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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5 회

29

(1)


대덕산중대에 나온 장대식은 병실이며 교양실, 식당, 감시소, 구호바위 등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오후 2시경에는 차를 타고 도로주위를 살피며 달렸다.

대덕산앞 어느 한 고지앞에 이른 그는 적들이 도사리고있는 초소쪽을 노려보며 못박힌듯 굳어져버렸다. 불원간 온몸에 소름이 오싹 끼쳤다. 적들이 포대경을 비롯한 감시기재들을 설치해놓고 아군의 류동상태를 매일 감시하는 구간이였다. 지금 이 시각도 놈들이 자기를 감시하고있을것이라는 생각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 위험한 구간으로 장군님을 모신 차를 어떻게…

김정일동지를 대덕산에 모시게 된다는 행복감에만 잠겨있던 그는 눈앞에 박두한 위험을 놓고 마음을 진정할수가 없었다. 장군님을 대덕산에 모시는것은 우리 군단 전체 병사, 사관, 군관, 장령들의 최상의 영광으로 된다. 그러나 적들이 그 어떤 기미를 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음같아서는 적들이 차지하고있는 고지앞에 성벽이라도 쌓고싶었다.

누군가 앞쪽에서 허리를 꺼꺼부정하고 걸어왔다. 강창운이였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적초소쪽을 쏘아보다가 차를 타고 대덕산으로 다시 올라갔다.

안타까왔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장대식은 좀처럼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킬수가 없었다.

이럴즈음이였다. 먹장같은 구름장들이 겹겹으로 꽉 찬 하늘에서 진눈까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사이의 공간은 진눈까비로 하여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다. 바람이 불었다. 비와 눈으로 엉켜붙은 진눈까비가 그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따끔따끔 아파난다. 그런가 하면 도로옆의 소나무, 참나무, 잣나무, 전나무가지들에는 눈덩이들이 철떡철떡 엉켜붙는다. 그 무게에 실린 나무가지들이 칠칠 늘어진다. 벌써 도로에 깔린 진눈까비들이 묵처럼 되여 발을 옮겨짚을 때마다 철썩철썩 소리내며 뿌리여졌다.

장대식은 구호바위앞에서 안타깝게 서성거리였다. 이렇듯 험한 날씨에 장군님을 대덕산에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둑어둑해진 사위, 창공을 꽉 메우다싶이 한 진눈까비…

다음순간, 머리를 치는 생각이 있었다. 흐린 날씨, 사납게 내리는 진눈까비로 하여 적들이 우리측 지역을 도저히 감시할수 없는 자연조건이 조성되였다는 생각이였다.

김정일동지의 대덕산도착을 앞두고 하늘이 조화를 부린다. 날씨는 좋지 못해도 적들의 감시조건이 매우 불리해졌기때문이였다. 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그는 어느 정도 마음의 긴장감이 풀리는것을 느끼며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하늘이 오늘처럼 고맙게 여겨지기는 난생처음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승용차는 어느덧 대덕산 가까이에 이르고있었다. 흩날리는 진눈까비속에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서있는 대덕산의 위엄어린 자태를 묵묵히 내다보시는 김정일동지의 존안에는 깊은 감회가 어리시였다.

33년만에 다시 오시는 대덕산인것이다. 잊을수 없는 력사의 그날 수령님을 모시고 대덕산에 함께 오르시던 생각이 나시였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이시다. 수령님을 대덕산에 모셨던 그후부터 얼마나 준엄하면서도 간고한 나날들이 이 땅우에 흘러갔던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이 순간 대덕산이 하나의 거대한 거목으로 보이면서 거기에 새겨진 서른세돌기의 년륜이 눈앞에 펼쳐지는것만 같으시였다.

《장군님! 진눈까비가 내려서 길이 몹시 미끄럽습니다.》

야전차의 뒤좌석에 앉아가던 현진국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그이께 아뢰였다.

《설사 그렇다 해도 대덕산에 올라가야 하오. 나의 병사들이 기다리고있지 않소.》

《장군님!》

그이께서는 가볍게 웃으시였다.

《33년전 수령님께서는 차가 못 올라가면 걸어서라도 올라가겠다고 하시였댔소.》

하늘이 무너져내리기라도 하듯 진눈까비는 차창유리를 가리며 사정없이 쏟아져내렸다.

