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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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진 체구, 무게있는 몸가짐, 침착하고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세모진 눈매… 주도성중장은 이날도 남보다 일찍 출근하여 사업에 착수했다. 무엇을 하나 해도 남보다 빨리 해야 마음이 시원해하는 그는 하루사업의 첫시작인 출근부터 빨리 했다. 입대전 그는 100m달리기선수로 뽑히군 했다. 그 기질로 해서인지 군대에 입대해서도 모든 동작이 너무도 빨라서 《빨리병사》로 불리웠고 분대장이 되여서도 《빨리분대장》으로 불리웠다. 그의 분대는 분대장의 성미를 닮아 모엿동작을 비롯하여 모든데서 빨랐다. 중년기에 이른 오늘도 그의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여 절대로 덤비지는 않았다. 빨리의 모든 비결이 바로 침착한 사전준비에 있었던것이다. 퇴근시간을 앞두고 다음날아침에 포치하거나 알아보아야 할 긴박한 사업내용을 탁상일력에 간단히 적어놓는 습성 역시 남보다 일을 빨리 할수 있게 하는 방도의 하나였다. 오늘도 그는 책상과 마주앉자마자 늘 그러하듯 탁상일력과 시선을 맞추었다.
《대덕산군단 류경두 만날것.》이라고 갈겨쓴 글이 보인다.
장대식으로부터 새 훈련장방안이 완성되였다는 전화가 올라왔을 때 그는 자기 성미처럼 빨리 일을 제끼는 그에게 은근히 존경이 갔다.
주도성 역시 전군적인 본보기훈련거점문제를 놓고 여러 측면으로 생각해보며 미리 사업조직을 했다. 눈덩이는 굴리면 굴릴수록 커지는 법이다. 사람들의 지혜도 마찬가지이다. 훈련부문 일군들에게 방도를 찾아보라는 과업을 주고 두루 의견을 종합해보니 여러 면에서 창발적의견들이 충분히 제기되였다.
그는 한시간쯤 지나 류경두와 새 종합훈련장방안을 량수책상가운데 펴놓고 가지런히 앉았다. 구체적으로 타산된 새 종합훈련장방안을 세세히 뜯어보고난 그는 빙긋이 웃었다. 종전의 본태를 거의나 벗어난 새로운 방안, 책상머리에서는 도저히 엄두조차도 낼수 없는 대담하고 새로운 시도들이 여러모로 착상되였던것이다. 그중에서도 과학과 기술의 시대의 요구에 맞는 기발한 착상을 한것을 비롯하여 전투조직과 지휘를 콤퓨터를 리용하여 할수 있게 한것, 수영훈련장을 종합훈련장테두리안에 접근시킨것 특히 훈련기간에 숙영할수 있는 야전병실, 병사들의 생활상편리를 보장하기 위한 식당, 취사장, 세목장까지 건설하고 기계체조훈련은 물론 축구와 배구, 롱구경기를 동시에 할수 있는 넓은 운동장까지 닦으려는 계획은 다른 부대 훈련장에서 찾아볼수 없었던 혁신적발기가 아닐수 없었다. 그뿐이 아니다. 눈비가 와도 아무런 장애없이 여러가지 훈련을 할수 있게 덩지큰 훈련관까지 건설할 계획을 세운것은 얼마나 시도가 좋고 또 통이 큰가. 보다 혁신적인것은 최첨단수준에서 전투성을 보장하고 훈련을 과학화할수 있는 여러가지 방도와 현대적인 훈련설비 및 기재들을 동반하려는 시도가 짙은것이였다. 물론 아직은 계획에 불과해도 그 내용에서 잡도리부터가 다르고 새로왔다.
그러나 그는 쉬이 대답을 줄수 없었다.
《결론을 줄 때까지 당분간 기다리시오. 내 혼자결심으로는 안되는 일이여서 그러오.》
장대식으로부터 3일안으로 결속해가지고 돌아올데 대한 임무를 받고온 류경두는 은근히 속이 달아있었다.
그는 무엇인가 심중히 타산하고있는 주도성의 기색을 살피다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중장동지, 군단에서는 될수록이면 3일안으로 결론되기를 고대하고있습니다.》
주도성은 약간 숙이고있던 머리를 건듯 쳐들었다. 세모진 두눈, 엄격성이 슴배여있는 틀진 체구에서는 상대방을 위압하는 무게가 느껴졌다.
