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회
이야기의 시작에 앞서…
(2)
오후 렬차는 높고낮은 산발로 빙 둘러막힌 자그마한 간이역에 멎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역홈에 나와 기다리고있던 집단군사령관(당시) 전문섭을 비롯한 지휘성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며 밝은 웃음을 지으시였다. 날씨가 찬데 안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자며 모두를 렬차집무실로 이끄시였다.
렬차집무실안의 좌석은 인차 정돈되였다.
김일성동지의 부드러운 음성, 따뜻한 미소가 밖에서 얼었던 지휘성원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덥혀주었다.
《총대를 강화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기때문에 나는 항일혁명투사들을 군대안에 많이 파견하였소. 그래서 이 집단군에도 여러명의 항일혁명투사들이 있는거요. 전문섭동무! 손종준부사령관의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하던데 지금 어떻소?》
전문섭이 손종준의 병상태를 구체적으로 보고드렸다.
김일성동지의 미소넘치던 밝은 안광에 점차 그늘이 비꼈다.
《치료는 어떻게 하고있소?》
《일을 하면서 치료를 받고있습니다. 오늘도 관하구분대에 내려갔다가 오후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겠다고 하였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근심에 젖은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그렇게 해서야 어떻게 병을 고치겠소. 그 동무의 치료문제는 따로 토론해봅시다. 저녁식사후에 의료일군들을 나한테로 보내시오.》
수령님가까이에 앉아계시던 김정일동지의 가슴은 뭉클해나시였다.
시급히 대책할 일들이 오죽이나 많으시련만 최전연에 도착하자마자 전사의 건강상태부터 알아보시는것으로 현지지도의 첫 사업을 시작하신 수령님이시였다.
《지금도 전연으로 적간첩놈들이 계속 들어온다지?》
《그렇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집단군적으로 백수십명의 적간첩을 잡았습니다.》
《놈들과 싸우다 다친 병사는 없소?》
《없습니다.》
《이번에 최전연으로 나온 기회에 싸움준비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료해하여보고 대책을 세우자고 하오. 어떻게 해야 나라를 튼튼히 지킬수 있겠는가. 여기서 중요한것이 과연 무엇인것 같소? 누가 생각한것이 있으면 말해보시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느 누구도 자기의 견해를 선뜻 대답올리지 못했다.
이 순간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께서 군력강화의 전환적인 방도를 놓고 수도에서 떠나시기 전부터 지금까지 매우 심중하게 모색해오셨다는것을 다시금 느꼈다.
이윽해서야 전문섭이 자리에서 일어나 싸움준비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수령님께 보고드렸다. 다른 장령들도 련이어 자기의 생각을 말씀드렸다. 수령님께서는 수첩을 펴놓고 그들이 하는 말을 하나하나 다 적으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수첩에 적으신것을 이윽토록 들여다보시다가 말씀하시였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고 래일 토론을 계속해봅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녁식사가 끝나자 보건부문 책임일군과 의사를 데리고 수령님께서 계시는 렬차집무실로 들어가시였다.
낯익은 수첩에 무엇인가 계속 적어넣으시던 수령님께서 반색을 하며 맞아주시였다.
《손종준동무의 병치료때문에 불렀소. 지금까지 그 동무의 치료를 어느 병원에서 맡아했소?》
수령님께서는 수첩을 앞에 펼쳐놓으신채 보건일군에게 물으시였다.
《민족보위성병원에서 했습니다.》
《차도가 있소?》
《일만 일이라면서 병치료를 소홀히 하다보니 치료가 잘 안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손끝으로 수첩을 다독이시며 잠시 생각하시다가 결연히 말씀하시였다.
《안되겠소. 그 동무를 치료하기 위한 사업을 빈틈없이 짜고들어야 하겠소. 당분간 일을 못하는 한이 있어도 말이요. 내곁에 있을 때도 그래, 여기 최전연에 나와서도 그래 영 몸을 아낄줄 모르거던.…》
수령님의 말씀을 들으시는 김정일동지의 가슴은 후더워지시였다. 혁명전사 한사람한사람을 그리도 세심히 아끼고 돌보시는 수령님의 그 사랑이 다시금 뜨겁게 안겨왔던것이다.
