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회
6
(1)
자동보총의 소제대처럼 곧게 뻗은 도로를 따라 한대의 군용차가 질주하고있었다.
(내가
그는 두눈을 쪼프리며
언제인가 총참모부의 장령들은 긴장한 정세와 관련된 주요작전회의가 끝나자 현진국대장의 쪼프린듯이 가느스름한 눈과 작전전술적안광을 놓고 이구동성으로 이런 말을 했다.
남보다 눈은 작아도 보는것은 더 많다고.
그의 눈과 관련된 또하나의 재미나는 이야기가 있다.
몇해전
얼마후 현진국이 다시 총참모부에 올라왔을 때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된 주도성중장은 어느 기회에 이런 말을 했다.
《생긴 그대로 작다고 하겠지.》
《그 정도가 아닙니다.》
《뭐요?》
《좋은 견지에서 한 말이니 모욕으로는 생각하지 말고 절대로 성을 내지 마십시오.》
《서두가 너무 장황하구만.》
《그럼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저… 〈참매눈〉같다고들 합니다.》
《뭐, 참매눈? 이 사람들이 정말!…》
그가 얼굴을 찡그리며 언성을 높이자 주도성은 빙긋이 웃었다.
《제가 절대로 성을 내지 말라는 전제를 미리 깔지 않았습니까. 참매의 눈에 비유했는데 뭐 성낼것까지야 있습니까?》
《여보! 모르면 가만히들 있으라고 하오.
현진국이 탄 군용차가 한시간가까이 달렸을 때였다. 도로옆에 까만승용차 한대가 기관실뚜껑을 열어제낀채 멎어있는것이 차창으로 내다보였다. 운전사가 기관실에 허리를 굽힌채 뭔가 주무르고 그옆에서 풍채가 좋은 사람이 서성거렸다.
그쪽을 무심히 바라보던 현진국은 두눈을 번쩍 떴다.
(아니, 저게 리국철이가 아닌가?)
그러지 않아도 그를 만났으면 했던 현진국은 운전사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를 세우시오.》
속력있게 달리던 군용차는 승용차곁을 조금 지나쳐서 아츠러운 소리를 내며 멎었다. 현진국은 차에서 내리자바람으로 리국철이 서있는쪽을 향해 활기있게 걸어갔다.
《3중대 사관장!-》
벗어진 이마, 어글어글한 두눈에 처음에는 놀란 빛이 어리더니 인차 상대방을 알아본듯 반가움이 확 어렸다.
《대대장동지!-》
두사람은 와락 부둥켜안았다.
말보다도 정이 먼저 통하는 이들이였다.
《우리가 얼마만에 다시 만났습니까?》
리국철이 감개에 젖어 먼저 입을 열었다.
《5년만이요.》
《그사이에 대대장동진 왕별을 하나 더 달았군요.》
《동문 뭐 달라지지 않았소? 어제날의 중대사관장이 오늘은 정무원에서도 한다 하는 국가간부가 되지 않았소.》
동창, 동향, 스승, 친척들 등 현진국이에게도 인생길을 걸어오는 과정에
《어디가 고장이요?》
《운전사가 지금 발동이 멎은 원인을 찾고있는데 아직…》
《그렇다면 인민군대의 방조를 받아야겠구만. 우리 운전사는 전문차수리공이상으로 기술수준이 높소. 예비부속은 물론 수리공구까지도 일식으로 갖추고 다니오.》
《독틈에도 용수가 있다더니.… 점점 군대없이는 못살것 같은 생각이 들군 합니다. 지금도 보십시오. 급한 고비에 이른 절 도와주자고 옛 대대장동지가 천사마냥 척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생각한다니 더 잘 도와주어야겠구만. 허허허…》
자기의 운전사를 불러 임무를 주고난 그는 옛상관의 자세에서 벗어나지 않은채로 말을 이었다.
《3중대 사관장! 차가 수리될 때까지 우리 얘기나 좀 하기요. 알고보니 동문 참!》
《?》
리국철이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이미전부터 축적되여오던 상태여서 현진국의 어조는 자기 성격그대로 인차 엄숙해졌다. 최전연에서 사선의 언덕을 함께 걷던 전우들사이에야 무슨 격식이 따로 있고 해주지 못할 말이 있겠는가.
현진국은 군사지휘관으로 사업해오는 전기간 부하의 결함을 지적할 때면 수류탄처럼 폭발하는 성미였다. 그때의 눈초리는 매우 사나왔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직무가 높아졌다 한들 자기 성격의 본태야 어디에 가겠는가.
《혹시… 저에 대한 무슨 좋지 못한 말이라도 들은게 아닙니까?》
리국철은 옛 대대장의 길게 째진 두눈가에 떠도는 서슬푸른 기상이 눈동자를 찌르자 행동거지가 좀 부자연스러워졌다.
《한가지 묻기요. 혹시 제대될 때 빈털터리로 온게 아니요? 아니면 그날 내앞에서 빈말을 했던가?》
《예?》
리국철의 커다란 눈확속에서 돌아가던 동공이 일순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