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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원동지!―》

리명산이 산림설계연구소에서 내려온 젊은 연구사와 함께 새로 나온 기름밤나무를 심을 부지를 돌아보러 안골로 가는데 사무실에 있던 정보옥이 문을 열고 소리쳤다.

《왜 그러오?》

《전화왔어요.》

누구한테서 왔느냐고 묻는데 정보옥반장은 벌써 방안으로 사라져버렸다.

《넨장! 뭐가 저리 바빠?》

리명산은 바쁜 걸음을 지체시킨다고 두덜거리며 젊은 연구사를 세워놓은채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 리명산은 계획한 일감이 적지 않다. 연구사와 함께 안골로 올라가 기름밤나무조림지를 확정한 다음 가을철나무심기에 동원시킬 로력문제때문에 주변의 여러 단위들을 찾아가 기관책임자들을 만나야 했다. 안골의 조림지는 올라가보고 연구사와 토론하여 확정을 하면 그만이지만 로력문제는 사실 여간만 두통거리가 아니였다. 기관들에서 생산이 긴장하다는 구실을 내대면서 어떻게 하든지 사회적동원에는 인원을 한명이라도 적게 내려고 하는것이였다.

리명산이 사무실로 들어가 송수화기를 드니 《명산동무요?》하는 최영우지배인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어떻게 전화하우? 요즘 며칠째 큰리에는 꿈쩍도 하지 않더니.》

《언제 거기 나가볼새나 있소?》

《하긴 지배인의 꽁무니에 불이 달릴 때도 되였지. 가을식수철이 코앞에 왔으니까.》

《좀 토론할게 있어 그러오. 지금 바쁘오?》

《산에 올라가던 참이요. 말하우.》

《거 명덕산 남쪽면에 있는 10년생 말이요. 이젠 서까래감으로는 쓸수 있겠지? 내 한번 올라가본다본다하면서두 몸 뺄 사이가 없다나니.》

스스럼없이 하는 말이지만 미안해하는 어조였다.

《원 사람두, 서까래감이 필요하면 직판 말할게지. 그러지 않아도 나무가 자라다나니 이젠 좀 솎아내기도 해야겠어. 서까래감이야 되고도 남지.》

리명산은 가슴이 뿌듯해서 말했다.

《서까래감이라.》최영우 역시 감회가 깊어지는듯 혼자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잠시후에 입을 열었다.

《거기 이깔들이 벌써 그렇게 자랐나.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지.》

《허허, 오늘은 어떻게 된거요? 세월소리를 다하면서. 하긴 그 10년생들이야 지배인도 더 정이 갈거야. 생각나우? 지배인이 그것들을 옮겨심던 해에 큰리에 내려왔다가 충수염에 걸려 죽을번 했던 일 말이요.》

《하긴 그랬지, 허허…》

그런 일이 있었다. 리명산이 한동안 품을 들여 부식토를 져올린 명덕산 남쪽면에 나무심기를 하던 날 산림경영소사람들을 모두 데리고나와 그 일을 도와주던 최영우가 갑자기 배를 그러안고 돌아가며 죽는다고 야단쳤다. 리명산이 웬일인가 해서 달려가보니 최영우는 얼굴이 새까매지며 거의나 의식이 없었다.

리명산은 끝내 일을 쳤구나! 하고 속으로 부르짖었다. 아침에 큰리에 내려온 최영우한테서 아래배가 뜨끔거린다는 소리를 들은것이였다. 리명산은 그때 등한시한 자신을 저주했다. 사람들이 아프다는 부위를 보고 그게 급성충수염일수도 있다는 소리를 했으나 당자가 그러다가 일없겠지, 아무렴 오늘 당장 터져나가기야 하랴 하며 굳이 산으로 오르는 바람에 스쳐지났던것이였다. 그랬던것인데 해질머리가 되여 끝내 일이 생긴것이였다. 일이 안될 때라 동원군들을 태우고 왔던 산림경영소차는 다른 일때문에 자리를 뜨고 없었다. 군병원으로 당장 후송해다가 수술을 해야겠는데 25리가 넘는 길로 급한 환자를 업고 갈수는 없는 일이였다.

복닥소동이 일어났다. 당장 숨이 넘어갈것 같이 급한 소리를 지르는 환자를 산에서 업어내려오는 한편 차를 얻을만 한 곳들에 사람들을 띄웠다.

동통이 발작한지 두시간이 지나서야 탑골탄광 지배인차에 환자를 태우고 군병원으로 들어가 수술대우에 눕히였다.

