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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 회

8

(4)


이렇게 되여 김하규를 찾아간 연구소소장은 광훈이의 직무조동문제를 슬쩍 내비치였다.

그러자 김하규는 안된다고 단마디로 일축해버렸다.

《왜 안된다는겁니까. 〈류성-2〉호의 기술적개조를 빨리 끝내자면 광훈이와 같은 젊은 재간둥이가 더 필요합니다.》

일명 왕고집쟁이로 소문난 소장은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그녀석 제 에미와 내통한것이 아니면 최전연에서 군사복무를 하기가 힘들어진게 분명하오. 그 부문의 전문교육도 받지 못한 광훈이를 데려다놓고 어쩐다는거요. 안되오.》

김하규는 두눈을 부릅떴다.

연구소소장은 상대방을 무섭게 제압하는 김하규의 눈길을 피하며 계속 고집했다.

《설사 전문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해도 재능이 있는데다 나이도 젊었겠다 이제라도 공부를 시키면서 키우면 되지 않습니까. 대장동지네는 아들 다섯이 다 최전연에서 복무하는데… 셋째만이라도 연구사로 키웁시다.》

《여보! 인민군대의 지휘성원들이 다 그런 식으로 최전연에서 복무하는 제 자식들을 한명두명 뽑아 헐한 부문에 배치할내기를 하면 어떻게 되는줄 아오? 제일선이 허약해진단말이요.》

《아니, 그럼 대장동지는 우리 연구사업을 헐한 부문으로 생각합니까?》

《그래서가 아니요. 난 우리 광훈이가 포병지휘관으로 복무하면서 자기 부문의 싸움준비에 적극 기여하는것이 혁명에 더 유익하다고 생각되기때문이요. 소장동무! 그런데 더 신경을 쓰지 말고 리주명실장과 그곳 연구사들을 잘 발동해서 〈류성-2〉호의 기술적개조를 빨리 다그쳐야겠소.》

광훈이의 소환문제를 거듭 제기하는 소장을 사무실에서 내쫓다싶이한 그는 잠시 심중해졌다. 필경 안해도 개입했을수 있는 광훈이 일을 너무 극단적으로 처리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던것이다. 광훈이가 연구사로 되는것이 혁명에 더 유리하다면… 내가 혹시 그 애를 잘못보고있는것은 아닐가. 그래서 생각다못해 장대식이를 만난 기회에 이렇게 광훈이 말을 꺼낸것이다.

김하규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아서라기보다 장대식이로서도 보는 눈이 있어 고개를 내저었다.

《내 보기에도 광훈이는 포병지휘관 재목이요. 연구사라니? 잘 맞지 않소.》

《키우면서 보니 광훈인 자기 주견이 매우 강하오. 그러니 연구소로 이미 기울어진 그녀석의 마음을 막는다는게 쉬운 일은 아닐것 같소. 좀 잘 이끌어주오. 이젠 나이도 찼는데 장가갈 생각도 안하지. 군사복무 말기에 이른 똑똑한 처녀가 한명 없소? 있으면 우리 광훈이한테 소개해주면 고맙겠소.》

전우의 마음속 고충을 너그럽게 헤아려본 장대식은 이런 약속까지 했다.

《광훈이 일을 두고 너무 마음을 쓰지 마오. 내가 전적으로 다 맡아안고 도와주겠소. 아니, 도와주는것이 아니지. 대덕산의 넋을 이어갈 래일의 기둥들을 억세게 키우는것은 내 임무에 속하오.》

이런 일이 있은 후 장대식은 군단지휘부에 대대장이상 지휘관들이 모였을 때 김광훈을 자기 사무실로 조용히 불렀다.

름름한 체구, 기름한 얼굴, 약간 들어간 눈확속에서 남달리 번뜩이는 눈… 젊은 대대장의 모습은 신통히도 김하규였다. 생김도, 지휘관다운 자질도 아버지를 그대로 닮은 광훈이였다.

(하긴 젊은 시절에는 자기를 잘 모르다나니 물덤벙술덤벙할수도 있지.)

