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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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찍 조국해방전쟁시기 최고사령부지휘처가 자리잡았던 건지리에 도착한 순간 야조브의 가슴을 친것은 수령님께서 정말 소박하게 생활하셨구나 하는 느낌이였다.

친절하면서도 살뜰한 녀강사의 해설을 들으며 매 사적물들을 주의깊이 살펴보던 그는 김정일동지께서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생활하셨다는 자그마한 방 창문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목을 기웃하고 창문을 통해 방안을 들여다보며 탄복을 금치 못했다.

《그러니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어리신 나이에 벌써 군대처럼 저렇게 일과표를 세워놓고 생활하셨다는겁니까?》

《그렇습니다.》

《어은동에서는 병사생활을 하셨다고 하더니… 그래서 군사에 그리도 밝으셨군요.》

그는 김일성동지께서 한 병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찍으신 사진앞에서 또다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세계도처의 적지 않은 나라들을 방문하는 과정에 남들보다 보고 들은것이 많은 그는 웬간해서 잘 감동되는 성미가 아니였다. 그러나 조선에 와서는 그 경우가 달랐다. 제일 충격적이면서도 감동되는것의 하나가 바로 수령과 전사들사이에 맺어진 혈연적뉴대와 흠모의 감정이였다.

그는 사진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이 나라의 수령이신 김일성동지는 마치 한가정의 친아버지같고 병사는 그이의 친아들같았다.

《강사동무! 김일성동지께서 어떻게 되여 이 평범한 병사와 함께 사진을 찍으시게 되였습니까? 병사가 큰 위훈이라도 세웠습니까?》

《호호…》

예쁘게 생긴 녀강사는 입을 가리우며 웃었다.

《왜 웃습니까?》

《그 사연을 다 말하자면 시간이 좀 걸려야 할텐데요?》

《나는 시간의 구속을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 그해 건군절날, 수령님께서는 병사들이 못견디게 그리우시여 조국해방전쟁시기 최고사령부 지휘처가 자리잡았던 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어느 초소병사들을 찾으시였다. 추리꽃 만발한 마당가, 향긋한 꽃향기 넘치는 곳에 이르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병사들을 몸가까이로 부르시였다.

《다들 오시오. 여기서 사진을 찍자구.》

중대가 수령님을 가운데 모시고 영광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한자리에 오붓이 모여앉았을 때였다. 그이의 시선이 어느한 곳에서 멎었다. 바로 그 초소에 한 병사가 총을 메고 서있었는데 그의 눈길이 기념사진을 찍는쪽으로 자주 쏠리군 했던것이다.

《저 병사가 몹시 안달아하누만. 왜 그렇지 않겠소.…》

촬영이 끝나자 곧 그 병사앞으로 다가가신 수령님께서는 손수 사진기로 병사의 독사진을 석장이나 찍으시였다. 자동사진기라 그 자리에서 사진이 현상되여나왔다. 자신께서 찍으신 사진을 한장한장 들여다보신 수령님께서는 병사의 앞으로 친히 다가오시였다.

《자, 받소. 한장은 중대에 두고 한장은 고향에 보내고 그리고 크게 뽑은 이 사진은 잘 건사했다가 이다음 장가갈 때 처녀에게 선보이는 사진으로 주라구.》

수령님께서는 너무도 감격에 겨워 어깨를 떠는 병사에게 다정히 물으시였다.

《이름이 뭐요?》

《상등병(당시) 박창걸!》

《박창걸! 고향은 어디요?》

《고풍군입니다.》

《음, 고풍! 이번엔 나하고 함께 찍자구.》

수령님께서는 손에 들고계시던 사진기를 수행사진사에게 넘겨주시였다.

《찍소, 내 오늘 이 름름한 병사와 함께 사진을 찍겠소.》

박창걸은 끓어오르는 격정을 끝내 터치고야말았다.

《허, 울지 마오. 그럼 사진이 잘 안돼.》

수령님께서는 손수건을 꺼내시여 박창걸의 볼을 적시는 눈물을 몸소 닦아주시였다. 병사가 겨우 진정해서야 《자, 이젠 찍소.》 하고 말씀하시였다. 행복한 모습이 곧 자동사진기로 촬영되여 인차 사진으로 현상되여나왔다.

사진사에게서 방금 찍은 사진을 손에 받아드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일군들을 둘러보시며 껄껄 웃으시였다.

《부모님들이 이 사진을 보면 정말 좋아할거요.》


야조브는 호기심을 누를수 없어 성급히 물었다.

《석장의 사진이 그후 어떻게 됐습니까?》

《한장은 중대에 두고 한장은 고향으로 보냈고 한장은 처녀에게 선보이는 사진으로 되였습니다.》

《어떤 처녀가 그 사진을 받았습니까?》

녀강사는 발씬 웃어보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김순희가 중학교를 졸업했을 때 행복넘치던 우리 나라에는 미제가 도발한 판문점사건으로 하여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정세가 조성되였다. 김정일동지를 가까이에 모시고 사업하는 순희의 아버지는 딸에게 물었다.

