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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림은 깨여났다. 그는 이틀을 더 침상에 누워 안정치료를 받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이 지나 로인은 군당위원회를 찾아들어갔다.

김한길책임비서는 류성림이 시당에 있을 때부터 알고있는 사람이였다.

50대의 나이치고는 퍽 젊어보이며 혈기에 넘쳐있는 김한길은 오래간만에 찾아온 류성림로인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소탈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하동에 내려와 생활하면서 애로되는것은 없는가, 양묘장일을 도와주어 고맙기는 한데 그 년세에 힘들지 않는가고 따뜻이 물어보았다.

류성림은 가까이에서 모두들 관심을 돌려주어 불편없이 사노라고 사례삼아 말하고나서 자기는 당조직앞에 자기비판을 할게 있어 왔노라고 했다.

책임비서는 사람좋은 미소를 얼굴에서 거두지 않으면서도 신중해하는 기색이 알리였다.

《류동지, 자기비판이라니요?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저는 당앞에 면목이 없게 된 놈입니다.》 류성림은 조카 류석철이 나라의 리익은 생각지 않고 큰리의 노란자위 탄밭을 타고앉으려고 동분서주했던것이며 리명산감독원에게 없는 허물을 들씌우려 한 진상에 대하여 말했다.

《병원사람들한테는 잘못이 없습니다. 제 조카녀석이 낯내기를 하려고 순전히 자의대로 일을 벌렸댔습니다. 우선 제가 당앞에 죄를 지었습니다. 전쟁판에 나가 피도 흘려봤고 오래동안 당일군으로도 일해왔다는 제가 조카녀석 하나 똑바로 버릇을 가르쳐주지 못했으니 저를 어떻게 당의 신임을 받고 일해온 로당원이라고 하겠습니까. 어떤 처벌을 저에게 내린다고 해도 달게 받겠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제 조카녀석이 어쩌면 그따위 쓸개빠진짓을 한단 말입니까?》

《그래서 제 조카의 뺨을 쳤군요. 돌아가신 형님이 남겨놓은 하나밖에 없는 살붙이를.》

《책임비서동지두 다 알고계셨구만요.》

《알고있지요. 알고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제기된 문제가 있어서 똑바로 료해를 해야겠기에 류석철이 있는 병원 당비서동무도 만나보았습니다. 류동지가 왔다갔다고 말하더구만요. 물론 리명산감독원이 있는 큰리의 구당비서나 다른 사람들도 만나보았습니다.》

《허, 그렇다면 제가 공연한 걱정을 했는가 보군요. 리명산동무에 대해서 말이지요. 난 그 리명산이를 오래전부터 알고있습니다. 좋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척추를 수술받고 감정제대된 몸으로 숲을 찾아왔구 2 000정보의 림상개조를 결심했던 사람입니다. 그가 무엇때문에 스스로 간고한 길을 택했겠습니까? 나라의 숲에 깃든 백두산위인들의 심혼을 알았구 그분들의 뜻을 꽃피우기 위해서였지요. 군당에서 어련하겠지만 그사람한테 자그마한 루가 미쳐서도 안될줄 압니다.》

《허허, 류동지가 그래서 우리를 찾아왔군요.》

웃는 책임비서의 눈에는 물기가 고이고있었다.

류성림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 가볍게 소리내여 웃었다.

《저도 인젠 늙기는 늙었지요? 책임비서동지.》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공연한 로파심때문에 일바쁜 책임비서를 이렇게 찾아왔으니 말입니다.》

《원, 류동지두!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전 지금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전쟁로병이구 오랜 당원인 이 류동지가 우리를 비판하는구나 하고 말입니다.》

김한길책임비서는 소탈한 웃음을 거두고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류성림은 황황히 손을 내저었다.

《그런게 아닙니다. 원, 책임비서동지두! 제 말을 오해하시는군요.》

군당책임비서의 얼굴은 다시금 부드러운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이 책임비서가 오해는 무슨 오해를 한단 말입니까. 류동지는 조카가 그렇게 된것이 자기의 잘못이라고 했지요? 그게 무슨 류동지 잘못이겠습니까. 류동지한테야 말 못할게 뭐가 있겠습니까. 류동지도 아시는것처럼 저야 군당에서 오래동안 일해오고있지요. 일을 쓰게 못했지요. 류석철이 한사람의 일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책임일군이라는게 사람들에 대하여 똑똑한 파악을 하고 문제가 있기 전에 교양하고 바른길로 나가도록 이끌어주어야겠는데 그렇게 못했지요. 그러다나니 리명산동무처럼 일밖에 모르는 좋은 사람들이 안할 마음고생까지 하게 했지요. 그 사람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 그 인격에 존경이 간단 말입니다. 한번은 그 동무의 작풍상문제때문에 더러 의견이 제기되여 알아보니 숲에 손대는 사람들을 보면 참지 못하고 거치른 소리를 좀 했더군요. 그래도 그러면 되겠느냐고 충고를 주었는데 그 사람은 자기의 성격을 놓고 고민을 하구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더라니까요.》

책임비서는 잠시 생각에 잠겨 말이 없었다. 그는 시름에 싸이는듯 하더니 조용히 말을 이었다.

