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 회
29
(1)
대덕산중대에 나온 장대식은 병실이며 교양실, 식당, 감시소, 구호바위 등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오후 2시경에는 차를 타고 도로주위를 살피며 달렸다.
대덕산앞 어느 한 고지앞에 이른 그는 적들이 도사리고있는 초소쪽을 노려보며 못박힌듯 굳어져버렸다. 불원간 온몸에 소름이 오싹 끼쳤다. 적들이 포대경을 비롯한 감시기재들을 설치해놓고 아군의 류동상태를 매일 감시하는 구간이였다. 지금 이 시각도 놈들이 자기를 감시하고있을것이라는 생각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 위험한 구간으로
누군가 앞쪽에서 허리를 꺼꺼부정하고 걸어왔다. 강창운이였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적초소쪽을 쏘아보다가 차를 타고 대덕산으로 다시 올라갔다.
안타까왔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장대식은 좀처럼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킬수가 없었다.
이럴즈음이였다. 먹장같은 구름장들이 겹겹으로 꽉 찬 하늘에서 진눈까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사이의 공간은 진눈까비로 하여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다. 바람이 불었다. 비와 눈으로 엉켜붙은 진눈까비가 그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따끔따끔 아파난다. 그런가 하면 도로옆의 소나무, 참나무, 잣나무, 전나무가지들에는 눈덩이들이 철떡철떡 엉켜붙는다. 그 무게에 실린 나무가지들이 칠칠 늘어진다. 벌써 도로에 깔린 진눈까비들이 묵처럼 되여 발을 옮겨짚을 때마다 철썩철썩 소리내며 뿌리여졌다.
장대식은 구호바위앞에서 안타깝게 서성거리였다. 이렇듯 험한 날씨에
다음순간, 머리를 치는 생각이 있었다. 흐린 날씨, 사납게 내리는 진눈까비로 하여 적들이 우리측 지역을 도저히 감시할수 없는 자연조건이 조성되였다는 생각이였다.
33년만에 다시 오시는 대덕산인것이다. 잊을수 없는 력사의 그날
야전차의 뒤좌석에 앉아가던 현진국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설사 그렇다 해도 대덕산에 올라가야 하오. 나의 병사들이 기다리고있지 않소.》
《33년전
하늘이 무너져내리기라도 하듯 진눈까비는 차창유리를 가리며 사정없이 쏟아져내렸다.
야전차는 대덕산의 첫굽이를 돌아섰다.
(가만, 《푸에블로》호를 나포한것이 1968년도였지. 이것은 정전후 미제가 조선에서 세계사람들앞에 당한 가장 큰 망신이였다.)
야전차가 두번째 산굽이를 돌아섰다.
(그 이듬해 4월, 우리 나라 령공에 날아들었던 대형간첩비행기 《EC-121》의 격추, 이것 역시 미제가 세계면전에서 당한 조선에서의 돌이킬수 없는 큰 망신이였다.)
진눈까비가 질척질척한 길을 따라 야전차는 세번째 굽이길을 돌아섰다.
승리의 세번째 년륜은 무엇인가? 1976년 8월 적아사이에 4대 40으로 벌어진 싸움에서 승리한 판문점사건이다. 나는 그 승리의 소식을 듣고 전투원들을 찾아갔다.
《통쾌하오. 그야말로 일당백이요. 우리측 경무원들이
저 급한 곡선길들처럼 우리 혁명의 전진도상에는 미제에 의하여 전쟁이 터질수 있는 일촉즉발의 정세가 수없이 뒤따랐지만 바로 이 대덕산이 심어준 사상의 힘이 있어 우리는 승리의 년륜을 돌기돌기 아로새겨왔다.
드디여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대덕산은 일당백의 고향입니다. 현지지도사적비를 통한 교양사업을 잘하여 새세대 군인들이
현지지도사적비앞에는 수도가 있었다.
진눈까비가 호함진 함박눈송이들로 변했다. 풍성해진 눈송이들이 산정에 뿌리를 박고 기운차게 솟아오른 참나무가지우에 차분히 내려앉았다.그이께서는 참나무며 이깔나무들이 키높이 자라는 대덕산마루를 잠시 여겨보시였다. 정갈한 흰눈은 하늘을 메우며 하염없이 날아내렸다. 은세계는 더없이 아름다왔지만 진눈까비가 엉켜붙은 도로는 매우 질척거렸다. 장대식은 얼었던 땅이 녹아 신발이 쑥쑥 빠져들어가는 길을 원망스럽게 내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