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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숙희는 황해남도에 세잎소나무종자를 가지러 갔다가 열흘만에 돌아왔다. 원래는 열사흘정도로 예견했던 출장인데 긴장하게 일해서 사흘을 앞당겼다. 집을 떠나서 보낸 열흘기간에만도 속이 바질바질 타서 한달처럼 생각될 지경이였다. 그만큼 직장일이 긴장했다. 일감이 쌓여있었다. 새 지표로 떨어진 수종들로 양묘면적을 늘이자면 종자확보부터 걸렸는데 열정보나마되는 평양단풍나무며 창성이깔 이묘작업은 시작도 못한 상태였다. 그밖에 겨울나이준비도 지금부터 하나하나 해제끼자면 일손이 여간 딸리지 않았다. 그런데다가 홍숙희는 론문주제를 바꾸는 문제때문에 시내의 여러군데를 돌아다녀야 했다. 산림설계연구소에 있을 때부터 시작한 박사론문을 포기하고 급작스레 주제를 바꾸겠다고하니 그와 련계가 있는 학계의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학계에서 박사론문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했으며 본인자신이 수년동안 고심참담하여 이제는 거의 완성단계에 있을 종래의 주제를 포기하겠다니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러는가 하는것이였다. 그런데 실은 석회암지대에서의 산림토양형성과 관련한 새 주제는 홍숙희가 갑작스레 결심한것이 아니였다. 홍숙희는 남편따라 하동에 내려온 후 큰리의 2 000정보 창성이깔림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몇해동안 생각을 굴려오던끝에 국가적인 필요성을 절감하고 드디여 결심한것이였다. 홍숙희는 의문을 가지는 학계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 자기의 주장을 리해시켜야 했다.

홍숙희가 지고 온 세잎소나무종자를 토방우에 내려놓고 집안으로 들어가니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방안은 사용한 물건들을 제자리에 걸어놓지 않고 되는대로 널어놓았으며 부엌에는 부뚜막이며 식장에 먼지가 올라있었다. 집에 들어와 자질구레한 일에는 손을 대기 싫어하는 남편이 그사이 혼자 있으면서 대충 때식을 끓여먹고 직장에 나가군 한 모양이였다. 남편한테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안해라는게 이 몇해사이에 집안일은 다 잊어버리다싶이하면서 나가돌아다니느라 남편한테 부담을 주었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어 가슴이 아릿해왔다. 그는 황해남도에서 가지고 온 말린 소라살을 들춰내여 물에 담가놓았다. 오늘 저녁에는 좀 힘들더라도 만두도 빚고 소라안주에 술도 한병 내놓아 남편을 기쁘게 해줄 작정을 했다. 그러지 않아도 가을철에 접어들면서부터 산림경영소적으로 일감이 더미로 쌓이여 바삐 돌아가야 하는 남편이였다.

홍숙희는 어지러워진 집안은 저녁에 돌아와서 거두기로 하고 작업복을 갈아입기 바쁘게 군양묘장이 있는 룡운리로 나갔다. 출장을 떠나면서 기술적인 문제와 관련한 여러가지 포치사업을 해놓은것이 어떻게 되였는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직장장이랑 있지만 그래도 기술적인 문제라면 모두들 책임기사를 바라보는것이였다.

양묘장은 왜서인지 조용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올해 봄에 이묘를 한 평양단풍나무포전에서 한사람이 돌아가는게 보이였다. 다가가보니 류성림로인이였다.

《어이구, 책임기사동무로구만. 수고했겠네. 출장갔다가 언제 왔소?》

홍숙희를 먼발치에서부터 알아본 로인이 김매던 손을 털며 일어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수고하셔요, 아바이. 지금 왔어요.》

《갔던 일은 제대로 됐나?》

《예, 40키로를 가져왔어요.》

《녀자의 몸으로 40키로를? 책임기사가 여간 욕심쟁이가 아니군. 그런데 집에서 려독이나 좀 풀고 나올것이지, 원.》

《거기 산림경영소에서 여기까지 오는 자동차를 잡아주어서 힘들지 않게 온걸요 뭐. 한데 아바이, 사람들이 왜 보이지 않아요? 직장장동지랑 다 어디 갔어요?》

《직장장은 참관사업이 있다면서 어제 순안에 가구 다른 사람들은 부식토하는 일에 동원되였다가 갑자기 최영우지배인이 불러서 갔네.》

《아니, 부식토하는 사람들은 왜 데려갔다는거예요? 그건 뭐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일인가. 쩍하면 사람들을 불러가면서… 아바이, 그 사람들을 무슨 일 시키자고 데려갔대요?》

《채벌에 동원된다더군. 점심밥들을 모두 싸가지고 갔네.》

《아니, 무슨 채벌을 해요?》

《글쎄… 군문화회관개건보수에 쓸 나무라더구만. 큰리에 나가야 한다고 했네.》 류성림은 그 말을 하며 어디가 편안치 않은듯 공연히 킁킁 군기침소리를 냈다.