《모두들 그 사람처럼 나라와 인민을 위해 필요한 사람이 되여야 하겠는데…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살아야 하겠는데… 그런데 다 그렇게 사는건 아니거던요. 그건 가슴아픈 일이지요.》 그는 따뜻한 눈길로 류성림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하고 그는 말했다.


며칠후 어느날 리명산이 식수가 한창인 룡오골에 올라가있다가 산불감시초소들을 몇군데 돌아보고 점심때가 퍽 지나 집으로 내려오니 딸 현심이와 대학연구사로 있는 현웅이 집에 와있었다. 아들과 딸은 제 어머니와 함께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집안으로 들어서는 리명산을 보자 서로 물러나 앉으며 바빠하는 기색을 보이였다. 다른때 같으면 누구보다도 호들갑을 떨며 일어나 반기였을 현심은 왜서인지 어정쩡하게 인사를 하고는 인차 고개를 돌려버렸다. 현웅이가 일어나 따뜻이 인사를 하며 점심때가 지났는데 이제야 내려오신다고 걱정했다.

《점심밥은 얻어먹었다. 너희들 어떻게 왔니? 현심은 백두산에 갔다와서도 집에 내려오지 않더니.》

《실습나가있다더군요. 현웅인 연구사업때문에 현지에 나가있다가 대학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렸구요.》 장미화가 대신 말하고나서 신중한 눈으로 남편을 보았다. 《여보, 당신 이제 당장 군당에 들어가 책임비서동지를 만나야 해요!》

《어머니, 그러면 안돼요!》

현웅이 옆에서 한마디 하는 바람에 장미화가 발끈해서 홱 돌아보았다.

《넌 뭘 그러니?!》

아들은 더 비치지 못했다.

《여보, 아이들보구는 왜 그래? 도대체 무슨 일이요? 날더러 군당책임비서를 만나라는건 또 뭐요?》 리명산은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것같아 불안해하며 안해와 아들딸들을 둘러보았다. 그제서야 그는 딸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는것을 보았다.

안해의 입이 터졌다.

《여보, 당신은 억울하지도 않아요? 당신이 여기 큰리에 내려와서 제 고생, 집안사람들고생 다 시키면서 나무를 심구 이제 와서는 무슨 소리까지 듣는거예요? 그 류석철인가 뭔가 하는 사람두 그렇지만 최영우아저씬 또 뭐예요? 무슨 억하심정으로 당신이 당결정을 우롱한다, 상부의 말도 듣지 않는다 하는 소리를 류석철의 귀에 불어넣는담. 그 류석철이란 사람이 군당일군한테 그 소리를 해서 법무부에서 사람들이 내려왔어요. 당신에 대해서 알아보자고 아침부터 사람들을 만나고있단 말이예요.》

《당신 그것때문에 나더러 군당에 찾아들어가라는거요?》

리명산은 갑자기 천정을 향하여 허허 하고 소리내여 웃었다. 그바람에 장미화가 아연해졌다.

《아니, 당신 지금 제정신이예요?》

《분해죽겠어요!》 눈물이 가랑가랑해있던 현심이 끝내 참지 못하고 부르짖었다. 《일밖에 모르는 사람을 왜 그렇게 잡지 못해서 그런단 말이예요? 그 사람들이 이 큰리에 아버지의 땀이 얼마나 스며있는지 알기나 하고 그런대요? 안돼요! 그럴수 없어요. 정의가 타매되여야 한다면 사람은 세상에 살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야, 현심아!》

《오빤 가만있으라요! 아버지! 아버지가 읍에 들어가지 않으시겠다면 저라도 들어가겠어요. 최영우큰아버지한테두 해보구 군당책임비서동지두 만나겠어요. 우리 아버진 큰리에 2 000정보나 숲을 일떠세우고 한생 품을 들여 그 숲을 지켜…》

《그만하지 못하겠니?!》

리명산의 입에서 드디여 우뢰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는 인차 후회했다. 이날 이때까지 딸을 키워오면서 언제한번 큰소리를 쳐보지 못한 그였다.

