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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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한 눈송이들이 공중에서 사선으로 날리다가 그이께서 쓰신 모자며 야전솜옷우에 사뿐사뿐 내려앉았다. 걸음을 옮겨디디실 때마다 물을 머금은 눈들이 철썩철썩 갈라지고 신발이 쑥쑥 빠져들어갔다. 일행이 경사지를 올라서서 완만해진 산굽이를 돌아섰을 때였다. 김정일동지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산자드락의 어느 한 곳을 찬찬히 여겨보셨다. 장대식은 물론 그이의 뒤를 따르던 조명록, 현진국, 김하규도 장군님께서 눈길을 주시는쪽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산비탈, 키돋움을 하며 자라는 참나무들, 잎이 진 가둑나무, 개암나무밑쪽에 우묵우묵 패인 여러개의 구뎅이…

장군님께서 과연 무엇을 여겨보실가? 모두들 제나름으로 판단해보았으나 도저히 알수 없었다. 마침내 그이께서는 한손으로 구뎅이들을 가리키셨다.

《저걸 보시오. 도로수리때마다 석비레를 파다나니 여기저기 우묵우묵 패였소.》

그이의 시선은 점차 흐려지시였다.

《초소근무도 서야지, 훈련도 해야지, 군사과업도 수행해야지 오죽이나 바쁜 병사들이요? 거기다 도로관리까지 맡아하자니 얼마나 아름차겠소? 아마 장마철같은 때는 더할거요. 군단장동무! 이 도로에 포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해본적은 없었소?》

뜻밖의 물음이시라 좀 당황했다.

《저… 자재와 로력이 너무 많이 들겠기에…》

《그러니 오늘과 같이 어려운 조건에서는 도로를 포장할 엄두를 더우기 내지 못하겠구만.》

장군님께서는 앞에 보이는 눈송이들이 가지마다 소담히 내려앉은 소나무에 시선을 멈추셨다.

《사실 나는 주도성동무를 통하여 대덕산중대에 걸린것이 무엇인가 하는것을 미리 알아오라고 했소. 중대장동무를 비롯하여 병사들까지도 사랑과 믿음의 제일봉에서 산다고 했다오. 그러나 오늘 다시 와보니 늘 험한 길만 걷는 병사들에게 좋은 길을 닦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오. 중대병실에서 대덕산밑에까지 포장도로를 해주면 여기 병사들은 물론 참관자들은 또 얼마나 좋아하겠소.》

장대식은 뜨거움에 겨워 두눈을 슴벅이였다.

《장군님! 나라사정이 매우 어려운 때인데…》

김정일동지께서는 심중한 어조로 물론 나라사정이 어려운건 사실이다, 그러나 병사들을 위한 일인데 무엇이 아깝겠는가, 이곳 병사들의 근무수행에 지장이 가지 않게 도로건설부대를 보내주자고 말씀하시였다.

쿵! 장대식의 가슴속에서 충격의 북소리가 세차게 울리고 시선은 그이께서 여겨보시던 소나무에 다시 멎었다. 사랑하는 병사들을 위해서라면 모든것을 다 바치시는분!

김정일동지께서는 1963년 2월 6일 어버이수령님께서 걸으셨던 경사가 급한 계단길을 따라 야외감시소에 오르시였다. 적들이 차지하고있는 가증스런 고지며 콩크리트장벽을 한참 굽어보시다가 큰숨을 내쉬며 눈길을 떼시였다. 대덕산을 휘- 둘러보시느라니 1963년 2월의 그날에 하신 수령님의 음성이 귀가에 쟁쟁히 메아리쳐오는듯싶으시였다.

《인민군대의 구호는 〈일당백〉이요.》

나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심장속에 이 구호의 정신을 더 깊이 심어주기 위해 이 대덕산에 올랐다. 병사들이여! 인민들이여! 혼자서도 백과 싸워이길수 있다는 신심을 가지자. 온 나라가 일당백의 정신으로 일떠서야 승리자로 될수 있고 주저앉으면 노예가 된다.

김정일동지께서는대마당가로 내려오시여 군인들의 훈련모습을 보셨다. 산발을 울리는 웨침소리, 번쩍이는 총창, 힘찬 발구름소리…

《전군을 강화하는데서 중요한 방도의 하나는 대덕산중대를 일당백의 본보기중대로 먼저 잘 준비시키는거요.

생각들해보시오. 대덕산을 참관하러 온 여러 군종, 병종의 지휘관, 정치일군, 사관, 병사들앞에 대덕산중대를 출현시켜 위대한 구호가 안아온 자랑찬 모습을 현실로 보여준다면 그 의의가 얼마나 더 커지겠소.》

《알았습니다.》

장대식은 막혔던 절벽이 쩍 갈라지며 앞이 탁 트이는것만 같은 벅찬 환희에 젖었다.

