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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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종합훈련장을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새롭게 건설하기 위한 군단참모부와 정치부의 토의는 대덕산중대에 대한 김정일동지의 시찰이 계신 후 더욱 활발히 벌어졌다. 마침내 병사들을 따뜻이 품어주면서도 훈련을 과학화할수 있고 또 현대전의 요구를 소화하는데도 맞는 여러가지 창조적인 착상들이 최종적으로 종합되였다.

부부장 김천길에게 그것을 도면으로 그릴데 대한 과업이 떨어졌다. 설계부문에도 조예가 깊은 김천길이 종합된 방안을 도면으로 완성하여 장대식의 작전탁우에 펴놓은 날이였다. 장대식은 곁에 서있는 류경두와 함께 너무도 흡족하여 이리보고 저리보며 도면에서 시종 눈을 떼지 못했다. 아직은 방안에 불과한것이지만 마음은 환희로왔다.

장대식은 곧 류경두를 돌아보았다.

《부부장 김천길동무와 함께 빨리 새 종합훈련장을 들여앉힐 위치를 확정해야겠소. 그래야 인차 착공식을 하고 전투에 들어갈게 아니요.》

그리고는 세개의 빨간 동그라미가 쳐있는 군용지도를 내밀었다.

《지도에 표시한 세 골짜기를 현지에 가서 다 돌아보고 가장 안성맞춤한 곳을 선택하시오. 병사들의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구의 하나는 물이요.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골짜기가 그중 적중할것 같은데 현지에 가서 확인해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결심할수 있겠소. 그 결과를 래일 저녁까지 보고하시오.》

《알았습니다.》

류경두는 작전탁우에 펼쳐져있는 지도를 접었다.


긴장한 하루일을 끝낸 장대식은 밤이 되자 다시 도면을 꺼내놓고 미흡한 점이 없겠는가 구체적으로 따져보기 시작했다. 지금상태에서는 별로 미흡하다고 생각되는것이 없는것 같았다.

(왜 이 사람들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는가?)

장대식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벌써 자정이 가까와오고있었다.

(할수 없군. 하긴 래일 저녁까지 결과를 보고하라고 했으니까 지금쯤 집에 돌아왔을수도 있지.)

장대식은 자정이 지나서야 집으로 들어왔다.

안해는 음식을 얼른 덥혀오겠다면서 부엌으로 나갔다.

장대식은 책상우에 팔굽을 박고 이마를 왼손으로 고였다. 피로가 몰려온다. 온몸이 노곤했다.

문득 장군님은 지금 어디에 계실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슴에 동지에 대한 사랑의 불을 안겨주신 장군님이시다. 사랑… 동지에 대한 사랑… 가만, 혹시 부군단장동무네가 아직도 산판에서 헤매는것이 아닐가? 성급한것 같으면서도 깐깐한 부군단장이 하루사이에 세 골짜기를 다 돌아보고 가장 적중한 위치를 찾느라고 지금껏 오지 못했을수도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장대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급히 작전방향에 전화를 걸어 부군단장의 운전사가 돌아왔는가 알아보게 하였다. 인차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무엇인가 둔중한것이 뒤통수를 후려친듯싶다. 그는 황황히 복도를 거쳐 부엌간의 문을 열었다. 안해가 무엇인가 끓이고있었다.

《여보! 이제 당장 세사람 아니, 나까지 다섯사람분의 줴기밥을 싸주오, 빨리!》

한시간후 장대식이 탄 승용차는 계선리쪽을 향하여 달렸다.

소로길에서 부군단장의 직무차가 멎어있는것을 발견했다. 운전사에게 물어보니 차가 고장이 나서 류경두와 김천길은 걸어서 갔다고 한다. 그제서야 시간이 늦어진 리유가 짐작되였다.

승용차는 다시 떠났다. 아, 내가 또 무슨 과오를 저지를번 하였는가. 내가 왜 미리 그들이 돌아오지 않았는가 하는것을 알아볼 생각을 못했을가.

가슴이 아팠다. 오늘 밤 자기의 행동이야말로 동지들에 대한 사랑의 불, 우리 장군님께서 안겨주신 그 사랑의 불길이 아직 가슴속에서 황황 타오르지 못하고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아닐수 없었다.

여기서부터 목적지까지는 70리가 넘는다. 시간을 타산해보니 아무리 빨리 간다 해도 지금쯤에야 군용지도에 찍어준 마지막골짜기에 도착했을것이다. 그곳이 기본이다. 저녁도 못먹고 얼마나 배가 고프겠는가. 길은 험했다. 달구지나 겨우 다니던 길이라 차가 속도를 낼래야 낼수가 없다. 그런대로 수십리를 가니 길옆에 있던 밭도 없어지고 오솔길이 나졌다. 더이상 차로 갈수 없었다.

줴기밥이 든 배낭을 한쪽어깨에 걸멘채 이미 준비해가지고온 손전지를 켰다. 운전사에게 차를 정비하면서 대기하고있으라는 말을 남기고는 긴 다리를 성큼성큼 내짚으며 골짜기를 향해 걸었다. 자신을 타매하며 걷고 또 걸었다.

