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 회
28
(1)
얼마나 준엄한 날이 이 땅에 흘렀던가
얼마나 험난한 길을 우리가 걸었던가
피눈물언덕에서 장군님 시작하신
고난의 그 행군을 우리는 잊지 않으리
…
한방울의 물에 우주가 비낀다고 했다. 이 노래가 바로 우리 당력사에서 가장 간고한 해로 알려진 1996년, 그래서 당에서도 전당, 전군, 전민이 고난의 행군정신에 맞게 붉은기를 더욱 높이 추켜들고 최악의 역경을 헤쳐나갈것을 호소하는 새해공동사설까지 발표한 그 시대를 대표하는 가요중의 하나로 되는것은 무엇때문인가. 노래가사에도 있듯이 1996년 3월은 그 하루하루가 눈물없이는 돌이켜볼수 없을 정도로 준엄한 날이였고 우리 인민과 군대가 간고한 길을 걸은 험난한 시련의 시기였다.
력사에 널리 알려진 레닌그라드봉쇄의 900일에 걸치는 기간 가장 극심한것은 식량난이였다. 그랬어도 레닌그라드주민들에게는 하루에 톱밥이 섞인 200g의 빵이라도 공급되였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이 최절정을 이룬 이 시기 우리 인민들에게는 이보다 더 간고한 난관이 조성되였다. 수십년세월 의식주에 대한 걱정을 모르다 난생처음으로 당해보는 식량난으로 하여 얼마나 가슴아픈 참사들이 이 나라 매 가정들에서 벌어졌던가.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현상으로 인한 자연재해는 조선만이 아니라 세계를 휩쓸었다. 세계도처에서 생겨난 수십만의 리재민들이 나서자란 제 나라 땅을 버리고 살길을 찾아 물목 터진것마냥 걷잡을새없이 국경을 넘는 사태가 도처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강의한 조선인민들만은 지경밖의 처마밑으로 들어가지 않고 붉은기를 억세게 지키고있었다.
1996년 3월 17일 오후,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안을 조용히 거닐고 계셨다. 온 나라 인민들이 겪는 모진 어려움을 한몸에 지니고계시는 그이의 가슴은 천근만근으로 무겁고 숨꺼진 공장들에서 로동자들이 자신을 안타까이 기다리는것만 같아 괴롭기 그지없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방금전에 읽어보신 여러 부문의 보고자료들을 가슴 허비는것만 같은 아픔속에 되새겨보셨다. 무엇이 풀렸다는 보고보다 무엇이 걸렸다는 보고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벽에 걸려있는 세계정치지도앞에서 시선을 멈추시였다. 미제는 북조선붕괴를 어떻게든 앞당길 목적으로 남조선주둔 미군무력을 계속 추가배치하고있다. 군사전략적목적에 큰 의의를 부여하는 핵잠수함들도 남조선바다밑으로 은밀히 기동시켰다. 2월 28일에는 미7함대소속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가 부산항에 입항하였다. 이 항공모함에 탑재하고있는 함상전투기 《에프-18》을 비롯한 근 100대에 가까운 함재기들과 각종 미싸일들의 목표가 어디겠는가 하는것은 불보듯 명백하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주일미군기지들에는 미해군의 각종 소해함들이 증강배치되였다. 더우기 위험한것은 2월부터 미국텍사스에서 미군과 남조선괴뢰군이 조선반도《유사시》에 《호상간의 임무수행》이요, 뭐요 하면서 전쟁연습을 벌려놓은 사실이였다. 조성된 정세는 미제가 조선의 《보리고개》를 극한점으로 노리고있다가 여차하면 전쟁을 터뜨릴 심보라는것을 여지없이 드러내고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세계정치지도앞에서 돌아서시며 두팔을 엇결어 가슴우에 얹으시였다. 한걸음두걸음 천천히 옮기시며 사색을 정리하셨다. 실지로 눈앞에 직면한 이 나라의 위험, 미제가 떠벌이는 《5월위기설》을 타파하고 사회주의를 끝까지 고수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집무실안을 거니시던 그이께서는 문득 요영구풍경화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산비탈, 오솔길,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유정한 시내물소리… 불쑥 1963년 2월 대덕산으로 떠나실 때 수령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쟁쟁히 울려온다.
《만일 그때 내가 다홍왜로 가지 않았더라면 조선혁명은 보다 큰 진통을 겪었을거요. 그곳은 나에게 있어서 의지의 시험장이기도 했소.》
그러시고는 대덕산의 병사들을 찾아 떠나시였다.
오늘의 정세라면 수령님께서는 어떻게 하셨을가? 한평생 공격전에 계신 우리 수령님…
김정일동지께서는 순간 단호하게 결심하시였다.
그렇다. 보다 드센 공격전을 벌려야 한다.
당면하게는 최고사령부가 최전선으로 나가 병사들을 판가리결사전에로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때 수령님께서 가셨던 대덕산으로 나가야 한다.
