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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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월 1일 새벽.

김정일동지께서는 당과 국가, 인민군대의 지휘성원들과 함께 금수산의사당을 찾으시였다.

믿어지지 않는 현실, 그것을 굳이 부정하시며 수령님께 생존시와 다름없이 조용히 아뢰였다.

《수령님! 제가 왔습니다.》

《아, 장군이 왔구만!》

태양같이 밝은 수령님의 미소가 방안 가득히 차넘치고 우렁우렁한 음성이 귀전에 울려오는것만 같으시다.

심중의 대화는 계속되였다.

《수령님! 새해를 맞으며 보고드릴것이 있습니다.》

《그래 어떤 문제요?》

수령님께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한껏 지으시며 친근히 물으신다.

《주력군에 대한 문제입니다. 저는 나라앞에 조성된 정세와 력사의 흐름, 시대의 발전과 변화된 사회계급관계를 깊이 분석한데 기초하여 선군후로의 원칙에서 인민군대를 혁명의 핵심부대, 주력군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선군후로라… 그러니 지난 세기부터 굳어져온 선행리론에 제한성이 있다는거겠소?》

《그렇습니다. 맑스가 로동계급을 혁명의 주력군으로 보던 그 시기에는 로동계급의 단결된 힘이 곧 력사의 주되는 힘으로 되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그때로부터 력사는 전진했고 시대도 달라졌습니다. 따라서 주력군문제도 달라진 시대의 요구에 맞게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 환히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시는것만 같으시다.

《아주 명철한 판단이요. 그러고보면 19세기 중엽 맑스에 의하여 주력군의 역할에 대한 사상이 처음으로 창시된 후 빠리꼼뮨의 출현과 로씨야에서의 사회주의10월혁명의 승리로 그 진리성이 확증된 선행리론이 장군에 의해 혁명운동력사에서 처음으로 되는 선군후로의 사상으로 바뀐셈이요. 아마 그 사상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 정치가들속에서 새로운 파문이 일어날거요.

선행리론에 림하는 장군의 주체적립장에는 충분한 납득이 가오. 조선혁명을 놓고 인민군대를 주력군으로 보게 된 근거에 대하여 들어봅시다. 말하자면 어디에 지지점을 두고 출발했는가 하는거요.》

두분의 마음속대화의 심도는 점점 깊어져갔다.

《저는 그 지지점을 두자루의 권총으로부터 시작된 조선혁명의 시원에서 찾았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군대를 먼저 창건하시는것으로부터 혁명을 시작하셨습니다. 조국해방의 성업도 총대의 힘에 의거하여 이룩하셨습니다. 당창건도, 정권을 세우는 사업도 마찬가지가 아니였습니까. 이것은 군대이자 곧 당이고 국가이고 인민이라는 답이 나옵니다. 그래서 군대를 온 나라가 의거할수 있는 주력군으로 내세웠습니다. 그 의지의 표시로 날이 밝으면 인민군부대부터 시찰하자고 합니다.》

《나는 장군의 결심을 지지하오. 자, 그럼 선군후로라는 력사의 새로운 전함에 배고동소릴 힘차게 울려보시오.》

《알았습니다.》

수령님을 뵙고 영생홀을 나서시는 김정일동지의 눈앞에는 불원간 망망대해가 끝없이 펼쳐진것만 같은 장엄한 환각이 일어났다. 바로 그 대양 한복판으로 조선이라는 거대한 전함이 과감히 전진한다. 항해의 앞길에 험산줄기와도 같이 사나운 파도가 천갈래만갈래의 이랑과 고랑을 이루고 폭풍이 휘몰아친다. 광란하는 바다… 쏴- 소리를 지르며 흰거품을 문 한멀기 파도가 전함을 침몰시킬 기세로 사납게 덤벼든다. 그 뒤를 따라 련이어 덤벼드는 격랑, 격랑… 그러나 전함은 정해진 항로를 따라 끄떡없이 전진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두주먹을 힘있게 틀어쥐시였다.

날이 밝았다.

