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7 회
30
밤.
집무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총참모부에서 올려온 전투문건을 보고계시였다. 대덕산을 시찰하고 돌아오시며 현진국에게 타격훈련이 있은 후에 나타나는 적들의 새로운 움직임과 관련된 자료, 전선동부와 중부, 서부의 방어전연전방부대들과 대치하고있는 적들의 배치 및 행동성격과 관련된 최근자료들을 요구하셨던것이다.
문건을 한장한장 번지시는 그이의 안색은 차츰 심중해지기 시작하셨다. 만약 적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 어디를 노리겠는가? 그이께서는 문건을 다 보시자 자리에서 일어서시여 지도앞으로 다가가시였다. 그 지대의 륜곽이 뚜렷이 잡히자 단호히 송수화기를 드셨다. 곧 작전실에서 떠나지 못하고있는 현진국과 전화련계가 취해졌다.
《대장동무, 적들이 최근에 전선서부로 력량과 기재, 특히 새로 구입한 무기들을 은밀히 기동시키고있는데 목적이 무엇인것 같소? 난 사실 리성병사가 대덕산지구에 적들이 새로운 무기들을 끌어들이는것을 발견한 그날밤부터 미제의 새 전쟁도발시도가 그전과 다르다고 생각했댔소. 이번에 대덕산을 시찰하면서 그것을 더욱 확신했소. 동무생각엔 어떻소?》
《제가 보기에도 적들이 어리석게도 그 어떤 빈구석을 노리는것 같습니다.》
《빈구석을 노리는것이 아니라 빈구석을 봤다는 의미가 아니겠소?
우린 장대식동무가 48련대의 제명산통과시간을 앉은자리에서 계산했다가 탈수환자들을 발생시킨데서 심각한 교훈을 찾아야 하오. 그건 훈련이였소. 하지만 우린 실전을 눈앞에 두고있소. 조국해방전쟁시기 수령님께서 왜 수안보까지 나가신것이겠소. 움직입시다. 60사단의 전방지휘소를 거쳐 전선동부까지 갔다올 준비를 해야겠소. 날밝기 전에 떠납시다.》
날이 서서히 밝아오고있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난 야전차들은 험한 전선길로 들어섰다.
그이를 모시고 야전차의 뒤좌석에 앉은 현진국의 얼굴에는 진한 걱정의 그늘이 비껴있었다. 이틀전에 왕복 천리가 넘는 대덕산까지 김정일동지를 모시고갔다온 그였다. 늘 나의 강기를 따를만한 사람은 드물거라고 은근히 자부해온 자기도 요며칠째 그이를 수행하면서 피곤이 몰려 입술까지 부르텄는데 불철주야로 헌신하시는 장군님께서는 얼마나 힘드시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겹쌓인 피로를 다문 하루라도 푸시기를 절절히 바랐건만 그이께서는 굳이 만류하시고 또다시 머나먼 전선시찰의 길에 오르신것이다.
전선의 하늘가에 아침노을이 피여오르기 시작했다.
《참 좋은 아침이요. 우리가 전선동부를 찾아갈 때도 저런 노을이 우릴 마중했었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깊은 어조로 조용히 말씀하셨다.
현진국의 머리속에는 은연중 351고지가 떠올랐다. 이와 동시에 천m앞에 적들의 무반동포가 포신을 쳐들고있는 감시소에까지 김정일동지께서 오르시였던 일이 생각났다.
《장군님! 위험합니다. 천m앞에 적들이 있습니다.》
최전연부대의 군사지휘관들이 안타까이 막아섰지만 그이께서는 여유있게 웃으시였다.
《일당백병사들이 있는데 뭘 걱정하오. 나갑시다.》
그 순간! 일당백이라는 말씀의 의미가 현진국의 가슴을 강하게 쳤었다. 그런데 오늘 그이께서는 또다시 이런 위험천만한 길을 이어가시는것이다.
야전승용차가 비교적 곧고 평탄한 도로에 들어섰을 때였다. 장대식이 거수경례를 한채 긴장히 서있는것이 보였다. 야전차가 서서히 멎었다. 여기서 대기하도록 이미전에 지시를 주셨던것이다. 그이께서는 야전차문을 여시고 어서 오르라고 이르시였다. 장대식이 현진국의 곁에 앉자 야전차는 다시 떠났다.
