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회
12
(2)
《동무들은 오늘의 정세와 시대의 요구를 놓고 대덕산을 생각해본적이 있소?》
《?》
《물론 일당백사상의 발상지, 그 고향이라는 의미에서는 변함이 없소. 그러나 나는 언제인가 이렇게도 생각해보았소. 대덕산이야말로 조국을 어떻게 사랑하여야 하는가를 시대와 력사앞에 보여주는 봉우리라고 말이요.》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락엽과 검부레기들이 돌개바람에 휘말려오르더니 저 개울쪽으로 날려갔다.
《그래 요즘 아들들의 소식은 다 알고있소?》
《미처…》
사실 그는 거의 한달째나 자식들의 생활정형을 알아보지 못하고있었다. 일이 몹시 바쁘고 건강상태가 심히 좋지 못하다나니 저도모르게 마음의 끈을 늦추게 되였다. 그러다나니 셋째아들 광훈이와 연구소 소장사이에 있었던 일도 뒤늦게야 알았던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아시기라도 하신듯
《가정의 대를 혁명의 대로 꿋꿋이 이어가자면 일이 아무리 바빠도 자식들의 성장을 위해 품을 넣어야 하오. 혁명사상은 유전되지 않소. 혁명선배들은 잘 싸웠는데 후배들이 시라소니가 되여서야 안되지. 그렇지 않습니까, 동무들!》
《그렇습니다.》
지휘성원들의 대답소리가 찌렁찌렁 산발을 흔들었다.
김하규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적》들의 화력진지로, 지휘소로, 비행장으로, 미싸일기지로 설정된 포실탄사격훈련장구역안의 여러 대상물들이 한눈에 안겨왔다.
한덩이의 재빛구름이 동쪽으로 서서히 흘러갔다.
저 멀리 산밑에 은페되여있는 포화력진지들에서 철갑모를 쓰고 전투명령을 기다리는 포병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에 내려다보인다.
《시작합시다.》
《알았습니다.》
김하규가 어깨를 쭉 펴며 힘있게 대답올렸다.
드디여 푸르른 하늘로 붉은색신호탄 두발이 올랐다.
꽈르릉! 교향곡의 서곡이런듯 첫 포성이 울렸다. 련이어 타악기의 둔중한 울림마냥 쿵쿠궁 하는 소리와 함께 쉬익쉬익 하늘을 썰며 날아간 포탄들이 《적》지휘소를 연방 들부셨다. 타래쳐흐르는 연기, 솟구쳐오르는 불기둥…
섬광, 포성, 불기둥… 목표들이 순간에 박살나고 땅이 파헤쳐진다. 하늘이 우릉우릉 운다. 땅이 탄다. 련이어… 사격이 잇달리였다. 온 공간이 불과 연기로 꽉 찼다.
(우리 군수공업로동계급이 또 큰일을 했군!)
김하규는 먼저 《류성-2》호를 끌차식으로 새롭게 개조한 상태와 그 유리성에 대하여
김하규의 설명이 끝났지만 아무 말씀도 없이 한동안 근엄한 눈길로 《류성-2》호를 바라보기만 하시였다. 무엇인가 생각되는것이 있으시였으나 내색을 안하시고 옆에 서있는 박송봉에게 시선을 옮기시였다.
《부부장동무! 어떻소, 동무 보기엔?》
박송봉은 아래입술을 감빨며 잠시 생각을 더듬었다. 가장 책임적인 대답을 올려야 할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온것이다.
철없는 그 시절 거치른 이국땅에서 온갖 고생을 다하다
《…》
물론 박송봉동무도 말하다싶이 김하규동무네가 이 어려운 때 싸움준비에서 나서는 문제를 자체의 힘으로 해낸것은 대단하다. 그러나 우리는 나라의 경제형편이라는 조건을 전제로 해서는 안된다. 우리 당의 확고한 립장, 우리 당의 의지가 모든 사업의 출발점으로 되여야 한다. 세계《유일초대국》으로 자처하는 미제, 쩍하면 조선의
우리는 이렇게 목표를 높이 세우고 세계를 향해나가야 한다.
갑자기 쏴- 하는 소리와 함께 세찬 북풍이 불어왔다.
《일당백》구호의 위치선택도 그렇고 《류성-2》호의 기술적개조상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김하규의 고심어린 탐구끝에 생산된 창조물을 기각시키자니 가슴이 쓰리시였다. 설계단계로부터 시작하여 생산에 이르기까지 나라앞에 손을 내밀지 않고 만들자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더구나 수척해진 김하규의 모습을 보니 속이 좋지 않으시였다. 하지만 아무리 피타는 노력을 기울여 생산했어도 세계적인 판도에서 통장훈을 부를수 없다면… 뭐나 다 부족하고 애로와 난관이 중중첩첩으로 가로놓인다고 하여 오늘의 이 계선에서 이쯤하면 된다는 식으로 만족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문득 피로 얼룩진 조선력사의 한페지가
한때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기치를 든 전봉준의 동학군과 우리 나라에 기여든 왜놈들사이에 전투가 벌어진 우금치고개… 력량상대비로 보면 동학군 백명이 왜놈 한놈씩만 제껴도 공주는 물론 서울까지 능히 진격할수 있었다. 곧 백 대일의 싸움이 벌어졌다. 전투는 매우 가렬처절했다. 결전이 끝났을 때 고개는 피로 물들었다. 누구의 피였는가? 동학군의 피였다. 남의 나라땅에 기여든 왜적을 제 나라, 제땅우에서 백명당 한놈도 이기지 못하고 패한 피의 전투… 이 고개가 이번에는 시체로 굳어진 남편과 아들, 손자를 부둥켜안고 통곡하는 이 나라 백성들의 피눈물로 또 한번 젖었다. 구천에 사무친 이날의 비극이 왜 빚어졌는가? 군사를 무시한 봉건통치배들의 무능때문이였다. 일제는 그때 분당 10발씩 쏠수 있는 보총에 현대적인 대포까지 가지고있었다. 그러나 동학군에게는 락후하기 그지없는 얼마간의 화승총과 도창무기밖에 없었다. 아무리 창, 칼이 서슬푸르고 인원수가 백배로 많다한들 현대적인 총과 대포까지 가지고있는 왜놈들과 맞서 이길수가 없는것이다. 대원군이나 일제에게 만신창이 되여 불에 타버린 명성황후신세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의
의식주로부터 오는 고통과 불행을 어찌 망국의 고통과 식민지노예의 운명으로부터 오는 슬픔에 대비할수 있겠는가. 눈앞의 고생만을 먼저 타산하며 한걸음, 두걸음 후퇴하다나면 망국의 비참한 운명이 뒤따른다. 세계에서 가장 강대하다는 적들과 맞서 이기자면 우리도 그에 맞먹는 대등한 무기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