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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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서 왜 나를 갑자기 부를가?)

전화를 받은 첫순간 장대식의 둥그런 얼굴, 활 벗어진 이마에는 짙은 의문이 어렸다.

그린듯이 앉아 숱진 눈섭을 꿈틀거리며 이번 훈련 전기간에 있은 일들을 한줄기로 련결시켜보았지만 별로 흠잡을것이 없어보였다. 굳이 찾아본다면 탈수환자 몇명과 타박상환자 한명이 생긴것인데 증강한 보병련대의 전술연습과 같이 비교적 규모가 큰 훈련을 하느라면 십분 있을수 있는 현상이 아니겠는가. 한개 련대의 행군훈련시간을 전반적으로 1시간 15분 앞당긴다는것이 간단한 일인가.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 군정배합도 훈련을 중심에 놓고 잘되였다는 객관의 목소리도 울리고있다. 혹시 이제 있게 된다는 훈련총화때 경험토론을 시키기 위해 나를 미리 부르는것은 아닌지? 장군님의 관심속에 진행된 훈련이였기때문에 그러한 말이 오고간것도 사실이였다.

총참모부에 도착하여 현진국대장을 만난 다음에야 그는 김정일동지께서 자기를 몸가까이 불러주셨다는것을 알고 은근히 긴장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최전연에서 온 장대식을 위해 점심식사를 마련하시였다. 여느때없이 수척해지신 장군님의 존귀하신 모습을 아픈 마음으로 우러르던 장대식은 그이께서 이끄시는대로 소박하게 차린 음식상앞에 다가가앉다가 그만 와뜰 놀랐다. 자기앞에는 흰쌀밥이 놓여있는데 김정일동지앞에는 죽공기가 놓여있었던것이다. 그는 믿어지지 않아 눈을 흡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였다. 이름할수 없는 충격으로 하여 눈시울이 떨렸다. 그의 심중을 헤아려보신듯 장군님께서는 부드럽게 웃으시며 앞에 놓인 죽공기를 내려다보시였다.

《난 원래 아침식사를 죽 한공기에 김치물 한고뿌로 하군 하오. 오늘은 일이 바쁘다나니 아침 겸 점심이 되고말았소.》

장대식은 목이 꽉 메여와 더 말을 못하고 눈만 슴벅이다가 불덩이같은것을 애써 삼켰다.

《장군님! 아무리 일이 바쁘셔도 식사시간만은 꼭 지켜주십시오.》

그러는 그의 젖은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있었다.

《알겠소. 손님에 대한 최대의 봉사는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대접하는것이라고 했는데… 어쩌겠소. 온 나라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어렵게 사는 이때 우리라고 색다른 음식을 들수야 없지 않소. 그래서 동무에게 나라없던 그 세월 찰떡때문에 생긴 가슴아픈 상처가 있다는것을 알면서도 야전식으로 간단히 준비하게 했소.》

망막이 뿌잇해졌다. 그이께서 자기의 유년시절에 생긴 가슴속 피멍을 이렇듯 뜨거운 마음으로 헤아려주실줄은 상상도 못했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점심식사가 끝나자 대기실에서 장대식과 마주앉으셨다.

《나는 전번 종합훈련장을 시찰하던 날 이 어려운 때 고향자랑으로 들끓던 병사들의 랑만에 찬 모습에서 큰 고무를 받았소. 주도성동무가 제출한 문건을 통하여 리성병사가 세운 위훈에 대하여서도 잘 알게 되였소. 초소근무수행에서도 그래, 위급한 순간 동지들을 위해 한몸을 서슴없이 내대는데서도 그래 얼마나 성실하고 기특한 병사요. 이번에 입은 부상때문에 군사복무에 지장을 받을것 같진 않소?》

병사의 부상을 두고 앞날까지 걱정하시는 김정일동지의 사려깊은 말씀에 장대식은 가슴이 쿵 울리는것을 느꼈다.

그는 목메인 소리로 겨우 대답올렸다.

《일… 없을것… 같습니다.》

《탈수환자들은?》

《탈수환자들도 일정한 기간 영양보충을 해주면 인차 일어날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쏘파에서 일어나시더니 대기실안을 천천히 거니시였다. 한걸음 또 한걸음… 사색을 안고 옮기시던 걸음이 뚝 멎었다.

《모든 훈련을 가장 극악하고 어려운 조건에서 강도높게 진행해야 전투에서 피를 적게 흘리오. 력사적경험은 훈련되지 못한 군대는 아무리 무기가 월등하고 전투기술기재가 훌륭해도 패전을 면할수 없다는것을 보여주었소. 이런 의미에서 놓고볼 때 제명산을 통과훈련장소로 그리고 이번 훈련때 48련대의 공격방향으로 정한것은 싸움준비를 다그치는데서 아주 훌륭한 발기라고 나는 생각하오.

