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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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식은 머리를 번쩍 쳐들고 새로운 결의를 담아 이렇게 말씀드렸다.

《장군님! 지금 새로 설계하는 종합훈련장부터 병사들가까이로 바싹 접근시키겠습니다.》

《훈련거점을 부대가까이로 옮기는것도 물론 중요하오. 그러나 병사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복무할수 있는 종합훈련장을 최첨단의 요구에 맞게 혁신적안목으로 새로 잘 건설하는 사업은 더 중요하오. 정보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미제의 전략을 짓부시고 군사과학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오늘의 추세에 맞게 훈련을 고도로 과학화할수 있는 방도도 동시에 찾아야 하오. 그렇지 않고서는 현대작전과 전투를 능숙히 조직진행할수 있는 싸움군들을 훌륭히 키워낼수 없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자리에 앉으시였다. 열정에 넘친 어조로 손세를 써가시며 계속하셨다.

《나는 동무들이 이미 계획한대로 전군의 본보기로 될수 있는 훈련방안과 훈련거점, 다시말하여 현대전에 능숙히 대처할수 있는 전투성이 보다 철저히 구현된 본보기훈련방안, 훈련을 과학화할수 있고 그 리용률도 최대로 높일수 있는 현대적인 최첨단종합훈련장을 하루속히 완성하길 바라오. 그러되 병사들이 아무런 불편도 모르고 훈련에만 열중할수 있게 하는데 모를 박으시오.》

이 순간 장대식은 모든 문제들에 명확한 선이 그어지고 제명산통과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훈련방안과 새 종합훈련장건설방향이 환히 안겨왔다. 지금껏 없던 배심도 생겼다.

아! 그러고보면 대덕산가까이에서 산다고 하여 그 사상을 받들고 집행하는데서 남보다 앞장에서는것은 결코 아니였구나!

부끄러웠다. 진정 부끄러웠다. 병사들이 이러한 나를 안다면 얼마나 실망해하겠는가.

《수령님께서 제시하신 〈일당백〉구호를 관철하는데서 또한 중요한것은 중대강화문제요. 나는 군단장동무가 대덕산중대를 전군의 본보기중대로 준비시키기 위한 사업도 동시에 틀어쥐고 밀고나가기를 바라오. 물론 그렇게 하고있겠지만…》

《알았습니다.》

《신입병사훈련을 맡은 박창걸련대장동무가 요즘 일을 어떻게 하고있소?》

《누가 보건말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싸움준비완성을 위해 깨끗한 량심을 묵묵히 바쳐가고있습니다.》

《보시오. 사람은 그렇게 명백한 지지점을 안고살아야 한생 변함이 없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어 화제를 돌리시였다.

《이번에 주도성동무가 알아본데 의하면 동무가 김하규동무의 아들에게 소개해준 김연금이라는 처녀가 누군줄 아오? 김하규동무의 생명의 은인인 김경국이라는 영예군인의 딸이였소.》

그이께서는 광훈이와 연금이 사이에 금이 가게 된 사연에 대하여 간단히 이야기하시고나서 계속하시였다.

…자본주의세계에서는 황금에 따라 인간의 사회적지위와 가치가 규정되고있다. 그래서 돈을 위해서라면 도덕도 의리도 량심도 모르며 지어 혈육의 생명까지도 서슴없이 해치는 현상이 나타나고있다. 우리가 적들보다 위력한것은 김경국이와 같이 가장 위급한 순간에 목숨도 서슴없이 내대여 동지들을 구원해주고도 오히려 그들의 혁명사업에 사소한 지장이라도 줄세라 자기를 숨기고 사는 그런 높은 인격의 소유자들로 우리 대오가 이루어져있기때문이다. 노래에도 있듯이 가는 길 험난하다 해도 시련의 고비를 넘을수 있는것도 당과 군대가 혈연적인 관계로 굳게 결합되고 사상도 뜻도 운명도 함께 하는 이런 전우들의 마음이 든든한 성벽의 성돌처럼 축조되여있기때문이지 결코 방사포가 많아서가 아니다.…

