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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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래전부터 품을 들여 꾸려온 이곳 종합훈련장은 다른 군단에 비해볼 때 모든 면에서 이를데없이 훌륭했다. 장대식에게 있어 이 종합훈련장은 자기가 기울인 노력과 땀이 슴배여있어 더더욱 애착이 가는 곳이기도 했다. 전군적인 훈련판정도 자주 진행된 곳, 그때마다 늘 첫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자랑스러운 장소이기도 했다. 물론 종합훈련장의 리용거리가 전반적으로 멀다는 의견이 더러 제기된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품들여 꾸린 정든 요람을 어떻게 선뜻 버리겠는가.

하루라도 더 잘 리용하여 지휘관들은 현대전이 요구하는 작전전술적안광을 폭넓게 틔워주고 병사, 사관들은 각종 정황처리와 인내력키우기, 기타 전문기술수준을 소유하게 하자.

이렇게 생각한 장대식은 먼저 야전천막 등 숙영설비들을 완료하게 하면서 동시에 훈련집중의 분위기부터 조성해놓았다. 그리고는 이미 계획된대로 48련대가 증강한 보병련대의 전술연습 마지막에 통과하게 될 제명산을 지도상에서 구체적으로 파악하는데 달라붙었던것이다.…

그는 훈련계획을 세우고있는 류경두와 김천길이와는 관계없이 자기딴으로 제명산의 올리막과 내리막, 릉선을 확대경으로 투시해보았다. 75도경사지를 따라 릉선에 올라서니 새끼봉우리들이 왕톱날처럼 줄을 지어 섰다. 하나, 둘… 세여보았다. 20개의 릉선봉우리로 형성된 덩지가 크면서도 허리가 매우 긴 산이다. 새끼봉우리들의 경사각도도 사납다. 대체로 바위산이다.

(통과하기가 간단칠 않겠군.)

자를 대고 거리를 잰 다음 축척의 비례에 맞추어 계산하니 총직선거리 50리가 나온다. 올리막과 내리막 등 가산거리까지 타산하여 환산한다면? 가만, 부군단장과 훈련계획을 담당한 부부장 김천길이가 제명산통과때 그 가산률을 몇프로로 볼것인가? 30프로? 아니다, 그래가지고서는 전군적인 본보기를 창조할수 없다. 20프로쯤으로 보아야 한다. 평지에서의 행군때보다 산악이 험하다고 하여 시간을 늦잡아서야 무슨 혁신인가. 그리고 빠른 시간안에 제명산을 넘지 못하고 어떻게 우리의 훈련기풍을 따라배우라고 전군에 대고 말할수 있겠는가. 어떤 일이 있어도 빠른 시간에 제명산을 넘게 해야 한다. 결심이 확고해진 장대식은 지체함이 없이 부군단장 류경두와 부부장 김천길을 찾았다.

《훈련계획작성이 어떻게 됐소?》

《다 됐습니다.》

류경두가 한손에 들고있던 군용지도와 함께 기타 세부적으로 진행할 여러가지 계획이 반영된 문건을 군단장의 탁자우에 펼쳐놓았다. 먼저 문건들을 처리하고나서 마지막순서로 군용지도를 한참 뜯어보던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계획들은 그대로 내밀어도 되겠지만 제명산통과시간만은 이 정도로 안되겠소. 총참모부에서 내려온 주도성중장동무가 이번 훈련계획을 최종적으로 검토하는데 뭔가 혁신적안목으로 보고 계획한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장대식은 이어 증강한 보병련대의 전술연습범위안에서 자기가 따로 깊이 생각한 제명산통과시간과 그 과정에 주게 될 여러 정황에 대하여 단숨에 쭉 설명했다.

군단장의 고심어린 탐구가 깃든 훈련방안을 알게 된 류경두는 속으로 은근히 탄복했다. 매 정황을 중시하는 자세에도 공감되였다.

그러나 락타가 1렬종대로 줄을 지어 서있는것과 같은 산봉우리의 련속, 다시말하여 하나의 천연요새 비슷한 제명산을 통과하는데 가산률을 20프로로 보자는데는 찬성할수 없었다.

물론 전투성의 견지에서 볼 때 그 의도는 좋다.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지면 성과로 되지만 실패로 끝나면 문제가 다르다. 그는 제명산의 험악성에 대하여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볼수 있었다.

《군단장동진 제명산을 넘어봤습니까?》

저도모르게 물었다.

《지도상으로만 파악했소. 산이 꽤 사납구만.》

《헐치 않은 산입니다.》

《병사들의 정신력을 믿어봅시다.》

대덕산군단의 본토배기라고도 말할수 있는 류경두는 아득히 흘러간 옛 분대장시절에 있은 일을 문득 상기했다. 그날 류경두는 중대장으로부터 제명산에 올라가 겨울나이에 필요되는 땔감을 장만할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것을 정찰해올데 대한 임무를 받았다. 병사 한명을 데리고 산꼭대기로 톺아올라가던 그는 도중에 돌아서 내려오고말았다. 산우에 강대들을 비롯하여 땔나무는 무진장했어도 경사가 너무 급하고 또 험해서 사고를 낼 위험성이 많았기때문이였다.

《중대장동지, 다른 산을 택해야 할것 같습니다. 산이 너무 험해서…》

그러나 중대장은 《산이 아무리 험하다 한들 군대가 오르지 못할 산이 어디 있는가.》고 하면서 병사들을 붙였다가 한나절만에 철수시키고말았다.