긴 골짜기를 벗어난 야전차가 약간 둔덕진곳에 올라섰을 때 장대식은 흠칫 몸을 떨더니 엉거주춤히 일어섰다. 빤드름히 바라보이는 적 《헌병》 초소에 시선이 멎는 순간 장군님의 안녕이 걱정되면서 심장이 불시에 얼어드는것 같았던것이다.
《장군님, 더이상 나가시면 안됩니다. 여기서부터 1km구간은 적들이 산고지우에서 빤히 내려다보는 집중감시구역입니다. 적들이 언제 무슨짓을 할지 모릅니다.》
《괜한 걱정을 하누만. 수령님께서 조국진군의 길에 지나가신 갑무경비도로가 생각나지 않소?》
그이께서는 배포유하게 말씀하시였지만 장대식은 《장군님!》 하고 목메여 부르며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정전후부터 이 지대에서는 적들의 저격사건이 몇번이나 벌어졌기때문이였다. 만약 이 시각에 적들이 그 어떤 낌새를 채고 총질을 한다면… 긴장으로 온몸은 굳어지고 등골로는 식은땀이 속옷을 적시며 흘러내리고있었다. 그는 두눈을 무섭게 부릅뜨고 적 《헌병》초소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야전차, 적들의 총구앞으로 달리는 야전차…
어제도 오늘도 적들의 총구가 겨누고있는 전선에서 전선을 종횡무진하는 조선혁명의 최고사령부… 긴장된것은 장대식뿐이 아니였다. 옆에 앉아가는 현진국의 심정도 마찬가지였다.
야전차가 위험구역을 무사히 통과해서야 두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전방지휘소앞에서 60사단 사단장이 김정일동지께 영접보고를 드렸다. 그의 옆에는 포병부군단장과 48련대장 려명웅이 서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의 인사를 받으시며 전방지휘소에 들어서시였다. 야전작전탁우에는 아군과 적들의 전술적움직임과 작전행동을 나타내는 붉고푸른 부호들이 조밀하게 그려진 지도가 펼쳐져있고 그옆에는 지시봉이 놓여있었다. 야전작전탁에서 약간 떨어진곳에 포대경이 설치되였다.
사단장이 방어지대와 방어전연전방의 지형지물, 적의 력량과 배치, 행동성격에 대하여 그이께 구체적으로 보고드렸다.
지도와 현지를 대조해보시며 그의 보고를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포대경으로 다가가시여 전연의 지형을 여느때없이 오래동안 살피시였다. 긴장된 시간이 한동안 지속되였다. 포대경에서 물러나시여 적진을 굽어보시는 그이의 안광은 증오의 불길이 황황 타번지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지시봉을 잡으시고 군용지도를 가리키신다.
《보시오. 우리쪽으로 활등처럼 구부러져들어온 전선, 그앞에 펼쳐진 무연한 등판과 개활지대! 적들이 이 지대에서 무엇을 노릴것 같소?》
현진국은 군사가의 안목과 륙감으로 그이께서 무엇인가 심중한 문제를 포착하시였다는것을 느끼면서 적들이 항공륙전대를 집중적으로 투하할것 같다는 자기의 견해를 말씀드렸다.
《옳소. 사단참모부와 련대참모부에서도 그 경우까지는 타산했소. 개활지대에 항공륙전대를 투하한다는것은 기정사실화된것으로서 이것은 적아간에도 특별한 비밀은 아니요. 문제는 이 지역에 투하된 적항공륙전대와… 협공하는 경우 전선이 뚫릴수 있다는데 있소. 적들의 달라진 전쟁수법에 비추어볼 때 여기에 빈구석이 생긴것이나 같다고 볼수 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지시봉으로 지도를 짚어가시며 공격으로 이전할수 있게 편성된 적들의 행동성격, 기도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과 기타정황에 대하여 예리하게 분석하신 다음 김하규와 포병부군단장을 돌아보셨다.
《어떻게 하면 이 빈구석을 메꿀수 있을것 같소?》
김하규는 그이께서 포병무력의 배치밀도에서 그 방도를 찾으시였다는것을 느꼈다.
그이의 의도를 리해한 김하규는 탁자우에 펼쳐진 군용지도우의 어느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에 배치된 구분대를 포함해서 포병 한개 대대를 여기로 이동전개시키면 보병들과의 협동하에 그 어떤 정황에도 대처할수 있다고 보아집니다.》
《역시 포병의 몫을 아누만. 보시오. 이렇게 현지에 나오니 걸린게 순간에 척척 풀리지 않소. 대장동무! 어떻소.》
김정일동지께서는 한쪽옆에 서있는 현진국에게 물으시였다.