《그들의 관계가 보다 뜨거운 리해로 풀리게 하는 지름길이 있소. 광훈이에게 일거리를 주어가지고 갈산영예군인철제일용품공장으로 보내여 연금이 아버지의 진심을 깊이 알게 하는거요. 내가 보고받은데 의하면 기계설비가 그쯘한 그 공장에서 인민군대를 돕는 사업을 통이 크게 아주 잘한다고 하오. 인차 시작하게 될 새 종합훈련장건설에 필요되는 훈련기재도 창안기재를 착상하는데서 기발한데가 있다는 광훈이한테 임무를 주어 연금이 아버지가 다닌다는 그 갈산영예군인철제일용품공장에 보내면 많은 도움을 받을수 있을거요.》

장대식은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여들어가고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과연 나에게 전우를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다고 볼수 있는가. 전우를 도와준다고 하면서 광훈이와 연금이에게 서로 만나보라고만 한 다음 무관심하다나니 결과가 어떻게 되였는가. 결국 그 짐을 나라일로 그처럼 바쁘신 장군님의 어깨우에 얹어드렸다.

(아! 그이는 정녕 우리모두의 최고사령관동지이시기 전에 온 나라 가정의 다심한 아버지이시구나. 김하규동무! 우린 정말 행복한 전사들이요.)


그가 탄 승용차는 곧 출발했다. 시내를 벗어나자 봄기운이 완연한것이 새삼스럽게 감각되였다. 길옆의 가로수와 멀리 보이는 산기슭의 나무들에도 봄물이 오르는것이 알리고 들판에서는 아지랑이가 아물거린다. 사나운 겨울을 이겨낸 이 땅우에 봄이 오고있는것이다.

장대식은 생각깊은 눈길로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내가 정녕 지휘관자격이 있는가.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여 병사들을 위해 바치는 사랑도 없이 땅크처럼 내밀기만하다니… 자기 사업의 확고한 기준도 없는 사람, 병사들에 대한 심장이 뜨겁지 못한 사람의 직무가 높아지면 사업에서 기필코 부조화가 일어나는 법이다.

가슴이 쓰렸다. 지금까지 대덕산이 안고있는 숭고하면서도 뜨거운 사랑의 깊이를 다 모르다나니 시대의 요구에 얼마나 뒤떨어졌는가. 병사들에 대한 사랑과 요구성, 바로 여기에서 지휘관의 자질이 나타나는 법이다. 내 다시는 장군님께 근심을 드리지 않으리라.

장대식은 운전사에게 낮은 어조로 말했다.

《대덕산으로 곧추 나가기요.》

《알았습니다.》

불현듯 뇌리를 때리는 생각이 있었다.

《아니, 군단병원에 먼저 들렸다가기요.》

《대덕산으로 곧추 가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가야지. 하지만 병원에 들려서 병사들에게 사죄할 일이 있어서 그러오.》

《아니, 군단장동지가 뭘 잘못했다고 병사들앞에서 사죄까지 한단 말입니까?》

《동문 다 몰라. 난 그 병사들앞에 죄를 져도 아주 큰 죄를 졌소. 가만, 빈손으로야 병원에 입원한 병사들을 찾아갈수 없지.》

승용차는 두시간후에 군단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직일관의 보고를 받으며 병원구내를 둘러보던 그의 눈길이 운동장 한쪽에 서있는 군단정치위원의 차에 멎었다.

저 차가 여길 어떻게 왔는가고 병원직일관에게 물으니 강창운이 제명산을 넘다 탈수로 쓰러진 병사들과 리성이에게 면회를 왔다고 하였다. 장대식은 코마루가 시큰해왔다.

역시 나보다 한걸음 앞선 인간이구나. 장군님께서 정말 좋은 정치일군을 보내주셨다. 무엇이라 이름할수 없는 충격으로 하여 가슴이 후더워졌다. 때마침 입원실쪽에서 강창운이 걸어나왔다. 푸수하고 텁텁하게 생긴 그는 장대식을 보자 급히 마주 걸어오며 먼저 거수경례를 했다.