홍숙희는 의아했다. 군문화회관보수에 필요한 나무는 림상개조가 예견되는 석화산의 과숙림에서 충당하기로 계획되여있지 않는가. 그런데 채벌군들을 큰리로 내보낸다는건 무슨 소린가? 홍숙희가 알기에 큰리에는 당장 채벌을 할만 한 림지가 없다. 림상개조를 하면서 심어놓은 이깔나무들은 아직 생장기간이 끝나지 않았다. 먼저 심은것들도 순환식채벌에 들어가자면 몇해 더 있어야 한다.

《아바이, 제 산림경영소에 가봐야겠어요.》

홍숙희의 얼굴에 어리는 불안의 기색을 띄여본 류성림이 긴장해지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홍숙희는 떠나기 전에 전화로 산림경영소를 찾았다. 전화가 련결되였다는 신호음은 들리는데 받지 않았다. 할수 없이 읍으로 향했다. 아침시간이니 인원들을 모여놓고 필요한 준비사업까지 한다음 떠나자면 아직도 출발하지 못했을수 있었다.

홍숙희가 산림경영소에 이르니 마침 마당에서 사람들을 태운 화물자동차가 떠나려고 부르릉거리고있었다. 자동차옆에서 최영우가 채벌군들을 책임지고 가게 되는 이마가 벗어진 꺽두룩한 계획부원을 따로 만나 무슨 지시를 주고있었다.

홍숙희는 자동차우에 앉아있는 양묘직장사람들에게 어디로 가는가고 물었다. 출장을 갔다오느라고 수고했다는 소리들이 나오는 가운데 나이지숙한 덕수라는 사람이 《큰리에 가서 나무를 찍어온답네다.》하고 말했다. 큰리에 가서 찍건 작은리에 가서 찍건 상관없어하는 사람의 말투였다.

홍숙희는 더 생각할것없이 남편을 만나려고 다가갔다. 마침 최영우는 계획부원에게 지시를 다 주고나서 자동차우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소리치는중이였다.

《당신 언제 왔소?》

한편으로는 자동차에 신경을 쓰며 최영우가 물었다.

《아침차에서 내렸어요. 집에 들렸댔는데 벌써 출근하셨더군요. 여보, 나 좀 보자요.》

홍숙희는 자동차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최영우를 끌고갔다.

《왜 그러오? 바쁜 시간에.》

《당신 큰리에 채벌군들을 보내여 거기 나무를 찍어오자는거예요?》

최영우는 새파래서 올려다보는 홍숙희쪽으로 피끗 눈길을 돌리였다. 비로소 안해가 만나자는 까닭을 알고 신경질을 부리였다.

《당신은 뭘 중뿔나게 나서서 그래?》

《아니, 알아야겠어요. 당신이 일을 잘하는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 큰리에야 당장 채벌에 들어갈만 한 림지가 없지 않나요. 림상개조한 나무들은 아직 생장기간이 끝나지 않았단 말이예요!》

《됐소! 됐소! 가서 당신일이나 보오. 사람들이 보고있소. 아무데서나 참견이요.》

《아니, 말해요! 당신이 어디에 도끼질을 하자고 그러는지 알아야겠어요.》

홍숙희는 설사 남편이 화를 내더라도 이번만은 물러서지 말아야겠다고 잡도리를 했다. 남편이 온 나라의 자랑으로 된 큰리의 청춘림에 손을 대려 하는게 틀림없었다.

최영우는 할수없이 명덕산의 18년생이깔나무를 찍게 된다는것과 거기 리명산감독원과도 초보적인 사전토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숙희는 의아해하다가 홱 고개를 저었다.

《그럴수 없어요. 현심이 아버지가 동의했다 해도 당신이 딱한 소리를 해서 할수없이 그랬을거예요. 아니, 현심이 아버지 성미에 그랬을수 없어요. 여보, 이제라도 잘 생각해보라요. 그게 어떻게 일떠선 숲인데 벌써부터 손을 댄단 말이예요?》

최영우는 한순간 낯색이 우울해지는듯싶더니 인차 화를 냈다.

《할수 없소! 받은 과업이야 집행해야지.》

《그건 말이 안돼요. 군당에서 큰리의 나무들을 찍을걸 예견하구 그런 과업을 준건 아니지 않아요. 석화산의 과숙림을 채벌하기로 국토부와도 토론이 있지 않았어요.》

《석화산소리는 하지도 마오, 넨장!》

《뭐라구요?》

《자동차길도 나있지 않는 석화산나무를 찍어놓구 어떻게 끌어내온대? 당신네 양묘장로력을 하루이틀 동원시키자고 해도 일이 바쁘오 어쩌오 하고 우는소리를 하는판에… 땅이 얼기 전에 식수도 마저 하자면 고양이발도 빌려야 할 정도인데 거 제발 발목 붙잡는 소리 하지나 마오. 여― 계획부원! 왜 아직까지 꾸물거리고있소?! 빨리 떠나란 말이요!》

최영우가 자동차쪽에 대고 소리쳤다.

자동차는 몇번 부르릉거리다가 한창 웃고 떠들며 즐거운 이야기판을 벌린 사람들을 싣고 움씰 자리를 떴다.

