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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 회

5

(2)


겨우내 붙어있던 나무잎 하나가 거친 바람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떨어지더니 직승기의 프로펠라처럼 맴돌이치며 바람에 날려간다.

(허, 저 나무잎이야말로 신통히도 내 신세 한가지로군.)

허거픈 웃음이 나갔다. 몸이 얼어들었다. 다시 문손잡이를 잡자니 손은 여전히 올라가지 않는다. 안해에게 뭐라고 말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하여 계속 문밖에 서있을수도 없었다. 애써 눈웃음을 담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또다시 새로운 정황이 그의 가슴을 선뜩하게 했다. 안해가 침대우에 앉아 어깨를 떨며 서럽게 울고있었던것이다.

《왜 그러오?》

녀인은 그를 보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국방성에서 사람이 왔다갔어요. 이틀내로 집을 내야 한다는군요.》

드디여 그가 예감했던 시각이 다가온것이다.

《내가 제대된 몸이니 응당 집이야 내는게 옳지. 그런데 울긴 왜 우오. 이 집에서 늙어죽을 때까지 살줄 알았소?》

《내쫓기우는것만 같은 서러움이 들어서 그래요.》

《이제 와서 누굴 탓하겠소.》

거친 한숨이 나갔다.

《병원에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요?》

안해는 눈물을 거두며 행여나 하는 기색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기대할것이 못되오.》

《됐어요. 저때문에 더이상 마음을 쓰지 마세요.》

아직 자기 병의 위험계선을 딱히 모르는 안해여선지 아니면 알면서도 내심을 감추는지 표정은 불안해보여도 말은 다정스럽다.

이튿날 적당한 집으로 옮겨간 야조브는 이사짐을 정리하기가 바쁘게 딸이며 옛전우들을 찾아다니면서 안해의 병에 좋다는 약들을 가능한껏 구해들여 써보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병은 더 악화되지 않았다.

어느정도 마음속 여유를 가지게 된 어느날 야조브는 김정일동지께서 저술하신 로작 《사회주의는 과학이다》를 보게 되였다. 그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오랜 장마끝에 해를 본 느낌이랄가, 어둡던 강산이 금시에 밝아진것 같았다.

사회주의의 넋이 동방조선에만은 살아있구나. 그런데 사회주의쏘련은 왜 망했을가? 어떻게 되여 조선에서만은 사회주의가 굳건하고 또 사회주의를 과학으로까지 인정하게 되였을가?

문제를 이렇게 제기하는 야조브의 어지럽던 머리가 일순 맑아지며 조선동해 해금강의 유명한 푸른 파도가 눈앞에서 설레였다. 그 설레이는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유람선…

(김정일동지!)

그이의 환하신 영상, 인정미 넘치는 부드러운 미소가 눈앞에 어려온다. 따뜻한 해빛, 날아예는 흰갈매기들, 절묘한 섬들과 기암절벽, 신선한 해풍…

(김정일동지를 만나뵈온지도 벌써 10여년이 흘렀구나. 후대들에게 쏘련과 동유럽나라들에서 벌어진 사회주의의 실패의 쓰라린 교훈을 옳게 심어주자면 내가 쓰게 될 글에서 오늘의 시대를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김정일동지를 처음으로 만나뵈옵던 못잊을 그날의 감회가 가슴뜨겁게 되살아난다.


…1985년 8월, 야조브는 쏘련원수 웨. 이. 뻬뜨로브가 인솔하는 쏘련국방성의 대표단성원으로 조선에서 진행되는 조국해방 40돐 기념행사에 참가하기 위하여 조선을 방문하였다. 깊은 여운을 남긴 조국해방 40돐 기념행사, 성대한 열병식, 일심단결의 위력을 만방에 시위한 5만명 청소년들이 출연하는 집단체조, 홰불행진…

세계적으로 가장 발전하였다고 손가락으로 꼽는 나라들에 거의다 가본 야조브였다. 하지만 조선에 와서 본 여러 행사들은 째이고 특색있으면서도 눈부시여서 그는 온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조차 가늠 못했다.

행사가 끝나자 대표단일행은 경치 아름답기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조선의 명산의 하나인 금강산으로 갔다. 사람들은 금강산의 산악미, 계곡미에 반하여 감탄사를 련발했다. 하늘을 찌를듯이 치솟은 1만 2천봉우리, 기암괴석들, 거대한 너럭바위, 수많은 못과 소를 이루며 흐르는 옥계수, 무지개 비낀 폭포수… 돌이 만가지 재주를 부리고 물이 천가지 재롱을 피우며 수림 또한 유정하니 천하명승이 여기 다 모인것 같다고 널리 자랑할만도 했다. 금강산을 구경하기 전에는 천하의 명산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는 어느 나라 누군가의 말이 과연 옳은것 같았다. 상팔담, 구룡폭포, 만물상에 한껏 취하는 재미도 특이했지만 보다 강렬한 인상을 받은것은 물결잔잔한 동해의 유람선우에서 김정일동지의 접견을 받은것이였다.

