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 회
12
(1)
《차렷!》 김하규는 포실탄사격훈련장이 쩌렁쩌렁 울리게 구령을 치고는
김하규의 영접보고를 받으신
《얼굴이 왜 그렇게 축갔소?》
《…》
《혹시 어디 아픈데라도 있는게 아니요?》
김하규는 가슴이 뜨끔했다.
《제 요즘 감기를 좀 앓았더니…》
《감기라… 무쇠같은 동무가 감기를 앓았다니 모를 소리요.》
《사실입니다.》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하오. 몸이 아프면 치료도 제때에 받고… 알겠소?》
《알았습니다.》
싸움군의 체취가 풍기는 날파람있는 몸가짐, 여덟 팔자모양을 이룬 숱진 눈섭… 포병지휘관으로서는 나무랄데가 없어도 인상문제만은 대중의 평이 그닥 좋지 못한 김하규였다. 그래서 부처처럼 굳어진 표정도 풀어주고 부하들앞에서 너무 엄격한 성격도 부드럽게 해주기 위해 만나실적마다 늘 해학이 짙고 유모아적인 말을 꺼내군 하시였다.
《김하규동무!》
《옛! 덧없이 흘러보낸 시간 그리고 위훈없이 흘러간 청춘시절이라고 생각됩니다.》
역시 꼿꼿한 대답이였다.
《가장 중요한걸 빼놓았소.
《알았습니다.》
《생활도 락천적으로 조직하고… 밝고 명랑한 웃음과 락천적인 생활이 사람의 건강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하오. 어느 한 의학자가 쓴 글을 보니 사람은 하루에 10분정도 횡격막이 흔들릴 정도로 통쾌하게 웃으면 신경의 긴장도 풀리고 건강에도 아주 좋다고 하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갑시다.》
《지휘성원들의 인상은 아주 중요하오. 어려운 환경에 부닥치면 부하들과 병사들은 지휘관의 얼굴부터 쳐다보기때문이요. 지휘관이 든든한 배심을 가지고 신심에 넘쳐 전투를 지휘하면 병사들은 용기를 잃지 않고 사선의 고비도 웃으며 뚫고나가지만 지휘관의 얼굴이 컴컴해지면 다 이긴 싸움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신심을 잃고 주저앉을수 있소. 인민군지휘성원들은 자기의 인상이 집단의 정신상태와 병사들의 전투사기에 그대로 비낀다는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하오. 자, 이런 의미에서 김하규동무! 한번 시원스럽게 웃어보시오.》
김하규는 히무죽이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우습강스러워서 수행원들은 폭소를 터쳤다. 누군가 한마디 했다.
《김하규동무의 웃음신경이 영 마비된것 같진 않습니다.》
또다시 웃음폭포가 터졌다.
류달리 인상과 눈초리가 엄한 조명록을 부하들은 대하기 매우 어려워했던것이다.
《한가지 물어봅시다. 공군부대에서 사업할 때 말이요. 결함을 범한 부하를 불러다놓고 칼날같은 눈으로 10분간이나 그냥 쏘아보기만 해서 뒤로 벌렁 넘어지게 했다는게 사실이요?》
《제 워낙 눈초리와 성격이 부드럽지 못해서 그러루한 일이 있긴 있었습니다. 그러나 10분간이나 그냥 쏘아보았다는것은 누가 보탠 말입니다.》
《허허… 하긴 말은 보태고 떡은 뗀다고 하지 않소.
동무들, 우리 잠간 돌이켜봅시다.
산밑에는 여러 가설건물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류달리 긴 건물과 그 건물우에 세운 《일당백》구호판이
《지붕우에 〈일당백〉구호를 세운 저기 저 건물은 뭘하는 곳이요?》
《포사격을 하려고 온 군인들이 리용하는 야전식당입니다.》
《야전식당이라…》 하고나신
《김하규동무! 저기 저 산봉우리를 좀 보오. 어느 산과 모양새가 비슷하게 생긴것 같소?》
《?…》
김하규는
포병지휘관인 그는 병사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목표정찰과 계산, 정황처리에서 그 누구보다도 빠르고 정확한것으로 하여 소문이 났었다. 포와 관련된 문제라면 그 어떤 물음에도 대답할
어떤 취지에서 물어보신것일가? 가늠이 잘 가지 않았다.
《김하규동무! 련상되는 산이 없소?》
《저…》
뜻밖의 질문에 그의 얼굴은 수수떡처럼 붉어졌다.
때마침 현진국이 곤궁에 빠진 김하규를 구원해주었다.
《지원포사격을 해주겠다는건데… 하긴 동무들이야 전우들사이이지. 좋소.》
《신통히도 대덕산과 근사한 모양새를 갖추고있습니다.》
김하규는 그 순간 《아!》하며 우묵한 두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어제날의 옛 대대장은 첫눈에 알아봤는데 나는?… 얼굴은 더더욱 달아올랐다.
《김하규동무! 내 보기엔 저기 저 야전식당의 이마에 써붙인 〈일당백〉구호의 위치가 적중치 못한것 같소. 대덕산과 모양새가 비슷한 저 산중턱으로 옮기는것이 어떻소?》
《그게 좋겠습니다.》
김하규는 가까스로 대답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