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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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야전차가 3월의 바람세찬 길을 따라 수도로 돌아오고있었다. 아직 우리 인민들이 모르고있는 인공지구위성발사준비와 관련한 사업을 현지에서 늦도록 지도하고 돌아오시는 길이였다.

그이께서는 야전차의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대이시고 당과 국가의 여러 부문에서 올라온 문건들을 보고계셨다. 외무성에서 올라온 문건을 통하여 야조브가 곧 평양을 떠나려고 한다는것, 그 리유가 중병에 걸린 안해때문이라는것, 떠나기 전에 자신과의 접견을 목마르게 소원한다는것을 아신 그이께서는 생각깊은 눈길로 전조등이 내비치는 도로를 바라보시였다.

10년전에 야조브를 해금강에서 만났을 때 부인과 함께 올것을 약속했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한 야조브… 이제야 그 리유를 아시고보니 야조브의 인간됨과 함께 그를 도와주고싶은 생각이 불같이 솟구쳐오르시였다. 더우기 쏘련에서의 사회주의종말과 그 교훈에 대한 글을 쓰다가 조선의 사회주의에 대하여 더잘 알고싶어 왔는데 얼마 돌아보지도 못하고 가겠다니 그 마음이 오죽하랴싶으시였다. 또 이제 간들 제도가 달라진 나라에서 돈이 없이 어떻게 안해의 병치료를 감당해낼수 있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힘있는 필체로 문건표지에 《로씨야주재 우리 나라 대사관에 위임하여 야조브의 부인을 조선으로 출발시키도록 할것.》 하고 쓰시였다.

쏴쏴- 바람소리가 높아졌다.

또 다른 문건을 련이어 펼쳐보시던 그이께서는 잠시 눈길을 들고 귀를 강구시였다. 꽃샘을 하는 계절이여서인지 봄과 겨울간의 대결이 매우 격렬했다. 낮에는 겨울이 봄에게 쫓기워 물러가는듯싶었는데 밤이 되자 역습이라도 하듯 심술궂은 바람질을 해대며 나무들을 왁살스럽게 잡아흔들고있는것이다. 하지만 겨울이 그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조만간에 봄은 오고야말것이다. 력사의 흐름도 마찬가지이다.

갑자기 그이께서는 시장기를 느끼시였다. 하루일정이 긴장하다보니 점심을 번진데다가 자정이 가까와오도록 아직 저녁식사도 하지 못하셨던것이다. 과학자들의 애로도 풀어주시고 연구사업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할 방도도 의논하시다 이렇게 시간이 늦어지셨다.

《부관동무! 뭐가 좀 없소? 출출하구만!》

그이께서는 야전차 앞좌석에 앉아가는 부관에게 한마디 하시였다.

《신덕샘물 한병밖에…》

《하긴 저녁식사는 평양에 들어가서 할것으로 계획했으니 예비가 있을수 없지.》

점심식사로 준비했던 줴기밥들은 어느 한 진지공사장에 가셨을 때 다 꺼내놓도록 하시였었다. 몹시 송구스러워하는 부관에게서 신덕샘물병을 받아들고 한끼식사마냥 천천히 마시느라니 식량난으로 하여 애로를 느끼는 인민들의 모습이 생각나시였다. 그이의 시장기는 곧 가슴의 쓰라림으로 넘어갔다.

인간의 생존에서 먹는 문제가 그처럼 중요하기때문에 고대-중세에 이르는 기나긴 나날 수많은 대소전쟁들에서 군사가들은 기아전략을 써왔다. 기아전략이란 뜻그대로 결정적인 싸움을 서두르지 않으면서 상대측을 굶기는 방법으로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는것이다. 미제는 지금 비렬하게 이런 방법으로 우리 나라를 질식시키려들고있다.

미제국주의자들때문에 수령님의 따뜻한 품속에서 의식주는 물론 자식들 공부시킬 걱정, 치료받을 걱정, 쌀값이 얼마인지도 모르며 만복을 누려오던 이 나라 인민들이 지금 상상도 못했던 힘겨운 생활을 하고있다.

과연 어떻게 해야 눈앞으로 다가드는 《5월위기설》을 물거품으로 만들수 있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지금 미제와 남조선괴뢰군놈들이 벌려놓은 합동군사연습의 마지막공격목표가 전선서부라는것도 천리혜안의 예지로 미리 내다보셨다. 그래서 대덕산군단을 축으로 하여 타격훈련을 진행할것을 계획하시였다. 그런데 총참모부에서 최고사령관의 의도를 원만하게 받들지 못한것이다.