최영우는 정말 생명이 위험할번 했다. 이미 맹장이 터져나간것이였다.

리명산은 온몸이 땀에 화락 젖어가지고 정신없이 돌아치다가 급한 모퉁이를 넘기자 한숨이 나가면서 나른해졌다.

그는 수술을 받고 겨우 안정된 환자의 침대맡에 앉아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미욱한가? 동통이 오는것 같으면 아예 병원으로 갈것이지 산판에 나타날건 뭔가? 최영우가 없으면 일이 안될가봐 그러는가고 화를 냈다. 최영우는 당장 죽어갈것처럼 그러던 사람같지 않게 친구를 올려다보며 히죽이 웃었다. 리명산은 웃는 최영우를 보며 친구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새삼스럽게 끓어올라 눈가녁이 축축해왔다. 배를 그러안고 아츠러운 신음소리를 지르는 최영우를 볼 때에는 이 산판에서 친구 하나를 죽이는구나 하는 생각에 적어도 10년감수는 한것 같은 그였다. 리명산이 그때 일이 생각나서 가슴이 알알해지는데 수화구로 최영우의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나왔다.

《서까래감이라… 서까래감… 아쉽기는 한데…》

동닿지 않는 소리는 혼자소리인지 리명산이 들으라는것인지 애매한것이여서 무엇인가 떳떳치 못한것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리명산은 자기도 모르게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배인동무, 무슨 소릴 하우?》

《아니, 그저 혼자 해보는 소리요.》 변명하듯 황황히 말하고나서 최영우는 왜서인지 인차 말이 없었다. 이윽해서야 수화구로는 무엇때문인지 곰살궂어진 그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나왔다.

《거기에 탄갱을 앉히자고 하는데 어떻겠소?》

《탄갱이라니?》 리명산은 어망결에 되물었다.

《무슨 탄갱 말이요?》

《넨장!》 최영우는 이상하게 짜증을 냈다.

《무슨 탄갱이겠소. 거기서 석탄을 캐자니까 갱건설을 해야 한다는거지.》

리명산은 리해가 되였다. 나라의 산림자원보호와 관련해서 누구든지 산림토지를 리용하려는 경우에는 국가가 정해놓은 세칙에 따라 그곳을 관할하고있는 산림감독원의 동의부터 받아야 한다.

석탄이나 그밖의 자원을 채굴하려는 경우에도 례외가 되지 않는다.

해당 지역 산림감독원의 동의가 없으면 원칙상 광권발급을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중앙기관에 올려보낼 문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리명산은 며칠전에 최영우가 명덕산 남쪽면에 기름진 석탄이 매장되여있어 그곳을 넘겨다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리를 하며 그곳의 10년생이깔나무림의 운명을 우려하던것이 생각났다. 그러니 그때 벌써 탄갱건설과 관련한 무슨 소리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리명산은 생각했다.

리명산은 금시 살점이라도 떨어져나가는것 같아 속이 알찌근했지만 최영우를 생각해서 허허― 하고 웃었다.

《어찌겠소. 나라가 필요해서 석탄을 캐야 한다면 캐는거지. 광권을 받겠다는데가 어데요?》

최영우는 한숨을 긋는듯 하더니 조금 사이를 두었다가 《좌우간 그런 문제가 제기되고있다는걸 알고있게나. 토론은 후에 더 해보자구.》하고 말했다. 몹시 피곤이 실린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감독원의 기분을 더 상하지 않게 하려고 마음쓰는것 같기도 한 목소리였다.

그도 명덕산 남쪽면이 칼도마우에 올랐다고 생각하니 속이 좋지 않은 모양이였다. 그럴수 있었다. 명덕산 남쪽면에서 석탄을 채굴하자면 지금 한창 자라는 10년생이깔나무들을 적지 않게 찍어내야 한다. 그러니 최영우는 마음이 편할리 없다. 리명산은 그보다 더했다.

명덕산 남쪽면이라니 그게 어떻게 생겨난 숲인가. 리명산이 몇해를 두고 등짐으로 흙이며 부식토를 져올려다 펴고 어린 이깔나무모들을 심어 애써 살려낸것들이다. 지게를 진채 산판에 쓰러져있다가 집안사람들한테 업혀서 내려온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그가 어떻게 하나 돌투성이의 산을 살려보자고 애쓰는것을 보다 못해 최영우까지도 사람이 어쩌면 제 죽을줄도 모르고 우직하게 그러는가고 애끓는 소리를 했었다. 애를 쓴 보람이 있었다.

