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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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차에서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손을 허리에 짚으시고 골안에 전개된 대덕산군단종합훈련장전경을 둘러보시였다.

깊은 계곡,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야전천막들, 반토굴들, 그앞으로 흐르는 정다운 시내물, 야전식당들에서 울리는 칼도마소리, 그우로 피여오르는 파르스름한 연기가 서린 종합훈련장… 시내가에서 녀성군인들이 무엇인가 씻으며 부르는 노래소리가 은은히 들려온다.

(산골물이여서 아직 찰텐데… 손이 시리겠군.)

김정일동지께서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녀병사들을 잠시 바라보시다가 마주보이는 산으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산중심에 크게 세운 《일당백》구호가 눈에 차게 확 안겨왔다. 그옆으로 잇달아솟은 봉우리밑에는 김일성동지께서 제시하신 5대훈련방침 그리고 4대훈련원칙들인 주체성, 정치사상성, 전투성, 과학성을 튼튼히 틀어쥐고 훈련에서 최첨단을 돌파하기 위한 공격전에로 부르는 내용을 담은 게시판들이 세워져있었다. 물론 훈련설비들은 김하규네가 꾸린 포실탄사격훈련장보다 현대적이 못된 느낌은 들었어도 《일당백》구호가 종합훈련장의 중심위치에 두드러지게 세워진것이 무엇보다도 마음에 드셨다.

문득 김하규에게로 생각이 돌아가시였다.

김하규는 당의 사랑과 믿음을 그 누구보다도 많이 받아안은 일군들중의 한사람이였다. 하기에 그 보답에 대하여 자나깨나 늘 모색했고 이 과정에 포병에 매우 밝은 실력가형의 지휘관으로 자라났으며 이 부문 싸움준비에서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조국수호와 사회주의건설까지도 맡아안고 선도자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할 지휘성원으로서의 높은 자질과 풍모를 완벽하게 갖추기 위한 견지에서 놓고볼 때 아직은 빈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리주명연구사가 착상했다는 《ㄴ》방안과 관련되는 일도 그렇다. 싸움준비와 관련된 중요한 사업인만큼 혼자서 처리할것이 아니라 정치일군과 협의해보았어야 하지 않는가. 이것은 그의 사업작풍에 주관과 독단적인데가 있다는것을 말해준다. 물론 정치부장이 자리를 뜨는 정황이 조성되였던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분초초를 다투는 전투정황도 아닌만큼 사업에서 여유를 둘수도 있지 않는가. 사업협의도 협의지만 《류성-2》호의 기술적개조에 대한 그의 립장과 자세가 시대의 요구에 따라서지 못한것은 그의 정신상태에 보다 심중한 문제가 있다는것을 보여준다. 그는 최근시기에 와서 확실히 달라졌다. 혹시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부터 그렇게 된건 아닌지… 그이의 눈앞에는 어딘가 수척해진 김하규의 얼굴이 얼핏 떠올랐다.

그이께서는 곁에 서있는 현진국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혹시 김하규동무의 건강과 관련된 말을 들은것이 없소?》

《없습니다.》

《내보기엔 그의 건강이 어딘가 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던데…》

《알아보겠습니다. 사실 지난 기간 제가 김하규동무를 잘 돕지 못했습니다.》

《관심을 돌려야겠소. 그는 실력가형의 포병지휘관이요.

그는 가정의 대를 혁명의 대로 꿋꿋이 이어갈데 대한 당의 뜻을 받드는데서도 본보기요. 털어놓고 말하여 한명도 아니고 아들 다섯을 모두 최전연에 세운다는게 어디 간단한 일이요. 그 맹세의 편지를 받은 날 나는 너무 기뻐서 회답서한을 보내주었고 그후에는 그들부부를 만나주기까지 했소. 믿음과 사랑으로 인간을 키우자, 이것은 나의 변함없는 정치철학이요.》

《알았습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일하는 과정에 과오를 좀 범한다 해도 큰일이라도 난것처럼 떠들며 따돌릴것이 아니라 더 따뜻이 살펴주고 진심으로 대해주며 믿음을 주어 그가 자기 과오를 깨끗이 씻도록 하여야 하오. 헛가지를 제때에 잘라주는 원예사처럼 말이요.》

김정일동지를 모신 일행이 야전천막들이 전개되여있는 곳에 이르렀을 때였다.

