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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후 하동에 내려와 마누라와 함께 집을 잡고 살며 홍숙희네 양묘장 일을 도와주던 류성림은 요즘 며칠째 조카 류석철의 일때문에 생각이 많아졌다. 시당에서 일하며 시내에서 살 때까지만 하여도 조카가 헤식은데가 있고 요행수나 바라면서 살아가는 그러루한 녀석이라고 생각되여 만날적마다 드문히 교양적인 말은 해주었다. 그런데 하동에 내려와서 사람들속에 떠도는 소리를 들어보니 생각했던 정도가 아니였다. 험상한 소문이 아니래도 실은 온 하동일판이 좁다하게 돌아치는 조카를 보면서 눈에 거슬리는것을 참아온 류성림이였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탄다고 해서 욕을 할수는 없는것이였다. 그런데 어느날 양묘장에서 경비원을 하면서 짬짬이 나무도 가꾸는 일을 도와주던 동년배령감이 류성림이와 함께 이묘를 한 뽀뿌라나무밭의 풀뽑는 일을 하다가 마침 주변을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보고 《참, 별나게 사는 사람도 다 있지요.》하고 비난기가 진한 말을 했다.

류성림이 누구를 보고 그러는가 해서 오토바이를 보니 조카의것이였다. 류성림은 그게 자기의 조카라는 말은 묻어두고 슬그머니 《저 사람이 누군데 그러시오?》 하고 물었다.

《류석철이란 사람이지요.》

《저 사람 됨됨이 좋지 않은 모양이지요?》

류성림은 동년배로인의 얼굴표정을 슬쩍 띄여보았다. 동년배로인은 앙바라지게 뿌리를 내린 잡초 하나를 뽑아내느라 모지름을 쓰며 《이놈의 능쟁이는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참 끈질기기도 하지.》 하고 혼자 중얼거리였다. 그는 끝내 능쟁이를 뽑아버리고나서 왜서인지 류성림을 건너다보며 빙긋이 웃었다.

《사람이 좋지 않은 모양이라구요? 하, 사람들한테 주는 영향이 나쁘지요. 그렇지만 않으면야 오토바이를 타건 승용차를 타고다니건 무슨 상관이겠소. 하지만 지금이 어느땐가요. 나라가 힘겨운 〈고난의 행군〉을 했구 아직도 우리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사는 때지요. 그렇지만 너나없이 모두 우리 장군님만을 믿구 세상이 보란듯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고 떨쳐나서고있는데 저 하나만 잘살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되겠소. 그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사는지는 모르겠소만 해두… 그런 사람의 뒤생활이라는게 뻔하지요.…》

그는 무척 소박하게 살며 우리 당 정책이 옳다는것밖에 모르는 성실하고 고지식한 사람같았다.

류성림은 그의 말을 들으며 분노를 느끼였다. 공정성에 대한 정정당당한 말이 아닌가! 령감이 그저 평범한 사람같지 않아서 알아보니 군대에서 련대장까지 하다가 오래전에 제대된 군관출신이였다.

류성림이 조카에 대한 좋지 않은 말을 듣고 속이 편안치 않아할 때 어디에 일보러 나갔다온 홍숙희가 무슨 말을 할듯말듯 바재이는 이상한 눈치를 보이였다.

류성림이 왜 그러는가고 해서야 심란해서 입을 열었다. 그 녀자는 류석철이란 사람이 큰리의 명덕산에서 석탄을 캐려고 광권신청서를 냈다가 그곳 산림감독원 리명산이 10년생이깔밭을 파헤칠수 없다고 수표를 해주지 않아 그냥 돌아왔다고 했다.

홍숙희의 얼굴에는 하고싶었던 말을 다하지 못한 사람의 표정이 어려있었다.