그곳은 토심이 얕아서 나무들의 성장속도가 빠르지 못하지만 점차 숲꼴이 잡혀갔다. 지난 겨울에는 큰리의 산판들에서 사라진지 오래되였던 산토끼가 다시 나타나 사람들의 기쁜 화제거리가 되였다.

이제 와서 겨우 10년생이나 되는 그 이깔나무들을 찍어낸다는것은 리명산에게 있어서 제 살점을 저며내는것만큼이나 가슴아픈 일이 아닐수 없었다. 하지만 내 한사람의 피땀이 스며있는것이라고 해서 국가적요구를 외면하고 10년생이깔나무들을 고스란히 끼고있을 생각을 한다는것도 어리석은 일이 아닌가.

리명산은 그러면서도 속은 여전히 알찌근했다.

탄갱을 하나 두자면 보조건물도 짓고 도로도 내야겠는데 그러자면 적어도 나무를 한정보는 베내야 한다. 이제 10년만 자래우면 거기서도 수백립방의 목재가 더 나올것이다.

안골에 올라가 기름밤나무 심을 자리를 확정하고나니 점심때까지 시간이 조금 있었다. 그는 연구사더러 먼저 내려가게 하고 혼자 방아골로 향했다. 점심전에 기관, 기업소들에까지 들리기에는 시간이 모자라니 차라리 방아골에 들렸다가 식사시간에 맞추어 내려갈 심산이였다.

안골막바지에서 등성이 두개만 넘으면 방아골이다. 거기 명덕산 맞은켠에서 오늘 정보옥이네 산리용반녀인들이 그동안 콩을 심어먹던 자리에 창성이깔나무를 심게 되여있었다. 정보옥이 벌써 스무해 가까운 세월 리명산과 함께 큰리의 산판들에 이깔나무를 심어오고있으며 원래 성실하고 일손이 드센 녀자여서 그냥 내버려두어도 제 할일은 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 들려보고싶은것이였다. 다른 일은 몰라도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라면 자기가 참견을 하지 않으면 마음을 놓지 못하는 리명산이였다.

그가 방아골로 넘어가니 정보옥이네는 그사이에 계획했던 나무심기를 끝내고 철수해버렸다. 일손들이 빠르기도 했다. 며칠안으로 군중식수를 조직하자면 나무모들을 먼저 떠놓아야 하는데 정보옥이 그래서 일을 다그쳐 끝내고 녀인들을 양묘장으로 데리고 내려간 모양이였다.

방금 나무모심기가 끝난 곳에 이른 리명산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일하는 본새들이란!》하는 불만의 소리가 튀여나왔다. 방아골의 산들은 대체로 비가 내리면 인차 증발되거나 밑으로 빠져버리는 메마른 땅이였다. 그래서 습기가 날아나지 못하게 나무모를 심고는 복토한 우에 돌들을 날라다가 덮어놓으라고 아침에 조직사업을 하면서 한마디 해주 었는데 그냥 내려가버린것이였다.

리명산은 이제 내려가면 정보옥을 만나 일을 깐지게 하지 않는다고 욕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주변의 납작한 돌들을 주어다가 정보옥이네들이 심어놓은 나무들을 덮어주기 시작했다.

그가 시간가는줄 모르고 일을 하고있는데 아래에서 아이들이 재재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웬 아이들인가 해서 보니 눈부신 조선치마저고리를 입은 처녀가 한무리의 아이들한테 싸여 올라오고있었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리명산은 저도 모르게 빙긋이 웃었다.

아이들은 찔레덤불사이로 날아다니는 자그마한 새를 보면서 박새라느니 메새라느니 하고 저마끔 엇갈린 주장들을 하면서 금시 대학을 나온것이 분명한 선생님의 판결을 바라는것이였다. 실은 어딘가 모르게 도시물이 푹 배여있는것 같은 처녀교원도 자연의 물계에, 더우기 숲속의 음악가들인 새들에 대한 지식은 자기가 가르치는 아이들보다 나은것같지 못해보였다.

