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 회

5

(3)


야조브는 진정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인사말을 올렸다.

김정일동지! 귀중한 시간을 내주어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있어 조선에 다시 오게 될 땐 혼자 오지 마십시오. 부인과 함께 오라 이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약속했습니다.》

야조브는 또다시 받아안은 강한 충격으로 하여 가슴이 쩌릿해났다.

다음날, 대표단성원들은 어느 한 인민군부대를 방문하고 그곳 훈련장에서 진행하는 포사격이 배합된 공격훈련을 보았다. 훈련은 아주 잘 되였다. 두 나라 군대의 친선의 감정은 오찬을 통해 더욱 승화되였다. 여기서 야조브는 이날 훈련을 총지휘한 현진국장령과 포사격을 지휘한 김하규장령과 통성하고 훈련성과를 축하해주었으며 쏘련노래인 《정의의 싸움》도 함께 부르면서 인상깊은 시간을 보냈다.…

조선방문의 나날에 있었던 가지가지 즐거운 추억이 깊어질수록 제국주의련합세력으로부터 세기를 이어오는 《기아전략》의 변종인 전면봉쇄와 경제제재로 《목조르기》를 당하는 조선의 운명이 은근히 걱정되였다. 서방측 텔레비죤과 라지오방송, 통신사들에서는 저마끔 미제가 떠벌이는 이른바 시간표라는것을 앵무새처럼 졸졸 따라외우고있었다.

조선이 3일, 3달은 넘길수 있어도 3년은 못넘긴다. 조선에서의 사회주의《붕괴》는 시간문제다. 3년안팎에 사회주의라는 제도는 지구상에서 그 존재의 막을 내리게 될것이다. 세상사람들이 이런 우려를 표시할 때 김정일동지께서 《사회주의는 과학이다》라는 진리를 력사앞에 내놓으신것은 실로 놀랄만한 일이다. 만약 조선에서까지 사회주의가 무너진다면 이 행성우에서 사회주의는 리념으로만 남게 될것이다. 이것은 매우 무서운 일이다. 과연 조선이 제국주의련합세력의 집중화살을 이겨내고 과학으로서의 사회주의를 끝까지 고수해낼수 있겠는가? 그에 대처할수 있는 전략은 어떻게 세워졌을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조선에 가보자, 가서 판단해보자. 그이로부터 사회주의운명과 관련된 가르치심도 받자. 야조브는 깊은 생각끝에 밤을 새워가며 김정일동지께 올릴 편지를 썼다.

날이 밝자 그 편지를 가지고 로씨야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을 찾아갔다. 소식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동안 세계정세를 깊이 파고들었다. 그러던중 군부에 있는 옛 부하들의 도움을 통해 미제의 대조선정책과 관련된 구체적인 자료를 보게 되자 머리끝이 오싹해났다. 매우 위태로운 상태에 직면하고있는 조선… 보다 커진 우려와 걱정속에 조선에서 오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해와 함께 떠나려다 단념했다. 조선에 가서 안해의 병이 더 악화된다면 큰 부담으로 되겠기때문이였다.

《여보! 김정일동지의 접견을 받은 다음 인차 돌아서겠소.》

이런 약속을 하고 모스크바를 떠났다.


조선에 온 야조브는 인차 그처럼 그리웁던 김정일동지를 만나뵙게 되였다.

《정말 뵙고싶었습니다.》

야조브는 김정일동지에 대한 그리움이 오랜 세월을 두고 북받쳤던 때라 격해서 그이의 손을 잡은채 한동안 놓지 못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정히 웃으시며 그를 뜨겁게 포옹해주셨다.

《그간 마음고생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나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야조브동지의 심중을 충분히 리해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제 마음을 헤아려주셔서…》

《그런데 왜 10년전에 나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까?》

《약속이라니요?》

그이께서는 야조브와 마주앉으시자 인삼차를 권하시며 빙그레 웃으시였다.