《이봐 홍기사, 내가 그 사람 삼촌이라고 해서 하고싶은 말을 못하고있는것 같은데 다 말하라구.》

《아바이, 다른 일이야 없겠지요 뭐.》

《허, 말을 사리는게 아닌가? 다른 일이 없을거라는건 무슨 소린가?》

《그저 그렇다는거지요 뭐.》

《끝내 말을 안할 작정이구만. 그런데 10년생이깔밭을 파헤칠수 없다는건 뭔가?》

《그 사람이 탄갱을 내오려는 명덕산 남쪽비탈면이 10년생이깔나무들이 자라는 곳이예요. 거기서 석탄을 캐자면 한창 자라야 할 10년생 나무들을 찍어야 하는데 그러면 국가가 손해를 보게 된단 말입니다. 더구나 그 청춘림엔 명산감독원의 땀이 얼마나 스며있다구요.》

그 녀자는 리명산의 땀과 노력의 토양우에서 청춘림이 일떠선 소리를 했다. 류성림은 언젠가 조카가 시내에 찾아들어와 광권문제를 넌지시 비쳐오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에는 본인이 직접 말하기를 두려워하며 늙은 마누라를 통해 제기해오는것으로 보아 어쩐지 께름하다는 생각이 들어 좋지 않은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는 식으로 어정쩡하게 말해주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후회막급했다. 그때에 조카를 붙들어놓고 구체적으로 알아본 다음 아예 단념하도록 눌러놓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다보니 망치가 약하면 못이 우로 솟는다는 격이 되고말았다.

홍숙희가 《다른 일이야 없겠지요 뭐.》하던 말이 왜서인지 류성림의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류성림은 오후에 양묘장을 돌아보러 나온 최영우지배인을 만났다.

《이보시오 지배인동무, 류석철의 광권신청문제가 제기된게 있는가요?》

《예, 그런 일이 있기는 있었는데 그 뭐 이제는 그만두었으니 별다른 일은 없을겁니다.》

류성림은 더 캐묻지 않았다. 최영우가 떠나가자 류성림은 쉰밥을 먹은듯이 속이 께름했다. 최영우의 거동도 이상한데가 있지만 별다른 일이 없을거라는건 무슨 소린가? 홍숙희책임기사도 꼭 같은 소리를 하더니.

류성림은 조카를 직접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해질머리가 되여 읍거리에 있는 조카네 집으로 향했다. 수정천다리를 건너가는데 마침 조카손녀가 집이 있는쪽에서부터 걸어왔다. 얼굴을 소곳이 숙이고 무슨 생각에 잠겨 걷느라고 류성림이 가까이 다가가는것도 모르고있었다.

《얘, 정혜 아니냐?》

류성림이 소리쳐서야 류정혜는 고개를 들었다. 여느때같으면 바람같이 달려와 안기며 《작은할아버지!》 하고 호들갑을 떨었을 조카손녀가 웬일인지 갸름한 얼굴에 수심이 어려있었다.

《작은할아버지, 그새 편안하셨어요?》

정혜는 엉성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황황히 인사를 했다.

《이 할아버지 보러 오지 않는걸 보니 교원생활이 몹시 바쁜 모양이구나. 그런데 웬일이냐? 무슨 일이 있었니?》

《…》

《말하렴.》

《아무것도 아니예요, 작은할아버지.》

류정혜는 대답을 피했다. 류성림은 속이 언짢았다.

《학교일은 재미있니?》

《예.》

류정혜는 학교일때문에 읍에 들어왔다가 집에 잠간 들려보고 큰리로 내려가는 길이였다.

《래일이 일요일인데 집에서 하루밤 자고갈걸 그러지 않았니. 아버지는 퇴근했느냐?》

《아직 들어오지 않았어요.》

《너 정말 무슨 일이 있었구나. 말해라, 작은할아버지한테두 말 못할게 있냐?》

《작은할아버지! 아버지가… 전 정말 아버지때문에…》

류정혜의 입에서 토막토막 애처롭게 울려나오던 목소리가 끊어졌다. 류성림은 조카에 대한 분노가 또다시 속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조카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듣고 그를 만나 호된 욕을 좀 해주자고 벼르면서 찾아오는 걸음인데 정혜의 눈물을 보게 되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전…전…제가 가르치는 아이들 보기가 막 부끄러워요. 아버지때문에…어쩌면 우리 아버지가 그럴수 있어요?》

작은 보뚝안에 갇혀있던 설분이 터져나갔다. 정혜는 언젠가 아버지가 집에 들어와서 탑골탄광후방부지배인이라는 사람과 마주앉아 술을 마시면서 큰리의 산림감독원에 대한 험담을 하던 소리를 했다.

