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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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 성과적으로 끝나자 대덕산중대에 내려간 주도성은 중대사무실에서 군관들과 마주앉았다.

《중대에 걸린것이 있으면 제기하오, 아무것이나 다…》

먼저 일어난 중대장 최식이 단마디로 대답했다.

《없습니다.》

《깊이 따져보고 대답하시오. 이건 매우 심중한 문제요.》

얼굴이 감실감실한 중대정치지도원이 련이어 일어섰다.

《중장동지, 우리 대덕산중대 병사들은 사랑과 믿음의 제일봉에서 삽니다. 우리들의 말이 믿어지지 않으면 병사들을 만나보십시오.》

주도성은 병실로 찾아갔다. 병사들의 대답도 군관들과 같았다. 주도성은 장군님께서 주신 과업을 다시 생각해보며 병실, 교양실, 식당, 취사장에 이어 전술훈련장, 감시소, 방어진지, 양수장설비에 이르기까지도 곳곳을 다 돌아보았다. 총적으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 대덕산중대는 인민군대의 본보기 중대다. 대덕산은 싸움준비, 생활기풍 등 모든 면에서 시대앞에 높이 솟아올라온 나라에 대고 자기 모양새를 닮으라고 소리칠만한 일당백의 성새이다.

인민군대를 강화하는데서 대덕산중대가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과 관련된 장군님의 사상을 심어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대덕산을 떠난 주도성은 김정일동지께서 주신 마지막과업을 집행하기 위해 김연금이가 있는 녀성기관총중대로 찾아갔다.

연금은 교양실에 홀로 앉아 이번 증강한 보병련대의 전술연습에 배속되여 《적》 비행기와의 싸움에서 모범을 보인 중대의 위훈자료를 전투기록장에 정리하여 새로 오게 될 정치지도원에게 인계하여줄 준비를 하고있었다.

자기때문에 한 장령이 일부러 시간을 내여 찾아왔다는것을 안 그는 너무도 뜻밖이여서 얼굴을 싸쥐고 한동안 흐느껴울었다. 장군님의 세심한 사랑으로 이어진 길이라는것을 어느 사이엔가 느꼈던것이다. 마음의 문을 활 열어놓고 자초지종을 터놓는 김연금이의 이야기를 통하여 주도성은 많은것을 알았다. 애인에 대한 불같은 사랑을 안고있으면서도 중대를 일당백으로 준비시켜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기 전에는 떳떳이 제대될수 없다는 시대의 요구를 먼저 자각한 처녀, 그 과정에 생긴 사랑의 진통을 입술을 깨물며 참아가는 처녀, 아련한 자태, 부드러운 눈매속에 어려있는 속깊은 지향을 헤아려본 주도성은 그를 통해 장군님과 뜻도 운명도 함께 하려는 이 나라 청춘들의 정신적향기를 가슴뿌듯이 느꼈다.

그가 더 놀란것은 김연금이가 바로 수령님과 장군님께서 1963년 2월 대덕산지구를 처음으로 현지지도하실 때 친히 접견해주셨던 김경국의 딸이라는것이였다.

장군님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정말 기뻐하실것이다.

《연금동무! 내 이제 김광훈대대장을 만나보겠소.》

《마음은 고맙지만… 만나지 말아주십시오.》

연금은 도리질을 했다.

《왜?》

《언젠가는 광훈동지도 저의 마음을 리해할 때가 있으리라고 믿기때문입니다.》

《알겠소. 그러나 난 연금동무가 혼자 속을 태우지 말고 광훈동무를 진심으로 도와주길 바라오. 나에게 제기할것은 없소?》

김연금은 까만눈을 반짝이며 뭔가 속으로 바재이더니 간절히 말했다.

《군단정치부에도 제기했지만 군사복무를 1년만이라도 더 하게 해주십시오.》

《털어놓고 말하여 그건 매우 힘든 문제요.》

《힘들기때문에 중장동지한테 다시 제기하는것입니다.》

《허허…》

두 청춘의 마음속 지름길을 시원스레 찾아주지 못한 주도성은 아쉬운 마음속에 군단을 떠났다.


총참모부로 돌아와 훈련 전과정에 대한 종합적인 자료를 제출한 주도성은 인차 김정일동지의 부르심을 받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에 들어와 정중히 보고드리는 그의 긴장성을 풀어주기 위해 쏘파로 데리고가 나란히 앉으시였다.

《주도성동무! 장대식동무가 관료주의적으로 일한다는 문제가 일부 사람들속에서 제기됐다는데 동문 어떻게 생각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주도성의 넓은 이마며 그와 대조되게 좁아보이는 미간, 뭉툭한감을 주는 코, 세모진 두는 등 군사지휘관다운 체취가 풍기는 그를 미덥게 바라보시였다.