야조브는 동행하는 대장 와렌니꼬브, 공군원수 싸비쯔끼, 상장 월로꼬노브에게 기회를 떼울세라 그이의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바투 다가앉았다. 유람선은 발동소리를 고르롭게 울리며 잡관목 무성하고 바위들이 우뚝우뚝 솟아있는 섬들사이로 유유히 떠갔다.

청송, 백사, 창파, 기암으로 유명한 조선동해의 절경속에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허심탄회한 분위기속에서 담화를 할수 있는 이 시각은 야조브에게 있어서 천번중에 단 한번 있을수 있는 영광중의 영광이였다. 아직 김정일동지에 대한 직접적인 리해와 인식이 그닥 깊지 못한 야조브라 그이에 대한 짙은 호기심을 안고 정중히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계명장들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이께서는 열정으로 끓어넘치는 시선을 야조브쪽으로 돌리시였다.

《세계명장들에 대한 이야기라면… 군사가인 야조브동지의 견해를 먼저 듣고싶습니다.》

야조브는 세계정치계와 군사계의 적지 않은 인물들을 만나보는 과정에 명장에 대한 자기로서의 일가견을 가지고있었다. 때문에 서슴지 않고 력사에 널리 알려진 알렉싼드로스대왕, 한니발, 케자르(씨저), 나뽈레옹, 스파르타쿠스, 비스마르크, 쑤워로브, 꾸뚜죠브, 칭기스한, 쥬꼬브, 쓰딸린 등을 순서없이 렬거한 다음 그들에 대한 자기의 견해를 집약하여 말씀드렸다. 야조브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주신 그이께서는 가벼운 미소를 눈에 담으시며 잠시 사색에 잠겼다가 이야기를 시작하시였다.

…물론 그들에게 그런 단점은 좀 있었지만 장점이 더 많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고대로마의 대노예폭동지도자였던 스파르타쿠스는 고대노예사회의 멸망의 전주곡을 울린 장군으로서 폭동의 낮은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어도 당대 사회에 남긴 파문은 대단히 컸다. 하기에 맑스는 스파르타쿠스를 《고대프로레타리아트의 진실한 대표자》로, 레닌은 《고대노예사회의 가장 우수한 영웅들중의 한사람》이라고 평했다. 스파르타쿠스는 전장에서 쓰러지면서도 노예해방을 부르짖은 꺾이지 않은 의지의 소유자였다. 로씨야의 꾸뚜죠브장군은 레브 똘스또이가 쓴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에 비교적 상세히 형상되였다. 그는 67살고령에 한쪽눈까지 잃은 몸으로 나뽈레옹에게 도전하여 결정적인 패배를 안긴 명장이다. 꾸뚜죠브장군의 기질에서 중시할것은 무인다운 배포유한 배심이다. 쥬꼬브원수 역시 담력과 배심, 지략과 완강성, 요구성이 매우 강한 명장이였다. 아쉬운것이 좀 있다면 아량과 너그러운 품성, 인덕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것이다. 그러나 력사에 무시할수 없는 명장, 대국의 원수다운 위엄을 지닌 군사지휘관으로서 그의 이름은 제2차 세계대전과 더불어 길이 전해지고있다. 쓰딸린은 이름있는 대원수이며 사회주의10월혁명시기부터 시작하여 쏘베트주권을 수호하고 파쑈도이췰란드의 무력침공을 물리치기 위한 조국전쟁시기 의지가 강한 명장, 비타협성으로 하여 적들이 매우 두려워한 명장이였다. 서방세계가 아무리 그를 헐뜯고 심보가 고약한 사람들이 그를 깎아내리려고 별의별짓을 다하였어도 군사적지략과 대국의 최고사령관다운 담력, 대원수다운 위엄은 세계가 인정하고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드러운 시선으로 망망한 바다, 해빛에 번쩍이는 넘실거리는 물결이며 머나먼 수평선을 둘러보셨다.

배전을 감돌던 갈매기 한마리가 먹이를 발견했는지 별안간 수면으로 내리꽂힌다.

그 모양을 지켜보시며 여러 명장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고나신 그이께서는 이렇게 계속하셨다.

《다 아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당시 서방출판물에서 풍자적으로 표현한 〈쓰딸린의 삼두마차〉라는 말에도 씌여있듯이 쓰딸린은 쥬꼬브를 중심으로 좌우에서 꼬네브와 로꼬쏩쓰끼가 끄는 삼두마차를 몰고 베를린까지 갔습니다. 물론 쓰딸린을 야유하는 서방의 그릇된 표현이긴 하여도 우리는 여기에서 사람을 바로 보고 쓸줄 아는 쓰딸린의 예지를 객관적으로 재인식하게 되는것입니다.

