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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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총대와 조국의 운명을 결부시켜가시며 심각한 사색속에 잠겨드셨던 장군님께서는 결심을 하시고 김하규에게로 돌아서시였다.

《나는 이 〈류성-2〉호의 현재 기술적개조상태가 첨단을 돌파할데 대한 우리 당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고 보오. 생각해보시오, 만약 적들의 공격으로 하여 〈류성-2〉호를 긴급히 먼거리로 기동시켜야 할 정황이 조성되면 그땐 어떻게 하겠소?》

《…》

《김하규동무, 지금상태에서 〈류성-2〉호의 시간당 기동거리가 몇키로메터요?》

《우리가 시운전해본데 의하면…》하고난 김하규는 실지 《류성-2》호를 기동시켜보고 얻어낸 정확한 거리를 그이께 보고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을 흔드시였다.

《너무 늦소. 그 속도로 어떻게 목표물의 위치를 판단하기만 하면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에서 발사되는 적들의 고정밀유도무기의 타격으로부터 벗어날수 있겠소?》

많은 고심끝에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그것이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지 못했다는것을 뼈아프게 느낀 김하규는 속으로 몹시 급해맞았다.

몸둘바를 몰라하는 김하규를 잠간 마주보시던 그이께서는 생각깊은 음성으로 계속하시였다.

《나는 무장장비의 현대화에 대하여 생각할 때마다 김광진차수동무를 생각하군 하오. 지금 그의 건강상태는 더욱 악화되였소. 의료부문에서 최선을 다하는데도 병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있소. 정말 가슴아픈 일이요.

결국 김하규동무의 몫이 더 많아졌다고도 볼수 있소. 현대전은 기동전이라고도 말할수 있소. 때문에 적들의 무력화타격에 제때에 대응하자면 전략무기들의 기동속도가 시간당 적어도 ××키로메터는 보장되여야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류성-2》호와 련결된 끌차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시다가 여전히 아쉬워하는 기색을 가시지 못하신채 계속하시였다.

《동무들! 이런 생각을 해보았소? 우리가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제와 맞서고있다는것을… 우리가 국방력을 약화시키면 경제가 발전하는가, 못하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나라가 존재하는가, 마는가 하는 심각한 문제가 서게 되오. 국방공업에서의 출발점은 바로 이런 높이에서 시작되여야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근엄한 어조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일부 발전된 몇개 나라에서밖에 만들지 못하는 〈류성-2〉호와 같은 최첨단무기를 우리 나라의 지형조건에 맞게 기동수단을 이렇게 우리 식으로 개조한다면 조국의 안녕을 수호하고 적들의 있을수 있는 새 전쟁도발책동을 짓부시는데서 보다 큰 문제가 해결되는것으로 되오. 이런 식으로 말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앞으로 달라지게 될 《류성-2》호의 전체 모양새까지 손으로 형상하여 보이시였다.

그이를 우러르던 김하규는 속으로 환성을 올리면서도 다른 한쪽으로는 그 누군가가 자기의 머리를 아프게 내리치는것만 같은 환각속에 잠겨버렸다.

(내가…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장군님앞에서 어찌할바를 모르는 김하규와는 달리 박송봉은 환희와 격동에 차넘치였다.

《장군님! 그렇게 하면 〈류성-2〉호가 룡마우에 척 올라앉는셈으로 됩니다. 김하규동무네가 발동되면 능히 해낼수 있다고 봅니다. 력량이 있지 않습니까.》

박송봉의 말에 김하규는 더더욱 사색이 되였다.

자기 처신을 어떻게 할지 몰라하는 김하규를 보신 김정일동지께서 의아한 어조로 물으시였다.

《김하규동무! 갑자기 왜 그러오?》

김하규는 송구스러움으로 하여 머리를 쳐들지 못하고 가까스로 그이께 말씀드렸다.

《사실 리주명이라고 하는 연구사가 한달전에 장군님께서 의도하시는 방향에 맞는 ㄴ방안이라는것을 내놓았댔습니다. 그래서 현지에 나가 협의회를 열어놓고 진지하게 토론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좋은 싹을 다름아닌 제가 무시해버렸습니다. 장군님! 저를 처벌해주십시오.》

김하규가 여느때와 좀 달라졌다는 예감은 하셨지만 혹시나 하는 의문도 가지고계시던 그이께서는 그것이 사실이라는것을 아시자 저으기 심중해지시였다.

《자신을 너무 비하하는건 아니요? 동무도 주장하는것이 있어서 ㄴ방안을 반대했을게 아니요? 안목도 안목이지만 혹시 다른데 원인이 있지 않소?》

김하규는 장군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내가 육체적인 병으로부터 생긴 그 어떤 조급성으로 하여 산생된 정신적변화의 후과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문제의 각도를 그렇게 날카롭게 세우자 바로 그때문인것 같다는것이 명백해졌다. 내가 불치의 병에 걸린것이 확실하다면 아예 쓰러지기 전에 하나라도 더 해놓자고 하는 그런 조급성이 가져온 결과라고도 볼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자신의 병에 대하여 그이께 사실대로 보고드릴수도 없었다. 장군님께서 그걸 알면 얼마나 걱정하시겠는가. 아니, 정신적변화를 결코 육체적조건으로부터 생긴다고는 볼수 없다.

그는 자신을 랭철하게 돌이켜보며 솔직히 말씀드렸다.