주도성은 선뜻 말씀을 드리지 못하고 맞잡은 두손을 주물럭거렸다. 장군님께서 어찌하여 제기된 문제를 놓고 나의 견해를 물으실가?

주도성은 절제가 있고 모든 면에서 명백한 지휘성원이였다.

《장군님! 전 그를 그렇게까지는 엄중하게 보고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명산통과과정에 나타난 결함을 놓고 사람들이 하는 말은 서로 달랐습니다.》

《곧 있게 될 훈련총화에는 인민군대안의 주요지휘관, 정치일군들이 다 참가하게 되오. 그런만큼 이번에 진행한 훈련만이 아니라 지난 시기 싸움준비에서 이룩한 성과와 결함도 동시에 총화하도록 해야겠소. 특히 포병싸움준비에서 최첨단을 돌파하지 못한 문제를 비판하는 과정을 통해 모두를 각성시킵시다.

대덕산군단에서 지휘관, 정치일군이 마음을 맞추어가며 제명산통과를 1시간 15분이나 앞당긴것은 좋은 기풍인것만큼 높이 평가하시오. 동시에 병사들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현상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해야 하오. 훈련초기에 일부 기계화부대안의 구분대들에서 륜전기재들을 제시간에 출발시키지 못한 현상도 되게 문제를 세우시오.

제기된 문제들을 놓고 지휘관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비판하는가 하는것은 매우 심중한 문제요. 동무가 훈련총화보고의 기초자료들을 제출하기때문에 하는 말이요.》

《장군님, 이번 훈련총화가 참가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교훈이 되게 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긍정을 표시하시며 관료주의와 일군, 이렇게 문제를 제기해놓고 잠시 사색에 잠기시였다.

일찌기 수령님께서는 관료주의적작풍의 전형적인 표현형태에 대하여 어떻게 밝혀주셨는가, 자기의 의견이 제일 옳고 남의 의견은 다 나쁘다고 하면서 들어도 안 보고 덮어놓고 내리먹이기만 하는것이라고 명백히 규정해주시였다. 무엇인가 해보자고 하는 과정에 결함을 나타낸 지휘관을 아무 고려도 없이 덮어놓고 관료주의자라고 내리치면 어떻게 되는가? 현대군사가의 기본징표의 하나인 드센 배짱과 담력이 약해질수 있다. 종당에 가서는 군사지휘권이 약화된다. 일을 하자고 하는 사람에게서 결함이 좀 나타났다고 하여 함부로 정치적인 감투를 씌워서도 안된다.

이미전부터 군정배합이 잘되여온 대덕산군단, 이번에도 장대식은 제명산통과시간문제를 정치위원과 합의하여 풀어나간것만큼 관료주의로는 볼수 없다. 이런 기풍은 널리 장려해야 한다. 그래야 《류성-2》호의 기술적개조과정에 제기된 좋은 싹을 혼자결심으로 처리한 김하규동무와 같은 지휘관들이 강한 자극을 받을수 있다. 사업의 발전을 위하여 고무도 필요하지만 비판도 필요하다. 비판과 고무를 어떤 높이에서 진행하는가. 이 두 극단에서 지휘성원들의 수준도 나타나며 그에 따라 전진과 퇴보도 좌우된다.

《동무가 이번 기회에 아직 내 기억에도 남아있는 김경국의 행처와 그의 딸이 김연금이라는것을 알아온것은 정말 큰 성과요. 사람들은 아직 다 모를수도 있는데 김경국이 바로 김하규대장동무의 생명의 은인이요. 내 언제인가 현진국동무에게서 들은 기억이 있는데 김경국동무는 제대된후 아예 종무소식이였다고 하오. 아마 김하규동무가 자기 위치를 알면 왔다갔다하면서 사업에 지장을 받을가봐 그런것 같소. 자기 자랑을 전혀 할줄 모르는 김경국동무는 군사복무를 할 때 자기가 세운 위훈에 대해서 딸에게까지 말해주지 않은것 같소. 연금이와 광훈이까지도 아직 그 사연을 모르고있지 않소.

보시오, 그게 바로 대덕산에서 복무한 로병들의 정신적면모요. 김경국영예군인의 미덕과 대덕산을 안고사는 박창걸련대장부부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오? 수령님께서 얼마나 훌륭한 인간들을 키워내시였소?》

인민군대의 기층조직이며 세포인 중대를 일당백의 중대로 만들기 전에는 군복을 벗을수 없다고 하는 연금이, 중대장과 중대정치지도원들속에서 이런 책임성이 더 높이 발휘된다면 인민군대안의 모든 중대들이 얼마나 강화되겠는가.

《우리 연금이와 광훈이를 잘 도와줍시다. 래일 아침 장대식동무를 총참모부로 부르도록 하시오.》

《알았습니다.》

주도성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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