《정치위원동무! 난 장군님을 만나뵙고서야 일당백이자 곧 병사들에 대한 가장 뜨거운 사랑이라는것을 내 사업의 확고한 기준점으로 받아안게 되였습니다.》

장대식으로부터 이번에 진행한 훈련을 놓고 김정일동지께서 어떤 가르치심을 주셨는가 하는것을 전달받은 강창운은 두눈을 슴벅이며 감심해서 말했다.

《나 역시 정말 크나큰것을 받아안았습니다. 아무리 정황에 맞는 정치사업을 한다 해도 병사들에 대한 사랑을 떠나서는 훌륭한 성과를 거둘수 없다는것을 말입니다.》

《나는 늦게나마 병사들을 만나 사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소.》

《됐습니다. 그 사죄는 내가 이미 했습니다.》

《난 나대로 할것이 따로 있소.》

장대식은 병사들을 위해 준비한 음식들을 손에 직접 들고 입원실쪽을 향해 씨엉씨엉 걸어갔다.


…남편과 자식을 가진 녀인들에게 있어서 저녁은 기다림의 시간이다. 자식들 시집장가를 다 보내고 내외간이 사는 녀인들의 경우에는 남편에 대한 기다림이 더 강렬하다.

장대식의 안해 박선영도 가정을 이룬 후부터 오늘에 이르는 수십년세월 다른 녀인들과 마찬가지로 저녁마다 기다림속에 살아왔다. 박선영은 이밤따라 더더욱 남편이 기다려졌다. 큰 훈련을 끝내고 평양으로 올라갔으니 자연 그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지 은근히 기다려졌던것이다. 박선영은 밥그릇을 가마목에 놓고 국이 식었는가 보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벽시계를 올려다보니 벌써 밤 열시가 넘었다.

(또 늦어지는구나.)

온몸이 별로 노곤해진다. 그는 반짇고리를 끄당겨놓고 안변청년발전소건설장에 보낼 장갑을 깁기 시작했다. 군단지휘부안의 군인가족들이 원호물자를 가지고 안변땅에 갔다오기로 한것이다. 솜을 두툼히 넣고 시침을 해나가는데 집앞으로 흘러내리는 시내물소리가 이밤따라 류달리 유정하게 들려온다. 문득 문밖 집짐승우리에서 꿀꿀거리는 돼지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에그, 저런 먹새들이라구야.)

박선영은 시침하던 장갑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집에서 네마리의 돼지와 스무마리의 토끼, 수십마리의 닭을 기른다. 이 많은 집짐승들이 그를 온 하루 팽이처럼 돌아가게 한다. 건강상태는 그닥 시원치 못해도 집짐승기르기에서는 결코 남한테 뒤지지 않는 박선영이였다. 군단지휘부가족들은 1년에 한번씩 군인회관에 모여앉아 그해 고기생산정형에 대한 총화를 한다. 그때마다 남편은 어김없이 참가하군 했다. 만약 고기생산에서 내가 남보다 뒤진다면 남편이 회의장에 어떻게 얼굴을 들고나올수 있겠는가. 중학교 문학교원이였던 그에게 있어서 집짐승기르기가 처음에는 무척 힘이 들었던것만은 사실이였다. 이제는 미립이 트이고 경험도 생겨 돼지, 염소, 토끼, 닭, 오리 등 그 어떤 집짐승기르기도 자신이 있다.

방을 나선 그는 집 한쪽옆에 있는 집짐승우리로 갔다. 인기척을 느낀 여러마리의 중돼지가 벌써 밤참을 주러 나온다는것을 알고 겨끔내기로 꽥꽥 소래기를 지른다. 집짐승우리옆에는 돼지물을 끓이는 큰 가마가 걸려있다. 이 가마안에서는 밤낮으로 돼지물이 끓으면서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돼지먹이를 주고난 그는 옆에 있는 크지 않은 토끼동산으로 갔다.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던 토끼들이 선영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그앞에 오구구 모여들었다. 토끼는 하루에 자기 몸무게만큼 먹는다고 한다. 낮이건 밤이건 무한정 먹어댄다. 토끼동산앞에 세운 덕대우에는 말린 시래기, 콩깍지, 칡넝쿨, 마른풀이 가득하다. 초저녁에 물을 뿌려놓았으니 눅눅한게 먹이기가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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