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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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시작이 중요하다. 그 시작점에서 사소한 탈선이라도 생기면 예상밖의 결과가 빚어질수 있다.)
이것이 대덕산군단에서 새 종합훈련장건설에 착수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주도성이 한 걱정이였다. 그래서 현지에 내려가 아래실태를 알아볼 생각에 앞서 류경두를 통하여 좀 기다렸다가 공사를 하라고 지시한 그였다.
전번 타격훈련을 앞두었을 때도 그렇고 이번 일도 그렇고
중대를 도와주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의 머리속에는 인민군대의 중대들을 강화하기 위해 걸으신
이번 기회에 종합훈련장을 새로 꾸리는 문제는 물론 중대도 있는 힘껏 도와주고싶었다. 두루 생각하던 그는 대덕산중대와 김연금이가 있는 녀성기관총중대를 선택했다.
송수화기를 들고 대덕산중대에 이어 60사단녀성기관총중대를 찾았다. 자기의 딸 미래와도 같이 여겨지는 김연금의 그후 소식도 듣고 중대에 실지 걸린것이 무엇인가 하는것을 알아가지고 실속있게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마침 중대장이 나왔다.
《중장동지, 안녕하십니까?》
김연금을 만나러 갔던 날에 면목을 익힌 녀성중대장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내 인차 중대에 내려가겠소. 중대에서 제일 걸린것이 뭐요?》
《없습니다.》
《허, 아버지가 물어봐도 그렇게 대답하오?》
《그럼 제기하랍니까?》
《하오.》
《연금동지의 복대문제입니다. 중대를 일당백으로 준비시켜
《알겠소. 그다음 또 걸린게 뭐요?》
《올해부터 콩농사를 본때나게 해보자고 하는데 좋은 콩종자가 걸렸습니다.》
《콩종자… 그다음 걸린게 뭐요?》
《없습니다. 진짭니다.》
《거 누구더라…
《리하경병사 말입니까?》
《음, 그 병사동무가 잘있소?》
《예.》
《참, 몸에 심한 상처를 입고 군의소에 입원한 은하동무는 좀 어떻소?》
《차도가 있습니다. 연금동진 은하동무때문에 어제 사단군의소에 가서 수술립회를 섰습니다.》
《그 동무의 수고가 보통이 아니구만.》
전화를 하고난 그는 잠시 연금이에 대한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의 갸름한 얼굴모습이 눈에 선했다.
정말 마음씨가 갸륵한 처녀였다. 그런데… 가만, 콩종자를 어데서 해결할것인가? 두루 생각해보던 그는 후방총국의 해당 과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하나 좋은 콩종자를 당장 해결할 방도는 나서지 않았다.
어떻게 할것인가 하고 생각을 굴리는데 뜻밖에도
《지금 무엇을 하고있소?》
《잘 생각했소. 대덕산에 있는 중대라고 하여 저절로 일당백이 되는건 아니요. 정상적으로 내려가 도와주는것을 제도화해야 하오.
여기서 중요한것은 무엇인가?
중대에서 걸린 문제를 하나라도 찾아내여 풀어주는거요.
이런 실천력이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백마디의 말보다 더 큰 호소력을 가지오.
주도성동무, 일군들은 귀가 아니라 눈을 가지고 일해야 하오. 이것은 무슨 말인가.
아래에 내려가 실태를 자기 눈으로 직접 보면서 일하라는거요.》
《그래 중대를 어떻게 도와주자고 하오?》
먼곳으로 떠나는 자식의 길차비를 해주는 어머니의 다심한 그 심정이런듯 친근하게 울리는
《당장은 좋은 콩종자를 해결해가지고 내려가서 대덕산중대만이 아니라 제대명령을 받고도 집에 가지 않고 싸움준비를 위해 애쓰는 김연금동무가 있는 중대를 함께 도와주자고 합니다.》
《김연금동무가 요즘 어떻게 지내고있다오?》
《방금 전화로 알아보니 중대를 일당백으로 준비시켜
징… 전류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마음씨고운 중대의 맏언니요. 군대에서 내놓기 아까운 그 보배덩이를 어떻게 도와주었으면 좋겠소?》
뜨거움에 젖은 물으심이였다.
