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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철도 다 지나가서 산판이 조용해졌을 때였다. 30명가량 되는 사람들이 큰리의 이깔나무숲에 나타났다. 큰리가 시작되는 골안에서부터 20리가 넘는 길없는 숲속을 헤쳐온 류다른 행렬이였다. 새들이 우짖고 이따금씩 산토끼들도 나타났다가 낯선 사람들의 무리를 보고 놀라 달아나군 했다. 지난 봄에는 이 숲에서 범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나 어쨌든 시내에서 동물연구사가 내려왔댔었다.

끝이 없을상싶게 펼쳐진 이깔나무숲의 장관에 놀라는 숲속의 류다른 사람들이란 군에서 한다하는 간부들과 주요 기관책임자들이고 이들을 앞에서 이끌어가는 사람은 김한길군당책임비서였다.

련줄련줄 뻗어간 큰리의 산봉우리들이 바라보이는 안골의 주봉마루에 올라 책임비서는 일행을 멈춰세웠다. 사람들은 눈속에 묻혀 겨울잠을 시작한 울울창창한 이깔나무숲을 바라보며 마치 큰리의 산판을 처음 보는 사람들처럼 희한하여 눈들이 둥그래졌다. 그것은 그대로 숲의 바다였다.

《동무들! 보시오!》 김한길은 손을 들어 가리키며 말했다. 《저 거대한 숲을 이룬 이깔나무 한그루한그루에는 뜨거운 애국의 마음을 안고 생의 자욱자욱을 이어오고있는 한 인간의 기쁨과 행복이, 고난과 시련, 눈물겨운 희로애락이 다 깃들어있습니다. 동무들도 학습을 해서 다 알고있는것처럼 위대한 김정일장군님께서는 선군령도의 자욱을 이어가시는 나날 온 나라를 수림화, 원림화해야 한다는 참으로 현명한 가르치심을 주시였습니다. 여기 큰리의 리명산책임감독원동무는 오랜 기간 자신의 피어린 노력을 기울여 퇴화된 소나무밖에 없었던 여기 큰리의 산판들에 2 000정보의 창성이깔나무숲을 일떠세움으로써 누구나 우리 장군님의 숭고한 애국의 뜻을 받들어 이 땅에 진심을 묻으면 조국의 모든 산들을 푸른 보화로 가득찬 락원으로 일떠세울수 있다는것을 실천으로 증명하였습니다. 바로 이것이 중요합니다.》

김한길은 여기서 잠시 말을 끊었다. 그는 뿌리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뿌리는 땅속에 뻗어있어 보이지 않는것이지만 바로 그 뿌리에 떠받들려 한그루한그루의 나무가 자라 무성한 숲을 이루는것이 아니랴.

김한길은 갑자기 격해졌다. 리명산이 걸어온 기나긴 세월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것이였다.

《동무들, 뿌리가 됩시다. 피와 땀을 바침이 없는 애국이란 없습니다. 바로 우리들, 매 공민들이 땀과 강의한 의지와 노력으로 말없이 당과 조국을 떠받드는 뿌리가 될 때 위대한 장군님의 위업은 더 빛나게 되고 강성대국의 문은 하루빨리 열려지게 될것입니다. 말로만 외우는 애국은 진정한 애국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만입니다. 사람은 진정한 애국자가 되여야 합니다. 얼마전에 한 로병이 우리 군당에 찾아온적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선에 나가 싸웠으며 그때의 그 자세로 한생을 변함없이 당의 위업을 받들어 성실하게 일해온 로인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구나 리명산이처럼 나라에 필요한 사람이 되여야 한다! 동무들, 필요한 인간이 된다는것은 어떻게 사는것인가? 뿌리가 되는것입니다. 아름드리나무도 그것이 없이는 한순간도 서있지 못할 뿌리처럼, 그렇습니다. 그 뿌리처럼 사는것입니다. 바로 로병아바이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일군들은 머리를 숙이였다. 그들은 사흘전에 심장마비로 끝내 세상을 떠난 류성림로인에 대하여 생각하는것이였다. 그 로인이 무엇때문에 가슴아파했으며 왜 그런 말을 했겠는가를 군당책임비서가 더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알고있었다.

바로 그 류성림로인이 그렇게 세상을 떠나지 않고 살아있었더라면 후날 얼마나 좋아했으랴. 리명산에게 본인이 꿈에도 바라지 못했던 행복이 찾아온것이였다. 그 행복은 그가 자기의 후반생을 깡그리 불태우며 걸어온 그 길우에서 겪어야 했던 힘겹고 괴로왔던 그 모든것을 천배로 보상하고도 남을 거대한것이였다. 선군혁명령도의 머나먼 길에서 리명산의 애국적소행에 대한 보고를 받으신 위대한 김정일장군님께서 그를 시대의 영웅으로 내세워주신것이였다. 선군으로 위대한 력사가 창조되는 가장 영광스러운 시대에 그보다 더 고귀한 부름이 또 있겠는가!

애국은 그 어떤 보상을 받기 위해 하는것이 아니지만 참된 애국은 어머니조국이 알아주는것이였다. 다시 몇해가 흘렀을 때 리명산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되였다. 온 큰리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자기들의 사랑하는 주인공을 위하여 찬성의 한표를 바치던 그날에도 그자신은 휴식을 몰랐다. 그는 숲으로 갔다.


그때로부터 또 한해가 지나갔다.

얼어붙었던 산판이 녹고 골안으로 눈녹은 물이 좔좔 소리치며 흘러내리는 이른 봄날이였다.

리명산과 최영우는 방아골막바지 명덕산마루에 있었다. 최학세로인이 잠들어있는 곳이였다. 그앞에 심어놓은 열일곱그루의 사연깊은 이깔나무는 이젠 그 어떤 바람에도 끄떡없을 아름드리거목이 되였다.

《이깔고장이 되였구만!》 최영우가 발아래 아득히 펼쳐진 이깔바다를 바라보며 감회에 젖어 말했다. 그는 오래전에 들은 할아버지의 옛말이 생각난다고 했다.

리명산의 얼굴에 미소가 고요히 피여올랐다. 그렇다. 이제는 이 고장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린지도 오래된 옛말의 주인공이 불쌍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골안에서는 물소리만 소란스럽게 들려오지 않는가. 나무가 자라니 수원도 풍만해졌다. 그러니 전설속의 사나이도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안식에 들었으리라.

《애들이 올라오네.》

최영우가 산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리명산이 그쪽으로 눈길을 보냈다. 바람에 설레이는 이깔나무들사이로 두 젊은이가 올라오고있었다. 아들 현웅이와 류정혜였다. 오늘 그들은 결혼식을 하였다. 그들은 결혼기념으로 여기 명덕산에 나무를 심기로 한것이였다. 눈부신 조선치마저고리를 입은 며느리때문에 숲이 더 청신하고 환해지는듯 했다.

《여보게, 명산이.》

《왜?》

《현웅인 연구사니까 저들은 이제 잔치를 끝낸 다음 시내로 들어가 살겠지? 그런데 현심이까지 대학을 졸업하고 시내병원에 떨어진다면 서운하지 않겠나? 임자가 누구보다 사랑하는 딸애가 아닌가.》

리명산은 고개를 저었다.

《어디에서 살건 숲을 사랑할줄 알면 되지. 그런데 현심이 그 애는 꼭 큰 병원의 유능한 의사가 되여야 해! 그건 그 애 어머니의 소원이거던!》

리명산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싱글싱글 웃는 아들의 얼굴이, 행복에 겨워 발그레해진 며느리의 환한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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