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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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계곡, 흘러내리는 시내물, 그 시내물옆에 위치한 대덕산군단종합훈련장… 한쪽옆에 이동전개된 참모부의 천막에는 긴장한 공기가 흐르고있었다.

장대식은 이동식작전탁우에 펼쳐져있는 군용지도를 내려다보며 무엇인가 심중히 연구하고있었다. 위엄이 느껴지는 두눈가에는 모대김이 짙었다.

작전탁 한쪽에는 총참모부에서 내려보낸 다음과 같은 전신지시문이 놓여있었다.


×군단지휘부 앞


1. 60사단 48련대를 축으로 하는 증강한 보병련대의 전술연습을 4대훈련원칙의 요구에 맞게 집행하는데서 전군적인 본보기를 창조할것.

2. 48련대를 ×월 ×일까지 군단종합훈련장에 기동시키고…

3. …


두시간전에 이번 훈련의 성과적보장을 위한 군단참모부협의회가 현지에서 있었다. 여기에서는 증강한 보병련대의 전술연습에 참가하게 될 48련대와 배속구분대들의 숙영지위치문제가 재확정되였다. 연습참모부성원들로는 군단장 장대식, 부군단장 류경두, 작전훈련을 맡은 부부장 김천길, 연습정치부는 이틀전에 새로 임명되여온 군단정치위원 강창운, 선전선동부장 김송풍 외 지도원 한명으로 구성되였다.

장대식은 총참모부에서 이번 전술연습의 기본해결목표로 제기한 훈련의 전투성, 과학성문제를 푸는데서 웃단위의 지시를 연습참모부에 되받아넘기는데 그친것이 아니라 철두철미 집행자로서의 일선에 자기 위치를 확고히 세웠다. 장군님의 깊으신 의도가 담긴 훈련명령을 하늘이 무너지는 한이 있어도 전투성의 원칙에서 전군의 본보기가 될수 있게 무조건 집행해야 한다. 장대식은 색연필로 군용지도우를 똑똑 소리나게 그루박았다. 자기도 모르게 대덕산에 눈길이 간다.

군단방어전연전방을 표기한 군용지도를 볼 때마다 버릇처럼 먼저 눈길이 가닿군 하는 대덕산이였다. 지도우에는 대덕산이 좁은 등고선으로 그려져있지만 그의 머리속엔 거연히 솟아있는 산으로 느껴진다. 그러면 대덕산을 지켜선 병사들의 모습이며 참나무숲 설레이는 소리, 그속에서 우짖는 산새들의 노래소리가 정겹게 들려오는듯싶다. 지난해 그는 대덕산중대에 내려가서 전사생활을 했었다. 그가 소속된 분대에는 리성이라는 신입병사가 있었다. 외아들로서 생활상애로라는것을 별로 모르고 자란 그는 노력에 비해 훈련성적이 그닥 높지 못했다. 분대장은 리성의 훈련성적을 두고 은근히 속을 태웠다. 이것을 알게 된 장대식은 리성이와 가깝게 지내는 한편 잠자리도 그의 옆에 잡았다. 얼마 안있어 그는 병사와 각별한 사이가 되였다. 어느날 밤 잠자리에 누운 리성은 장대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사실 난 군사복무를 랑만적으로 생각했댔습니다. 막상 해보니 정말… 조련치 않습니다.》

《무엇이 제일 힘드오?》

《훈련입니다.》

《옳소, 훈련이 힘들지.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하오. 병사의 참된 삶은 훈련으로부터 시작된다는것을… 병사의 훈련은 조국의 운명과 잇닿아있기때문이요.》

《일당백병사가 빨리 될수 있는 지름길은 없습니까?》

《있소. 그 지름길은 한마디로 말해서 모든 훈련에 자각적으로 성실히 참가하는거요. 자각성, 성실성. 일당백의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뜻이요. 그런데 내 보기엔 리성인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라서인지 강의한 훈련기풍이 좀 부족한것 같더구만. 생각해보오, 싸움준비가 못된 상태에서 래일이라도 당장 장군님께서 대덕산에 찾아오시면 어떻게 하겠소?》

리성은 귀가 솔깃해서 물었다.