그러나 나는 결코 군단장동무를 칭찬만 하기 위해 부른것은 아니요.》

김정일동지의 부드럽던 어조, 다심하신 눈가에는 점차 엄한 빛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수령님께서는 우리 병사들이 누구나 일당백이 되여야 한다고 하시였소. 이것은 우리 병사 한사람이 적 백, 천놈과 맞서싸워 이겨야 한다는 말씀이시오. 그런데 그 백, 천을 감당해야 할 우리 병사가 이번 훈련에서 몇명이나 쓰러졌소. 이것을 철저히 승리한 전투라고 볼수 있겠는가? 어떻소, 군단장?》

《장군님, 저는… 그렇게까지는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장대식은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 큰 훈련을 하느라면 수많은 인원과 륜전기재를 포함한 무장장비들이 거의 동시에 움직이기때문에 전혀 예견할수 없었던 정황들에 부딪쳐 이런저런 일들이 의례히 생길수 있다고만 생각해온 그였다.

증강한 보병련대의 전술연습과 같이 비교적 큰 범위의 훈련을 하면서 자그마한 사고도 없게 한다는것이 말처럼 쉬운 일인가. 이것이 오랜 세월 훈련을 집행해오는 과정에 굳어진 그의 습벽이였다. 그런데 장군님께서만은 지휘관들이 훈련과정에 능히 나타날수 있다고 본 문제까지도 어떻게 대하시는가.

그는 자신에게 스스로 아픈 매를 들지 않을수 없었다.

《수령님께서 제시하신 〈일당백〉구호속에는 병사 한명이 적 열놈, 백놈을 타승할수 있게 준비되여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우리 지휘관들이 병사 한명한명을 적 백놈, 천놈과도 바꿀수 없는 귀중한 동지로 여겨야 한다는 사랑의 마음이 뜨겁게 담겨져있소. 깊이 생각해보오. 그런 사랑, 그런 믿음도 없이 요구성 하나만으로 어떻게 혼자서도 적 백놈을 당할수 있는 정신육체적힘을 키울수 있겠소?》

화로불을 들쓴듯 전신이 확 달아오른 장대식은 얼굴을 숙이고 몸둘바를 몰라했다. 이러는 그를 바라보시며 장군님께서는 뜨거운 어조로 계속하시였다.

《사랑을 떠난 훈련, 사랑을 떠난 정치사업은 높은 성과를 기대할수 없소. 나는 인민군대를 혁명의 주력군으로 내세우면서 지휘성원들부터가 사상과 문화는 물론 사업기풍과 병사들에 대한 사랑에서도 사회의 본보기가 되여 선구자적인 역할을 수행할수 있게 먼저 준비할데 대한 과업을 제시하였소.

그러자면 인민군대안의 지휘관, 정치일군들부터가 가장 뜨거운 심장을 지닌 실천가형의 인간본보기가 되여야 하오. 그런데 보시오, 이번 훈련에서 얼마나 가슴아픈 일들이 생겼소?

증강한 보병련대의 전술연습방안을 검토할 당시 제명산릉선의 지도상거리가 얼마였소?》

《20km였습니다.》

《실지 거리는 얼마요?》

《그보다 더 멉니다.》

장대식은 점점 속이 옥죄여들었다.

《훈련을 앞두고 제명산을 먼저 넘어본 훈련일군이 있었소?》

《없습니다.》

《보시오. 앉은자리에서 타산한 거리와 실지거리, 자연지리적인 험악성이 병사들의 육체적인 준비정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가산률, 행군과정에 올수 있는 탈수, 사고요소, 행군시간 등 행군계획을 과학화하는것도 병사들에 대한 사랑이 안받침되여야 하는거요. 병사들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현상은 또 어디서 나타났는가? 내가 군단종합훈련장에 찾아갔던 날에도 말했지만 훈련장소가 병사들과 멀리 떨어져있는데도 혁명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것이요. 왜 그런 현상들이 나타났는가? 동무는 이것을 심중히 돌이켜보아야 하오.》

장대식은 가슴이 미여지는듯 했다. 실지로 지난 기간 병사들을 어떻게 대해왔는가? 그저 지시하고 명령하고 그들을 하루빨리 싸움군들로 키워야 할 나의 부하들로만 생각지 않았던가. 진정 그들을 친자식처럼 아니, 친자식보다 더 귀중한 나의 동지들로 여겨왔던가. 병사들을 위하시는 장군님의 마음이 활화산처럼 한계를 모르는 사랑이라면 내 가슴은 불없는 작은 난로와 같았구나. 바로 이 가슴에 사랑의 불을 지펴주시려 장군님께서 그토록 바쁘신 속에서도 몸소 이 자리를 마련하신것이 아닌가. 그러고보니 이동전개된 부대들과 종합훈련장의 거리가 멀리 떨어졌다는것을 알면서도 혁신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한 원인이 스스로 느껴졌다. 종합훈련장과 부대의 거리를 좁히기 전에 병사들과 나 사이에 멀어진 그 간격부터 없애야 한다.

장군님식 병사관을 따라배워야 한다!

장군님처럼 심장이 뜨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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