《장군님, 제가 그렇게 문제를 처리하게 된것은 그 무엇보다도 최근시기에 이르러 일이 바쁘다고 하여 당성단련을 게을리하다나니 정신적으로 나약해졌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나약성이 우선 리주명동무가 내놓은 ㄴ방안이 내포하고있는 여러가지 기술적난점들을 해결할수 있는 간고분투의 정신을 점차 무력화시켰고 특히는 ㄴ방안을 실현시키자면 당장 많은 자금이 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해결할 방도가 없다는것을 느끼자 뚫고나갈 대책을 찾는것이 아니라 온 나라가 고난의 행군을 하는 이 어려운 때 어떻게 나라앞에 자금을 달라고 손을 내밀수 있겠는가, 우리가 자체힘으로 자금을 해결하지 못할바엔 다른 방도를 생각해보자, 지금처럼 모든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때 〈류성-2〉호를 저만큼 자력으로 갱신한것도 대단한것이 아닌가 하는 식으로 후퇴하다나니 정치부장이 없는 사이 아무런 사전협의도 없이 저혼자의 결심으로 ㄴ방안을 기각시켰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윽토록 그를 쳐다보시다가 천천히 도리질을 하시였다.

《한푼한푼 쪼개가며 살아가야 하는 나라의 긴장한 자금사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김하규동무로서 생각은 깊었겠지만 그것을 결심하기 전에 보다 심사숙고할걸 그랬소. 최근 미제가 감행한 만전쟁을 통하여 우리가 무엇을 느꼈소. 변화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전군을 현대화하여 정치사상적우월성에 현대적군사과학기술을 결합시켜 실지 우리 인민들이 총대의 덕을 보게 해야 하오. 남의 힘을 바랄 때가 못되오. 동유럽에서 사회주의나라들이 다 무너지지 않았소?

1960년대초 까리브해위기가 조성되고 사회주의 한전호속에 서있던 나라들에서 수정주의를 하며 미제와 타협의 길로 나갈 때 우리 수령님께서만은 몸소 눈덮인 대덕산에 오르시여 〈일당백〉구호를 제시하시였소. 제국주의련합세력의 포위속에서 혁명을 해야 하는 이 어려운 때 우리가 최후승리를 이룩하자면 어떻게 해야 하겠소. 바로 혼자힘으로도 적 백놈과 싸워이길수 있다는 수령님의 일당백사상, 다시말하면 대덕산을 정신적지지점으로 하여 애국의 더운피를 끓여야 하오.

내가 말하는 참다운 애국, 가장 큰 애국이란 무엇이겠소?

언젠가 김하규동무에게도 말했지만 나는 밥주걱을 쥐고 눈물을 짓는 우리 녀인들을 두고 총대를 먼저 강화하는 길로 나가자니 가슴속으로 피눈물이 흐를 때가 많소. 그러나 국력이 약해져 나라를 잃게 되면 망국의 피눈물을 흘려야 하오. 우리 인민이 이런 피눈물을 흘리지 않게 하자면 마음을 모질게 먹지 않을수 없소. 풀죽을 먹는 인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지만 강심을 먹고 총대를 강화하는 길로 나가야 하오. 그래야 국가사회생활전반에서 인민들이 원하는 행복한 생활을 안겨줄수 있소.

내가 말하자는 애국은 바로 이거요.》

김정일동지의 뜨거운 말씀을 듣는 김하규의 이마로는 비지땀이 그칠새없이 철철 흘러내리고있었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여 연신 땀을 훔쳤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어 김하규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힘을 내시오. 그리고 내가 과업을 준 목표를 점령하는데서 제기되는 조건보장, 자금 등을 정확히 타산하여 문건으로 제기하시오.》

《장군님, 고맙습니다.》

김하규는 자책과 맹세의 마음을 하나로 합쳐 기운차게 대답올렸다.

떠나시는 장군님을 바래워드리고난 김하규는 령길을 오르는 야전차들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생각은 더욱 깊어졌다.

지금은 과학기술의 시대이다. 세계는 첨단을 향해 무섭게 질주하고있다. 이 흐름속에서 세계제패의 야망을 한시도 버리지 않고있는 미제가 새로운 무기개발에 계속 집요히 매달리고있다. 바로 이러한 때에 장군님의 사상을 받드는 일선에 서있는 내가 몸이 좀 불편하다고 하여 이렇게 살아서야 되겠는가. 안된다. 그렇게는 살수 없다. 나도 장군님처럼 살아야 한다. 그러자면?…

그는 자기도 모르게 두주먹을 꽉 부르쥐였다.


김정일동지를 모신 야전차가 기본도로에 들어섰을 때였다.

《대장동무! 이 걸음을 대덕산군단종합훈련장으로 이어갑시다.》

김정일동지께서 문득 말씀하시였다.

현진국은 깜짝 놀랐다. 장군님께서 그런 계획을 가지고계실줄은 미처 몰랐던것이다.

《이제 말입니까? 그곳까지는 길이 몹시 험합니다.》

《걱정마오. 우리가 순풍에 돛을 달고 좋은 길로만 다닌거야 아니지 않소.》

《종합훈련장이 장군님께 보여드릴수 있게 준비되여있지도 못합니다.》

《난 현실그대로의 종합훈련장을 보고싶어서 그러오. 갑시다.》

현진국은 속으로 갑자르다가 다시금 진정을 말씀드렸다.

《여기서 거리가 멉니다.》

《몇리요?》

《500리가 넘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흔연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날이 어둡기 전에 도착할수 있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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