《해금강에서 만났을 때 앞으로 기회가 있어 조선에 다시 올 때에는 부인과 함께 오기로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그날의 그 약속을 아직도 잊지 않고계시다니… 황송한 마음을 금치 못하는 그의 몸에 뜨거운것이 흘렀다. 당황함, 고마움이라는 두 감정의 파도가 맞부딪치며 리성이 세찬 울림을 일으켰다. 가정내막을 그이앞에 터쳐놓아서는 절대로 안된다! 그는 굳어졌던 입을 열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다보니… 그만 잊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못내 아수해하셨다.

《함께 올걸 그랬습니다.》

야조브는 더더욱 목이 메여올랐다. 그이의 인간적풍모에 감심되였어도 끝내 안해의 병에 대해서만은 말씀드리지 않고 조선의 위험을 가시는데 필요될수 있다고 느껴지는 자료들을 그이께 드렸다.

《종이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우리를 걱정해주는 그 마음에 사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우리가 어떤 공격전으로 나가는가를 두고보십시오.》

야조브는 그이의 눈가에서 서슬푸른 번개불같은것이 번쩍 하는것을 보았다. 심장이 박동쳤다. 포착이 매우 예민한 그라 그이의 눈빛에서 강의한 의지와 배짱, 공격형의 기질을 느꼈던것이다.

《아마도 나의 공격기질은 백두산에서는 일제의 백만〈관동군〉과 싸워이기고 조국해방전쟁때에는 미제와 15개 나라 추종국가군대와 싸워이기신 수령님의 모습을 곁에서 보며 자라는 과정에 배양된것 같습니다. 60년대에 수령님께서는 전선서부에 있는 대덕산에 나가시여 〈일당백〉구호를 인민군대앞에 제시하셨습니다. 나도 그날 수령님을 모시고 대덕산에 나갔댔는데 그때 나는 조선이라는 땅덩어리전체가 방어에서도 공격에서도 일당백이 될수 있게 준비되여야만 우리보다 우세한 력량과 무장장비를 가지고있는 미제와 맞서 이길수 있다는것을 더욱 굳게 확신했습니다.》

《대덕산이란 어떤 산입니까?》

《별로 높지도 크지도 않은 산이지만 우리 수령님께서 〈일당백〉의 구호를 제시하신 곳입니다. 앞으로 시간이 있으면 가볼수도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담으시며 화제를 돌리시였다.

《나에게 보낸 편지에서 물어보고싶은것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것입니까?》

야조브는 얼른 앉음새를 달리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목마르게 기다려왔던가. 지금이야말로 어둑침침한 독감방에 갇혀 한숨만 내쉬면서 고심했으나 끝내 그 답안을 찾을수 없었던 사회주의나라들의 붕괴의 원인에 대하여 마음의 문을 활 열어놓고 10년전 그날처럼 허심탄회하게 론할수 있는 자리가 아니겠는가.

《쏘련과 동유럽에서 사회주의나라들이 왜 무너지게 되였는지 이에 대한 김정일동지의 견해를 듣고싶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침착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내가 이미 〈사회주의는 과학이다〉라는 론문을 통해서도 밝혔지만 여러 나라에서 사회주의가 무너진것은 과학으로서의 사회주의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주의를 변질시킨 기회주의의 파산을 의미합니다. 사회주의는 그 과학성, 진리성으로 하여 재생되고 종국적승리를 이룩하게 됩니다.》

《…》

《그런데 기회주의자들은 공상으로부터 시작된 사회주의를 과학으로 전환시키고 그 시원을 열어놓은 로동계급의 첫 수령들인 맑스와 엥겔스, 맑스주의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계승발전시키고 사회주의10월혁명의 승리를 안아온 레닌, 레닌의 위업을 이어 청소한 첫 사회주의국가를 강국으로 일떠세우고 사회주의진영을 형성한 쓰딸린 등 로동계급의 수령들이 대를 이어오며 이룩한 업적을 계승한것이 아니라 모독했고 현대수정주의자들은 이 사상을 제국주의자들의 비위에 맞게 외곡변질시켰으며 사회주의배신자들은 사회주의리념자체가 잘못된것이라고 떠벌이면서 〈민주주의〉와 〈경제적복귀〉를 위해〈개혁〉, 〈개편〉이요, 〈새로운 사고방식〉이요, 뭐요 하면서 배신의 길로 줄달음쳤습니다.