《명안이라고 생각됩니다.》
《나는 포병만이 아니라…》하고나신 그이께서는 자신의 생각을 더 보태주시고나서 이 계선을 방어하고있는것이 어느 련대인가고 물으시였다.
《48련대입니다.》
《음, 려명웅련대장이 맡아안은 방어전연전방이구만. 련대장동무! 아군의 배치와 적들의 행동성격을 자세히 연구해보오. 적들이 여기서 뒤통수를 때리면 어떻게 하겠소?》
그이께서 가리키시는 지점에 시선을 박는 순간 모두의 심장은 얼어드는것 같았다. 특히 김하규의 생각은 더더욱 깊었다. 군사적인 예지의 번개불이란 어떤것인가 하는것을 실지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였다. 만약 장군님께서 밝혀주신 그런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어떤 위험이 조성될번하였는가. 그렇다. 현대전은 전선과 후방의 계선이 별로 차이가 없이 하늘, 땅, 바다우에서 립체적으로 진행된다. 우리가 적들의 공격을 미리 막을수 있는 대책을 여러 경우를 타산하여 세우지 못하여 개활지대에서 예상밖의 정황이 조성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때는 이미 늦는다. 착오중의 착오는 적들이 부단히 움직이고있는 그 리면을 꿰뚫어보지 못한것이다. 우리는 방어에서만이 아니라 공격에서도 일당백이 될수 있게 준비하여야 한다. 이 두 요구의 불일치가 조성된것을 과연 어느 누가 판단했던가. 어제는 《류성-2》호의 기술적개조에서 걸린 문제를 풀어주시더니 오늘은 최전연에서 적들의 새 전쟁도발책동에 대처한 공격력량편성과 포병배치 및 그 리용에서 나타난 빈틈을 찾아주신 장군님…
김정일동지의 음성이 다시 울렸다.
《지금 적들은 어떻게 하나 우릴 먹어보자고 〈5월위기설〉이요 뭐요 하며 봉쇄를 더 바싹 조이는 한편 바로 여기와 같이 빈구석을 만들려고 꾀하고있소. 누가 시간을 어떻게 쟁취하여 싸움준비를 빈틈없이 다그치는가, 승패는 여기에 달려있소.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는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방어에서도 공격에서도 다같이 일당백이 될수 있게 준비해야 하오.
새싹을 키우는 의미에서 내 생각에는 이 지대의 작전전투방안을 젊은 련대장인 려명웅동무에게 단독으로 맡겨 다시 세웠으면 하는데 현진국동무! 장대식동무! 어떻소?》
두사람은 동시에 좋다고 대답올렸다.
《련대장동무! 해낼만 하오?》
《우리 당의 일당백사상의 요구에 맞게 다시 잘 세우겠습니다.》
패기있게 대답올리는 려명웅을 미더운 눈길로 바라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개활지대며 그 주변산들, 계곡들, 산릉선들을 다시금 세세히 살피시며 병사들이 서있는쪽으로 돌아서시였다.
《자, 이젠 저리로 갑시다. 병사들이 최고사령관을 기다리고있소. 빨리 갑시다. 목이 빠지겠소. 허허…》
기념사진촬영이 끝났다. 자나깨나 장군님을 기다려온 병사들이 《만세!》를 웨치며 초소를 떠나가시는 그이의 뒤를 따라섰다. 멀어져가는 야전차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장대식의 눈언저리는 가볍게 떨렸다.
려명웅이 죄송스럽게 말을 건넸다.
《군단장동지, 련대장으로서 빈구석이 생기는것을 보지 못했으니 내눈이 멀었던것 같습니다.》
《눈뜬소경은 바로 나였소. 장군님께서 찾아주신 빈구석을 통해 나는 내 머리속에 있는 빈구석도 발견했소. 더우기 송구스러운것은 이처럼 조국의 운명을 지켜주시기 위해 일신의 위험도 무릅쓰고 최전연에 나오신 장군님의 안녕을 최상의 높이에서 지켜드리지 못한거요. 오늘도 적들의 총구앞을 근 5리길이나 지나오셨다가 또 지나가셨소.》
《군단장동지! 그러지 않아도 병사들이 그 위험한 도로구간에 방벽을 쌓자고 여러번 제기를 해오고있습니다.》
《병사들이 제기해온다. 알겠소. 정말 훌륭한 병사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