《학생동무들, 저건 박새예요. 박새는 흰점이 박혀있고 메새는 그게 없답니다. 지식이란 정확해야 해요. 리명산감독원동지를 만나면 물어보자요. 리명산감독원동지나 여기 큰리의 산들에 나무를 심은 학생들의 아버지나 어머니들은 잘 알거예요. 학생동무들은 고향의 자연을 잘 알아야 하고 큰리의 자랑인 이 숲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부끄러운것이 많답니다. 어린 동무들보다도 이 숲과 자연에 대해서 별로 더 많이 아는게 없으니까요. 우리 다같이 고향에 대해서, 이 숲과 여기에 깃들인 새들에 대해서도 더 잘 알기 위해 노력하자요.》

처녀교원의 쟁쟁한 목소리가 따뜻한 봄비마냥 아이들의 가슴속으로 잦아드는듯 했다. 어디에서 이런 눈같이 깨끗하고 목소리마저 그지없이 아름다운 처녀가 나타났담!

리명산은 방금전까지 산리용반녀인들의 거치른 일본새때문에 부아가 터져오르는것을 참고있었는데 처녀교원의 출현으로 머리가 쩡 맑아지는것 같았다. 그는 맞춤한 돌 하나를 주어다가 금방 심어놓은 어린 이깔나무모주변을 덮어주며 눈가에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가까운 길옆에 있던 처녀교원의 눈길이 그한테 와닿았다.

처녀가 그한테로 다가와 《안녕하십니까?》하고 상냥하게 인사를 했다.

리명산은 손에 묻은 흙을 털며 따뜻한 눈길로 처녀를 바라보았다.

《처음보는 선생님이구만.》

《전 대학을 졸업하고 열흘전에 배치되여왔답니다. 소학교에…》

《글쎄 그렇겠지. 아무렴 이 큰리일판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군 없는데. 자라나는 아이들이 제 고향의 자연에 대해서 알게 하는거야 좋은 일이지.

선생님이라니 알고지내야겠구만. 내 이 큰리의 산림감독원이야.》

《그렇습니까?》

《리명산이라고 하지. 사람들한테 욕 잘하는 잔소리군이라는 소리 들었을텐데.》

어찌된 일인지 리명산감독원이라는 소리에 처녀교원은 당황해하며 얼굴이 익은 앵두빛이 되였다. 산속에 들어왔다가 리명산감독원을 뜻밖에 만난것이 처녀교원에게는 몹시 바빠맞을 일인데 그냥 달아날 형편은 못되여 난처해하는것 같은 그런 거동이였다. 이상한 일이였다. 이상한것은 그것만이 아니였다. 가을빛이 짙어가는 화려한 숲과 대조되게 눈부신 치마저고리를 몸에 꼭 어울리게 입은 비둘기같은 처녀를 어디선가 꼭 본듯 한 기분좋은 생각이 드는것이였다. 깨끗함과 순진함이 어려있는것 같은 저 눈! 참해보이는 미소! 어데서 보았더라?

리명산은 끝내 생각해냈다. 언젠가 딸애가 제 오빠의 주머니에서 꺼내여 보여주던 사진속의 그 처녀가 아닌가.

그렇다. 아들 현웅이와 대동강유보도의 실실이 가지가 늘어진 버드나무아래에 나란히 서서 참한 미소를 짓고있던 사진속의 그 처녀가 틀림없이 지금 눈앞에 서있는 녀교원이였다.

처녀교원이 몹시 바빠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까닭이 비로소 리해되였지만 리명산은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척 했다. 마음이 마냥 즐겁기만 했다. 이런 처녀가 며느리로 들어오면 집안이 얼마나 환해질가. 보매 아이들에게 고향의 자연과 숲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는것을 보면 마음도 그지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울것이다.

처녀교원은 퍼그나 주눅이 들어버린 목소리로 자기를 류정혜라고 했다.

리명산이 방금 심은 나무모주변에 돌을 가져다놓는것을 보면서 《그건 왜 그렇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리명산이 리유를 설명해주니 《어마나! 저도 학생때 식수사업에 동원되군 했지만 그런건 여태 모르고있었습니다.》하고 고백했다.

나무모를 심고 그우에 돌을 얹어놓아 물기가 증발되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는것을 알게 된것이 처녀교원에게는 굉장히 큰 소득으로 되는듯 했다.

《학생동무들, 모두 헤쳐가서 돌을 주어오자요. 봤지요? 이렇게 돌들을 얹어놓으면 애기나무들이 말라죽지 않는대요. 물기가 날아나지 못하니까요. 돌들은 될수록 납작해야 해요.》

아이들은 《야!》하며 흩어져갔다. 잠간사이에 돌들을 날라왔다.

경쟁심이 강한 어떤 사내애들은 형편없이 큰 돌을 장한듯이 안고와서 처녀교원을 놀라게 했다.

