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 회
13
(1)
아침일찍 조국해방전쟁시기
친절하면서도 살뜰한 녀강사의 해설을 들으며 매 사적물들을 주의깊이 살펴보던 그는
목을 기웃하고 창문을 통해 방안을 들여다보며 탄복을 금치 못했다.
《그러니
《그렇습니다.》
《어은동에서는 병사생활을 하셨다고 하더니… 그래서 군사에 그리도 밝으셨군요.》
그는
그는 사진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이 나라의
《강사동무!
《호호…》
예쁘게 생긴 녀강사는 입을 가리우며 웃었다.
《왜 웃습니까?》
《그 사연을 다 말하자면 시간이 좀 걸려야 할텐데요?》
《나는 시간의 구속을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 그해 건군절날,
《다들 오시오. 여기서 사진을 찍자구.》
중대가
《저 병사가 몹시 안달아하누만. 왜 그렇지 않겠소.…》
촬영이 끝나자 곧 그 병사앞으로 다가가신
《자, 받소. 한장은 중대에 두고 한장은 고향에 보내고 그리고 크게 뽑은 이 사진은 잘 건사했다가 이다음 장가갈 때 처녀에게 선보이는 사진으로 주라구.》
《이름이 뭐요?》
《상등병(당시) 박창걸!》
《박창걸! 고향은 어디요?》
《고풍군입니다.》
《음, 고풍! 이번엔 나하고 함께 찍자구.》
《찍소, 내 오늘 이 름름한 병사와 함께 사진을 찍겠소.》
박창걸은 끓어오르는 격정을 끝내 터치고야말았다.
《허, 울지 마오. 그럼 사진이 잘 안돼.》
사진사에게서 방금 찍은 사진을 손에 받아드신
《부모님들이 이 사진을 보면 정말 좋아할거요.》
야조브는 호기심을 누를수 없어 성급히 물었다.
《석장의 사진이 그후 어떻게 됐습니까?》
《한장은 중대에 두고 한장은 고향으로 보냈고 한장은 처녀에게 선보이는 사진으로 되였습니다.》
《어떤 처녀가 그 사진을 받았습니까?》
녀강사는 발씬 웃어보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김순희가 중학교를 졸업했을 때 행복넘치던 우리 나라에는 미제가 도발한 판문점사건으로 하여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정세가 조성되였다.
《순희야, 넌 지금까지 행복밖에 모르며 자랐지?》
순희의 예쁘장한 얼굴에는 긴장이 흐르고 가슴은 높뛰였다.
《그래요.》
《지금 미제승냥이들이 이 행복을 빼앗기 위해 날뛰고있다.
《아버지, 나도 군대에 나가겠어요.》
이렇게 되여 그는 군복입은 간호원이 되였다. 어느날 그는 간호원들앞에서 도서 《인민들속에서》에 나오는 고풍내기병사가 받아안은 사랑에 대한 회상실기독보를 하면서 저혼자 생각했다. 과연 어떤 처녀가
김순희는 매우 명랑한 간호원이였다. 병으로 괴로와하는 담당한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재미나는 소설도 읽어주고 그림책도 가져다주군 했다. 김순희는 군관학교실습생이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책을 읽어드리겠어요.》
석장의 사진에 깃든
(생긴건 무뚝뚝한데 감정은 꽤 풍부하다야.)
이것이 첫 인연이였다. 며칠이 지나서야 군관학교실습생이 바로 그 회상실기의 필자라는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그후 군사복무를 마치고 제대된 김순희가 박창걸이와 두번째로 만난것은 모란봉이였다. 온갖 꽃이 만발한 모란봉은 진한 꽃향기로 차넘쳤다. 이미 편지를 통하여 서로의 마음은 오고갔다. 김순희의 눈으로 평가한다면 박창걸은 뚝쟁이였다. 다른 사람이 열마디로 설명할것도 그는 단 한마디로 표현했다.
《고향이 고풍군이라지요?》
너무나 따분하여 그가 먼저 말을 뗐다.
《예.》
《고향땅에 표창휴가를 갔던 때의 얘길 들려주지 않겠어요?》
《굉장했습니다.》
그리고는 옆에 서있는 살구나무에 핀 꽃만 구경하는것 같았다.
《그게 답니까?》
《예.》
정말 말할 멋이 없었다. 헤여져야 할 시각이 되였을 때였다. 박창걸은 품속에서 붉은 천으로 정히 싼 수첩을 꺼내더니 그 짬에서 사진 한장을 꺼냈다.
김순희의 가슴은 세차게 높뛰였다. 저 사진을 나에게 줄 때에는 정말 내 일생에 남을 멋있는 말을 해줄거야. 심장이 너무 높뛰여서 숨이 막힐 지경이였다.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달아오른 두눈이 마주쳤다.
《순희동무!》 그가 사진을 두손에 들고 한걸음 마주온다. 김순희는 행복의 무아경에 빠져 두눈을 꼭 감았다가 살며시 떴다. 사진이 그의 앞가슴앞에 이르렀다. 《받으십시오.
사랑의 그 사진을 내가 받았구나. 김순희는 사진을 앞가슴에 꼭 안았다. 사진속의
아무말도 없었다. 병사시절에 보초를 서듯 차렷자세로 서있기만 했다. 다정한 말이라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가. 김순희는 다정다감한 처녀였다. 어쩌면 이리도 무뚝뚝할가? 그는 감고있던 눈을 살며시 떴다.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박창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난 가야겠습니다. 바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