《부군단장동무! 내 병사시절의 별호가 뭔지 아오?》
《?》
《빨리병사였소. 분대장때는 빨리분대장이였고. 빨리! 단숨에! 한마디로 시대의 맥박이요.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또 다르오. 내 하나의 잘못이 전군에 영향을 미칠수 있단 말이요. 심사숙고해야 할 일을 놓고 성급히 서둘렀다가는 그 빨리가 반대로 천천히로 될수도 있소. 잘못은 언제나 덤비기때문에 생긴단 말이요.》
주도성의 말은 진심이였다. 사실 그는 소대장, 중대장, 대대참모장시절에 제기되는 모든 군사과업을 남보다 빨리 끝내는 그 결패와 일솜씨로 하여 이름을 떨쳤고 젊은 나이에 인차 대대장이 되였다.
그 누구든지
주도성이 대대장으로 임명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대대는 도로건설에 동원되여 단독으로 다리공사를 맡아 진행하게 되였다. 설계의 요구대로 먼저 기둥공사를 했다. 그우에 휘틀과 버팀을 든든히 하고 철근조립, 용접, 콩크리트처넣기, 다짐, 양생도 표준공법의 요구를 자기의 성격그대로 빨리 하면서도 깐깐히 지키도록 했다. 굳힘날자가 다른 대대보다 훨씬 앞서고싶어하는 젊은 혈기의 그에게는 안타까운 기간이였다. 어떻게 하면 다리공사기일을 하루라도 앞당길수 있을가? 언제인가 한 대상물에 콩크리트처넣기를 하고 제정된 날자를 닷새 앞당겨 휘틀을 뗐는데도 아무 일 없던 일이 생각났다.
마침내 그는 이런 판단을 내렸다. 지금까지 지켜온 콩크리트굳힘날자는 최대의 안전수치를 보장하기 위한것으로서 여유는 있었구나. 이 여유날자가 곧 다른 대대를 앞설수 있는 기일이다. 그는 대대정치지도원이 없는 기회에 휘틀을 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닷새를 앞당기려다 다리가 무너지는 일이 벌어져 근 두달이나 공사기일을 지연시키고 귀중한 국가자재까지 류실시킨 과오로 하여 책벌을 받은 날 그는 참으로 생각이 많았다.
이때부터 그는 빨리라는 속도의 요구를 심중성, 과학성, 멀리 앞을 내다보는 예리한 안목에서 찾았다. 더더구나
《이 문건을 나한테 맡기고 내려가시오. 해당 국, 부의 훈련일군들과 합의가 이루어지자면 적어도 열흘쯤은 걸려야 할것 같소. 지금 자리를 뜬 동무들도 있으니까.…》
류경두는 더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임무를 받고 떠난 류경두가 3일도 채 못 걸려서 군단장의 사무실에 들어섰을 때였다. 이제나저제나하며 우에 올라간 류경두를 기다려온 장대식의 둥그런 얼굴에는 만족한 웃음이 어렸다. 마주 걸어오며 보고를 하려는 그의 손을 내리웠다.
《허, 이렇게 빠를줄은 몰랐소. 자, 앉소, 앉으라니까.》
뜨겁게 맞아주는 군단장앞에서 류경두는 몹시 난감하여 속으로 은근히 갑자르다가 사실대로 터놓았다.
《저… 갔던 일이 잘 안되였습니다. 해당 국, 부들과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좀 기다리랍니다.》
장대식의 얼굴이 굳어졌다.
《며칠이면 그 합의가 이루어질것 같소?》
《적어도 열흘은 걸릴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장대식은 거뭇한 눈섭을 찡그렸다.
《열흘이라… 너무 오래구만. 동무생각엔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류경두가 올라가서 느낀 웃공기, 그것은 서두르지 말고 침착해야 한다는것이였다.
《우에서도 실수가 없도록 도와주자는 립장인것만큼 결론을 기다리는 동안 선행공정을 추진시키는것이 어떻습니까? 례하면 마당고르기와 기초파기라든가…》
《알겠소. 잠간만 기다리시오.》
장대식은 급히 웃층에 있는 강창운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강창운은 작전탁우에 군용지도를 펴놓고 확대경으로 비추어가며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있었다.
《뭘하고있소?》
《새 종합훈련장을 들여앉힐 골안을 좀 들여다보던중입니다.》
《정황이 생겼습니다.》
장대식은 류경두가 우에 올라갔다가 내려온 소식을 간단히 설명하고 자기의 결심을 말했다.
《새로운 시도들은 웃단위의 결론이 있을 때까지 좀 늦추되 선행할것은 미리 선행시키자고 하오.》
강창운은 부지중 장대식에 대한 믿음이 두터워지는것을 느꼈다. 그렇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명백한 지휘관은 주견도 확고하다. 이런 지휘관앞에는 그 어떤 곤난이 가로놓여도 일거리가 확고하게 내다보이는 법이다.
《그렇다면 당회의를 열고 제기된 문제를 토론하는것이 어떻습니까?》
《그게 좋을것 같습니다.》
그들은 마주보며 빙긋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