야전차는 대덕산의 첫굽이를 돌아섰다.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가만, 《푸에블로》호를 나포한것이 1968년도였지. 이것은 정전후 미제가 조선에서 세계사람들앞에 당한 가장 큰 망신이였다.)

야전차가 두번째 산굽이를 돌아섰다.

(그 이듬해 4월, 우리 나라 령공에 날아들었던 대형간첩비행기 《EC-121》의 격추, 이것 역시 미제가 세계면전에서 당한 조선에서의 돌이킬수 없는 큰 망신이였다.)

진눈까비가 질척질척한 길을 따라 야전차는 세번째 굽이길을 돌아섰다.

승리의 세번째 년륜은 무엇인가? 1976년 8월 적아사이에 4대 40으로 벌어진 싸움에서 승리한 판문점사건이다. 나는 그 승리의 소식을 듣고 전투원들을 찾아갔다.

《통쾌하오. 그야말로 일당백이요. 우리측 경무원들이 수령님께서 제시하신 〈일당백〉구호의 정당성을 세상사람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었소. 놈들이 장송곡을 울릴 때 우린 환영곡을 울립시다.》

저 급한 곡선길들처럼 우리 혁명의 전진도상에는 미제에 의하여 전쟁이 터질수 있는 일촉즉발의 정세가 수없이 뒤따랐지만 바로 이 대덕산이 심어준 사상의 힘이 있어 우리는 승리의 년륜을 돌기돌기 아로새겨왔다.

드디여 김정일동지를 모신 야전차가 《일당백》의 구호바위앞에 서서히 멎었다. 그이께서는 장대식으로부터 영접보고를 받으시고 천천히 구호바위앞으로 다가가셨다. 상록수 우거진 숲, 병풍처럼 둘러막힌 바위벽의 옹위속에 서있는 구호바위에 새겨진 빨간색의 세글자를 여겨보시는 그이의 마음은 뜨겁게 달아오르시였다. 33년만에 대덕산에 다시 오르시니 수령님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으로 가슴이 젖어드셨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께서 대덕산마루에 서시여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시는것만 같으시였다.

그이께서는 구호바위에 이어 현지지도사적비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장대식으로부터 사적비를 세운 날자와 돌의 무게에 대한 해설을 들으시며 조용한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대덕산은 일당백의 고향입니다. 현지지도사적비를 통한 교양사업을 잘하여 새세대 군인들이 수령님께서 이룩하신 군령도업적을 길이 빛내여나가도록 하여야 합니다.》

현지지도사적비앞에는 수도가 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수도가로 천천히 다가가시였다. 수도밑의 자그마한 못에는 맑은 물이 찰랑찰랑 흘러넘치고있었다. 물, 대덕산의 정가로운 물… 얼마나 추억도 깊고 사연도 많은 물인가. 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리흐르는 법이다. 대덕산에는 그 흐름의 법칙이 바뀌였다. 골아래서 여러단의 양수기를 거쳐 산고지우로 올리흐르는 물… 이 물문제를 풀기 위하여 수령님께서 얼마나 뜨거운 심혈을 기울이셨던가.

《수령님께서 대덕산병사들에게 안겨주신 이 사랑의 샘물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생명수로 흐름을 멈추지 않을것입니다.》

그이의 음성은 약간 갈리시였다.

진눈까비가 호함진 함박눈송이들로 변했다. 풍성해진 눈송이들이 산정에 뿌리를 박고 기운차게 솟아오른 참나무가지우에 차분히 내려앉았다.그이께서는 참나무며 이깔나무들이 키높이 자라는 대덕산마루를 잠시 여겨보시였다. 정갈한 흰눈은 하늘을 메우며 하염없이 날아내렸다. 은세계는 더없이 아름다왔지만 진눈까비가 엉켜붙은 도로는 매우 질척거렸다. 장대식은 얼었던 땅이 녹아 신발이 쑥쑥 빠져들어가는 길을 원망스럽게 내려다보았다.

《장군님, 여기서 중대병실까지는 거리가 멉니다. 길도 험한데 차를 타고 가시지 않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으시며 운동삼아 걷자고 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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