목적지인 골짜기입구에 이르렀을 때 어디선가 시내물 흐르는 소리가 밤의 고요를 흔든다. 물이다. 물! 저 정도로 물흐르는 소리가 크면 물량은 걱정 안해도 된다. 한데 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발걸음은 더더욱 빨라진다. 어둠, 검은 형체마냥 안겨오는 높고 험한 산봉우리들… 골안바닥이 넓어야 로력도 적게 들고 새 종합훈련장을 멋있게 앉히겠는데… 문제는 골안이 얼마나 깊은가에도 관계된다. 걸음을 옮길수록 물소리가 더욱 가깝게 들린다. 마침내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시내물과 맞다들렸다. 전지불로 번들거리는 물량을 가늠해보니 이만하면 수영훈련장은 물론 병사들의 생활에 필요한 먹는물, 세목장 등 필요한 물을 다 보장할것 같았다.

그는 자기가 향한 골안을 들여다보았다. 어둠속이지만 락타등처럼 솟아있는 높은 봉우리와 그 좌우로 새끼들을 거느린것 같은 작은 봉우리들이 하늘을 배경으로 해서 검은 자태를 드러냈다. 불쑥 부군단장동무네와 길이 어긋난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인차 도리머리를 했다. 그들이 길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갔을리는 만무한것이다.

성급해지는 마음을 안고 골안입구에 들어섰다. 골짜기안을 살피던 그는 저 멀리에서 하늘공중을 휘젓는 손전지의 불빛을 발견했다.

아! 저기들 있구나, 있어… 너무도 기뻐 막 달려가려다가 나무그루터기에 발끝이 걸려 넘어질듯이 비칠거렸다. 발끝이 얼얼해오고 온몸에 진땀이 쫙 내돋았다.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빙긋 웃었다. 그리고는 손에 든 전지불로 큰 원을 그렸다.

《부군단장동무-》

목청껏 불렀다. 석쉼한 목소리가 골안을 울렸다. 그러나 아무런 응대도 없다. 그는 다시 찾았다. 마침내 그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는지 뭐라고 맞받아웨치는 소리가 들린다. 두개의 전지불이 바삐 움직이는것이 보인다. 마주 가고 마주오는 불과 불… 그 거리는 점점 좁혀들었다.

마침내 앞서온 김천길이와 마주섰다.

《아니, 군단장동지가 어떻게?…》

《늦어서 미안하오. 그래 저 골안이 어떻소?》

김천길이 열정에 넘쳐 먼저 대답했다.

《만점짜립니다. 골이 깊고 바닥은 넓고 둘레는 성벽처럼 산으로 막히고 시내물이 흐르고…》

《내 보기에도 명당자립니다. 제일 걱정했던게 물인데 물량이 그만하면 충분할것 같습니다.》

류경두가 뒤따라 대답했다.

《됐소. 동무들이 다 좋다니 이젠 나도 마음이 놓이오. 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우선 저녁식사 아니, 이젠 아침식사로구만. 아침식사부터 하고 보기요.》

장대식은 앞장에 서서 시내물이 흐르는쪽으로 다가갔다. 넙적넙적한 바위들이 있어 앉기에도 좋고 불을 피우기에도 좋았다.

《자, 동무들! 여기다 모닥불을 피우기요, 여기다…》

그는 전지불로 한 너럭바위우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인적없는 산골짜기입구라 손가까이에 마른 풀대들이며 덤불, 삭정이들이 많았다. 모닥불은 인차 타올랐다. 널름거리는 불길, 산촌의 유정한 물소리, 빠지직빠지직 삭정이 타는 소리…

모두 모닥불주위에 모여앉았다. 장대식은 한쪽어깨에 걸메였던 배낭을 벗어놓고 아구리를 열었다. 종이에 싼 줴기밥을 꺼내여 하나씩 들려주었다.

《안됐소. 동무들을 여기 보내놓고도 난 집에 들어가 자려고 했댔소, 허허허…》

《군단장동지, 그런 말씀마십시오. 이렇게 오지 않았습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긴… 자, 어서 들기요. 어서…》

날이 서서히 밝기 시작했다. 장대식은 모닥불에 바싹 마른 삭정이를 연방 꺾어놓았다. 불길이 기세좋게 타올랐다.

좋은 아침이다.

(장군님! 장군님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첫걸음마를 뗐습니다.)

장대식은 그날로 강창운과 토론하고 주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중장동무, 새 종합훈련장방안이 우리 단계에서 완성되였소.》

주도성의 말소리가 곁에 서있는 류경두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짧은 기간에 정말 성과가 큽니다. 역시 〈땅크〉가 다르군요.》

《내가 〈땅크〉여서가 아니라 장군님께서 우리들에게 비약의 나래를 달아주셨으니 빠를수밖에 없었소.》

《방안을 올려보내십시오.》

《부군단장 류경두동무에게 올려보내겠으니 결론을 빨리 주었으면 고맙겠소.》

《알았습니다.》

전화를 끝낸 장대식은 류경두를 돌아보았다.

《어떻게든 3일안으로 결론을 받아가지고 돌아와야겠소. 그래야만 모든 공정을 우리가 세운 계획대로 내밀수 있소. 절대로 늦잡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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