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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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규는 새벽에 일찍 집을 떠나 포실탄사격훈련장으로 나왔다.
총참모부계획에 따라 오늘 여기서는 《류성-2》호의 기술적개조상태만이 아니라 새로 생산된 ××포무기의 위력에 대한 시험사격훈련을
김하규는 《류성-2》호와 끌차식륜전기재옆을 천천히 거닐며 훈련장주변을 살펴보았다. 포실탄사격훈련장은 젖빛안개속에 잠겨있었지만 관람대며 포화력진지, 가설건물들은 우렷이 자기 모양새를 드러내고있었다. 너부죽한 그의 얼굴에 흐뭇한 웃음이 어렸다.
각종 포실탄사격을 현대적인 조종체계에 따라 진행할수 있게 꾸려진 훈련장은 보면 볼수록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었다. 자기의 노력과 땀이 많이 기울여진 창조물일수록 그 소중함의 진폭은 남달리 큰 법이다.
자기 직무에 대한 높은 책임감은 그로 하여금 우리 나라 군수로동계급이 새로 만들어 보내준 《류성-2》호를 더욱 발전시킬수 있는 새로운 착상을 하게 했다. 그의 착상은 곧 승인되였고 오늘은 시제품으로까지 생산되였다.
김하규는 안개속에 누워있는 《류성-2》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여러해전에 진행된 《ㄹ》무기에 대한 발사훈련때의 일이 은연중 생각났다.
미제에 의하여 우리 나라에 전쟁이 터질 시각이 박두해오던 그해 어느날, 총참모부에서는 《ㄹ》 무기에 대한 발사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포병들에게 기동명령을 내린 김하규는 총참모부로부터 적들의 새로운 움직임을 통보받자 은근히 가슴이 조여들었다. 곧 진행하게 될 발사훈련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가 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던것이다.
드디여 어느 한 장소에서 불덩이가 날아올랐다. 정찰위성을 통하여 이 불덩이가 그리는 특이한 탄도선이며 북조선에서 이미 세상에 널리 선포한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하는 모습을 포착한 미제는 급기야 그 어떤 계산에 달라붙었다. 마침내 저들의 《패트리오트》요격미싸일로써는 속도가 몇배나 빠르고 명중률도 정확한 불덩이를 도저히 요격할수 없다는 계산수치가 산출되였다. 이 결과를 알게 된 미국방성에서는 물론 일본땅에서도 아우성이 거의 동시에 터졌다. 조선이 지리적으로 대국들의 사이에 끼여 그들의 리익을 위한 각축전장으로 리용되던 시기는 먼 옛날로 되였던것이다.
일본에 있는 현대조선연구소 소장 사또는 《한델스블라트》라는 출판물에 다음과 같은 글을 냈다.
《평양이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문제는 금년 5월에 성과적으로 시험한 〈로동1〉호 운반체계에 설치할 핵탄두를 개발하는것이다. 북조선은 빠르면 1994년초에 완성된 화학 및 핵무기운반체계를 가질수 있다.… 이 운반로케트체계에 대한 방위체계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방위체계를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해야 하는데 그것이 성공하자면 약 10년은 걸릴것이다.…》
나라의 정당방위와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 날린 우리의 불덩이는 기고만장하여 돌아치던 미제의 전쟁기도를 꺾어버리는데서 결정적인 힘을 발휘했다. 그 련쇄반응으로 미국의 전 대통령 지미 카터가 평양에 온다, 북남최고위급회담이 실현되여간다 하는 극적인 변화가 이루어졌을 때 김하규는 총대를 강화하는데서 현대적인 최첨단무장장비의 힘이 얼마나 큰가 하는것을 그 누구보다도 깊이 절감하였다.
김하규는 그때의 격정이 다시금 가슴속으로 파도쳐오는것을 느끼며 《류성-2》호를 어루쓸었다. 싼득한 감촉이 느껴지는 순간 그는 온몸이 짜릿한 흥분속에 잠겨드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김하규는 빈농민의 자식이였다. 이러한 자기를 포병지휘관으로 키워 내세워주신
그런데 오늘
《국이 식습니다. 아주머니, 어서 드시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대단하오, 대단해. 아들 오형제가 다 포병지휘관, 정치일군이라… 그래 아들 오형제가 지금 어디어디서 군사복무를 하고있소?》
김하규가 대답올렸다.
《쌍둥이인 첫째와 둘째는 전선동부와 전선중부에서 각각 포병련대장을 합니다.》
《음, 쌍둥이련대장! 언젠가 나에게 셋째가 똑똑하다고 하면서
《그렇습니다.》
《셋째의 직무는 뭐요?》
가슴이 뜨거워올라 가까스로 대답올렸다.
《지금 포병대대장을 하는데…》 하고나서 그 소속에 대하여 보고드렸다.
