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 회

26


최전연을 가까이 한 분계연선도로를 따라 까만 승용차 한대가 질주하고있었다. 그안에는 채취공업부문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있는 ㅇ광산으로 급히 찾아가는 리국철이 앉아있었다. 오늘 아침, 그는 이 광산의 양수기들이 뜻하지 않은 정황으로 하여 멎으면서 갱이 침수직전에 이르렀다는 긴급전화를 받았다. 속이 덜컥했다. 만약 그 갱이 침수되면 국가적으로 미치는 후과가 막대했다.

《무조건 갱을 살리시오.》

지시를 이렇게 하고 떠난 길이지만 속으로는 어쩔수 없다고 타산했다. 양수기들이 멎는 경우 분당, 초당 차오르는 물량을 그곳 광산로동자들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수 없기때문이였다. 또 하나의 아까운 광산이 침수되겠구나.

리국철의 벗어진 이마, 넓은 미간, 커다란 두눈가에는 불안감과 안타까움이 한데 뒤엉켜 짙게 떠돌고있었다.

갑자기 《빵-》하는 아츠러운 소리가 나더니 승용차뒤쪽이 한켠으로 약간 주저앉았다. 왼쪽뒤바퀴가 터진것이다. 승용차는 천천히 멎어섰다. 운전사가 차문을 열고 내렸다. 공구주머니를 꺼내며 예비바퀴를 갈아끼우자면 시간이 지체되여야 할것 같다고 했다.

리국철은 속에서 불이 일어 견딜수가 없었다. 차문을 열고 내렸다.

도로옆을 끼고 흘러간 군사분계선이 저 멀리 바라보였다. 그에게 있어서는 낯선 고장도 아니였다.

이때였다. 긴장한 나라의 정세를 말해주듯 도로옆을 따라 전투장구를 무겁게 휴대한 병사들의 긴 대오가 선두에 공화국기발을 휘날리며 행군해오는 모습이 바라보였다. 그와 행군대오 선두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와졌다. 병사들의 발걸음소리, 위장망을 씌운 철갑모, 땀에 젖은 얼굴들, 번쩍거리는 자동보총, 기관총, 발사관들이 그의 시선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병사들의 행군대오를 보아서인지 불현듯 여기 대덕산중대에서 군사복무를 한다는 리성이 생각이 났다. 혹시 하는 생각으로 행군해가는 병사들을 한명한명 여겨보던 그는 갑자기 눈을 흡떴다. 키가 좀 작을사 하면서도 담차보이는 한 병사의 옆모습이 신통히도 리성이처럼 보였던것이다. 착각일가? 아니면 현실일가? 눈을 끔벅거렸다. 병사가 자기쪽으로 얼굴을 좀 돌렸으면… 그는 앞방향만을 보며 헐떡헐떡 걷는 병사를 안타까이 주시했다. 틀림없었다. 그러나 아니면 어쩌랴싶어 몇걸음 다가가며 《혹시 리성이가 아니냐?》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제서야 그 병사가 자기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철갑모를 들어올리는데 그밑에 드러나는 빨갛게 익은 얼굴, 코밑에 난 보슴털, 총기 어린 두눈동자…

《큰아버지!》

리성이의 놀란 부르짖음…

《옳구나, 네가 옳아!》

리국철은 탄성을 올리며 다가가 리성이를 와락 품어안았다.

《어딜 가는 길이냐?》

상봉의 감정에 일순 포로된 그는 주위세계의 감각을 일시 잊고 리성이의 모습만 정신없이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집에 들렸을 때보다 얼굴은 축갔지만 키도 퍽 크고 자세는 의젓해졌다.

《행군훈련중이예요. 큰아버진?》

《출장중이다. 널 여기서 이렇게 만나다니…》

쉬임없이 옆으로 흘러가는 행군대오에서 자기네를 향한 병사들의 눈길을 느낀 리국철은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인차 생각이 안났다.

이때 마침 한 군관이 이들곁으로 다가왔다.

《중대장동지, 저의 큰아버집니다.》

젊은 중대장이 걸걸한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말을 건네며 거수경례를 했다.

리국철은 중대장의 두손을 덥석 잡았다.

《정말 수고합니다. 우리 리성이가 짐이 되진 않습니까?》

리국철의 물음에 중대장은 머리를 흔들었다.

《짐이 되다니요? 허허… 이젠 우리 장군님께서 아시는 쇠소리나는 병사로 자랐습니다.》

《뭘 그렇기까지야 하겠습니까.》

《이제 리성이의 말을 들어보십시오. 가만…》

중대장은 피뜩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나서 《신호수동무! 행군휴식나팔을 부시오.》 하고 뒤를 따라다니던 한 병사에게 명령했다. 곧 류창한 휴식나팔소리가 울렸다. 《10분밖에 시간이 없는데 그동안만이라도 만나보십시오.》

중대장은 이어 자리를 피해주었다.

이렇게 되여 리국철은 도로건너편 승용차가 서있는 뒤쪽에서 리성이와 마주앉았다. 리성이의 얼굴모습을 만족감속에 살피던 그는 이마에 상처자리가 가로질러간것을 발견했다.

《이마는 왜 그렇게 됐느냐?》

리성은 싱긋이 웃으며 제명산을 넘는 과정에 있은 일을 간단히 이야기하고나서 계속했다.