이해 첫날의 해빛은 유난히도 따뜻한것 같았다. 눈가루가 바람에 가볍게 날리는 곧게 뻗은 금성거리로 몇대의 야전차들이 미끄러지듯 달리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숙연한 감정에 잠기시여 시창을 통해 거리의 숨결을 조용히 감수하셨다.

야전차가 광복거리에 들어서서 얼마간 달렸을 때였다. 그이의 안색이 갑자기 흐려지셨다. 우뚝 솟은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이 지척에 바라보였던것이다.

아이들을 만나보고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누르며 두눈을 조용히 감으시였다.

(너희들의 노래춤을 뒤에 두고 초소부터 찾아가자니 가슴이 아프구나. 그러나 아이들아! 총대만이 조국과 민족을 살리는 길이여서 지금 당장은 병사들부터 먼저 찾아갈수밖에 없는 이 아버지의 마음을 리해해다오.)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야전차가 어느 한 고지우에 자리잡은 고사포병중대병영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만세!》

포진지의 여기저기에서 병사들의 만세소리가 터졌다. 높이 추켜든 자동보총들, 해빛에 번쩍이는 고사포들, 산고지를 뒤덮은 소담한 다박솔의 풍경이 그이의 시야에 비껴들었다.

한 군관으로부터 전체 인민군군인들의 축원의 마음이 담긴 향기넘치는 꽃다발을 받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을 높이 들어올리시였다.

《새해 1995년을 맞는 인민군장병들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만세!》

김정일!

《결사옹위!》

《총폭탄!》

그리움의 열기, 결사옹위의 드높은 함성이 산상의 포진지마다에서 화산마냥 터져올랐다.

(병사들! 그리웠소. 보고싶었소.)

병사들의 손과 손에서 번뜩이는 총과 강철포신을 추켜든 묵직한 고사포들을 보시느라니 자나깨나 조국의 운명을 든든히 지켜선 총대의 주인공들은 다름아닌 병사들이라는 느낌이 새삼스럽게 드시였다.

그이께서는 1포진지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오솔길, 다박솔, 진한 솔향기, 고지우에는 청신한 기운이 짙게 떠돌았다.

《다박솔이 참 많소. 그런 의미에서 여기를 다박솔중대라고 하는것이 좋겠습니다.》

이렇게 선택된 조선의 항로이다.

이렇게 이어져온 어제와 오늘이다.

그런데 나라의 경제형편과 인민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하여 력사의 흐름을 바꿀수 있는가? 그럴수 없다. 적이 백이고 우린 혼자라 해도 무서울게 없다. 바로 이런 때 용을 쓰라고 우리 수령님께서 《일당백》의 전략적구호를 만년유산으로 물려주신것이 아니겠는가. 그 어려운 때 요영구풍경이 의지의 힘이 되여주었다면 대덕산은 총대강화의 더욱 억센 출발계선으로 될것이다. 공격해야 한다. 완강히! 끝까지!


그것은 짧은 한순간, 현진국과 이야기를 나누시다가 요영구의 풍경화를 보시는 김정일동지의 사색에 비꼈던 함축된 추억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리를 고쳐앉으시며 기대감이 어린 시선을 현진국이에게로 돌리시였다.

《경제문제는 후에 토론하기로 하고… 지금은 진국동무네가 세운 대응책을 들어봅시다.》

현진국은 여느때처럼 대형작전지도가 아니라 작전지대만을 위주로 하여 준비한 그닥 크지 않은 토색군용지도를 집무탁우에 펴놓았다. 그리고는 주도성중장을 비롯하여 작전전투훈련을 담당한 해당 국, 처의 지휘성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주도세밀하게 세운 기동 및 타격훈련의 범위와 그 순서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여드렸다.

침묵, 침묵… 김정일동지께서는 적아대치상태가 표시된 각종 부호들과 수자들, 붉고 푸른 화살표들에 시선을 보내신채 한동안 아무 말씀도 없으시였다. 대덕산군단을 중심으로 하여 증강된 기계화부대, 타격부대, 포병부대, 공군 및 해군부대들의 전술적움직임까지 그려보시느라니 은연중 대덕산이 떠오르는것이였다.