《이제 와서 알고보니 그건 아버지가 형편없이 과장해서 말한거지요뭐. 군당에서 신문에까지 난 사람한테 처벌을 주었을게 뭐예요. 전 큰리에 내려가있으면서 제 눈으로 본것도 있고 사람들한테서 들은 소리도 있는데 리명산감독원은 절대로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예요. 나라에 리익이 되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예요. 일밖에 모르지요 뭐. 감독원동진 몸을 상하고 제대된 후 자진해서 내려와 2 000정보의 산에 지금과 같은 이깔나무숲을 일떠세웠대요. 그런 사람이 비난의 대상으로 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어요. 글쎄 언젠가는 아버지가 기관별로 맡겨준 식수과제를 다른 기관과 사업해서 그곳 로력으로 하다가 감독원동지한테 비판을 받은적도 있대요. 그런 아버지를 가진 제가 어떻게 순진한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를 마주볼수가 있겠어요? 어떻게 그 애들앞에 고향의 풀 한포기, 나무 한대라도 사랑해야 한다고…그래야 커서 애국자가 될수 있다고 말한단 말이예요. 그런데…그런데 아버지가…또…》

《말해!》 류성림이 화가 나서 버럭 소리쳤다.

류정혜는 당일군으로 일하다가 비록 은퇴는 했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존경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작은할아버지가 자기네 집안일을 도와줄것을 바라는 애원에 찬 목소리로 며칠전에 있었던 일에 대하여 말했다.

그날 류정혜는 휴식날이여서 집에 와있었다.

정혜는 며칠동안 학교꾸리는 일때문에 바삐 돌아치다나니 피곤이 몰려서 집에 온김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푹 휴식을 하리라 작정했다.

한데 일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손님을 청해들인것이였다. 그 손님이란 군산림경영소 최영우지배인이였다. 어머니가 시내에 일이 있어 들어갔다가 늦어지는 바람에 할수없이 정혜가 음식접대를 해야 했다. 아버지가 오래간만에 집에 온 지배인을 위해 상을 잘 차리라고 하여 류정혜는 볶이웠다.

그날 아버지와 최영우지배인은 술에 거나해서 리명산감독원을 화제에 올리였는데 말은 주로 아버지가 많이 했다. 이야기도중에 리명산감독원이 광권신청서를 찢어버린 소리가 나왔다.

《난 여태껏 그래도 리명산감독원이 일도 많이 한건 물론이구 의리도 리해력도 있는 좋은 사람으로만 알고있었는데 그런게 아니더군요. 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해서 온 나라에 소문도 나고 훈장도 타더니 교만해져서 저밖에 모르는 인간이 된것이지 뭐겠습니까.》

《사실 광권신청서를 찢어버린건 좀 너무했지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겠는데… 더구나 명산동문 류동무의 신세를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이 아닙니까. 그의 고모가…》

류석철이 거북하다는듯 손을 홰홰 내저었다.

《에이, 그러지 마십시오. 신세는 무슨 신세겠습니까. 이웃사이에 서로 도와주며 사는게 우리 생활이지요. 제가 그때문에 그러는건 아닌데 사실 그 사람에 대해 생각되는게 없지 않습니다. 이 류석철이 자체탄광을 내오자는게 제 돈주머니나 채우자고 그러는겁니까. 기관사람들 생활문제를 푸는데 보탬을 주자고 그러는거지요. 사실 탄갱을 하나 앉히는데 나무를 찍으면 얼마 찍겠습니까. 10년생 나무가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실은 제가 심고 가꾸는 나무라고 해서 그러는것 같은데 뭐 사실이야 그 사람 혼자서 심은것도 아니지요. 그건 그렇구, 산림경영소 지배인이 다 생각을 해보고 내려보낸 광권신청서를 그 사람 그렇게 하면 됩니까. 제 상급을 무시하는거지요.》

《아, 아, 류동무! 거 뭐 그런 말은 더 하지 맙시다. 그 사람이 내 오랜 친구라고 해서 그러는건 아닌데 사실 일은 많이 하는 사람이지요.》

최영우지배인이 바빠맞아 그의 말을 중둥무이하며 무슨 변명이나 하듯 중언부언했다.

