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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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후, 총정치국장 조명록, 현진국을 비롯한 최고사령부작전지휘성원들과 함께 장군님의 집무실에 들어선 김하규는 그이의 모습을 뵈옵는 순간 방금전에 받은 그 전화내용이 새삼스레 떠올라 가슴속에서 뜨거운것이 왈칵 솟구쳐오르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자기의 신상에서 일어난 불가사의한 변화를 가장 예민하게 포착하신분도, 자기의 건강을 두고 제일 걱정해주시는분도 다름아닌 김정일동지이시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가슴을 쳤던것이다.
김하규는 자신을 랭혹히 돌이켜보지 않을수 없었다. 지난 시기 아래 사람들이 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일이 바쁘다고 가보지 못한 때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무실안의 분위기가 정돈되기를 기다리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최근에 더욱 악랄해지는 적들의 공세에 대하여 알려주시고나서 청청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그래서 나는 래일 동무들과 같이 대덕산의 병사들을 찾아갈것을 결심했습니다.》
순간 최고사령부작전지휘성원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몸을 흠칫했다. 자기가 잘못 듣지나 않았는가 하는듯 서로서로 놀란 눈으로 마주본다.
《왜들 그러오?》
또다시 이어지는 침묵, 침묵… 조명록은 자기도 모르게 숨이 가빠지는것을 느꼈다.
여느때없던 긴장이 온몸을 압박하는것만 같았다. 어제 그는 해당 기관으로부터 미중앙정보국에서 우리 수뇌부의 움직임과 그 위치를 판단하기 위해 벌려놓은 책동과 관련된 긴급자료를 통보받았다. 더우기 위험한것은 미제가 이 일에 군사위성까지 동원시키고있다는 사실이였다. 적들이 반혁명적공세의 첫 과녁을 혁명의 수뇌부로 정하고 모든 화살을 집중하는 때에 장군님께서 대덕산으로 나가시겠다니 이 이상 더 위험한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허, 혹시 나에게 의견이라도 있어서 그러는건 아니요?》
조명록이 큰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군님, 대덕산으로 나가시는 문제만은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대덕산은 적들의 저격무기사격거리안에 들어가는 위험계선입니다. 특히 대덕산 앞도로는 적들의 초소에서 직통으로 내려다보이는 매우 위험한 곳입니다.》
그이께서는 빙그레 웃으시였다.
《나의 신변을 걱정하는 동무들의 진정에 어떤 말로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동무들, 지금 혁명은 나에게 대덕산으로 나가 전당, 전군, 전민을 일당백사상으로 불러일으켜 제국주의련합세력의 반공화국고립압살책동과 새 전쟁도발음모를 짓부셔버릴것을 요구하고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주저하겠습니까.》
그이께서는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고있는 조명록이와 현진국이네를 둘러보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내가 대덕산을 시찰하자고 하는데는 이외에도 여러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것의 하나는 수령님께서 혁명무력건설에 쌓아올리신 고귀한 군령도업적을 자라나는 새 세대 군인들이 깊이 알고 빛나게 계승해나가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계승은 혁명의 법칙입니다. 수령님을 모시고 백두밀림을 헤쳐온 혁명의 1세대와 전쟁을 겪은 2세대는 물론 60년대에 〈일당백〉의 구호를 받아안은 세대의 머리에도 이제는 흰서리가 내리고 총포성 울리는 전쟁, 배고픔이라는 시련을 언제한번 겪어보지 못하고 고이 자란 새 세대 계승자들이 주력군의 중진을 이루었습니다. 그들은 총대가 조국의 운명과 매 자신의 운명도 결정한다는것을 실지로 절감할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조국의 귀중함과 망국의 쓰라림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의 머리속에 조국보다 자기를 먼저 생각하는 사상이 염색되면 혁명은 진통을 겪게 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굳어진 그들의 얼굴을 보시자 가볍게 웃으시며 여담적인 어조로 방안의 분위기를 일변시켜나가시였다.
《참, 모두들 래일 대덕산으로 나가야겠는데 알고들 있소? 대덕산이라는 이름이 생겨나게 된 항간의 유래를 말이요.》
장군님께서 왜 그러시는지 그 뜻을 가슴뿌듯이 느낀 김하규는 이 순간 장군님앞에 응석이라도 부리고싶어지는 심정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자기에 대해 류달리 걱정많으신 장군님께 한순간이나마 기쁨을 드리고싶었던것이다. 그래서 제잡담 불쑥 일어섰다.
《장군님! 제가 그 유래를 말해주는 시를 한수 읊어볼가 합니다.》
여느때같지 않은 김하규를 일별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시였다.
《허허…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소.》
분위기가 이쯤되자 김하규는 괜히 헛기침을 몇번 했다. 그러더니 인차 머리를 들어올렸다.
태고적인민들 참나무가 많아
숯을 구워팔던 그것도 큰 덕이라고
네 이름 대덕산이라 지었다지만
오늘은 수령님덕에 일당백의 고향되였거니-
대덕산 너는 크지 않아도
대덕산 너는 높지 않아도
덕으로 크고큰 산
뜻으로 높고높은 산
그것이 옛모습과 다른 오늘의 대덕산
내 그래서 너를 가슴에 안고사노라
그 덕으로 병사들을 사랑하고
그 뜻으로 조선의 총대를
일당백으로 강화해야 하기에…
김정일동지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며 박수를 치시였다.
모두들 따라쳤다.
현진국이 감탄하며 그이께 말씀올렸다.
《장군님! 사람발전은 정말 모르겠습니다.》
누구인가 또 한마디 말을 받았다.
《어제날의 잠재력이 오늘에야 발휘되는감이 납니다.》
저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김하규는 비죽이 웃었다.
《장군님께서 전번 포실탄사격훈련장에 나오셨던 날 사람은 언제나 락천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언제인가 장대식동무가 병사들앞에서 읊었다는 이 즉흥시를… 오래간만에 다시 읊어보았습니다.》
《옳소, 그때 그 말을 했었지. 가는 길 험난하다 해도 웃으며 가자고 말이요.》
미더운 눈길로 김하규를 보시던 그이께서는 다시 고개를 돌리시며 대덕산의 유래에 대하여 천천히 이야기하셨다.
《옛 전설에 의하면 대덕산은 원래 서울에 앉을 산이였다는거요. 그런데 왜 서울에 못 앉았는가? 골짜기가 백개여야겠는데 하나가 모자라는 아흔아홉개였기때문이였소. 대덕산에 골짜기가 많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인거요. 골짜기가 많은만큼 이골저골에 참나무를 비롯하여 나무가 울창했소. 이 울창한 참나무림이 개성, 장풍사람들의 생계를 유지하는데 덕을 준것만은 사실이요. 그래서 대덕산이란 이름도 붙었다고 하오.》
김하규는 이 순간 포병다운 시점에서 생각했다.
현대전쟁에서는 포문을 어느때 여는가 하는것이 실시간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물리적인 선제타격을 운운하는 미제, 눈앞에 다가오는 전쟁의 검은구름을 예견성있게 내다보시고 가장 효률적인 시기에 대덕산에 나가시여 총쥔 병사들은 물론 온 나라를 일당백의 사상으로 불러일으킬 작전을 펼치신 우리 장군님… 끝없이 만장약되는 우리의 《핵탄》을 과연 미제가 《요격》할수 있단 말인가.
생각도 깊어지는 시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