《음, 대덕산부대로구만.》
《넷째도 전선서부 대덕산가까이에 있는데 포병중대장입니다. 다만 전선중부 오성산밑에서 복무하는 막내만이 포병중대에서 정치지도원을 합니다.》
《막내만은 어떻게 되여 정치일군이 됐소?》
《그럴만한 사연이 있습니다.》
김하규는 그 내막을 말씀올리기가 옹색해져 안해를 돌아보았다. 로은숙은 얼굴을 붉히며 눈건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였다.
《허, 가정비밀인 모양이요.》
로은숙은 바빠맞았다.
《그런게 아닙니다. 막내한테만은…》 제 자식 자랑하기가 어색한듯 말을 더 잇지 못했다. 김하규가 어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씀드렸다. 《막내한테만은 지휘관기질보다 정치일군다운 인정미가 더 있다고 하면서…》
《옳소. 정치일군에겐 그게 중요하지.》
《예. 그래서인지 중대정치지도원이 된 후 병사들과의 사업을 비교적 잘한다는 목소리가 가끔 제 귀에까지 들려옵니다.》
신명이 나다보니 외람되게도 제 자식자랑으로 넘어갔다.
《허허… 정말 자랑스러운 총대가정이요. 전에는 로동가정이 많았는데
《난 오늘 정말 기분이 좋소. 아들 다섯중 쌍둥이형제는 이미 장가를 보낸거구.… 이제는 광훈이의 차례가 되지 않았소?》
《그러지 않아도 장대식동무가 셋째며느리감을 골라주었습니다. 녀성군관인데 올해 제대된다고 합니다.》
《그럼 됐구만. 동무네 가정에선 군사복무경력을 갖춘 처녀들만을 며느리로 맞는 가풍을 세웠다면서? 허허허… 어떻게 되여 그런 생각을 하게 됐소?》
《녀자들이 군대생활을 잘 알면
《그런 우월성이 있었구만, 허허허 …》
김하규는 더더욱 성수가 났다.
《60사단 녀성기관총중대에서 정치지도원을 하는데 지금쯤 제대명령을 받았을수도 있습니다. 이름은 김연금이라고…》
《김연금이라… 아버지가 뭘 한다오?》
《영예군인이랍니다. 》
《좋구만! 만나보았소?》
《아직은…》
김하규는 면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두툼한 손바닥으로 뒤더수기를 슬슬 쓸었다.
사실 연금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김하규는 눈물까지 흘리며 김경국이에 대해서도 다 말씀드렸을것이다.
대덕산에서 복무할 때 락반사고후 김하규를 다른 부대에로 조동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김하규는 자기에 대한 처벌이 어떻게 되여 가벼워졌는지 중대를 떠나는 날에야 웃단위 지휘관을 통해 알게 되였다.
김경국은 소대장을 위하여 부대정치부에 이런 편지를 썼다.
…사고는 내가 락반감시병의 임무를 책임적으로 수행하지 못했기때문에 저질렀습니다. 이 편지를 쓰게 된 기회에 우리 소대장동지와 저 사이에 있은 한가지 사실만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지난해 겨울, 우리 소대가 군사임무수행을 위해 림진강가에서 천막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그날 식당근무였던 나는 이른새벽 림진강에 물을 길러 나갔다가 아차 실수로 발이 미끄러지며 얼음구멍속에 빠져들어갔습니다. 물흐름은 빨랐고 수심도 깊었습니다. 정말 위급한 순간이였습니다.
바로 이때 병사들보다 먼저 일어나 작업장을 돌아보던 소대장동지가 세찬 물살속에 말려드는 나를 발견하고 지체함없이 검푸른 강물속에 뛰여들었습니다. 간난신고속에 나를 끌어내긴 했지만 얼음장에 째진 소대장동지의 목에서는 붉은 피가 사정없이 흘렀고 련대군의소에는 내가 아니라 소대장동지가 실려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습니다. 지금 소대장동지의 목에 난 상처자리는 그때 생긴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이런 소대장동지의 머리우에 생명을 위협하는 큰 돌이 떨어지는데 병사인 내가 어떻게 몸을 내대지 않고 비키라고 소리만 칠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뛰여든건데…
부탁입니다. 평소에 우리 병사들을 그리도 사랑한 소대장동지를 처벌하지 말아주십시오. 정 처벌을 해야 한다면 락반감시병의 임무를 맡았던 나를 처벌해주십시오.…
그날 군단병원에 올라간 김하규는 울먹울먹하는 김경국병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경국동무! 이렇게 헤여지자니 정말 가슴아프구만. 내 말을 명심해 듣소. 이게 우리 집주소요. 제대되여 집에 가면 이 주소로 잊지 말고 편지를 하오.》
김하규는 자기네 집주소가 적힌 수첩을 경국이의 손에 꼭 쥐여주었다. 김경국병사를
삣쭁, 삣쭁, 쪼르르릉- 어디선가 산새소리가 들려와 김하규는 추억에서 깨여났다. 둘러보니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있었다.
김하규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