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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회

4

(1)


《국철동무! 김철의 실태는 현재 어떻습니까?》

《장군님! 물론 그곳 로동계급이 한결같이 떨쳐나서긴 했지만… 해탄로의 불이 꺼져가고있습니다.》

리국철은 어딘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이의 물으심에 가까스로 대답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큰숨을 몰아쉬시였다. 해탄로의 불이 죽으면 콕스생산이 멎고 콕스생산이 멎으면 철생산이 멎게 된다. 우리 나라에 없는 력청탄을 수입해다 해탄로를 계속 살리자니 많은 자금을 들여야 한다. 강철생산은 나라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상징한다. 때문에 미제는 해탄로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멎는 시간이자 곧 조선의 숨이 멎는 시간이라고 떠벌이며 정찰위성으로 이 굴뚝을 포착해놓고 매일 지켜보고있다. 동시에 원유, 콕스, 솜, 가성소다와 같은 주요전략물자들의 재고량을 제나름으로 계산해보며 그 바닥이 나기를 고대한다. 그러나 나라의 긴장한 자금사정은 콕스나 력청탄을 더이상 사들일수 없게 하고있다.

이러한 나라의 경제실태를 놓고 일부 일군들은 더욱 분발할 대신 패배주의에 빠져있다. 콕스가 아닌 우리의 연료에 의거하여 야금공업을 발전시키는것은 김일성동지의 유훈이다. 그이께서는 이미전부터 연구해오던 주체철문제를 더욱 힘있게 추진시켜야겠다는 결심을 무르익히시며 어딘가 기대감이 담긴 어조로 물으시였다.

《그래 현지를 돌아보면서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까?》

《저… 외람된 일이긴 하지만… 그 대책에 대하여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자기 주견을 늘 그대로 표현하군 하는 리국철의 너부죽하고 이마가 시원스레 벗어진 얼굴을 눈앞에 떠올리시며 어서 들어보자고 말씀하셨다.

《저… 경제부문에 대한 투자를…》

리국철은 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다 말하지 못한 속생각을 헤아려보신 그이께서는 너그럽게 웃으시였다.

《허허허…》

《…》

《국철동무, 나도 공장들의 숨결이 죽어가고 인민들이 풀뿌리로 끼니를 이어간다는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여지는것 같습니다. 마음같아서는 경제부문에 대한 투자를 아끼고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라에 조성된 안팎의 정세는 멎어선 공장을 돌리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노예가 되느냐 아니면 자주적근위병이 되느냐 하는 물음을 걸음마다 제기하고있습니다. 당에서는 조성된 이 모든 난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인민군대를 혁명의 주력군으로 내세웠습니다.

인민군대를 혁명의 주력군으로 강화한다는 우리 당의 요구속에는 혁명과 건설의 모든 분야에서 군대를 핵심력량, 주되는 힘으로 보고 그에 의거하여 온 사회를 일신시키고 선도해나가며 조국보위와 함께 사회주의건설까지도 다같이 밀고나간다는 깊은 뜻이 담겨져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계속하여 경제사업과 관련하여 당장 제기되는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치심을 주시고 송수화기를 놓으시였다. 그이의 모습을 우러르던 현진국은 예리한 송곳에 가슴이 찔리우기라도 한것처럼 몸을 흠칫했다. 그이의 눈에 진한 피발이 서있었던것이다. 현진국은 눈물이 왈칵 솟구쳐오르는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군님!》

《?》

눈을 슴벅이며 울먹울먹 가까스로 말씀드렸다.

《장군님의 눈에… 피가… 몰렸습니다.》

《허허허… 안경을 벗어놓는 실수를 하다보니 그만 동무한테 걸렸구만.》 하고나신 그이께서는 얼른 안경을 다시 끼시며 다른 방향으로 화제를 돌리시였다.

《방금 정무원 리국철동무와 전화를 했소. 그가 나에게 경제부문에 대한 투자문제를 말하지 않겠소. 그 동무가 몹시 힘들어하는것 같소.》

《예?》

현진국의 눈은 커졌다. 자기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주먹같은것이 욱 치밀어올라왔다.

당에서 이미 선을 그어준대로 정무원책임제, 정무원중심제를 무겁게 받아들여 사업에서 분발할 대신 이 어려운 때 장군님앞에 손을 내밀다니… 과연 그가 자금사정이 매우 긴장한 나라의 실정을 모른단 말인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폭발적인 성격인 현진국은 장군님앞에 한걸음 나서며 가슴을 풀떡거렸다.

《장군님, 제 아무리 바빠도 리국철동무를 만나 충고를 좀 주어야 할것 같습니다. 대덕산에서 군사복무를 했다는 사람이… 지금이 어느때라고…》

현진국의 량볼편은 흥분으로 하여 푸들푸들 떨리기까지 하였다. 대덕산부대출신의 일군, 그래서 오늘의 시련을 맞받아나가는 서렬에 당당히 서있을줄 알았는데 이렇게 동면하는 사람이 되다니…

《국철동무와 군사복무를 같이 했소?》

《그렇습니다. 제가 대덕산부대에서 대대장으로 있을 때 리국철동문 대대관하 중대에서 사관장을 했습니다.》

《대장동무는 좋은 전우들을 많이 가지고있구만.》

의미심장히 울리는 그이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느라니 리국철의 옛 상관으로서 제구실을 다하지 못한 책임감과 죄의식이 무겁게 두어깨우에 실리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장군님, 사실 리국철동문 일당백의 고향에서 군사복무를 할 당시에는 모든 면에서 본보기였습니다. 특히 중대살림살이를 깐지고 알뜰하게 꾸려 인민군적으로 소문을 내고 그 경험이 군보에 실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때의 그 정신적기질이 계속 이어져야겠는데 오늘의 난관앞에 나약해지다나니 제가 귀동냥한데 의하면 경제사업을 놓고 자주 우는소릴 한답니다. 이게 걸렸소, 저게 걸렸소, 자금이 없소 하면서… 그 습성이 굳어지다나니 장군님앞에서까지 응석을…》