과연 타격훈련만으로 미제의 전쟁책동을 완전히 짓부셔버릴수 있는가. 어떤 대책이 더 필요하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것을 대덕산부대의 주인과 의논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시였다. 그이께서는 집무실에 들어서기가 바쁘게 대덕산군단 군단장 장대식을 전화로 찾으시였다.

《그동안 잘 있었습니까?》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건강…》

뜻밖의 전화를 받은 장대식이 목이 꺽 하고 멘듯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난 건강합니다. 대덕산중대의 병사들도 잘 있습니까?》

《네. 며칠전에 대덕산중대에 내려가봤는데 병사들이 장군님의 건강을 부탁하며 대덕산에 언제 오시는가고 묻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대답해주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대덕산의 병사들을 언제나 잊지 않고계신다고 말입니다. 이제 장군님의 안부가 전해지면 그들이 정말 좋아할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뜨거워오르시였다.

《전선에서 적들의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난것은 없소?》

《있습니다. 방금전에 총참모부에도 보고했는데 적들이 지금 비무장지대안에 새로 개발한 중무기들을 은밀히 끌어들이고있습니다. 초소근무를 수행하던 대덕산중대의 한 병사가 이것을 포착했습니다.》

《아주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 병사가 참 책임성이 높습니다.》

《예, 지난해 입대한 신입병사인데 아주 똑똑합니다.》

《신입병사란 말이요?》

김정일동지의 안색은 금시에 확 밝아지시였다.

《그렇습니다. 그 병사는 사나운 바람질속에서도 비무장지대안쪽에서 들려오는 륜전기재의 동음과 함께 바람에 실려오는 휘발유 타는 냄새를 느끼자 그것이 보통날과는 다르다는것을 포착하고 즉시에 그 정황을 초소장에게 보고했습니다. 그래서 민경과 합동하여 집중감시를 하는 과정에 새로운 무장장비를 비무장지대안으로 끌어들이던 적들의 움직임이 밝혀졌습니다.》

《그 병사가 정말 기특합니다.》

생각이 깊어지시였다. 얼마나 책임성이 강한 병사인가. 불쑥 세상에 널리 알려진 태평양전쟁때에 있은 한 세부가 생각나시였다. 진주만폭격을 위해 수많은 비행기를 일시에 띄운 일본군.

그러나 감시근무를 수행하던 미군병사들은 진주만을 폭격하기 위해 잠자리떼마냥 무수히 날아오는 비행기들을 레이다형광막을 통해 포착하고도 얼떨떨해있다나니 그리고 장교들 또한 온밤 처녀들을 껴안고 유흥에 취해 무도장을 빙빙 돌던 정신에서 깨여나지 못하다나니 제때에 대책을 취하지 못하여 돌이킬수 없는 대참패를 당했다.

그러니 전쟁의 시작과 그 운명을 결정하는데서 군인들의 사상정신상태가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큰가. 사상의 발현은 위조할수도 초월할수도 없다. 준비된만큼 나타나는 법이다. 누군가는 무기의 위력, 바로 이것이 국가의 기본지탱점이라고 했다. 미제는 지금 《무기만능론》을 제창하고있다. 그러나 나는 병사들의 사상이 핵무기보다 더 위력한 힘을 가지고있다고 주장한다.

《그래 그 병사의 이름이 뭐요?》

《리성이라고 합니다.》

《리성이! 그 병사에 대하여 더 아는것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먼저 보고드릴것은 그 병사와 저는 여간만 가깝지 않은 딱친구지간이라는것입니다. 그러다나니 그 병사에 대하여 알게 된것이 더러 있습니다.》

《허, 군단장이 그런 착실한 병사를 딱친구로 사귀고있는것은 좋은 일입니다. 어떻게 되여 그 병사와 허물없는 사이가 됐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호기심이 어린 어조로 친절히 물으시였다.

《대덕산중대에 전사생활을 내려갔을 때 리성병사가 있는 분대에 소속되여 함께 생활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조국이 있어야 가정도 희망도 나도 있다고 하면서 총을 잡았다고 합니다.》

《결국 조국의 안녕은 애국심으로 충만된 병사들의 정신력에 의하여 지켜진다고도 말할수 있습니다. 때문에 나는 총쥔 병사들의 사상을 그 무엇보다도 중시합니다. 무기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사상의 힘이 안받침해주지 못하면 싸움에서 이길수 없습니다.

