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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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여가던 불땀밑에 풍구질이라도 하였는가, 가장 결정적인 시각을 앞두고 주저앉을것만 같던 행군대오안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눈에 확 띄우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힘겨워하는 병사의 배낭을 뺏어메는 소대장, 병사의 등을 떠밀어주는 분대장, 그런가하면 애어린 상등병의 입에 뭔가 넣어주는 나이지숙한 사관… 그들은 모두 당원들일것이다. 제일 충격적인것은 고동구호들이 여기저기에서 포탄이라도 발사되듯이 터지는것이다.

《단숨에 오르자!》

《장군님께서 우리를 지켜보고계신다!》

정황에 맞는 고동구호의 힘은 참으로 위력했다. 전행군대오를 불러일으켰다.

고동구호에 이어 이번에는 당원들의 심장속에서 노래소리가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북두칠성 저 멀리 별은 밝은데

아버지장군님은 어데 계실가

창문가에 불밝은 최고사령부

장군님 계신곳은 그 어데일가



노래로 시작되고 노래로 전진해온 우리 혁명 …

당원들이 선창을 뗀 노래를 병사들이 따라부른다.


꿈결에도 그리운 아버지장군님

자나깨나 뵙고싶은 우리의 장군님

머나먼 적후에서 북녘하늘 우러러

전사들은 아침인사 드리옵니다



엿가락마냥 길게 늘어졌던 대오가 다시 줄어들기 시작하고 그리움의 대하가 되여 가파로운 벼랑길을 용용히 굽이쳐오른다. 당원들의 기상과 맥박을 받아안은 병사들의 발걸음에 활기가 어린다. 당원인 중대장, 당원인 소대장, 당원인 분대장, 당원인 구대원들의 손에 이끌리고 떠밀리워가다싶이하던 신입병사들이 용약 모든 방조를 뿌리치고 자기 힘으로 걸어간다.

한 병사의 배낭을 뺏어메고 씨엉씨엉 걷던 장대식은 갑자기 몸을 흠칫 떨었다. 앞에서 걸어가던 한 병사가 몸을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더니 앞으로 푹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던것이다. 장대식은 부리나케 달려갔다. 몸이 늘어진 병사를 일으켜세웠다.

병사의 눈자위는 뒤집어졌다. 두손을 허우적거린다.

《물-물-물-》

장대식은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았다.

혹시나 하여 병사의 머리를 무르팍우에 베여놓고 소리쳤다.

《누가 물이 없소? 물-》

이때 얼굴이 검실검실한 분대장이 달려왔다.

《나한테 비상용물이 조금 있습니다.》

분대장이 물병마개를 잽싸게 열고 입술을 감빠는 병사의 입에 갖다댔다.

《지송이, 물이야, 물! 에취둘오(H20)! 에취둘오! 쓰러지면 래일의 화학박사가 못돼!》

물이라고 할 땐 아무런 반응도 없던 병사가 《에취둘오》 하는 화학원소기호를 듣자 눈을 스르르 뜨고 입을 벌린다.

한방울, 두방울… 탈수가 온 사람에게 갑자기 물을 많이 마시게 하면 생명이 위험하다. 하지만 한모금을 마시고는 입을 다물고 도리질을 했다.

《더 마시오, 더… 미래의 화학박사가 눈을 떴군!》

《안됩니다. 다른 동지에게 주십시오.》

그리고는 두팔로 땅을 딛고 일어서려고 한다.

《지송이! 더 마시라니까.》

《됐습니다.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동무에게 주십시오.》

분대장이 마른침을 꿀떡 넘기며 물통을 뒤로 넘긴다.

《뒤로 전달, 이 물통을 제일 힘들어하는 병사에게 넘길것!》

장대식은 병사들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져가는 물통을 지켜보았다. 어느 누구도 마시지 않고 《뒤로 전달, 이 물통을 제일 힘들어하는 병사에게 넘길것!》하고 받아넘기기만 한다.

그러니 제일 힘들어하는 병사가 없어진 행군대오… 눈굽이 확 달아올랐다.

48련대의 주력은 마침내 계획했던 시간내에 제명산을 통과하고 결전진입계선에 당도했다.

자기 시간에 도착하여 화력진지를 차지하고있던 포부대들에서 거의 일시에 포문을 열었다.

쾅! 쾅! 꽈르릉!… 분노의 폭발이런듯 각종 포들이 《적》진지를 향해 강력한 불덩이들을 토했다. 섬광, 폭음, 파렬, 솟구치는 불기둥, 타래쳐 흐르는 포연… 포사격으로 《적》들의 기본주력을 짓부셔놓았을 때 두발의 붉은 신호탄이 창공에 포물선을 그었다.

결전진입명령이 떨어진것이다.

드넓은 개활지대로 그 수를 헤아릴수 없을정도의 땅크, 장갑차들이 대양의 파도인양 거세차게 진격해나갔다. 지진이라도 이는듯 발밑이 흔들리고 골짜기와 하늘이 드릉드릉 운다.

저 멀리 창공 어디선가 날아온 각종 기종의 전투기들이 련이어 로케트탄을 발사하고 폭탄을 투하한다. 쏘면 쏘는대로, 떨구면 떨군대로 대상물들을 명중시킨다. 비행기에 의한 공중타격, 기계화부대에 의한 기동타격, 장거리포들에 의한 화력집중타격이 기본이였지만 보병들의 몫은 따로 있었다. 기계화부대들이 도저히 올려붙을수 없는 높고 험한 산악을 수리개마냥 타고앉은 48련대는 《적》들이 개활지대에 무장직승기로 떨군 《특공대》놈들을 포위하고 파리잡듯 했다. 그런가하면 어느한 대대는 골짜기로 달아빼는 《적》들의 길목을 지키고있다가 예측할수 없었던 반격을 가했다. 이외에도 보병이 수행하는 임무는 적지 않았다. 산지가 많은 우리 나라가 아닌가. 합동타격으로 이루어진 성과의 결속도 보병이 했다. 승리의 지역에 맨먼저 발을 딛고 들어서는것도 보병, 기발을 꽂는것도 보병 . 보병이 가지 못하는 길이 어디에 있는가! 인민군관하의 여러 부대들에서 온 군종, 병종지휘관들과 함께 감시소에서 48련대와 배속구분대들의 전투행동을 손금보듯 한 장대식은 옆에 서있는 강창운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난 말이요, 1시간 15분을 놓고 가슴을 얼마나 조였는지 모르오. 정치위원동무의 그 연설과 노래선동이 그리도 큰 힘을 발휘할줄은 정말 몰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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