《동무들, 그렇게 어방없이 큰 돌을 날라오다가 떨구면 발을 상할수 있어요. 나무들도 상할수 있구요. 나무들은 작고 어려서 연약하거던요. 갓난애기들처럼 다루어야 해요. 그렇지요? 감독원동지.》

처녀는 함께 일하는 사이에 리명산에 대한 처음의 어려움은 잊어버리고 친근감을 느끼는듯 했다. 짧은 시간에 일을 말짱 끝낸것을 아쉬워하고있는데 개울건너 맞으켠 숲속에서 한 소년의 챙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나쁜 사람이 여기 심은 이깔나무를 뽑아놓아 죽게 했습니다!―》

거기 양지쪽 비탈면에는 류정혜가 데리고 올라온 남자애들 서넛이 모여있었다.

리명산이 무슨 소린가 해서 류정혜와 함께 건너가보니 아닌게아니라 이깔나무모 한대가 말라서 죽어버렸다. 마치 누가 일부러 절반쯤 뽑아놓은것처럼 뿌리가 드러날 지경으로 땅에 묻혔던 밑둥이 우로 솟아올랐다. 아이들은 숲의 박식한 주인이 나서서 판결해주기 바라며 어느 반동의 작간일지도 모른다거니 아니라거니 하면서 저마끔 엇갈린 주장들을 하고있었다.

리명산은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허, 반동은 무슨 반동이겠니. 이건 겨울이라는 못된 심술쟁이가 한짓이다.》

《겨울―이?》

아이들은 무슨 소리냐는듯 되받아외우며 잔뜩 의혹이 실린 눈으로 서로 마주보았다.

리명산은 또 히죽이 웃었다.

《학생동무들, 이건 지난해 가을에 심은 나무입니다. 가을 식수철에 나무를 심으면 음달쪽은 일없는데 양지쪽에 심은 나무들은 땅이 얼었다녹았다 하며 빵처럼 부풀어올라 갓 심은 애기모들은 들뜨는 현상이 있게 됩니다. 그러면 뿌리가 있는 땅속으로 공기가 들어가기때문에 어린 나무들은 이렇게 말라죽게 됩니다. 그러니 이런 현상을 피하자면 어떻게 해야 좋을것 같습니까?》

아이들은 이번에도 서로 마주보며 답을 찾지 못했다.

리명산은 의혹이 실린 까만 눈동자들을 즐거운 눈길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런 양지쪽 비탈면에는 대체로 봄철에 나무심기를 합니다. 그러면 얼었다녹았다 하는 현상으로 어린 나무모들이 말라죽는 일이 없게 됩니다. 해볕이 잘 드는 양지쪽 비탈면에는 가을식수철때 구뎅이만 파놓았다가 봄철에 나무를 심으면 사름률이 더 높아집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땅이 얼굼작용으로 부푸는 현상도 없지만 또한 가을에 구뎅이를 파놓으면 겨우내 눈녹은 물이 스며들고 락엽같은것이 들어가 썩어서 부식질이 생겨나니까요. 우린 그런 물계도 다 알고 나무 한그루를 심어도 잘 심고 또 정성다해 가꾸어 산마다 푸른 동산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예!―》하는 아이들의 챙챙한 목소리가 산판을 타고 울려갔다.

처녀교원은 감동에 찬 눈으로 산판을 둘러보다가 나직이 말했다.

《감독원동지, 전 아직 자연에 대하여 모르는것이 많습니다. 감독원동지가 저와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십시오.》

《허, 그러니 내가 오늘은 정혜선생의 선생님이 돼야겠구만!》

리명산은 즐겁게 웃으며 처녀교원을 바라보았다. 처녀는 아무리 봐야 아늑하고 따뜻한 온실에서 피여난 꽃이 분명한데 이 숲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처럼 자연과 잘 어울리는것은 무엇때문일가?

리명산은 시계를 보았다. 그는 생각했다. 점심을 한시간쯤 늦어먹으면 뭐라랴. 그는 때묻지 않은 처녀와 어린 귀염둥이들을 위해 시간을 좀 바치고싶은 마음이 동했다.

그는 숲의 반가운 손님들에게 둘러싸여 가까이에 있는 명덕산으로 향했다.

그는 노란 이깔나무잎들이 폭신하게 깔린 숲속을 걸어가면서 아이들에게 메새와 박새의 생활습성에 대하여 말해주었다. 그것들이 어디에 둥지를 틀며 알낳이를 언제 하는가에 대하여, 박새가 하루에 자기의 몸무게만 한 량의 나쁜 벌레들을 잡아먹는데 대하여 말해주었다.