김정일동지께서는 손끝으로 문건우를 다독이시다가 심중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지금 나라의 경제사정은 매우 어렵소. 경제형편도 형편이지만 보다 엄중한것은 일부 일군들이 멀리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발등에 떨어진 불, 눈앞의 어려움만 먼저 생각하면서 타결책을 찾지 못하고있는거요. 지어 동면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나고있소. 지금이야말로 당정책의 운명을 신념과 의지의 힘으로 지켜가며 래일을 위한 오늘에 살아야 할 때가 아니겠소.》

《…》

《사람은 행복할 때도 훌륭해보이지만 참으로 훌륭해보이는것은 불행을 이겨냈을 때라는 말이 있소. 사실 리국철동무는 오늘과 같은 난관이 없을 때에는 그 누구보다도 일을 잘하는 경제일군으로 알려져있었소. 그런데 왜 고난의 행군을 하게 되면서부터 앉아뭉개면서 걱정만 하는 의지박약자가 되였겠소? 오늘을 위한 오늘이 아니라 래일을 위한 오늘에 살려는 강한 의지가 없기때문이요.》

어느덧 창밖 서켠하늘가에 어렸던 저녁노을은 사위여졌다.

최고사령부집무실안에 전등이 켜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실 한쪽벽에 걸려있는 요영구의 풍경화를 바라보시였다.

사람이 살아가느라면 정말 넘기 어려운 그런 시련의 고비에 맞다들리는 경우가 있다.

령도자도 마찬가지다.

(나의 한생에서 제일 넘기 힘든 시련의 시기가 과연 어느때였던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였다.


민족의 대국상을 당한 그날 그밤 그이께서는 참으로 슬픔을 이겨내기가 힘드시였다.

쓰러질것만 같으시였다. 수령님께서 가시다니…

금수산의사당(당시)의 어느 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신 그이께서는 여기서 낮에 밤을 이어가며 일을 보시였다.

(이제부터 수령님없이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를 보시다가도 가끔 이런 생각이 드시여 비내리는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군 하시였다. 그럴 때면 문득 눈앞으로 마주오는 한폭의 그림이 있었다. 자신의 집무실벽에 걸려있는 요영구의 풍경화였다.

산비탈, 오솔길, 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유정한 시내물소리, 키높이 자란 나무숲의 설레임소리가 금시 들리는듯만싶다.

요영구, 우리 혁명력사에서 조선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나섰던 1930년대 전반기 혁명의 사령부가 자리잡았던 곳… 일제는 갓 창건된 우리 유격대를 요람기에 없애버리기 위해 그 중심지인 왕청, 훈춘, 화룡일대의 유격구들을 봉쇄하고 《토벌》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혁명대오를 내부로부터 와해해버리려고 《민생단》이라는것을 조작해냈다.

력사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수령님께서 1차북만원정을 끝마치고 돌아오셨을 때 요영구일대의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민생단》숙청에 열뜬자들이 《숙반》의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총소리를 마구 내다나니 유격근거지들은 피로 얼룩졌고 사람들은 갈팡질팡하며 어쩔바를 몰라하고있었다. 과연 누구를 믿고 누구를 의심해야 하는가? 우리 혁명이 가장 엄혹한 시련을 겪고있을 때 북만원정의 길에서 만난 촉한의 후유증으로 다시 몸져누우신 수령님의 심정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먼 후날에 가서 이때의 심리적고충을 회고록에 쓰신것처럼 수령님의 심장은 싸늘하게 식어가는것 같았고 우주의 모든 움직임이 한순간에 죄다 정지되고 세상만물이 빙하에 짓눌려 종말을 고하는것만 같은 무서운 절망과 좌절감까지 드시였다. 말그대로 조선의 심장이 멎는가 아니면 계속 뛰는가 하는 력사의 대결이 눈앞에 박두했는데 열이 나는 몸은 땅에 그냥 잦아들었다. 그 누구도 대신할수 없는, 오직 수령님께서만이 헤칠수 있는 력사의 이 난국이 앞에 놓여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마침내 수령님을 침상에서 분연히 일떠세우는 힘이 있었다. 의지였다. 조선혁명에 대한 높은 책임감, 그 정신력에 뿌리박고 솟구친 불굴의 의지였다. 요영구야말로 조선의 운명이 최대의 해일을 만났을 때 그 방파제가 되신 수령님, 신념도 의지가 강해야 지켜갈수 있다는것을 보여준 력사의 증견자, 의지의 상징이였다. 바로 이러했기에 수령님께서는 대덕산을 현지지도하시기 위하여 떠나시기 전에는 물론 그후에도 혁명이 어려운 고비에 부딪칠 때마다 요영구시절에 대하여 자주 회고하시였다. 그래서 미술가에게 과업을 주어 요영구의 풍경을 그리게 하시고 그것을 집무실벽에 걸어놓으신 그이이시였다.

어느 누구도 이 그림이 요영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수령님께서만이 알아보셨고 후에는 오진우가 알아보았다. 요영구를 그린 그림은 언제나 그이께 새힘을 안겨드리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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