사회주의배신자들이 사회주의를 허물고 자본주의를 복귀하기 위하여 들고나온 〈새로운 사고방식〉의 본질을 까밝히면 전인류의 리익을 표방하면서 제국주의자들과의 투쟁을 포기하라는 요구였습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그자들이 과녁으로 정한것이 바로 당의 령도적역할의 무력화와 당과 군대의 분리였습니다. 당을 지키고 정권을 보위하며 인민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가장 큰 힘을 가지고있는것이 바로 군대였기때문입니다. 사회주의진영의 확대도 군대의 힘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군대를 당의 령도도 받지 못하는 머리없는 군대로 만들어 총대가 무엇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도 분간 못하게 사상적으로 변질시켰으니 어떻게 위험에 처한 사회주의를 지켜낼수 있겠습니까.》

《리해됩니다.》

예리한 분석, 정연한 론리, 충분한 론고, 생활적인 타당성… 야조브는 연해연방 머리를 끄덕이였다.

중요하게 또 묻고싶은것이 있었다.

《제가 보기엔 조선의 경제력이 심히 위태로운 상태에 직면한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경제문제는 어떻게 풀자고 하십니까? 경제가 약해가지고서는 사회주의를 지켜낼수 없지 않습니까?》

《그 의문은 우리 나라의 현실에 대한 연구를 해보느라면 풀릴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도 리해가 잘 안되면 그 의문점을 놓고 다시 론의해보는것이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그후 야조브는 참관도 하고 여러 계층의 사람들도 만나보는 과정에 인민군대를 혁명의 주력군으로 내세우고 조국보위와 사회주의건설, 경제문제까지도 총대의 힘에 의거하여 풀어나가려고 한다는 매우 놀라운 현실을 알았다.

맑스때부터 굳어져온 주력군에 대한 선행리론이 어떻게 되여 이 나라에서만은 다른가? 레닌은 말하기를 력사적공적은 그 사람이 시대의 요구를 두고 무엇을 했는가에 따라 판단되는것이 아니라 전세대의 사람에 비해 새로운것을 부여했는가 못했는가 하는데 따라 판단된다고 했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조선에서 내세운 주력군문제는 새로운것을 부여한 정도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선택이다.

군대를 주력군의 지위에 세우는것은 매우 심중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조선의 군사력에 어느 정도의 파악이 있는 그는 사회주의를 고수하는데서 제일 급한것이 경제문제라고 보았다. 하다면 마땅히 여기에 주되는 력량을 집중하고 힘도 넣어야 할것이 아닌가.

이전 쏘련을 내막적으로 투시해보면 한꺼번에 붕괴된것이 아니였다. 고르바쵸브가 몰아온 《개혁》, 《개편》바람이 군사력약화와 함께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경제지도기관이 무너지고 정치적불안정과 파업, 민족들간의 반목속에 사회주의계획경제가 파괴되고 경제장성률이 최대로 저하되였다. 뒤따라 국민소득의 불균형이 일어났다. 종당엔 시장경제가 도입되였다. 정치국에서는 위기로 비틀거리는 쏘련경제를 놓고 로선투쟁도 많이 했지만 오랜 기간 고르바쵸브밑에서 일한 예고르 리가쵸브도 어느 한 책에다 서술하다싶이 고르바쵸브의 《새로운 사고방식》은 계획경제체계로부터 《자유시장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경제로 쏘련의 경제를 전환시켰다. 《개편》의 닻을 올렸던 쏘련은 군사력을 약화시키며 《경제를 추켜》세워보려고도 했지만 결국 모든것을 다 잃고말았다. 그러니 로선문제야말로 한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근본에 근본이 아니겠는가. 때문에 그는 이 충격적인 문제에 대한 가장 정확한 해명을 다름아닌 김정일동지를 통하여 받고싶었다. 이것은 그가 쓰려는 사회주의에 대한 글의 기본문제로 될것이다. 그래서 귀국을 앞두고그이와의 접견을 이리도 목마르게 기다리는것이다.

밤은 깊어갔다.

(그이를 언제쯤이면 다시 만나뵙게 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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