《장군님께서 대덕산에 또 오실가요?》

《오시지 않구. 리성이네가 모두 일당백의 병사로 자라게 되면 그땐 꼭 오실게요.》

이 말이 리성이한테 큰 충격을 준것이 틀림없었다. 다음날부터 그가 훈련에 이악하게 참가하는것이 알리였다. 각성된 병사의 높은 자각성은 성장의 첫걸음이기도 했다. 하루, 이틀… 훈련제일주의열풍속에 리성이의 정신적면모에서는 물론 훈련에서도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 게시판에는 자주 리성의 이름이 나붙군 했다.

장대식이 전사생활을 끝내고 대덕산을 떠나가는 날, 장령과 병사사이에는 이런 말이 오고갔다.

《딱친구! 하루빨리 대덕산의 거목이 되라구.》

그동안 장대식이에게 정이 들대로 든 리성은 헤여지기가 서운한지 눈물까지 글썽해서 말했다.

《군단장동지! 우리 중대에 자주 오십시오.》

장대식은 리성이의 발기우리한 볼을 쓸어주었다.

《자주 오지 않구. 군단에 가서도 리성이랑 중대의 전우들을 늘 잊지 않겠소. 참, 거 포병련대에 있다는 딱친구한테서는 무슨 소식이 안왔소? 송위용동무던가?》

《예, 신입병사훈련때 알게 된 동무인데… 엊그젠 그 동무와 편지로 경쟁을 걸었습니다.》

《어떤 경쟁이요?》

《누가 먼저 일당백병사가 되는가?》

《거참 좋은 경쟁이요. 난 동무가 그 경쟁에서 대덕산중대의 명예를 떨치리라 믿소.》

이런 그가 초소근무를 책임적으로 수행하여 장군님께 기쁨을 드렸으니 정말 대견하게 여겨지는 병사다. 대덕산중대는 늘 봐야 믿음이 간다. 장대식은 다시 군용지도에서 군단방어전연전방을 살펴보았다.

이번 훈련을 어떻게 집행해야 전군이 따라배울수 있는 새로운 불길을 지필수 있겠는가? 부호자를 들고 탁자우에 펴놓은 군용지도를 보던 그의 눈이 헝클어진 코일선뭉테기마냥 등고선이 매우 조밀한 제명산에 멎었다. 부호자를 놓고 색연필을 손에 바꾸어쥐기 바쁘게 제명산정점에다 붉은 점을 찍었다. 벌써 열번도 더 보는 제명산이다.

문득 김정일동지께서 전화를 걸어오셨던 그날 아침 부군단장 류경두가 종합하여 가지고온 참모부군관들속에서 제기된 혁신안을 받아들었던 때가 눈앞에 떠올랐다. 그는 그때 수많은 혁신안중에서 두가지 좋은 싹을 찾아보았다.

그것은 첫째로, 가장 험악하고 극악한 조건속에서 병사들을 단련시킬수 있는 행군훈련을 군단적인 큰 범위에서 진행하는것이였다. 일명 그 제목을 《통과훈련》이라고 달았다.

어떤 산악을 어떻게 넘는가, 바로 이것이 새로운 선택이였다. 이 훈련은 장대식이 이미 착상했던 문제였는데 모두의 생각이 한곬으로 흐른것이다.

둘째로, 현재 리용하고있는 종합훈련장을 보다 과학화된 최첨단훈련설비들을 갖출수 있게 개건확장하는것이였다.

전자가 가장 험악하고 극악한 자연지리적인 조건과 환경속에서 병사들의 행군능력을 높이는것을 해결목표로 정했다면 후자는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지휘관들의 경우엔 작전훈련, 병사들의 경우엔 대렬, 체육, 사격, 전술, 수영, 전문병기술 등 싸움준비에서 제기되는 모든 분야를 총괄하여 해결하자는것이였다.

장대식은 군단이 선택한 두 목표의 실리성을 이번 증강한 보병련대의 전술연습을 계기점으로 하여 확인해볼것을 계획하고 총참모부에 제기했다. 계획은 곧 승인되였다. 하여 류경두와 부부장 김천길에게 미리 과업을 주어 그에 맞는 훈련계획을 세우게 하는 한편 어제 밤에는 48련대와 증강한 보병련대의 전술연습때 배속되기로 계획된 일부 구분대들까지 비상소집하여 종합훈련장주변을 중심으로 사방에 이동전개시켰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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