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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 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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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이 부실 정도로 복스럽게 생긴 처녀의 자태를 다시 보고 또 본 순간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인간생활에서 결혼처럼 중대사변이 없다. 가정의 행복도 결혼으로부터 시작되기때문이다. 하기에 그 누구를 막론하고 사랑의 문어귀에 이르면 생활의 기준자를 가지고 서로의 인간됨을 가늠해본다. 그것을 탓하는 사람도 없다.

일개인의 최대의 리익에 속하는 사랑을 숭고한 시대의 륜리속에 용해시킨 처녀, 얼마나 돋보이는가.

그러나 나는 도리질을 했다. 사람이 렴치가 없어도 분수가 있지 두 다리가 없는 내 처지에서 어떻게 저리도 어여쁜 처녀의 앞날을 어둡게 할수 있단말인가.

(명철동무, 난 절대로 승인할수 없소.)

나는 모질다고 느껴질 정도로 공민증을 처녀앞에 내밀었다.

《이걸 가지고 당장 돌아가시오.》

《그러니 리혼하자는겁니까?》

처녀는 동그스름한 얼굴에 그늘을 담았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리혼이라니? 내가 언제 동무와 결혼이라도 했습니까?》

처녀는 당돌했다.

《고마운 우리 사회주의제도는 우리의 결혼수속을 도덕적으로 승인했습니다.》

《도덕? 처녀동무! 도덕에 대하여 함부로 말하지 마시오. 우리 나라는 자기부터 먼저 생각하는 그런 인간들이 사는 나라가 아닙니다. 나부터 먼저 생각하며 동무를 우리 집 처마밑으로 들어서게 할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 오빠와 소대장동지를 살리기 위해 한몸을 들이댄것도 저하나를 위해선가요?》

《그건 특수한 경우요. 분초를 다투지 않았습니까?》

처녀의 마음은 더없이 뜨거웠다.

《오빠는 말해주었습니다. 그처럼 짧은 순간에 동지를 먼저 생각하며 몸을 내대는 바로 그것이 진짜 전우라고 말입니다. 일상적으로 동지를 위해 자기를 깡그리 바칠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난 그런 요란한 사람이 못됩니다. 그러니 돌아가십시오.》

《경국동지, 전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값진 재부는 무엇일가? 그건 진실이고 진심이예요. 전 바로 생사를 다투는 그 위급한 순간에 발휘된 동지의 그 진심을 믿고 찾아왔습니다. 그이상 제가 뭘 더 바라겠습니까.》

아, 저리도 아름다운 처녀가 나의 곁으로 오다니…


×월 ×일

감정제대되여 의족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왔어도 할일이 없었다. 집가까이에 영예군인들을 위한 일터가 없었던것이다.

깊이 생각하던 끝에 원래 살던 집을 떠나 영예군인철제일용품공장을 가까이하고있는 새로운 고장으로 이사를 가며 소대장동지를 생각했다.

(소대장동지! 이사를 가면서도 새 집주소를 전하지 않는 부하의 심정을 너그러이 리해해주십시오.)

나는 마을사람들에게 부대에서 누가 찾아오든가 편지가 오면 절대로 우리 집주소를 알려주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월 ×일

오늘은 우리 딸 연금이가 인민군대에 나가는 날이다.

아들이 태여나기를 그리도 바랐건만 치마를 입은 딸이 생겼다. 그랬어도 나는 일당백의 고향, 내 삶이 꽃펴난 고향에 대를 이어 딸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나는 딸을 키우는 전기간 대덕산을 삶의 넋으로 안고 살도록 하기 위해 애썼다. 연금이에게 자랑기가 많고 이 아버지가 영예군인이라는것을 턱대면서 언제인가 식료상점에 가서 물고기를 더 받아온 날 나는 정말 생각이 깊었다. 그래서 딸의 수양을 위하여 내가 전우들을 위해 위급한 순간 이 한몸을 내댄 사실만은 말해주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연금이가 확실히 달라지는게 알렸다.

연금이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체육대학에 가고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내 뜻을 따랐다.

군복을 입은 딸이 일터에까지 찾아와 초소로 떠난다며 제법 거수경례를 하는 날에는 참으로 감회도 깊었다.

《연금아, 훌륭한 병사가 되거라. 바람이 아무리 세차도 뿌리를 든든히 박은 나무는 넘어지지 않는 법이란다.》


×월 ×일

나는 오늘 장군님의 표창장을 받았다.

저 멀리 대덕산을 바라보며 딸과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연금아, 이 아버지가 장군님의 표창장을 받았다. 네앞에, 대덕산앞에 떳떳이 살고싶은 마음을 안고 원군을 했을뿐인데 또 이렇게 크나큰 사랑과 믿음을 받아안았구나.

너는 최전연초소에서, 나는 여기 후방에서 우리 장군님을 받들어 더많은 일을 하자.)


×월 ×일

딸이 출장중에 집에 들렸다.

연금이를 사랑한다는 그 대대장이 바로 나의 옛 소대장인 김하규동지의 셋째아들이라는것을 알게 된 나는 몹시 놀랐다.

나는 이들의 사랑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생각했다.

60년대에 그 시작점을 둔 아버지들의 정신적지향이 같았기때문이다.

나는 딸의 사랑을 허락해주는 그날에도 내가 김하규동지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내 딸과 대대장의 사랑이 대덕산과 운명을 같이하는 길에서 정과 뜻으로 진실하게 맺어지기를 바래서였다.

연금이가 경애하는 김정일동지를 중대에 모신 날 《제가 바로 어제날의 옛 대덕산부대의 병사 김경국의 딸입니다.》 하고 보고드리는 영광의 시각을 마중한다면 그이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


김광훈은 색바랜 로병의 일기장을 보고 또 보며 하냥 눈길을 떼지 못했다.

연금이의 아버지가 대덕산과 더불어 어떻게 삶을 빛내이였고 또 연금이가 어떤 가정의 토양속에서 성장했는가 하는 의리의 세계가 뜨겁게 안겨왔던것이다. 연금이가 왜 우리 아버지와 자기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하여 지금까지 알지 못했는지 그리고 군사복무를 왜서 더하려고 하는지 그 마음이 가슴뜨겁게 느껴졌다.

때마침 아빠트밑에서 경적소리가 울리더니 간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김경국이 방에 들어섰다. 김광훈은 벌떡 일어서며 거수경례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때 연금이의 어머니가 광훈이에 대하여 소개했다.

《아니, 그럼…》 김경국은 두눈을 끔벅끔벅하다가 반색을 했다.

《그럼 김하규동지의 아들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김광훈은 와락 다가서며 김경국의 손을 잡아쥐였다.

눈가에 눈물이 핑 고여올랐다.

《정말 너무하십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 아버지한테 소식 한장 없이…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찾은줄 아십니까?》

김경국은 빙그레 웃으며 광훈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만나니 더 의의가 깊지 않소? 허허허…》

김광훈은 저 멀리 대덕산부대에 있는 연금이의 얼굴을 눈앞에 떠올리며 나직이 뇌였다.

(연금동무!

장군님께 드리는 기쁨속에서 인생의 참된 행복을 찾으려는 동무의 그 정신의 밑뿌리를 너무도 뒤늦게 알아서 정말 미안하오. 전세대들의 모습에서 나는 장군님과 뜻도 운명도 함께 하는 참된 지휘관의 풍모를 갖추자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똑바로 알았소.

연금동무! 나도 동무처럼 대덕산을 이 가슴에 소중히 안고살면서 우리의 총대를 일당백으로 강화하는 길에 한생을 떳떳이 바쳐가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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