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회
6
(2)
어제날의 대덕산부대 로병들은 《일당백》의 구호바위가 생겨난 후부터 신입병사들이 부대에 배치되여왔을 때와 만기복무자들이 제대되여 떠나가기전에 구호바위를 찾아가는것을 하나의 어길수 없는 전통처럼 세워놓았다. 신입병사들의 경우에는 강사아바이(
리국철은 대덕산을 떠나던 바로 그날, 구호바위앞에 서서 대대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대장동지, 저도 다른 제대군인들처럼 대덕산을 이 가슴에 떠안고 가겠습니다.》
현진국은 바로 이에 대하여 묻고있었던것이다.
리국철이 얼굴을 붉히며 머뭇거리자 현진국은 다시금 다우쳐물었다.
《어서 대답해보오.》
옛 상관의 목소리는 어느사이엔가 격해졌다.
리국철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두손을 펴보였다.
《우리사이에 무슨 오해가 생긴것 같은데…》
《오해? 오해정도가 아니요.》
현진국은 이렇게 오금을 박으며
《93년도 준전시가 선포됐을 때 여덟자루의 총, 여덟개의 폭탄이 되여
《…》
《나약해졌소, 나약해졌단 말이요. 동무는 군대때 중대살림살이를 인민군적인 본보기로 꾸린 경험을 묻는 기자앞에서 〈딴게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일당백의 공격정신으로 완강하게 밀고나가면 못해낼 일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지 않았소. 바로 그렇게 살던 강쇠가 오늘은 저 하나도 이기지 못하는 떡쇠로 됐으니 참 가슴이 아프오.》
리국철은 두눈을 지그시 내리깐채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면목이 없습니다.》
《면목? 대덕산이, 대덕산부대의 전우들이 그리고 오늘의 시대가 동무를 용서치 않을거요. 멀어졌소. 대덕산과 너무도 멀어지다나니 나약해질수밖에 없었단말이요.》
《…》
《어떻소? 내 말이 너무 지나친것 같소?》
리국철은 머리를 쳐들었다.
《아닙니다. 제가 대덕산부대에서 복무할 때의 그 정신적본태를 잊지 않게 제때에 종아리를 쳤습니다.》
그제서야 현진국의 두눈가에 몰린듯싶던 노기와 위엄이 점차 가벼운 미소로 바뀌여졌다.
《오래간만에 다시 만났는데 옛 상급이랍시고 큰소리만 쳐서 안됐소.》
《전우들사이가 아니고서야 누가 그런 힘든 말을 스스럼없이 해줄수 있겠습니까.》
《욕은 욕이고, 허허허… 내가 도와줄 일은 없겠소? 부탁할것이 있으면 서슴없이 하오.》
현진국은 너그럽게 웃었다.
《부탁말입니까? 있긴한데… 됐습니다.》
리국철은 뭔가 말을 꺼낼듯하다 그만두었다.
《됐다니? 큰 사람답지 못하게 그게 뭐요. 이왕지사 말꼭지를 뗀바에야 냅다 밀어볼판이지.》
《개별적인 병사의 장래와 관련된 일을 어떻게 왕별을 네개씩이나 단 장령동지한테 감히 부탁하겠습니까?》
현진국은 두눈을 무섭게 부릅떴다.
《이 사람 보라, 부탁, 그자체가 나쁜것이 아니라 어떤 부탁을 하는가 하는것이 중요한거요. 머나먼 현지지도의 길에서 한 녀병사의 어머니를 만나주신
리국철의 얼굴에 웃음이 벙글서하고 피여나더니 얼른 주를 달았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룡양광산에서 광부로 일하는 제 동생의 아들이 지난해 봄에 총을 잡았습니다. 시간이 바쁘지 않습니까?》
《계속하오.》
《그녀석이 중학교에 다닐 때 배움의 천리길답사행군대오를 따라 평양으로 왔다가 말입니다. 담임선생님이랑 같이 우리 집에 들렸을 때 하는 말인즉〈큰아버지, 제 무슨 수를 써서든지 큰아버지가 군사복무를 했다는 대덕산부대, 그 부대에서도 노란자위나 같은 대덕산중대에 가겠어요. 거기서 병사시절을 거쳐 군관이 되자는거예요. 어때요?〉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현진국은 점차 그의 이야기속에 끌려들어갔다.
