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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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감동없이 볼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기옆에 앉아있는 국장까지 그 분위기에 말려들어 노래를 따라부르는것이였다. 야조브는 몹시 궁금해졌다. 호기심이 버쩍 동해난 야조브는 바깥에 정신이 팔린 그의 귀가에 대고 물었다.
《지금 따라부르는 노래제목이 뭡니까?》
《〈당신만 있으면 우리는 이긴다〉입니다.》
국장이 노래가사를 통역해주었다.
가장 큰 비극은
생각이 깊어진 야조브의 눈앞으로 여러해전 8월의 그날 자기의 명령에 따라 안개낀 모스크바거리를 들었다놓으며 물밀듯이 육박해들어온 수많은 땅크들이 흘러갔다. 국방상의 구상에 따라 작전총국의 군관들이 정한 《시》시간에 맞추어 모스크바시내에 들어온것은 깐쩨미로브땅크사단이였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따만기계화보병사단의 대대들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수도로 바투 다가들었다. 제27독립려단이 야조브가 목표로 정한 대상물로 남먼저 접근했다. 후날에 가서야 야조브는 항공륙전대사령관 빠웰 그라쵸브가 륙전대원들에게 《서두르되 덤비지 말라.》는 이상한 명령을 내렸다는것을 알았다. 야조브는 이때 군사학교에서 배우거나 어디에서 보지도 못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작전을 준비하였다. 어마어마한 군집단이 모스크바시내로 들어가면서 위압감을 조성하면 색갈이 다른 잡동사니 민주주의자들은 살구멍을 찾아 사방으로 도망칠것이고 인민들과 당, 공청열성자들, 군대의 열렬한 지지속에 비상사태위원회를 수위로 하여 권력을 틀어쥐게 될것이며 쏘련은 구원될것이라고 타산했다. 사태는 급변하였다. 색갈이 다른 민주주의선동분자들의 역설에 속아넘어간 병사들과 인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몰랐다. 야조브자신도 그때 왜 그런 놀음에 가까운 행동계획을 하였는지 그 원인을 조선에 오기 전에는 찾지 못했다. 군대가 비사상화, 비정치화되다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몰랐고 보다는 군대안의 당조직들이 변질된데 있었다.
생각이 깊어진 야조브를 태운 승용차는 당기발이 휘날리는 당중앙위원회청사앞에 이르렀다. 대기실에 들어선 야조브는 자기를 구면지기처럼 맞아주는 조선인민군 장령과 마주섰다.
《총참모부
(어디서 본듯싶은데?)
눈에 익어보이는 인상적인 모습이여서 야조브는 머리를 기웃하며 손을 내밀었다.
《드미뜨리 야조브입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겠습니까?》
아닐세라 얼굴생김이 퉁퉁하면서도 두눈이 쪼프린것처럼 째진 현진국은 반색을 했다.
《?》
《85년도 조선에 왔을 때 우리 부대에서 진행한 훈련…》
《아!》 그제서야 야조브는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생각납니다. 포사격과 배합된 공격훈련을 훌륭히 지휘한 두 장령을 축하해준 기억이 납니다. 그날 의의깊은 오찬도 있었지요, 허허허…》하며 웃더니 현진국의
《감사합니다.》
《그날 포사격을 솜씨있게 지휘한 장령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김하규동무 말입니까? 그 역시
야조브의 눈언저리에 어딘가 쓸쓸한 감정이 비꼈다.
《10년전에 왔을 때처럼 조선인민군의 훈련모습이랑 보았으면 참 좋겠는데… 나는 인차 돌아갈 예정입니다.》
《우리 나라에 오자마자 왜 돌아갈 생각부터 합니까?》
《나야 국가공무로 온 사람도 못되는데…》
《설사 그렇다 해도 인차 돌아가지 않아도 될겁니다.》
《?》
야조브는 그의 말이 리해되지 않았다.
《자, 어서 들어갑시다.
야조브는 가슴이 쿵 울리는것을 느꼈다. 지금껏 가슴속에서 잠을 자던 파도가 폭풍이라도 만난듯 세차게 일어나기 시작한것이다. 그는 자기를 주체하지 못하며 현진국의 뒤를 따라걸었다.
《우리 조선의 겨울날씨가 어떻습니까?》
《사람들의 마음과 인상이 따뜻해서인지 봄날처럼 느껴집니다.》
《건강상태는 어떻습니까?》
《건강합니다. 그리고 모든것이 만족합니다.》
《집을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도 있는데 어떻게 다 만족스럽기야 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조선에 와서 그처럼 따뜻한 환대를 받을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야조브의 곁에 앉아있던 현진국이
야조브의 긴장되였던 마음은 어느 정도 풀어지고 주름살이 패인 얼굴엔 온화한 웃음이 어렸다.
《그랬으면 정말 좋긴 하겠는데…》
《나는 야조브동지가 그 누구보다도 사회주의를 무한히 동경하는 그 마음을 소중히 여깁니다. 눈은 보고 심장은 결심한다고 조선에 온 목적이야 원만히 달성하고 돌아가야 우리 마음도 가벼울게 아닙니까. 옹색해할것도 없습니다. 가까이 앉아야 정이 가깝다고…》
야조브는 감심했다. 그 누구를 불문하고 오라는 말은 반갑지만 가라는 말은 섭섭하다고 했다. 국방상으로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실각된 후 그는 말은 꿀처럼 다나 뜻은 완전히 다른 정계의 사람들을 적지 않게 대상했다.
그러나
《저의 소망을 그렇게 널리 헤아려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문제인데… 나에게서 무엇인가 알고싶은것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맑스가 내놓은 선행리론에는 로동계급을 주력군으로 보고 그에 의거해서 혁명을 전진시켜야 한다고 밝혀져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인민군대를 주력군으로 내세웠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제가 조선에 와서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안았고 그래서 당신과 론쟁까지도 해보고싶었던 문제였습니다. 어떻게 되여 혁명의 주력군을 로동계급이 아니라 인민군대로 보게 되였습니까? 〈전세계 로동자들은 단결하라!〉는 구호도 로동계급의 힘이 강력하기때문에 맑스가 내놓은것이 아니겠습니까.》
주력군, 이 뜻은 어떤 투쟁이나 혁명에 참가하는 주되는 력량을 말한다. 군사전법이 아닌 정치로선적인 문제다. 전법은 군사일면이여도 주력군문제는 정치와 군사, 경제까지도 다 포괄된 혁명에서의 근본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