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0 회
31
(3)
당회의가 끝난 후 새 종합훈련장이 들어앉을 골짜기에는 수백명의 군인들이 정렬하여 착공식을 할수 있는 넓은 운동장이 닦아졌다.
골짜기의 정면과 옆에 《훈련도 전투다!》, 《일당백》, 《결사옹위》, 《총폭탄》, 《전군의 앞장에 서서 달리자!》라고 쓴 글발들이 세워졌다. 산비탈에는 보기만 해도 가슴흐뭇하게 하는 새 종합훈련장전경도가 크게 나붙었다. 이와 동시에 현장지휘부천막에 이어 식당이 전개되고 훈련과 작업을 동시에 하게 될 구분대들이 련이어 도착하여 야전천막을 전개했다. 첨단설비를 위해 동원시킨 기술자들을 위한 천막들은 반대켠 산비탈에 특별히 잘 준비시켰다.
바로 이런 준비가 선행된 속에 착공식이 진행되였다.
착공식이 끝나자 병사들은 끓어오르는 열기를 안고 첫 전투에 들어갔다. 전투장은 세차게 끓어번졌다. 불도젤들이 와르릉거리며 쑥대밭, 갈대밭이던 골짜기를 밀어제꼈다. 삽, 곡괭이, 맞들이를 든 군인들이 부리나케 뛰여다닌다.
방송선전차에서 첫 전투에 들어가는 병사들을 고무하기 위한 군단선전선동부장 김송풍의 격동적인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전투원동지들! 진격의 나팔소리는 울렸습니다. 대덕산병사들이 전군의 선봉에 서서 달려야 할 시각은 왔습니다.
장대식은 현장지휘를 맡은 부참모장에게 이렇게 하오, 저렇게 하오 하며 지시도 하고 큰소리도 치고 웃기도 하고 병사들과 어깨를 대고 큰바위들을 함께 굴리기도 하면서 시간가는줄 몰랐다.
류경두는 현장지휘부천막안에 앉아서 김천길이 작성한 요소별설계문건들을 검토했다. 사무용책상우에 현장지휘를 위한 석대의 전화기, 그앞책상과 옆에는 콤퓨터와 TV, 사진기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천막의 다음칸에는 장대식의 침실이 꾸려져있다.
책상우의 전화기는 연방 따르릉거렸다.
혁신의 불길은 여기에서만 타오르는것이 아니였다. 군단자체의 힘으로 운영하는 세멘트공장, 석회로, 탄광들에서도 거의 동시에 타오르고있었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갔다. 우에다 사업보고를 한 류경두는 여전히 콤퓨터앞에 앉아 설계문건을 재검토하고있었다.
갑자기 앞에 놓인 전화기에서 종이 울렸다. 송수화기를 드니 뜻밖에도 어딘가 성급한 주도성의 웅글진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전투가 시작되였다는 보고를 받았소.》
《우리가 올려보낸 새 종합훈련장방안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게 그렇게 빨리 될것 같으면 내가 이런 전화를 하겠소? 지금 그 방안은 복사되여 여러 부들에서 심중히 론의되고있소. 여러가지가 합의되여야 하는데 그게 하루이틀사이에 결론될 성격이야 못되지 않소.》
《그래서 우린 결론된 다음에 시작해야 할 대상들은 남겨놓고 선행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왜 그렇게 덤비오? 충분한 론의를 거쳐 실수가 없게 잘 도와주자고 하는데… 최첨단수준의 본보기훈련거점을 주먹치기로 건설할수야 없지 않소. 만약
주도성의 가벼운것 같으면서도 예리한 추궁에 류경두는 속이 상했다.
《그렇다고 귀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수도 없지 않습니까?》
《동무넨 정말…》
천막밖에서 와와, 영차영차하는 군인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현장방송원의 열기띤 목소리가 천막안을 울렸다.
