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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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국대장과 함께 감나무중대에 도착한 야조브는 바다와 이마를 바투 맞대고있는 포진지를 돌아보았다. 왜서인지 그는 검푸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담배만 피웠다. 수평선우에 해빛이 부서져내리며 일렁이는 바다…

야조브는 국방상을 할 때 쏘련과 동유럽에 일떠선 사회주의진영을 제압하려는 미군주도하의 나토군과 대결하여왔다. 이때는 유럽땅덩어리 전체가 그의 작전지대속에 들어있었다. 왈다이언덕에서 시작되여 까스삐해로 흘러드는 볼가강, 붉은군대가 가장 많이 주둔하였던 동부도이췰란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를 통과하여 흑해로 흘러드는 두나이강, 드네쁘르강, 중부로씨야언덕에 발원지를 두고 아조브해와 손을 잡은 돈강이며 드네스뜨르강, 라인강, 그와 련결된 바다와 대륙깊이 들어온 만들, 해안선, 섬들과 이 모든 지역에 배치된 군대, 전략적인 핵과 미싸일기지들, 무장장비들은 야조브와 련관되지 않은것이 별로 없었다. 지금 바라보고있는 조선동해와 련결된 망망한 태평양도 마찬가지였다. 원동군 관구사령관을 할 때 원동군의 사명의 하나는 조선전쟁발발시에 동원되게 된 미8군과 미태평양함대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주시하는것이였다. 조선의 위기이자 곧 쏘련의 위험으로도 되기때문이였다.

이제는 태평양전역과 괌도, 하와이를 포함한 미군, 일본군, 남조선괴뢰군을 비롯하여 다국적군의 무력을 연약한 이곳의 처녀병사들을 포함한 조선군대의 힘만으로 감당해야 할 정황으로 급변했다. 사실 그는 이 녀성해안포진지에 도착하기 전만 하여도 감나무중대라고 세상에 공개된 이곳이 제2차세계대전시기의 브레스트요새와 같은 피의 연혁이 깃들어있는 곳이 아니면 놀라운 무기가 배비되여있는 군사적요충지일것이라고 짐작했었다. 그렇기때문에 군사비밀상 《감나무중대》라는 모자를 씌워놓았다고 군사가다운 감각으로 판단했다. 실지로 와보니 자기 나라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해안포에다 그 포를 다루는것은 애티나는 처녀병사들뿐이다. 그외에 더 다른것은 찾아볼래야 찾아볼수 없었다. 어떻게 되여 조선에서는 한개 녀성해안포병중대밖에 없어보이는 이곳을 그리도 중요시할가? 의문이 풀리지 않아서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던 야조브는 현진국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한 녀병사를 만나보고싶습니다.》

현진국은 1포진지, 방금 야조브가 돌아본 곳으로 그를 데리고 다시 다가갔다. 처녀병사들이 노래를 부르며 포정비를 하고있었다. 노래의 선률이 귀에 익어서 가만히 음미해보니 언젠가 수도로 지나가는 군용차우에서 군인들이 부르던 그 노래였다.

(역시 《당신만 있으면 우리는 이긴다》는 노래를 부르는군.)

처녀병사들은 야조브가 다가오자 차렷자세를 취했다. 눈에 들어오는 한 녀병사와 시선을 맞추었다. 앵두빛얼굴, 부드러운 살결, 이미 약크림에 대한 일화는 듣고왔어도 다시 묻고싶었다.

《병사동무, 살결이 매우 부드럽습니다. 바다바람이 세찬데 트지 않습니까?》

스무살쯤 나보이는 녀병사는 얼굴모양이 갸름하고 몸매가 쭉 빠진데다 눈생김이 어여뻐서 야조브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실은 얼굴이 텄댔습니다. 그런데 우리 장군님께서 사랑의 약크림을 보내주신 후 심술꾸러기 바다바람이 지고말았습니다.》

녀병사는 새물새물 웃으며 말도 재미나게 한다.

《방금 노래를 불렀는데 어떻게 되여 조선에서는 어딜가나 그 노래를 사랑하며 즐겨부르오?》

《장군님은 우리의 승리이고 운명이시기때문입니다.》

《만약 미제의 제7함대소속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가 백여대의 함상전투기들과 각종 미싸일을 탑재하고 저 앞바다에 기여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처녀병사의 눈빛은 예지롭게 빛났다.

《일당백의 정신으로 끝까지 싸워 이기고야말겠습니다.》

《그러니 병사동무에게도 혼자서 백을 당할 그런 힘이 있다. 그 말입니까?》

녀병사는 생긋이 웃었다.

《그렇습니다.》

야조브는 처녀병사가 기특했지만 허공에 뜬 말을 하는것 같아서 넌지시 한마디 했다.

《저 포를 가지고 항공모함과 싸워 어떻게 이긴단 말입니까? 병사동무는 자기를 정도이상으로 표현한다고 생각되진 않습니까?》

녀병사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원수동지는 1968년도에 민간해양연구선으로 가장하고 여기서 멀지도 않은 저 앞바다에까지 기여들었다가 나포된 미태평양함대소속 무장간첩선인〈푸에블로〉호의 선원들과 전선동부 우리측 상공에 날아들었다가 격추된 무장직승기에 탔던 미군비행사가 두손을 들고 벌벌 떠는 모습을 보셨습니까?》

야조브는 잠시 어안이벙벙해졌다. 지휘관도 아니고 또 남성군인도 아닌 가장 평범한 녀성해안포병의 입에서 이런 엄청난 질문이 튀여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던것이다.

《봤습니다.》

《우리 나라보다 덩지가 큰 미국땅이라고 해도, 아무리 핵무기와 항공모함, 핵잠수함이 많은 미군이라고 해도 그것을 다루는 놈들은 다 제 목숨부터 먼저 생각하며 항복서를 쓰는 비겁쟁이, 정신적거지들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민군병사들은 조국의 운명, 우리 장군님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총폭탄이 되여 그놈들의 본거지로 날아가 터질 각오로 충만된 정신적갑부들인데 일당백이 아니고 뭡니까?》

《정말 훌륭합니다.》

야조브는 정신력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자기에게 안겨준 녀병사를 칭찬해주고나서 잠시후 중대교양실에 들어서며 녀성중대장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약크림과 창문, 사진첩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 고맙겠습니다.》

녀성중대장은 사랑의 약크림과 사진첩소리가 나오자 신이 나서 중대사무실로 뛰여들어갔다. 야조브는 교양실의자에 앉아 중대장이 가져온 약크림과 중대사진첩, 개인사진첩을 뒤적이며 중대장의 이야기속에 깊숙이 잠겨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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