《그래서 이런 대답을 주었습니다. 〈물론 훌륭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너의 아버지한테 말을 듣자니 언젠가 산발을 타고 누나랑 산나물을 하러 갔다온 날 밤엔 너무 피곤해서 잠자리를 오줌으로 적셨다면서? 너같은 약골이 대덕산에 갔다간 짐밖에 안돼!〉 하고 말입니다.
대대장동지! 우리
《그런 부탁이야 못 들어주겠소. 우리의 총대를 더욱 강화하는 일인데… 그 병사의 이름이 뭐요?》
현진국은 군복저고리 안주머니에서 손바닥만한 수첩과 원주필을 꺼냈다.
《리성이라고 합니다. 리성! 아버지는 룡양광산로동자이고. 그녀석 군대에 나가선 아직 편지 한장도 없습니다.》
《그런데 대덕산중대에 간건 어떻게 알았소?》
《세상에 널리 알려진 석장의 사진 주인공 있잖습니까?》
《음, 박창걸이?》
《예. 그 박창걸동무가 병사생활을 할 때 제 동생, 구체적으로 말하면 룡양광산에 있는 리성이의 아버지가 박창걸련대장의 분대장이였답니다. 필경 박창걸동무와 우리 리성이사이에 접선이 이루어졌을것입니다.》
현진국은 가볍게 웃었다. 그도 잘 알고있는 박창걸은 현재 대덕산군단 신입병사훈련련대 련대장으로 사업하고있다.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사단이나 대덕산중대와 같이
《알겠소. 내 꼭 리성이를 만나겠소.》
리국철의 운전사가 뛰여와 승용차에 발동이 걸렸다고 알렸다.
《자, 그럼 동무의 심장에도 발동을 걸고 냅다 달리시오.》
현진국은 리국철의 등을 힘껏 떠밀어주었다.
리국철과 헤여져 훈련장에 도착한 현진국은 주도성과 마주섰다.
군사작전을 놓고 자기를 두번째손가락에 꼽으면 좀 섭섭하다고 할 정도로 자존심이 높고 또 그 자존심에 어울릴 정도의 실력가형인 주도성은 자기의 노력도 적지 않게 슴배여있는 이번 대응책을
현진국은 가방에서 군용지도를 천천히 꺼내여 넓은 작전탁우에 펴놓고 가뜩이나 작은 눈을 더 쪼프리였다.
《주도성동무! 내 솔직한 말을 좀 하겠소. 나는 우리가 두눈에 피발이 설 정도로 밤을 밝히며 세운 대응책이
현진국은 더 말을 잇기가 부끄러운듯 입을 꾹 다물며 주도성의 세모진 두눈을 마주보았다.
《어떻게 됐습니까?》
주도성의 세모눈과 몸가짐에는 긴장이 한껏 어려있었다.
《네? 실태가 그렇게 심각합니까?》
주도성은 현진국의 말에 잘 납득이 가지 않았던지 두눈을 뜨부럭거렸다.
《우리끼리니 툭 빠개놓고 얘기해봅시다. 나도 귀를 막지 않고 살았으니 동무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이》하고난 그는 손가락으로 자기 눈을 가리켰다. 《날 보고 참매눈이요, 뭐요 하면서 듣기 좋은 말을 했다는걸 잘 알고있소. 그 과정에 나는 어리석게도 작전전술적안광이 남보다 결코 어둡지 않다고 자부했댔소. 그렇지만 제아무리 시야가 넓고 판단이 예리하다 해도 그 작전이 어디에 지지점을 두고 출발하는가? 바로 여기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라진다는것이
현진국은 주도성의 대답을 기다릴새없이 일 대 일의 대응책으로부터 일 대 백 즉 일당백의 전략전술적대응책으로 그 종심이 깊어지게 된 과정에 대하여 감동적으로 설명하고나서 이렇게 력점을 찍었다.
《곧 총참모부로 돌아가서 해당 지휘성원들을 부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