대덕산, 그 산마루우에 김일성동지께서 거연히 서시여 이렇게 말씀하시는것만 같으시였다.

《장군! 지금이야말로 대덕산이 진짜 용을 쓰게 해야 할 때요.》

《알겠습니다. 수령님께서 대덕산에 심어주신 일당백의 씨앗을 더 잘 가꾸어 우리 인민군대를 오늘의 오중흡7련대로, 우리식의 공격수단과 방어수단을 최첨단수준에서 완벽하게 갖춘 일당백의 강군으로 더욱 강화해나가겠습니다.》

결심이 확고해지신 그이께서는 현진국을 마주보시였다.

《총참모부의 대응책이 최고사령관의 의도와 기본상 일치되오. 그러나…》 그이께서는 다시 군용지도를 내려다보시며 계속하셨다. 《적들이 비행기 백대를 띄우면 우리도 백대로 맞선다는 식으로 나갈 필요까지는 없다고 보오. 난 일대 일이 아니라 일 대 백으로 맞서보자는거요. 바꾸어 말하면 일당백으로 말이요.》

《?》

《한마디로 기동인원 및 전투기술기재의 동원범위가 너무 비대하오. 지난해 우리 인민군대는 적들이 아무리 위압감을 조성하며 전쟁공포분위기를 조성했어도 그에 말려들지 않고 전군이 문을 닫아맨채 군사규정학습만을 위주로 했소. 수령님께서 항일무장투쟁시기 백석탄밀영에서 군정학습을 여유있게 조직하신것처럼 말이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금까지 군사규정학습을 해오며 군기를 확립했으면 이젠 움직일 때가 된것 같소.

어떻게 하면 적들이 떠벌이는 〈5월위기설〉을 저지파탄시키면서 동시에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총대도 최첨단으로 더 강화할수 있는 불을 전군에 지펴올릴수 있겠는가? 목표를 이렇게 지향성있게 세우고 오늘과 래일을 동시에 설계해봅시다. 나라의 힘은 곧 군력에 있다고 나는 생각하오.》

지금에 와서 현대전의 특징을 살펴보면 고도로 확대된 립체전, 정보전, 비대칭 및 비접촉전, 정밀타격전, 단기속결전이라고도 볼수 있다. 어제날에만 해도 전선은 지상과 해상, 공중으로만 정해져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선이 우주공간을 포함한 물리적공간전체를 포괄하고있는것은 물론 가상공간 다르게는 싸이버공간이라고도 하는 비물리적공간으로까지 넓어졌다. 바로 이 공간으로 나라에 위험이 들이닥치지 않는다고 어느 누가 장담할수 있는가. 또 이 공간의 위험성을 막을수 있는 힘을 키우지 않고 어떻게 군대의 일당백에 대하여 말할수 있고 또 우리는 일당백으로 준비되였다는 노래를 떳떳이 부를수 있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전선의 한 측면인 물리적공간의 위험성을 미리 막기 위해 분투하고있는 포병지휘관 김하규의 일이 몹시 궁금하시였다. 물론 전반적인 범위내에서의 그 움직임을 몰라서가 아니시였다.

이제는 총창과 총창을 맞대고서서 누가 먼저 상대의 심장을 찌르는가에 따라 전투의 승부가 결정되던 시기는 영원히 지나갔다. 그렇다고하여 미제가 만전쟁에서 지상군의 역할을 무시했는가. 오히려 증대시켰고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갔다.

결국 싸움마당이 하늘이든 바다이든지간에 전쟁에서 결정적인 매듭을 짓고 승리의 기발을 꽂는것은 지상군 즉 보병인것이다. 하기에 현대전에서 보병의 역할과 함께 재래식무기도 무시하지 못하는것이다.

《참, 김하규동무한테서 무슨 소식이 들어온게 없소?》

김하규에 대한 말이 나오자 현진국의 굳어졌던 얼굴에는 인차 화색이 돌았다.