장대식은 벽쪽에 놓인 쏘파로 그를 데리고가서 나란히 앉았다. 사람은 열번 된다고 이런 때 잘 다듬어주어야 참대처럼 곧게 자랄수 있다. 말문을 열기에 앞서 이 궁리, 저 궁리하던 장대식은 먼저 생활적인 말로 자연적인 분위기부터 조성해나갔다.

《대대장! 이젠 장가갈 나이도 됐는데 빨리 국수를 먹어야 하지 않겠소?》

《?》

바싹 긴장되여 앉아있던 김광훈은 그만 피씩 웃고말았다.

《일이 바쁜데 언제…》

《그래도 장가야 갈 땐 가야지. 얼마전에 우에 올라갔다가 아버지를 만나고왔소. 아버진 광훈이도 이젠 나이가 됐는데 빨리 마련을 보아야겠다고 하면서, 허허허… 군사복무 말기에 이른 맞춤한 녀성군관을 부탁하기에 내가 한명 점찍어놓았소. 만나보지 않겠소? 미리 붙잡지 않으면 그 고운 새가 다른데로 훌 날아가버리고마오.》

군단장이 자기를 찾을 때부터 속으로 이미 예감한것이 있는 김광훈은 정색해서 물었다.

《군단장동지, 처녀 선보는 문제때문에 저를 찾은거야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소. 어디 솔직히 대답해보오. 대덕산부대에 계속 있겠소, 아니면 이미 말이 난 연구소로 가겠소?》

장대식은 직방 본론에 들어갔다.

《…》

《툭 털어놓고 말하면 난 훌륭한 포병지휘관인 동무를 내놓고싶지 않아. 그래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침묵, 침묵… 장대식의 어글어글한 두눈을 피하여 잠시 머리를 창문쪽으로 돌리고있던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군단장동지,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다 이야기하겠습니다. 사실 우리 가정의 아들 오형제의 희망은 서로 달랐습니다. 제자랑같지만 중학교시절 남달리 공부를 잘한 저는 장차 과학자가 될 꿈을 안고있었습니다. 바로 이러했던 우리 다섯형제의 지향이 같아지고 사람들속에 오늘의 유격대의 오형제로 알려지기까지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포와 함께 군사복무를 해오는 나날에 과학자가 되고싶었던 저의 희망은 깊이 잠들어버렸습니다. 바로 그 잠을 새로 창안한 훈련기재가 깨워주었다고 봐야 할지… 저로서는 별로 신통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전군적인 과학기술전람회장에 나온 해당 연구기관사람들이 나를 보고 아주 기발한 착상을 했다고, 전도가 기대된다고까지 높이 평가하고 내세워주었기때문입니다.

그날 저는 기쁜 마음으로 집에 찾아갔는데 아버지는 없고 큰 방에 어머니 홀로 외롭게 앉아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눈물이 글썽해서 나를 맞았습니다. 아버지의 건강때문이였습니다.

다섯아들중에 부모를 생각하는 자식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하여 주요지휘관의 위치에 있는 맏형을 데려올수도 없고…

너렁청한 방에서 아버지의 건강상태를 두고 혼자 걱정하는 어머니의 말을 들으니 정말 생각이 많았습니다.

바로 이런 일이 있은 다음에 연구소소장을 만났는데 그는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동무 아버지처럼 의지가 굳센 실력가형의 포병지휘관은 드물다, 그러나 요즘은 힘들어하는것이 눈에 알린다, 아버지도 이젠 나이가 있는데 한 자식쯤은 집에 데리고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총대를 일당백으로 강화하는 길에는 두 전선이 있다. 총과 포를 직접 다루는 제일선, 또 총과 포를 최첨단의 요구에 맞게 연구개발하는 군사과학의 제일선, 바로 동무는 이 군사과학의 제일선에 착상이 아주 기발하고 가치있는 창안품을 가지고 나타난 새 세대 연구사감이다, 우리 연구소에는 동무와 같이 현실체험이 풍부하고 여러가지 포를 립체적으로 파악하고있는 실력가가 필요하다, 전문교육을 받은 후 우리 손을 맞잡고 군사과학의 제일선을 함께 걷는것이 어떤가, 힘들어하는 아버지도 곁에서 돕고… 이렇게 되여 시작된 일인데 군단장동지, 제가 잘못한것이 무엇인지 대답해주십시오.》

(이것봐라, 듣던바 그대로 록록치 않은걸! 김하규동무가 광훈이를 두고 주견이 매우 강하다고 하기에 웬말인가 했는데 과연 옳았군.)