만족하신 마음으로 병사들의 모습을 지켜보시던 그이의 사색은 깊어지였다. 군인생활문제를 결정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러자면?… 최전연에서 수고하는 병사들을 위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주고싶으셨지만 지금 나라의 형편은 매우 어렵다. 이 문제를 풀자면 무엇이 중요한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어 식당에 들어서시였다. 유표하게 안겨오는 《일주간식사계획표》를 한줄한줄 세심히 읽어보시였다.

《여기에 콩음식을 먹이는것으로 되여있는데 실지 이대로 먹이오?》

《이곳 중대는 먹이는데 군단의 전반적실태는 그렇지 못합니다.》

장대식의 대답에 그이께서는 생각이 깊어지시였다.

전군적으로 달라붙어 콩농사를 본때있게 하여 수확량을 늘인다면 고기문제를 푸는것과 맞먹는것으로 되지 않겠는가.

조명록이 그이께 말씀드렸다.

《대덕산중대에서는 인민군당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정신을 높이 받들고 콩농사에서 앞장에 서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의 안색은 금시에 밝아지시였다. 아주 좋은 일이다. 군대가 인민에게 다 의존할수는 없다. 아버지, 어머니, 형님, 누나들의 일손을 돕는 심정으로 콩농사도 해야 한다. 전군이 달라붙는다면 어데서나 콩사태가 쏟아지게 할수 있다. 식당을 나서신 그이의 걸음은 일일창고에 쌓아놓은 콩가마니앞에서 멈춰서시였다. 지금까지 인민군부대들을 찾으실 때마다 어떻게 하면 군인들의 식생활문제를 해결할것인가 하고 생각해오시던 매듭이 대덕산마루에서 풀린것 같아 환히 웃으시였다.

《군인들의 식생활을 개선하자면 무엇보다도 콩농사를 잘해야 하오. 인민군대에서는 잡도리를 단단히 하고 콩농사를 본격적으로 해야겠소.

군단장동무! 군단정치위원동무! 나는 대덕산부대의 군인들이 싸움준비만이 아니라 콩농사에서도 전군의 앞장에 섰으면 하오. 인민군적인 콩농사도 대덕산부대에서부터 기발을 들잔 말이요.》

《알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푸접이 매우 좋아보이는 강창운을 지켜보시며 의미심장히 물으시였다.

《〈자모음정치위원〉동무! 대덕산을 놓고 새로 착상한것이 뭐가 없소?》

《네?》

김정일동지께서 자모음이라는 말에 력점을 찍어가시며 뜻밖에 꺼내는 말씀에 강창운은 잠시 얼떠름해졌다.

《좋은 싹이야 계속 발전시켜야지. ㄷ자가 들어가는 대덕산, ㅈ자가 들어가는 제명산을 련결시키면 뭔가 좋은것이 나올듯싶은데… 어떻소?》

《?》

《제명산이 어디쯤에 위치하고있소?》

강창운의 대답을 기다리고계시던 그이께서는 그가 좀 바빠하는 기색을 보자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장대식이 제명산이 위치하고있는 곳을 가리켜드렸다.

《저쪽입니다.》

《여기서 몇키로나 되오?》

장대식이 그 거리를 말씀드렸다.

그때에야 강창운은 장군님의 의도를 제꺽 알아차렸다.

《장군님! 대덕산과 제명산을 놓고 정치사업을 새롭게 시작해보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내가 왜 제명산통과훈련에 대덕산을 한령역속에 련결시키자고 하는가? 정치사업에서 고정격식화의 틀을 깨기 위해서요. 생각해보오.

제명산이 병사들에게 일당백의 날개를 달아준다면 대덕산은 일당백의 정신력을 장약해주지 않소.

일당백의 사상에서 기본이 뭐요?

정치사상적준비가 아니요.

따라서 제명산통과에 앞서 행군대오를 대덕산에서 먼저 출발시키면 사상적준비, 육체적준비 이 두가지가 두 산을 통하여 더 다그쳐질게 아니요.》

《?!》

《총정치국장동무! 나는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인민군적인 견지에서도 대덕산참관계획을 잘 짜고들 필요성이 있다고 보오.》

《알았습니다.》

각자는 자신들의 위치에서 장군님의 가르치심을 받아안으며 저저마다 속으로 탄성을 올렸다. 장대식은 군단적인 범위에서, 조명록은 인민군적인 견지에서,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는 동행일군은 국가적인 견지에서… 강창운은 생각했다. 장군님의 가르치심은 정치와 군사사업을 더 가깝게 밀착시킨 착상이라고도 볼수 있다.

그렇게 하면 훈련성과는 더더욱 배가될것이다. 강창운의 눈앞으로는 대덕산에서 일당백의 정신을 새롭게 만장약한 병사들의 철의 대오가 제명산을 날아넘어 적진으로 노도와 같이 진격해나가는 그날의 모습이 선히 떠올랐다.

날씨는 한결 푸근해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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