《있습니다. 제가 여기로 오기 한시간전에 전화를 받았는데 〈류성-2〉호의 기술적개조를 끝냈답니다.》

《그렇소? 인공지구위성문제때문에 현지에 나가있는 당중앙위원회 박송봉부부장동무가 돌아오면 〈류성-2〉호의 기술적개조를 어떻게 했는지… 함께 그 시제품을 보아주러 갑시다.》

《그날 ×××포무기의 위력상태도 동시에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합시다.》

집무탁우의 전화기에서 종이 짧게 울렸다.

그이께서는 송수화기를 드시고 전화를 받으시였다.

김정일입니다. 아, 박송봉동무요? 우리 속담 그른데 없구만. 범이 제 소릴 하면 온다더니 방금 동무말을 했는데 전화가 왔소, 허허허… 그러지 않아도 동무한테서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던중이요.… 나말이요? 건강하오. 그래 어떻게 됐습니까?… 걱정마오. 동무도 알다싶이 지난해 4월 29일 우리가 련하기계에서 보아준 CNC설비는 프로그람을 입력시킨대로 뭐나 다 가공할수 있소. CNC가 있기때문에 인공지구위성과 그 운반수단제작에서도 걸릴것이 없단 말이요. 그러니 마음놓고 내미시오.…

알겠소. 물론 인민들이 허리띠를 더 조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오. 그러나 우리가 오늘의 곤난앞에 의지가 물러져서 한걸음이라도 후퇴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기아보다도 더 가슴아픈 전쟁과 망국노의 신세가 뒤따르게 될수도 있습니다.… 의지를 가다듬읍시다.

내가 늘 강조하지만 적과의 대결은 사상과 사상의 대결인 동시에 힘과 힘의 대결입니다. 제힘이 약하면 얻어맞고 얻어맞으면 코피가 터지는 법입니다.…

김하규동무 말이요? 방금 보고받았는데 다됐다고 하오. 방금 토론이 있었소. 동무가 돌아오면 같이 나가보기요.…

박송봉동무! 오늘날 핵은 결코 미제를 비롯한 일부 대국들의 독점물로만 될수 없소. 전략로케트도 마찬가지요. 강력한 전쟁억제력이 없이는 나라의 자주권도 생존권도 존엄도 있을수 없소.…

CNC는 장차 주체공업의 새로운 장을 펼치게 될 산업혁명의 주요목표요. 미제는 우리 나라에서 기계의 동음이 완전히 멎게 하려고 발악했지만 내가 1992년도에 꾸려준 련하기계개발집단은 피눈물의 바다속에서도 CNC를 끝내 성공시키고야말았소. 오늘을 위한 오늘이 아니라 래일을 위한 오늘이라는 관점에 서서 〈마누팍뚜라〉에 종지부를 찍읍시다. 자, 그럼!》

현진국이 돌아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집무탁에 마주앉으시였다. 문건들을 보시면서도 그이의 사색은 점점 깊어지고있었다.

전쟁이 없는 나라, 이 땅에 영원한 평화가 흐르게 하자면 우리도 위력한 전략로케트군을 가져야 한다.

륙군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일부 사람들속에서는 군사과학이 첨단수준에 올라서니 륙군의 기둥을 이루는 보병의 역할을 경시하는 편향이 더러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산악이 많은 나라다. 바로 우리는 이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미제가 윁남전쟁에서 녹아난 교훈도 말해주지 않는가. 우리 륙군의 기계화, 장갑화에 대해서는 이미 세계가 공인하고있다. 문제는 그 실전능력을 배가시킬수 있는 과학적인 훈련내용과 그 조건을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더욱 갱신하는것이다. 여기서도 중요한것은 그 중임을 감당할만 한 지휘관들을 보다 훌륭히 키워내는것이다.

과학도 군사도 인재가 모든것을 결정한다. 현대과학을 몰라가지고서는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한다.

창문밖 밤하늘에서는 뭇별들이 총총히 널려 눈을 깜박이며 자기들끼리 무엇인가 열심히 속삭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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