《전투원동지들! 모두가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으로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과감히 이겨나가며 힘차게 전진합시다.》
선동방송에 이어
《동무들의 공격정신앞에 나도 탄복은 하게 되오. 그러나 너무 서둘렀다가 례하면 땅을 팠다메꾸었다, 기초를 쌓았다깠다, 위치를 여기로 잡았다 저기로 옮겼다하면서 병사들이 땀을 흘리는것과 같은 헛수고, 헛노력이 있을가봐 그러는거요. 기일이 좀 늦어지는 한이 있어도 실수가 없는 확고한 길을 가도록 합시다. 공사를 중지하도록 하오.》
무거운 마음속에 전화를 끝냈다.
(우리의 주동적인 시작을 두고 뭔가 오해하고있구나.)
이때 마침 장대식이 천막깃을 들추고 안으로 쑥 들어왔다. 장대식은 손에 들고들어온 한 구조물의 설계문건을 책상우에 펼쳐놓았다.
《부군단장동무! 지형조건으로 보아 이 구조물의 위치를 여기로 5m쯤 옮기는것이 어떻겠소?》
류경두는 설계문건에 눈길이 멎었지만 생각은 주도성의 전화내용에서 맴돌고있었다.
《일이 좀 난처해졌습니다.》 하고난 그는 주도성이와 오고간 전화내용을 그대로 말해주었다.
장대식이 류경두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조용히 물었다.
《우에서도 실수가 없게 착실히 도와주자는 마음이고 우리 역시 잘하면서도 빨리 하자는 립장이고… 이런 때 어떻게 하면 좋겠소?》
《큰 문제는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에서 결론하지 않은 대상들에는 아직 착수한것이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아무튼 빨리 결론이 되여야 할텐데…》
류경두가 그의 마음을 좀 늦추어주었다.
《가장 빠른 길은 가장 정확한 선택에 있다, 이것이 주도성중장동지의 립장입니다. 그러니…》
《동무가 그걸 어떻게 아오?》
《지난 시기 총참모부에서 진행된 훈련판정을 받을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말입니다.》
《하긴 그 요구도 옳소. 그러나 우리가 주장하는 속도와는 거리가 좀 있는것 같구만.》
장대식은 즉시에 전화로 주도성을 찾았다.
《중장동무, 공사를 중지하라는 지시를 받았소. 꼭 그렇게 중지해야만 되겠소?》
《군단장동지, 내 생각엔 그렇게 하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우린 선행시킬것은 먼저 선행시키자는거요.》
《혹시나 해서 그럽니다. 아는 길도 물어서 가라지 않습니까.》
장대식은 물러서지 않았다.
《우린 어물거릴새가 없소. 하루라도 앞당겨야 할게 아니요.》
《난 군단장동지가 너무 서두르지 말기를 바랍니다. 질러가는 길이 에도는 길로 될수 있습니다.》
《공사를 먼저 시작한 책임은 내가 지겠소.》
《군단장동지가 그 책임을 어떻게 진다는겁니까?》
둘사이에는 어느사이엔가 미묘한 감정의 마찰이 일기 시작하였다.
…
《들어갈수 있습니까?》
천막밖에서 부부장 김천길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오.》
천막깃이 들렸다.
《군단장동지! 대좌 김천길, 만날수 있습니까?》
《왜 그러오?》
《제명산통과훈련계획을 다시 완성했습니다.》
장대식의 넓은 얼굴에 반가움이 꽉 찼다.
《아, 그렇소? 어서 봅시다. 부군단장동무! 가까이 오우.》
장대식은 곧 김천길이 내미는 군용지도와 기타 훈련문건들을 받아들고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한참 뜯어보고난 그는 《내 보기엔 더 다른 의견이 없소. 부군단장동문?》하고 머리를 돌렸다.
《나도 그렇습니다.》
《정치위원동무에게 보입시다.》
김천길이 나가자 이번에는 군단작전부장과 48련대장 려명웅이 들어왔다. 려명웅이 새 작전전투방안을 완성해가지고 도착한것이다. 장대식은 곧 그 검토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