《그 동무의 소원을 풀어주셨으면 합니다.》
《이번에 내려간 기회에 그를 다시 만나 잘 알아보시오. 그래, 콩종자는 준비했소?》
《곧 움직여보자고 합니다.》
《농업성 채종농장에 여러가지 콩종자가 있소. 여유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인민군중장이 찾아가면 거저야 돌려보내지 않겠지.
참, 새 종합훈련장건설에 대한 지도사업에서 특별히 모를 박아야 할것이 뭐라고 보았소?》
《최첨단과학기술에 기초한 군사지휘능력을 키워줄수 있는 훈련설비를 애초부터 잘 갖추도록 하는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웃단위일군의 시야가 확실히 다르구만. 콤퓨터에 정통하지 못한 지휘관은 현대군사가의 표징을 갖추었다고 말할수 없소. 현시대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인만큼 기묘한 전술과 전법들을 부단히 갱신할수 있는 유능한 지휘관들을 키워낼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을 잠정적으로 지향시켜야 하오. 일단 결심하고 달라붙으면 단숨에 끝장을 보고야마는 인민군대의 투쟁기풍과 창조본때가 대덕산군단에서 발휘되도록 해야겠소.》
《알았습니다.》
《자, 그럼 이번에 큰 수확을 안고 돌아오길 바라오.》
방송선전차에서 울려나오는 노래소리, 여기저기서 와와 울리는 함성, 삽질하는 병사들, 곡괭이를 휘두르는 병사들, 와릉거리는 불도젤소리… 온 골짜기가 말그대로 쇠물이 끓어번지는 용광로같았다. 그는 깊은 충격에 가슴이 젖어 천천히 걸었다.
한 병사가 무엇을 들고 달리다가 앞으로 푹 꼬꾸라진다.
그 어떤 충격에 떠밀리워 병사앞으로 다가가 방조해주었다. 병사는 《고맙습니다.》하고는 다시 내닫는다.
현장지휘를 맡은 지휘관이 어디에 있을가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마침 군단부참모장이 다가왔다.
공사의 추진정형을 초보적으로 료해했다.
방금전에 자기가 도와준 병사를 불러세웠다.
병사는 두눈을 반짝이며 발가우리한 얼굴이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뻑 문댔다.
《이름이 뭐요?》
《전사 리성!》
《소속이 어디요?》
《대덕산중대입니다.》
(그럼 제명산을 넘다가 굴러내리는 바위들을 가슴으로 막아섰다는 그 병사가 아닌가?)
군단부참모장이 주도성의 귀가에 대고 조용히 귀띔했다.
《중장동지, 하루밤사이에 여러톤의 모래를 자동차없이 여기로 날라오는 기발한 방도를 내놓은 병사입니다.》
《뭐, 자동차없이?》
부참모장은 그 사연을 엮어나갔다.
이튿날 대덕산군단에서 새로 시작한 새 종합훈련장건설전투장에 도착한 주도성은 한순간 얼떠름해지기까지 했다.
…병원에서 인차 퇴원하여온 리성이가 군단에서 새롭게 시작한 제명산통과훈련에 참가하게 된 날이였다.
어느 한 골짜기에 중대가 이르렀을 때 중대장은 행군대오에 휴식명령을 내리고나서 격조높이 말했다.
《동무들!
우리 대대도 큼직한 대상을 하나 맡았는데 여기에 들어가야 할 모래와 혼석, 세멘트, 철근량은 실로 방대하오. 당장은 모래와 세멘트를 날라와야 하는데 애로는 한두가지가 아니요.
방도를 찾아봅시다.》
리성은 중대장의 호소를 듣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던끝에 한가지 방도를 찾았다.
행군훈련을 할 때마다 새 종합훈련장이 건설되는 골짜기로 사품치듯 흘러드는 중대, 대대, 련대, 사단들… 한 병사가 배낭안에 모래를 10kg만 지고와도 10명이면 100kg, 100명이면 1t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