다 자란 한그루의 나무가 물을 한립방이나 저장하며 지금 보이는 16년생이깔나무들이 5년만 자라면 아름드리거목이 된다는데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명덕산에 깃든 전설을 말해주었을 때 처녀의 눈에는 호기심이 아니라 눈물이 가랑가랑 고이였다.

리명산은 명덕산마루로 올라갔다. 그는 자기의 동행자들에게 오래전에 큰리에서 산 최학세할아버지가 숲을 어떻게 사랑했는가에 대하여 말해주었다. 그리고 거기 산마루에 류달리 실하게 자라오른 열일곱그루의 사연깊은 이깔나무에 대하여 말해주었다.

《학생동무들, 장산에 가보았습니까?》 하고 리명산은 눈이 초롱초롱해서 자기를 바라보는 어린것들을 향해 물었다.

아이들은 가보지 못했노라고 일제히 대답했다.

《나는 가보았습니다. 학생동무들도 이제 다 가보게 될것입니다. 우리 조국강산을 푸른 숲 우거진 락원으로 가꾸어주시려는 아버지장군님의 깊은 뜻이 거기에 어려있습니다. 우리의 아버지 김정일장군님께서는 나라가 갓 해방되였을 때 김일성대원수님과 그리고 존경하는 어머님과 함께 평양의 문수봉에 나무를 심으시였고 학생들이 아직 세상에 태여나지 않았던 정전직후 장산에 오르시여 또 나무를 심으시였습니다.

학생동무들은 언제나 아버지장군님의 애국의 높은 뜻을 가슴깊이 새겨야 합니다. 그래야 이 땅의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도 얼마나 귀중한가를 항상 생각하게 될것입니다. 알겠습니까?》

《예!―》

아이들의 챙챙한 목소리가 맑은 하늘로 풍겨올랐다. 리명산의 얼굴에는 만시름을 다 잊어버린 밝은 웃음이 피여났다.

《정혜선생.》 산마루에서 내려오며 리명산이 말했다.《우리 큰리에는 여러해전부터 좋은 풍습이 하나 생겨났다오. 그게 뭔가하니 인생길에서 특별히 좋은 일이 있는 때면 여기 올라와 이깔나무를 기념으로 심는것이라우. 아이들이 태여나거나 다 자란 아이들이 커서 군대로 나갈 때에도 고향을 잊지 말라고 나무를 심지. 청춘남녀들이 결혼식을 하거나 입당을 하고 평생소원을 푼 사람들도 나무를 심는다오. 정혜선생, 옛사람들이 써놓은 글을 보니 이런 말이 있더구만. 새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태여났구 사람은 로동을 하기 위해 태여났다구 말이지. 우리 함께 이 큰리에 더 많은 나무를 심자구. 그리고 저 아이들의 가슴속에 고향의 숲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자구.》

장난세찬 아이들은 벌써 멀리 산아래로 밀려내려가며 참새떼처럼 재잘거리고있었다.

《알겠어요. 감독원동지!》 처녀교원의 심중에서 촉촉히 젖은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처녀는 걸음을 멈추고 산마루를 올려다보았다. 하늘을 향해 치솟아오른 사연깊은 이깔나무들이 바람에 흐느적거리고있었다.

처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정결의 샘―맑은 눈동자가 물기에 젖어 반짝이였다. 리명산은 그 눈동자에 사랑이, 큰리의 숲에 대한 사랑만이 깃들기를 바랐다.

리명산은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을 건너오며 처녀의 나이에 대해서 물었다. 처녀는 얼굴을 살그머니 붉히며 입속말로 외우듯 나직이 말했다.

리명산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스물여섯살이라…》이제 한해쯤 있으면 현웅이도 첫 연구과제를 수행하게 될것이고 그러면 장가를 보내야 할것이다. 그때면 처녀나이도 스물일곱이 되겠으니 결혼식을 하기에는 맞춤한 나이이다.

《좋구만! 좋아! 스물여섯이라…》

《?…》

《그래 정혜선생, 부모님들이랑 읍에 계신다고 했지?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나? 이름은 뭔가?》

읍에 산다면 혹시 자기도 아는 사람일수 있다는 생각에서 물어본 말이였다.

그런데 뜻밖의 반응이 일어나 리명산을 당혹케 했다. 처녀가 몹시 당황해하며 분명 대답하기를 주저하는것이였다. 무엇때문인지 리명산은 굳이 캐묻지 않았다. 처녀를 더 딱하게 만들고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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