정혜는 모닥불을 들쓴듯 얼굴이 화끈해왔다.

아버지가 집에 최영우지배인을 초청한것은 우의 힘을 빌어 리명산을 어쩔수 없게 눌러놓으려는 목적에서였다는것을 류정혜는 인차 알았다.

아버지가 《좌우간 지배인동진 그저 후원만 잘해주십시오. 우에다가는 제가 할일을 다 하겠으니까요.》 하고 말하는것이였다.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큰 간부를 찾아가겠다는 소리였다.…

류성림은 정혜의 말을 다 듣고나서 조카보다도 최영우지배인을 두고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까지 최영우를 량심적이고 일 잘하는 좋은 사람으로 알고있었던 류성림이였다. 최영우라면 큰리의 그 잊지 못할 늙은 최학세의 손자가 아닌가. 더구나 한때 시안의 산림을 책임진 처장까지 했던 사람인데 어떻게 하는것이 당정책을 지키는것인지 몰라서 쓸개빠진 녀석한테서 술이나 얻어먹는다고 똑똑한 소리 한마디 못한단 말인가!

《그래, 넌 그런 소리를 듣고 아버지한테 뭐라고 했니?》

류정혜는 원망에 찬 눈으로 류성림을 바라보았다. 그 애의 눈에는 물기가 보얗게 서리였다.

《제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아버지인데.》

《그래도 아버지가 생각하는게 옳지 않은것이라면 말해주어야지. 이제 보니 넌 대학공부를 했다는게 마음 하나만 깨끗했지 지각은 덜 들었구나. 말해줘라, 말해줘야 해! 좋은 사람을 좀 악감을 살 일이 있다고 해서 욕되게 했어두 안되고 당정책을 어기면서 나라의 리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더우기 안된다고 말이다! 가봐라, 좀 있으면 저녁이 되겠는데 어둡기 전에 큰리까지 가자면 빨리 가야지.》

류성림은 정혜를 떠밀어보내고나서 조카네 집으로 향했다.

마침 조카며느리가 집에 있다가 정혜 작은할아버지가 오래간만에 들렸다고 반가이 맞았다. 류성림은 억지로 겨우 웃는 낯을 해보였으나 인차 서슬이 퍼래졌다.

《정혜 애비 언제 들어오나?》

《들어올 시간이 다 됐는데… 아직…》

조카며느리가 영문을 알수 없는 류성림의 천둥소리에 놀라 대번에 주눅이 들어버린듯 어렵게 말하다가 그나마도 마무리를 못했다. 허리가 늘씬하고 사납게 생긴 개가 매놓은 목줄때문에 어쩌지 못하고 왕왕 짖어댔다.

조카며느리는 개때문에 더욱 안절부절 못하며 얼굴이 빨개서 《지개!》 《지개!》 하느라 방안으로 들어가자는 말도 미처 못했다.

《그 사람 늘 늦어지나?》

《일때문에 바빠서… 자주…》

《술마시고 들어오나?》

《…》

류성림은 사납게 짖어대는 개때문에 공연히 화를 내며 제잡담 방안으로 들어갔다. 조카며느리가 따라들어와 류성림의 심상치 않은 거동에 어쩔바를 몰라하며 서성거리였다.

류성림은 아래목에 앉으며 조카며느리를 올려다보았다.