홍숙희는 정문밖으로 사라져가는 자동차를 한동안 망연히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최영우가 뭐라고 했으나 돌아볼념을 하지 않았다. 못내 불안했다. 리명산감독원과 큰리의 이깔나무림에 대한 채벌문제를 놓고 초보적인 토론을 했다고 하지만 꼭 두 남자들사이에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것만 같았다. 그러지 않아도 이 근래에 와서 남편과 리명산의 관계가 여의치 않아지면서 두 집사이가 어성버성해지는 바람에 홍숙희는 자연히 마음을 쓰고있는것이였다. 홍숙희는 두 집의 관계를 어떻게 해서나 옛날처럼 회복시켜보려고 큰리에 내려가면 일부러 현심이네집에부터 찾아가군 했다. 많이 배운것은 없지만 마음이 좋고 우정에 변함이 없는 장미화와 마주앉아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에게도 자주 충고의 말을 해주었다. 여보, 큰리에 가면 꼭 현심이네 집에부터 찾아가야 해요, 당신이 가지 않으면 그 집에서 섭섭해할거예요 하고 말해주군 했다.

일은 홍숙희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홍숙희가 아무리 안깐힘을 써도 그것은 깨진 화분을 붙임띠로 겨우 붙여놓는것과 같은 결과밖에 차례지지 않았다. 그 화분에 물을 아무리 주어도 깨여진 틈사리로 다 새여나가 홍숙희가 바라는 아름다운 꽃은 피여나지 않는듯 했다. 그런대로 화분이 쪼각쪼각 박살나지 않은것은 안해들때문이라고 할수 있었다. 두 집이 예전처럼 변함없이 친척처럼 가깝게 지내며 우정을 두텁게 하는것은 홍숙희나 장미화가 다같이 바라는것이였다. 실지로 두 녀자는 예이제 다름없이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있었다.

그런데 이제 채벌군들이 들이닥쳐 큰리의 청춘림에 도끼질을 하려고 하면 성미가 칼날같은 리명산감독원이 가만있겠는가. 리명산감독원이 나라의 리익과 대치되는 일에 대해서는 추호의 융화도 모르는 인간이고보면 채벌에 동의했다는것부터가 사실상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였다.

홍숙희는 떵떵거리는 도끼질소리, 톱질소리가 들려오는듯 하고 피같은 진물이 흐르는 허연 도끼밥들이 눈에 보이는것만 같아 속이 떨리였다. 어쩌면 저이가 그렇게도 모진 인간이 되여버렸단 말인가! 홍숙희는 급기야 소스라치듯 하며 남편을 따라 지배인실로 들어갔다.

《여보, 전화를 거세요.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전화를 걸어야 해요.》

방 한쪽구석에 놓여있는 철함문을 열어놓고 문서더미를 뒤지며 무엇때문인지 화가 나서 투덜거리던 최영우가 퉁명스레 말했다.

《전화는 무슨 전화?》

《제 말뜻을 모르겠어요? 큰리에 전화를 걸어 거기 내려간 채벌로력을 돌려세우게 하란 말이예요. 그렇게 해야 해요!》

최영우는 찾는 문서장이 없었던지 《넨장!》하며 철문을 탕 닫아버렸다. 그는 의자에로 다가가 삐뚤서하니 앉아 잠시 말이 없다가 갑자기 안해쪽을 향하여 역증을 냈다.

《당신 뭘 자꾸 성가시게 그러는거요?》

《?!…》

《출장을 갔다왔으면 제 할일이나 할것이지 사람들이 보는앞에서 내 일에까지 참견을 해야 되겠느냐 말이요.》

《여보…》

《그만하오. 그러지 않아도 난 바쁜 사람이요.》

최영우는 급한 일이라도 있는듯 방에서 나가버리려고 했다. 아니, 결코 《바쁜 일》때문이 아니였다. 최영우는 자기를 다잡지 못하고있었다.

량심때문일거야. 큰리의 나무를 베여오라고 채벌군들을 보냈으니 저이의 마음인들 편하랴. 아마 후회할거야. 그런데 제 안해앞에서는 간참질을 한다고 화를 냈으니 지금 당장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있는거야. 남자들의 자존심이란!

홍숙희는 같이 덩달아 화를 내지 말아야겠다고 자신을 다잡았다.

출장을 떠나기 전날에도 이 숙희가 얼마나 아픈 말을 해주었는가. 류석철의 광권문제에 대해서도, 탑골탄광후방부지배인네 집에 가서 음주접대를 받고 의무식수과제를 면제해주기로 약속한데 대해서도 그리고 리명산감독원과의 관계를 놓고서도 속이 타서 말해주었다.

《여보, 생각없이 아래사람들 보는데서 당신 일에 간참한건 잘못했어요. 어찌겠어요. 저도 녀자니 생각이 짧을수밖에요. 전 가겠어요. 저녁엔 늦지 말고 제시간에 들어오세요. 그리구 말이예요.》

《뭐요?》

《성내지 마세요.》 홍숙희는 마디마디에 따뜻한 정과 당부를 실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전화는 꼭 걸어야 해요!》

홍숙희는 남편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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