어느 한 천막안에서 몸이 우람진 장령이 나오더니 화살처럼 달려왔다. 그이께서는 그가 장대식이라는것을 첫눈에 알아보시였다.

장대식이 몸을 빳빳이 세우고 우둘투둘한 땅바닥을 쾅쾅 내짚으며 정보로 걸어와 그이께 영접보고를 힘차게 드렸다.

《예고도 없이 불의에 들이닥쳐서 미안하오. 그래, 뭘하다가 황급히 뛰여나왔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시고나서 다정히 물으시였다.

《총참모부에서 내려온 주도성중장의 참가하에 이제 하게 될 훈련과 우리 군단에서 내놓은 두가지 혁신안을 놓고 연습참모부협의회를 하던중이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그레 웃으시였다.

《장대식동무! 그 협의회에 나도 참가하면 안되겠소?》

《장군님께서 말입니까? 좋습니다.》

장대식의 너부죽한 얼굴에 환희가 물결쳤다.

《그러되 그 협의회를 답답한 천막안이 아니라 종합훈련장을 돌아보면서 하는것이 더 좋을것 같아 그러니 다들 나오라고 하시오.》

《알았습니다.》

장대식은 사기충천해서 천막을 향해 뛰여갔다.

이윽하여 김정일동지께서는 숨가삐 달려온 지휘성원들을 차례차례로 만나주시였다.

《중장 주도성!》

《주도성동무, 종합훈련장을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개건확장하는 문제가 이번 훈련을 계기로 하여 론의의 초점을 이루는것 같은데 현지에 내려와보니 종합훈련장리용을 놓고 어떤 느낌이 드오?》

《무엇보다도 훈련 하나에만 집중할수 있는 유리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구분대들호상간 경쟁의욕을 돋구는데서도 좋고 훈련에 대한 통일적지도, 높은 요구성 등 여러모로 좋을것 같습니다.》

(음, 대덕산군단에서 좋은 발기를 했군.)

김정일동지께서는 속으로 이렇게 긍정하시였다.

《사무실에서 머리를 싸매고 모대기는것보다 현실에 내려오니 얼마나 좋소. 방도도 인차 찾게 되고 머리도 맑아지고.》

이어 허리가 약간 구부정하고 텁텁하게 생긴 군단정치위원 강창운의 앞으로 다가가시였다.

《군단정치위원 강창운!》

《자모음정치위원이로구만. 총참모부에서 계획하고 내미는 이번 훈련에서 병사들이 용을 쓰게 하자면 정치일군들의 위치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오.

당은 지금 미제가 떠벌이는 〈5월위기설〉을 파탄시키기 위해 병사들을 반미대결전에로 부르고있소. 랭전시기 쏘련과 맞선것은 미국 한나라뿐이였다고도 말할수 있소. 그러나 우린 지금 그 쏘련을 붕괴시키고 세계제패를 꿈꾸는 미제, 아시아의 맹주가 되려는 망상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있는 일본, 미제의 하수인노릇을 하는 남조선괴뢰군들 그리고 미제의 눈치를 보며 그 지휘봉에 따라 움직이는 서방세계의 자본주의나라들을 비롯한 수많은 적들과 맞서고있소. 이런 때 전군의 지휘관, 병사들이 어떻게 준비되여야 할것 같소?》

《일당백으로 준비되여야 합니다.》

《옳소. 나는 싸움준비에서 전군의 본보기가 될수 있는 산울림을 일당백의 고향인 대덕산에서부터 먼저 울리자고 하오. 일당백의 정신이 온 나라에 차넘치게 하는데서 대덕산군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오.》

《알았습니다.》

이번에는 젊은 지휘관앞으로 다가가시였다.

《48련대 련대장 려명웅!》

《이번 훈련의 기본주인공이구만. 련대장동무, 현대전은 두뇌전이라고 말할수 있소. 이번 훈련을 잘해보시오.》

《알았습니다.》

《우리 종합훈련장의 개건확장문제를 놓고 병사들의 의견부터 먼저 들어봅시다.》

그이께서는 산봉우리밑에 전개된 야전천막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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