 수두룩하다.

《광훈아! 장군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혁명선배들은 잘 싸웠는데 후배들이 시라소니가 되여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혁명선배의 최고대표자는 수령님이시다. 수령님처럼, 장군님처럼 모진 풍상속에서도 항상 조국부터 생각하고 사랑하는 그런 애국의지가 우리 인생에서 근본의 근본이 되여야 한다.》

《알겠어요. 그런데 요즘 아버지의 건강상태는 어떻습니까?》

어느덧 이들은 사적비앞에 이르렀다.

《걱정말아라. 쓰러지지는 않을테니까. 연금이의 집에 갔다왔다지? 그 이야기나 좀 구체적으로 들려다오.》

옛 소대병사 김경국이에 대하여 보다 깊이 알게 된 김하규는 더더욱 감회가 깊어졌다.

대덕산을 떠나서도 그 넋을 딸에게 심어주어 시대의 꽃으로 아름답게 가꾼 김경국… 조국의 래일을 생각하는 그리도 고결한 애국의 충정…

《그래 연금이를 만나보았니?》

《아직은… 나도 연금이의 그 마음과 키가 같아졌다고 느껴질 때 찾아가겠습니다.》

김하규의 우묵한 눈확속에는 지금까지 찾아볼수 없었던 흐뭇한 미소가 그득히 고였다. 자식들을 키워가는 과정에 무슨 일인들 없겠는가. 기쁨도 있고 영예와 보람, 때로는 안타까움도 있는 법이다. 그 안타까움이란 바로 자식이 부모의 마음처럼 살지 못할 때이다. 반대로 기쁨중의 기쁨이라면 바로 지금과 같은 순간이 아니겠는가.

바람이 불었다. 참나무숲이 쏴-소릴 지르며 파도쳐 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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