(위험개소를 잔뜩 안고있는 제명산의 속내를 군단장은 나만큼 알지 못할것이다. 물론 산 하나만을 넘는 행군훈련이라면 몰라도 증강한 보병련대의 전술연습 전과정을 치르고난 병사들이 맥이 진하여 이 험산을 제시간에 통과하지 못하면 장군님의 의도에 따라 진행되는 총참모부타격훈련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는 아무리 여러모로 타산해보아도 병사들이 장대식이 생각하는 시간에 제명산을 넘지 못할것 같았다. 그러나 일단 물러섰다 보기로 했다. 한번 결심하면 좀처럼 물러설줄 모르는 군단장의 성미를 너무도 잘 아는 그였던것이다. 장대식은 훈련과 관련되는 종합적인 문건우에 수표를 하고나서 이렇게 력점을 찍어 강조했다.

《제명산통과와 관련된 훈련계획만은 내가 말한것을 더 보충하여 다시 세워가지고 오시오.》

류경두는 김천길을 뒤에 달고 연습참모부천막안으로 들어갔다.

군용지도를 펴놓고 작전진행 전과정을 날자별로, 시간별로 하나하나 다시 밟아나갔다. 결전진입을 앞두고 막아서는 험악한 제명산, 그너머에 있는 소멸해야 할 적항공륙전대 투하무력, 결전진입… 수백리를 각이한 전투정황속에 공격해온 병사들이 최후결전진입을 앞두고 제명산을 넘어야 한다. 그런만큼 제명산통과시간을 다른 산악을 통과할 때처럼 배당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군단장동진 이 제명산도 다른 산악과 거의 똑같이 보라고 한다. 과연 그 시간에 가능할가?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힘들수 있다. 게다가 항공, 가스, 매복 등 각종 전투정황까지 련속 조성하라니 그 목적과 의도는 충분히 리해되여도 그 시간을 보장해낼지 가늠이 잘 안갔다. 총참모부에서 정한 결전진입시간을 보장 못한다거나 또 결전진입을 앞두고 병사들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훈련마감에 와서 어떻게 되겠는가. 현실적인 가능성을 지내 무시하고 요구성만 높여서도 안된다.

류경두는 군용지도에서 눈길을 떼며 늘 그러하듯 작은 휴대용전자수산기를 꺼내들고 한손으로 다독였다. 군단지휘부나 아래단위부대의 훈련부문 지휘관들속에서는 류경두를 가리켜 무엇을 타산하고 계산하는데서는 전자수산기처럼 정확하다고, 전자수산기자 곧 부군단장이라고 했다. 훈련지도와 건설부문에 남달리 박식하면서도 치밀한 그를 놓고 긍정적견지에서 평하는 말이였다. 오죽했으면 전자수산기는 조작상 틀릴수 있어도 류경두부군단장의 계산만은 틀릴수 없다는 말까지 하겠는가.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던 일부 훈련부문 참모들이 그앞에서 몇번 진땀을 흘린 후로는 일본새가 아예 달라졌다. 실지로 그는 과학적인 계획과 타산으로 오랜 기간 싸움준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류경두는 지금까지 생각한 48련대의 공격방향과 관련된 자기의 생각을 김천길에게 설명하고나서 그의 반응을 기다렸다. 웬일인지 김천길은 거쿨진 몸을 군용지도우에 구부린채 잠자코 내려다보기만 했다. 기다리기에 지친 류경두는 성급히 물었다.

《왜 아무말도 없소? 동무의 견해도 있을텐데… 훈련결과가 좋지 못하면 곧 훈련계획작성자에게 초점이 가게 되고 결국 동문 과학적이 못되는 훈련계획을 세운 책임을 지게 되오. 거듭 말하지만 제명산통과시 그 가산률은 20프로가 아니라 35프로로 봐야 과학적이요. 과학성의 무시는 싸움준비완성에서 하나의 덫이나 같소.》

김천길은 두사람의 중간에 서서 과연 누구의 립장을 지지해야 할것인가를 가늠해보았다. 전투성, 과학성… 전자는 병사들의 정신력을 믿고 전투성을 우선시하고 후자는 과학성을 우선시한다. 두사람의 불일치는 어디서부터 올가? 그 대답을 찾을수 없었다.

《뭘 그렇게 오래 생각하오? 동무의 판단을 들어봅시다.》

류경두는 심심풀이인지 아니면 자기의 립장을 의미하는지 전자수산기에 수자단추를 눌렀다. 문자판에 《1》자가 나타났다.

《군용지도만 봐가지고야 제명산의 내막을 어디 구체적으로 알겠습니까. 훈련초기라면 모르겠는데 마지막시기, 그것도 결전진입을 앞두고 48련대가 험악한 제명산과 맞다들었다는것은 전반적인 훈련성과를 좌우하는데 매우 불리한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군단장동진 병사들의 정신력을 먼저 믿고있습니다.》

류경두는 두눈을 치떴다.

《그건 옳소. 그러나 현실적조건을 지내 무시한 정신력은 극한점을 넘기지 못하오. 이제 두고보오. 내 타산이 정확했다는것을 시간은 증명해줄거요. 난 정신력을 무시하자는것이 아니라 훈련에서의 과학성을 주장하는거요.》

량자의 주장엔 다 긍정할 점이 있었다. 김천길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며 손에 든 색연필을 다독였다. 부군단장이 계산해낸 가산률이 옳을수도 있다는 판단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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