대덕산, 력사와 시대앞에 얼마나 많은것을 이야기해주는 산인가. 수령님께서 이룩하신 군령도업적의 상징으로 빛나는 산, 이 산에 어려있는 일당백의 사상으로 전당, 전군, 전민을 힘있게 불러일으켜야 한다.
물론 적탄이 언제 날아올지도 모르는 최전방이다. 그렇다고 하여 내가 물러서면 조선이 물러서고 제국주의포위망은 더 좁혀든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활기있는 걸음으로 자신의 전투좌지나 같이 간주하시는 집무탁에 마주앉으시였다. 아직 채 마무리하지 못한 여러 문건들중에서 시간적으로 급한 문건부터 먼저 비준해나가시였다.
련이어서 김하규와 관련된 생활자료를 단숨에 읽으시였다. 가벼운 미소가 눈가에 어렸다.
그러지 않아도 김하규를 대덕산전구에 내보낼 생각을 하고계시던 그이께서는 못내 기쁘시였다. 그가 일당백의 사상이 사소하게나마 희석될세라 대덕산에 나가 만장약의 자세를 취하겠다니 그 잡도리가 얼마나 좋은가. 최고사령관의 의도에 자신을 제때에 따라세우려는 그 마음속 자세… 내가 요구하는 리상적인 지휘성원은 하루만 자리를 떠도 온 부대가 기다리는 지휘관, 누구도 감히 건드릴수 없는 높은 실력과 사업상권위, 고상한 인격을 지닌 바로 그런 지휘관이다.
그래서 나는 인민군부대들을 시찰할 때마다 지휘성원들의 사업에서 나타난 크지 않은 결함도 심중히 대한다. 주력군의 기둥들이 높은 실력을 지니는것은 물론 당과 함께 영원히 뜻과 운명을 같이할수 있게 키우기 위해서이다. 생활의 교훈은 자신을 부단히 수양하지 않는 사람은 교만해지고 종당에 가서는 시대의 기슭으로 밀려난다는것을 보여주었다. 지휘성원들을 강국을 떠받들 주력군의 기둥으로 억세게 키우자면 때로는 아픈 매도 쳐야 하는것이다.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봄빛이 완연하다. 잣나무, 향나무, 분비나무 등 사철푸른 바늘잎을 무수히 떠이고있는 상록수들은 더욱더 푸르러지고 넓은잎나무들에는 새순이 움틀 준비를 서두르는것 같다. 온갖 시련을 힘겹게 이겨내고 맞게 된 봄의 훈향이 창가로 스며든다.
그이의 눈길은 늘 그러하시듯 키높이 자란 황철나무의 까치둥지에 멎으시였다. 이제는 지붕도 해씌우고 바람막이벽도 기본상 갖추었다. 봄이 오고있다. 봄이… 이제 얼마 더 있으면 저 까치들은 알을 낳고 새끼를 까게 될것이다.
과연 이 땅우에 전쟁의 불구름이 타래쳐오르게 해서야 되겠는가.
인민들이 행복의 보금자리를 잃게 해서야 되겠는가.
대덕산에도 봄이 왔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곧 송수화기를 잡으시였다.
《김하규동무! 동문 건강관리에 너무 무관심하오. 요즘 몸이 약해진것이 눈에 띄게 알린단 말이요, 담배도 너무 많이 피우고…
혁명을 하루이틀 하다 말겠소?》
김하규의 당황해하는 목소리…
《장군님! 전… 건강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담배도 적게 피우겠습니다.》
《오늘도 역시 담배를 완전히 끊겠다는 대답은 못하누만. 당의 신임이 아무리 크고 맡은 임무가 중요하다 해도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할수 없소. 참, 병원에는 갔댔소?》
《갔댔습니다.》
《건강검진결과에 대하여 들어봅시다.》
《장군님, 아무 병도 없답니다. 전번 겨울에 감기를 좀 세게 앓아서 그만… 정말입니다.》
《모르겠소. 앞으로 건강에 특별히 류의하길 바라오.》
《알았습니다.》
《대덕산전구로 나갈 결심을 했다지? 좋소. 최고사령부의 의도에 맞게 자신을 따라세우려는 그 정신이 좋다고 보오. 나는 동무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부대에서 하루만 자리를 떠도 부하들이 마음이 허전해하고 무슨 큰일이라도 난것처럼 떠들면서 기다리는 그런 실력가형의 지휘관으로 더욱 빈틈없이 준비하길 바라오. 지휘관은 권력이 아니라 실력으로 사업상권위를 세우며 자기가 맡은 부대를 전진시키는 추진기가 되여야지 제동기가 되여서는 안되오. 그럼 언제 떠나겠소?》
《장군님께서 떠나라시는 날에 떠나겠습니다.》
《래일부터 당분간은 나와 함께 움직여야겠소. 곧 여기로 오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김하규만이 아니라 최고사령부작전지휘성원모두를 집무실로 부르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