방안에는 납덩이같은 정적이 깃들었다.

갑자기 현심이 장판우에 어푸러지며 엉엉 소리내여 울었다.

《당신은… 당신은… 너무해요!… 당신은…》 안해가 꺽꺽거리며 설분을 토했다. 저 멀리 흘러간 젊은 시절 평양에 가꾸어놓았던 생활터전을 두고 남편따라 생소한 고장으로 내려오던 때의 서운하던 감정이, 큰리에 어설픈 살림을 차려놓고 부식토를 져올리는 남편을 찾아 올라갔다가 산에서 해산진통을 맞아야 했던 그날의 기막히던 일이, 온종일 산판일을 하다가 내려와 허리의 동통때문에 잠 못드는 남편을 지켜앉아 밤을 보내던 그 나날들에 가슴을 짓누르군 하던 아픔이 설음과 원망의 홍수가 되여 쏟아져나왔다.

《그래도 전 지금껏 그 모든것을 참고 견디였어요. 오늘은 못 참겠어요. 당신이 큰리를 위해 일을 적게 해서 최영우지배인까지도 바른소리 못하고 법무부사람들까지 내려와요? 분해요!》

안해의 눈물이, 딸애의 눈물이 리명산의 가슴을 쓰리게 했다.

《당신이 성미 못된 이 〈고집불통〉때문에 큰리로 내려와 고생도 많았고 마음도 많이 썼지. 나무심는 철이면 일을 도우러 온 사람들 식사를 위해서도 당신 손이 마를새 없었지. 하지만 이보라구, 최영우는 내 친구요. 그 사람이 뭣때문에 이 리명산을 욕되게 하는 소리를 했겠는가 말이요. 소문이 잘못 났겠지. 법무부사람들이 내려온것도 그렇소. 공화국법은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 있는 법이란 말이요. 그리고 사람은 자기를 검토받아야 하는 때도 있어야 하는거요. 그러니 그때문에 신경을 쓰지 마오. 당신도 그렇고 너희들도 명심해라. 나라를 위해 땀을 흘리는건 공민의 본분이다. 제가 해놓은 일이 좀 있다고 그걸 들고다닌다는건 나라앞에 죄되는 일이다. 그건 제 어머니를 욕되게 하는것이나 같다. 너희들 바쁜철에 집에 눌러있지 말고 오늘중으로 시내에 들어가거라. 시내에서 시간을 봐서 김세명선생님댁에 한번 찾아가봐라. 선생님이 돌아가신걸 너희들도 아느냐?》

《현지에서 신문을 봤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현심이하구 말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잊지 못해하시는 선생님이 세상을 떠났는데 우리 자식들이라도 평양에 가면 댁을 찾아봐야겠다구요.》

《잘 생각했다. 이 아버지는 선생님한테 죄를 졌다. 일에만 정신이 팔리다나니 선생님의 장례식에도 가보지 못했구나.》

리명산은 자기가 무엇때문에 집에 들어왔댔는지도 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걸이에 벗어 걸어놓았던 상의를 내리워 입으며 집을 나서려는 그를 지켜보던 현웅이 물었다.

《산으로 올라가시려구요?》

《사무실에 나가봐야겠다.》

《점심은 안자시우?》 안해가 걱정스레 올려다보았다.

《얻어먹고 내려왔다지 않소.》 그는 문밖을 나서려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아들을 돌아보았다. 《시내에 들어가기 전에 정혜선생을 만나고 가거라.》

《아버지, 그건…》

《꼭 만나야 해!》

장미화가 홱 고개를 돌리였다.

《여보!》

《그러지 마오! 그러지 말라니까!》

리명산이 황급히 간청했다. 장미화의 눈에 항거와 불안의 빛이 어리였다. 그 눈빛이 가슴을 아리게 하는 순간 리명산은 자신에게 까닭모를 화를 내며 밖으로 나와버렸다.

그는 감독초소사무실에 들어가 잠시 멍하니 앉아있다가 이윽해서야 자기가 무엇때문에 들렸는지 생각하고 전화기에 손을 뻗치였다. 아침에 그는 수종배치때문에 최영우지배인과 전화하려다가 나오지 않아 그만두었었다. 그는 산림경영소번호를 돌리였다. 인차 전화가 련결되였는데 역시 방을 비워놓았는지 받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할수없이 산으로 향했다. 바람질이 시작되면서 온통 뽀얗게 먼지가 일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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