《군단장동지의 말에 의하면 장군님께서 저에 대한 보고를 받으시고 무척 대견해하셨대요.》

제명산을 통과하는 과정에 리성이가 발휘한 희생적인 이야기를 듣고난 리국철은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장하다. 장해! 산꼭대기에서 굴러내리는 돌을 막아섰다가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냐?》

《큰아버지두 참! 군사복무를 못해본것처럼 말하는군요.》

리성의 책망에 그는 가볍게 웃었다.

《큰어머니랑 누나랑 다 건강해요?》

《그래, 잘 있다. 우린 명절날 온 가족이 모여앉으면 자주 네 말을 한단다. 누나와 함께 산나물을 하러 갔다온 날 넌 이부자리를 오줌으로 적셔서 온 집안의 웃음거리가 되였댔지. 허허…》

리성은 그때 일이 생각나는지 뒤더수기를 긁적거리며 《큰아버진 언제적 이야기를…》하고 어줍게 웃었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저 멀리 바라보이는 제명산을 가리켰다.

《저기 저 산이 보이지요? 저래뵈도 막상 올라가보면 얼마나 험한지 모른답니다. 우린 행군훈련때마다 저 산을 넘군 해요.》

리국철은 리성이가 손으로 가리키는 산을 바라보았다. 몸을 붙이기조차 힘들어보이는 아찔한 천험의 산봉우리들이였다. 리성이가 저 산을 통과하는 과정에 장군님께서 아시는 병사가 되였다니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병사들은 저 산을 남패자에서 북대정자에로 이어진 그런 길로 여기고 넘군 해요. 나는 지금 날마다 정말 많은것을 배우고있어요.》

《그래 무엇을 배웠느냐?》

《그걸 다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어요. 다만 한가지만 실례들겠어요. 얼마전 우리 부대에서는 장군님의 명령에 따라 진행되는 안변청년발전소건설장으로 진출하는 전투원추천모임이 있었어요. 이날 모임에서 대덕산부대의 만기복무자들은 부모님들이 기다리는 고향, 불밝은 대학교정으로 가기 전에 안변청년발전소건설장으로 달려가 군사복무를 더 하겠다는 발기를 하고 자원진출하였어요. 당원돌격대를 조직해가지고 말예요. 세계적인 대자연개조공사장으로 전투좌지를 옮기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했어요. 한몸을 조국의 리익과 전진에 서슴없이 용해시키는 총멘 당원들의 헌신성, 량심, 의리를 말이예요. 우리 장군님께서는 바로 우리 군대의 이런 정신적기질을 굳게 믿으시고 혁명의 주력군으로 내세워주셨고 조국보위와 사회주의건설이라는 두 전선을 통채로 떠맡겨주신것이 아니겠어요.》

행군출발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랑랑히 울렸다.

《큰아버지, 그럼 잘 가세요. 내 걱정은 말구요.》

리성이가 힘있게 거수경례를 하고는 행군서렬을 짓는 중대를 향해 달려간다. 병사들이 어깨에 멘 총이며 전투장구들에서 절거덕거리는 소리가 그에게 류다른 정회를 불러일으킨다. 총, 총대, 주력군의 의미가 절로 깊어진다.

(아! 리성이가 저렇게 컸는가. 우리 군대는 고난속에서 더 강화되고있구나.)

…한시간후, 광산에 도착한 리국철은 희색이 만면해서 자기를 마중하는 지배인에게 성급히 물었다.

《갱이 어떻게 됐소?》

《마음놓으십시오.》

지배인은 마음을 놓으라고 했어도 리국철의 마음은 더더욱 성급해졌다.

《갱의 침수를 막았는가 말이요?》

《막았습니다. 장군님께서 키우신 훌륭한 우리 인민군대의 덕에 광산이 살아났습니다. 》

《인민군대? 가보기요. 앞서오!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소? 왜 보이지 않소?》

리국철은 성급해지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며 지배인을 들볶았다.

《그들은 방금전에 철수했습니다. 우리 로동계급의 성의도 마다하고 말입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이요?》

지배인은 리국철을 사무실로 안내하며 침수직전에 이르게 되였던 갱이 구원된 과정을 간단히 설명했다.

《갑자기 정황이 생기자마자 제일먼저 찾게 되는것이 인민군대더란 말입니다. 기사장동무가 탄 차가 인민군부대를 찾아 떠난지 30분쯤 지나 부대가 비상소집을 해가지고 여기로 달려왔습니다. 전투는 우리 광산이 아니라 인민군부대장이 총지휘했습니다. 나는 생명의 두려움도 모르는 인민군대의 정신적기질에 정말 놀랐습니다. 반했습니다. 세시간동안에 병사들은 나라의 억만금을 살려냈습니다.》

리국철은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심장이 박동쳤다.

김정일동지께서 전화로 하시던 말씀이 가슴을 쾅쾅 두드린다. 정말이지 인민군대를 혁명의 주력군으로 내세운 당의 의도에는 군인기질, 군인본때로 온 사회를 일신시키고 선도해나가며 조국보위와 사회주의건설까지도 다같이 밀고나간다는 깊은 뜻이 담겨져있었구나.

《지배인동무! 광산을 도와준게 구체적으로 어느 부대요?》

《대덕산부대입니다.》

《자, 그 부대로 갑시다. 로동계급의 인사도 있어야 할게 아니요.》

리국철은 광산사무실이 아니라 대덕산부대지휘부로 방향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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