《순희야, 넌 지금까지 행복밖에 모르며 자랐지?》

순희의 예쁘장한 얼굴에는 긴장이 흐르고 가슴은 높뛰였다.

《그래요.》

《지금 미제승냥이들이 이 행복을 빼앗기 위해 날뛰고있다. 위대한 수령님과 친애하는 그이께서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하여 지금 어떤 로고의 낮과 밤을 이어가고계시는지 넌 다 모를게다. 행복은 지키지 않으면 빼앗기고 빼앗기면 우린 노예가 되고만다. 지금 온 나라의 청춘들이 조국수호전에 떨쳐나서고있다. 넌 어떻게 하겠니?》

《아버지, 나도 군대에 나가겠어요.》

이렇게 되여 그는 군복입은 간호원이 되였다. 어느날 그는 간호원들앞에서 도서 《인민들속에서》에 나오는 고풍내기병사가 받아안은 사랑에 대한 회상실기독보를 하면서 저혼자 생각했다. 과연 어떤 처녀가 어버이수령님께서 찍어주신 그 사랑의 기념사진을 받아안게 될가. 그 처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할거야. 그 병사가 멀리에 있은것은 아니였다. 하루는 군의소에 어느 군관학교에서 실습을 나왔던 한 학생이 심한 고열로 입원하였다. 실습기간 대리소대장이 되여 병사들을 위해 너무 무리하게 뛰여다니다가 그렇게 되였다는것이였다.

김순희는 매우 명랑한 간호원이였다. 병으로 괴로와하는 담당한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재미나는 소설도 읽어주고 그림책도 가져다주군 했다. 김순희는 군관학교실습생이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책을 읽어드리겠어요.》

석장의 사진에 깃든 어버이수령님의 사랑에 대한 회상실기였다. 한참 읽다보니 군관학교실습생의 두눈에서 굵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있었다.

(생긴건 무뚝뚝한데 감정은 꽤 풍부하다야.)

이것이 첫 인연이였다. 며칠이 지나서야 군관학교실습생이 바로 그 회상실기의 필자라는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그후 군사복무를 마치고 제대된 김순희가 박창걸이와 두번째로 만난것은 모란봉이였다. 온갖 꽃이 만발한 모란봉은 진한 꽃향기로 차넘쳤다. 이미 편지를 통하여 서로의 마음은 오고갔다. 김순희의 눈으로 평가한다면 박창걸은 뚝쟁이였다. 다른 사람이 열마디로 설명할것도 그는 단 한마디로 표현했다. 자신에 대하여 자랑할줄은 더욱 몰랐다.

《고향이 고풍군이라지요?》

너무나 따분하여 그가 먼저 말을 뗐다.

《예.》

《고향땅에 표창휴가를 갔던 때의 얘길 들려주지 않겠어요?》

《굉장했습니다.》

그리고는 옆에 서있는 살구나무에 핀 꽃만 구경하는것 같았다.

《그게 답니까?》

《예.》

정말 말할 멋이 없었다. 헤여져야 할 시각이 되였을 때였다. 박창걸은 품속에서 붉은 천으로 정히 싼 수첩을 꺼내더니 그 짬에서 사진 한장을 꺼냈다.

김순희의 가슴은 세차게 높뛰였다. 저 사진을 나에게 줄 때에는 정말 내 일생에 남을 멋있는 말을 해줄거야. 심장이 너무 높뛰여서 숨이 막힐 지경이였다.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달아오른 두눈이 마주쳤다.

《순희동무!》 그가 사진을 두손에 들고 한걸음 마주온다. 김순희는 행복의 무아경에 빠져 두눈을 꼭 감았다가 살며시 떴다. 사진이 그의 앞가슴앞에 이르렀다. 《받으십시오. 어버이수령님께서 찍어주신 사진입니다.》 그다음에는 더 다른 말이 없었다.

사랑의 그 사진을 내가 받았구나. 김순희는 사진을 앞가슴에 꼭 안았다. 사진속의 인간 박창걸과의 뜨거운 포옹의 한순간이였다.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두눈을 스르르 감았다. 우짖는 산새소리도, 소연한 바람소리도 그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모란봉에 꽃들이 피여나는 날 우리의 사랑도 함께 꽃폈구나. 시간이여! 이 순간을 길게 해주려마… 행복과 사랑에 한껏 취한 처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한생의 추억으로 남을수 있는 말을 해주십시오.》

아무말도 없었다. 병사시절에 보초를 서듯 차렷자세로 서있기만 했다. 다정한 말이라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가. 김순희는 다정다감한 처녀였다. 어쩌면 이리도 무뚝뚝할가? 그는 감고있던 눈을 살며시 떴다.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박창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난 가야겠습니다.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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