참, 군단장동문 병사시절부터 오늘까지 전선서부를 거의나 떠나지 않고있으면서 대덕산을 지켜온다고 하던데… 수령님께서 대덕산을 현지지도하실 당시의 직무가 무엇이였습니까?》

《소대장이였습니다.》

《지금 총참모부에 있는 현진국대장동무와 포병지휘관 김하규동무랑 한부대에서 복무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그때 현진국대장동진 우리 대대장이였고 김하규동문 한부대 관하의 포병중대 소대장이였습니다.》

《수령님께서 대덕산을 현지지도하신 그날 군단장동문 어디에 있었습니까?》

《대덕산중대의 병사들을 수령님앞에 한명이라도 더 내세울데 대한 부대정치부의 조치에 따라 김하규동무와 함께 초소근무를 수행했습니다.》

경건히 울려오는 장대식의 말에 그이께서는 깊은 공감을 표시하시였다.

《항상 병사들부터 영예의 위치에 먼저 내세우고 뜨겁게 사랑하는것이 지휘관들의 풍모로 되여야 합니다. 력사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수령님께서 대덕산에 오르시여 병사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사랑을 베푸시였습니까. 그 사랑속에는 순간도 비울수 없는 초소근무때문에 기념촬영에 빠진 몇명의 병사들을 위해 수행원들과 교대시켜 두번에 걸쳐 기념촬영을 하신 가슴뜨거운 사연도 있지 않습니까?》

《!》

《나는 이밤 눈덮인 대덕산에 오르시여 총대의 위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름길을 밝혀주고 그 정확한 기준점을 세워주신 우리 수령님에 대한 생각으로 하여 잠이 오지 않습니다. 이 어려운 때 수령님께서 이룩해놓으신 업적이 크기때문에 조선이 끄떡없는것이 아니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왼손에 바꾸어잡으시며 장대식에게 힘주어 강조하셨다.

《이걸 알아야 합니다. 군사과학기술이 매우 높은 속도로 발전한 오늘의 현대전은 과학전, 기술전이며 따라서 훈련과 무장장비에서도 최첨단을 돌파할것을 절박히 요구한다는것을 말입니다.

수령님께서 제시하신 〈일당백〉구호는 적들의 달라진 전쟁수법, 변화된 정세의 요구, 지난 시기와 다른 시대적환경과 조건으로부터 군인들의 사상적준비, 훈련조건, 훈련내용에서 한계단 더 높은 요구를 제기하고있습니다. 다시말하면 전군을 현대화하여 정치사상적우월성에 최첨단의 현대적군사과학기술이 결합될 때만이 무적강군이 될수 있다, 바로 이것입니다.》

《알았습니다.》

《싸움준비를 완성하는데서 애로와 난관이 많다고 하여 인민군대가 총대를 강화하기 위한 전면공세에서 주춤거리면 우리 혁명이 어떻게 되겠소?

나는 이 어려운 때 대덕산부대에서부터 우리의 총대를 일당백으로 더욱 강화할수 있는 불길을 지펴올리자고 결심했습니다.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수령님께서 인민군대의 구호는 〈일당백〉이라고 하신 강령적교시, 다시말하면 그 사상이 구현된 대덕산을 출발계선으로 하여 더 높은 목표를 정하고 혁신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올리는것입니다. 제힘이 제일이고 자력갱생이 제일입니다. 애로되는것이 있으면 제기하시오.》

《장군님! 군단정치위원동무가 장기간 입원생활을 하기때문에…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말씀드리면 싸움준비에서 걸린 문제를 풀자니 힘들고 속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아주 중요한 문제요. 곧 진행하게 될 훈련과 관련된 예령은 총참모부로부터 받았소?》

《받았습니다. 동령이 있기 전까지 지금 그 준비를 다그치고있는중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동문 오늘 나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를 대담하게 제기했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련이어 현진국을 전화로 찾으시였다.

《대응책이 준비됐습니까?》

《현재 검토하는중인데 인차 장군님께 올리겠습니다.》

《김하규동무와 전화련락은 가졌소?》

《네. 〈류성-2〉호의 기술적개조상태를 언제든지 장군님께 보여드릴수 있게 준비시켰습니다.》

《알겠소. 거기에 가보기 전에 나와 함께 야조브를 먼저 만나보도록 합시다. 그가 나와 다시 만나기를 그렇게도 절절히 원한다고 하는데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좀 내야 할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어 총정치국에서 올린 경희극 《편지》의 수정과 관련된 문건을 료해하시였다. 그러시다가 문득 탁상시계를 바라보시고는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조명록을 전화로 만나 긴급히 토론하셔야 할 일이 있었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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