특히 돌파전법의 전문가이고 협동동작의 능수이며 배짱도 센 쥬꼬브는 최고사령부대표로서 쏘도전쟁의 주요방향들에서 전선호상간의 행동을 일치시켜주거나 필요한 경우 주타격방향에서, 타산이 밝고 경쟁심이 남달리 강한 기동의 명수 꼬네브는 쏘도전선의 보조타격방향에서, 집행력이 뛰여나고 머리를 잘 쓰며 땅크전에 조예가 깊은 로꼬쏩쓰끼는 쏘도전선의 주타격방향 또는 주타격방향의 익측을 보장하는데서 특기를 보이도록 했으니 쓰딸린은 부하 또한 잘 써서 명장이기도 한것입니다.》

그이께서는 쓰딸린에 대한 일화로 화제를 계속 이어나가셨다.

《흐루쑈브는 쓰딸린을 〈독재자〉라고 헐뜯었지만 쓰딸린이 빤필로브사단에서 배출된 28명의 영웅들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쏘련영웅인 쉐먀낀에 대한 처리를 한 과정은 우리의 생각을 자못 깊어지게 합니다.》

야조브는 무한히 격동되였다. 그도 잘 아는 사연을 김정일동지께서 상기시키시였던것이다. 유명한 모스크바방위전투에 참가하였던 빤필로브사단의 영웅이 체포되여 파시스트들에게 갇혀있다가 해방이 되여서야 나오게 되자 그가 28명 영웅들의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층층으로 보고하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쓰딸린은 매우 심중히 생각하던 끝에 그가 체포되여 신념을 지켰는가, 못 지켰는가를 다시 구체적으로 확인할데 대하여 지시하였다. 그후 그가 진짜 신념을 지킨 영웅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쓰딸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그럼 어떻게 한다? 영웅칭호를 받고 포로되였던 병사에게 훈장을 수여할수는 없구. 그 영웅병사가 요구하는것은 없었소?》라고 물었다. 담배를 요구했다는것을 알고는 그에게 담배를 주었는가고 물었다. 그 요구를 들어주지 못했다고 하자 자신이 애용하던 담배대통을 선물하는것으로써 빤필로브사단의 영웅병사가 죄를 면하도록 해주었으며 그에게 가장 큰 믿음을 주었다.

《나는 쓰딸린을 생각할 때면 명장으로서의 넓은 아량에도 깊은 공감이 가군 합니다.》

김정일동지의 해박하면서도 론리정연한 가르치심은 야조브를 크게 감동시켰다. 과연 이런 쓰딸린을 흐루쑈브는 《개인미신》을 운운하며 얼마나 악랄하게 헐뜯었던가. 세계에 널리 알려진 명장들에 대한 력사적안목과 그에 기초한 존경, 그런가하면 폭이 넓으면서도 예리한 그이의 군사적분석앞에 야조브는 놀랐다. 한가지만 더 물어보자.

김정일동지! 력대 명장들이 지녔던 기질은 여러가지입니다. 현시대의 명장이 지녀야 할 기질과 징표는 어떤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명장의 기질이라… 얼마전 나와 함께 일하는 한 일군이 그런 질문을 하기에 대답해주었지만… 명장이 지녀야 할 기질은 비범한 예지와 지략, 강의한 신념과 의지, 무비의 담력과 배짱, 열화와 같은 열정과 인덕입니다. 다시말하여 사상으로 이기고 신념과 의지로 이기고 담력과 배짱으로 이기고 열정과 인덕으로 이기는것입니다. 총적으로 나는 군건설과 군사활동에서 사상론을 주장합니다. 전쟁은 군사적힘의 대결인 동시에 사상의 대결이기때문입니다.》

야조브는 세찬 충동에 떠밀리워 용수철에 튕겨나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차렷자세를 취했다.

《존경하는 김정일동지! 조건만 허용되면 나는 당신의 부관이 되고싶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뜻밖이신듯 잠간 표정이 굳어지셨다가 이어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으시였다.

《부관? 어떻게 그런 롱담을 다합니까?》

《롱담이 아닙니다. 전 지금 또 하나의 군사아까데미야를 졸업한 기분입니다. 당신의 폭넓은 군사적식견과 해박한 지식에 완전히 손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지만 당신앞에서처럼 길지 않은 시간에 만족감을 느껴보기는 처음입니다. 조선의 래일이 내다보입니다.》

유람선은 어느덧 자그마한 섬을 가까이하고있었다. 솔숲, 성벽같은 너럭바위우를 흰갈매기들이 감돌며 환희의 춤세계를 펼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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