《바쁜 일이 없으면 거기 좀 앉으라구.》

조카며느리가 무척 어려워하는 기색을 보이며 공손히 무릎을 꺾고 앉자 류성림은 자기가 애꿎은 그한테 화를 내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봐 정혜 엄마, 임자두 아버지가 간부를 하는 집안에서 태여나 자란 사람이지? 내 오늘 임자한테 말 좀 하자구. 집안의 주인이란 사람이 아무나 때없이 청해다놓고 술상과 마주앉으면 그건 벌써 좋은 일이 아니야. 까마귀둥지에서 백로알이 나오겠나? 임자가 그런걸 몰라서 정혜 애비가 요구한다고 해서 아무때나 술상을 차려주나? 정혜가 이제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야. 부모라는 사람들이 제 자식의 낯을 뜨겁게 해주어야겠나? 생각해보라구. 임자까지 체신머리없는 아낙네가 되여버리면 정혜 애비란 사람이 나중에 무슨 도깨비가 되겠나. 내 정혜 친할아버지에 대해 말해주지. 임자도 류씨집안에 들어와 스무해가 넘도록 살아온다지만 제 시아버지 되는 사람에 대해 다 모를거야. 정혜 할아버진 평범한 리발사였어. 편의봉사부문에 적을 두고 한생 리발을 했지. 그 정혜 할아버지가 하루는 리발을 다 하고나서… 그래, 그게 어느 공사장에 이동리발을 나갔을 때였네. 하루일을 마치고 리발료금 받아놓은걸 세여보니 자기가 리발해준 인원수에 비해 50전이 더 남는다 이거지. 편의에서 함께 이동리발 나왔던 내인이 하도 이상해서 왜 그러는가고 물으니 〈참 이상하군, 어째서 50전이 남을가?〉하고 중얼거리더라는거야. 내인이 사연을 알고는 기가 차서 〈원, 아바이두! 그까짓 50전이 뭐예요, 모자란다면 몰라라 남은 돈인데.〉 했지. 그런데 정혜 친할아버진 〈글쎄 왜 남았을가?〉하는 말만 줄곧 외웠다지. 그러더니 입금을 할 때 50전이 남은 리유를 설명하느라 얼굴이 뻘개지더라지.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는데 말이지. 물론 그 50전도 국가에 입금을 했지. 임자 시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였네. 그런데 정혜 애비는 뭔가? 리발사의 아들이 세월을 잘 만나 공부도 할만큼 했고 당에서는 자식까지 대학공부를 시켜 교원으로 내세워주었으면 하해같은 은혜에 보답할 생각을 해야지 뭐가 부족해서 나라가 손해를 보는 일이건 어떻게 되든 생각지 않고 돌아가나? 임자한테도 잘못이 많아. 세대주가 잘못된 길로 나가는것을 보면 곁에서 자주 바른 말을 해주어야지. 정혜가 제 아버지때문에 울상을 해가지고 나가는걸 이자 만났댔네. 그 앨 보니 내 마음이 좋지 않네.》

조카며느리는 무거운 한숨을 그었다.

《사실 정혜 아버지가 이 사람, 저 사람 아무나 끌어들여 술상에 마주앉는거랑, 자식들 문제랑, 사업상의 문제랑 해결한다면서 분주히 돌아치는것을 보며 그러다가 무슨 일을 칠것 같아 걱정은 했어요. 말씀대로 제 잘못이 큽니다. 곁에서 옳은 말을 해주었어야 했는데 기껏 말해주었다는게 무슨 일이나 정도가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식으로 말해주는것으로 그쳤어요.》

조카며느리가 진심으로 뉘우치는걸 보니 마음이 조금은 풀리였다.

《허허, 무슨 일이나 정도가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건 무슨 소린가? 바늘도적이 소도적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런 립장, 얼뜬한 생각 버리고 이제부터라도 정혜 아버지가 옳은 길에 들어서도록 곁에서 잘 도와주라구.》

류성림은 시계를 보았다. 밖은 어두워오는데 기다리는 조카는 나타나지 않았다. 양묘장이 있는 룡운리에까지 되돌아가자면 더 지체해서는 안될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카며느리가 바삐 따라일어나며 붙잡는 소리를 했다.

《정혜 아버지도 이젠 들어올 때가 되였는데… 오래간만에 우리 집에 오셨는데 저녁밥이랑 자시고 쉬고 가십시오.》

《이 집에서 자고싶지 않아.》 류성림은 퉁명스레 말하고 굳이 집을 나섰다.

조카며느리가 얼굴이 빨개지며 굳어져버렸다. 정혜 작은할아버지가 혈육의 정마저 칼로 썩뚝 자르듯 끊어버리는것만 같아 가슴이 선뜩해지는 모양이였다. 황황히 따라나와 조심스럽게 바래주는 조카며느리의 눈에는 물기가 그렁하니 차올랐다.

류성림은 한순간 가슴이 아릿했으나 킁킁 기침소리를 내며 꿋꿋이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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