자기로서의 타당한 론거가 있는 광훈이의 말은 절절하기까지 해서 장대식의 심장을 울렸다. 장대식은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침착하게 사리를 밝혀나갔다.

《물론 동무의 주장엔 일리가 있소. 례하면 아버지를 생각하는 그 마음엔 나도 감동되오. 문제는 동무가 연구사로 되는걸 아버지가 바라지 않는다는거요. 광훈동무, 사람은 적재적소가 있는 법이요. 일시적인 성과를 놓고 자기를 모르는 지나친 욕망과 열정, 그것만을 가지고 기초도 파악도 미약한 분야에 뛰여들었다가 실패한 인간을 나는 여러명 보았소. 자기를 잘 아는것이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오. 자기는 자기가 아니라 객관이 가장 정확하게 평가하는 법이요.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동문 갈데 없는 포병지휘관감이란 말이요. 이건 나나 동무 아버지만이 아닌 대중의 종합된 목소리이기도 하오. 아버지처럼 박식하고 포에 밝으며 또 발명가적인 기질도 있는 지휘관감이라는데 문제가 있소. 과학전, 기술전의 시대인 오늘은 이 두가지가 겸비된 그런 실력가형을 요구하는데 굳이 대덕산을 떠나겠다는건 뭘 말해주는가, 동무의 지지점이 굳건하지 못하다는것을 말해주오.》

《…》

《난 수십년세월 대덕산과 운명을 같이해오는 과정에 지향이 뚜렷한 참으로 아름다운 참인간들을 많이 보았소. 대덕산의 그 소중한 넋을 안고사는 아름다운 인간들중에는 수령님께서 찍어주신 석장의 사진의 주인공인 박창걸련대장과 그의 안해도 있소. 사실 박창걸동무는 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수도가까이에 있는 부대에 배치받았소. 그러나 그는 자기를 키워주고 내세워준 당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한 삶의 위치를 대덕산부대에서 찾았소.

그뿐인줄 아오? 60사단 녀성기관총중대 정치지도원 김연금동무 또한 얼마나 고결한 충정과 아름다운 사랑관을 안고 군사복무의 마감을 결속해나가고있는줄 아오? 정치지도원으로 사업하고있는 기간 중대의 싸움준비는 물론 병사들을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참으로 많은 일을 했소. 때문에 군단에서는 그를 수도에 있는 좋은 곳으로 추천해주려고 생각하고있었소. 그러나 그는 대덕산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있소. 난 동무를 그 누구보다도 대덕산을 가장 사랑하는 지휘관으로 믿었기때문에 처녀에게 이런 말까지 해주었소. 앞으로 동무앞에 김광훈대대장이 척 나타나게 될거라고 말이요. 허참, 그런데 일이 난처하게 된것 같소. 동무가 대덕산을 뜰 생각을 품고있는줄 미리 알았더라면 애초부터 말도 꺼내지 않는건데… 내가 실수를 한가 보오.》

몹시 흥분된 장대식은 자기의 속을 다 쏟아놓고나서 결단성있게 계속했다.

《내가 하고싶었던 말은 다 했소. 동무가 끝까지 대덕산을 떠나겠다면 아버지와 다시 의논을 해봅시다. 억지로 붙잡지는 않겠소.

하지만 명백히 알아둘건 동무가 아버지를 위해 연구소로 간다는것이 오히려 아버지를 더욱 괴롭히게 된다는것이요.

김연금이를 찾아가 만나는가 그만두는가 하는 일도 동무결심에 맡기오. 어떻게 하겠소?》

김광훈은 한동안 입을 꾹 다물고 서있다가 대답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뭐, 생각?)

장대식은 쓴입을 다시며 돌아서고말았다.

이것은 김광훈이네가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를 떠나기 얼마전에 있은 일이였다.

…밤새의 울음소리가 장대식의 깊은 추억을 깨웠다.

장대식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밀려드는 잡념들을 털어버리고 곧 사업수첩을 펼쳐놓았다. 장군님께서 주신 과업을 집행하기 위한 사업을 설계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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