수령님뜻을 받들어 투사들에게 더 깊은 관심을 돌려야겠다고 마음다지시였다.
이튿날 이른새벽 렬차승강대에 나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놀라시였다. 밤사이에 눈보라는 멎고 대신 눈이 함뿍 내렸기때문이였다.
수령님께서는 오늘 대덕산초소의 병사들을 찾아 떠나겠다고 하셨다. 대덕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경사가 급하고 험한데다 서른세굽이나 된다는것을 아시고 은근히 걱정하던중인데 밤새 내린 눈이 이렇게 또 덧쌓인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나직이 숨을 몰아쉬시며 승강대에서 내려서시였다. 눈은 발목이 넘게 올라왔다. 그이께서는 허리를 굽혀 눈을 한웅큼 쥐여보시였다. 차거운 눈이 줌안에서 다져지며 손바닥과 손가락들에 물기가 느껴지시였다. 눈덩이를 쥐신채 허리를 펴고 주위를 둘러보시였다. 마음이 놓이지 않으시였다. 이런 눈은 인차 다져지고 미끌미끌하기때문에 평지길로도 자동차운행이 편안치 못하다.
그런데 대덕산의 험한 산길로 어떻게 수령님을 모신단말인가.
그이께서는 날이 푸름푸름 밝아오는것도 느끼지 못하고 역구내를 걸으시였다. 수령님께서 일정을 바꾸어 가까이에 있는 부대를 먼저 찾으시면 어떨가 하는데 생각이 멎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께서 계시는 렬차집무실창가를 바라보셨다.
불빛이 환했다. 그이께서는 곧장 수령님께로 향하시였다.
그이께서 렬차집무실에 들어서시니 김일성동지께서는 렬차벽쪽에 놓인 쏘파에 기대앉으시여 부피두툼한 장편소설을 읽고계셨다. 남달리 소설을 좋아하시는 수령님께서는 나라일에 그토록 바쁘신 속에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시여 소설을 읽군 하시였다.
《수령님!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수령님께서는 장편소설책을 옆에 있는 탁자우에 놓으시며 반갑게 맞아주시였다.
《밤사이에 열이 다 내렸으니 이젠 마음을 놓아도 되겠소.》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렬차차창밖으로 시선을 옮기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밤사이에 눈이 많이 왔습니다.》
《나도 내려가보았소. 눈이 많이 오는거야 좋은 일이지. 풍년들 징조야. 허허허…》
《제가 알아보니 대덕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매우 험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눈까지 내려서… 승용차로 꽤 올라가내겠는지 걱정스럽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신채 범상히 말씀하시였다.
《차가 못 올라가면 걸어서라도 올라가야지. 오늘 계획대로 대덕산으로 갑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경건한 마음으로 그이를 우러르시였다.
한번 결심하시면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그대로만 하시는 수령님이심을 너무나도 잘 아는 그이이시건만 오늘 또 험한 길을 가셔야겠구나 하고 생각하자 목이 메여오르시였다.
그이께서는 수령님께 정중히 말씀드리시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아침식사가 끝났을 때 뜻밖에도 손종준이 김정일동지앞에 나타났다.
그이께서는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시였다.
《어떻게 왔습니까? 수령님께서는 여기에 도착하시자마자 부사령관동지의 건강문제부터 몹시 걱정하시면서 치료대책까지 세워주셨는데…》
손종준의 얼굴은 감개에 젖었다.
《제 어제밤에 관하구분대에서 돌아와 그 소식을 듣고 밤새 잠을 자지 못하였습니다. 한생토록 수령님의 사랑을 받기만 하고 보답을 하지 못하고있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손종준은 후- 하고 한숨을 내쉬였다.
《전 정말 수령님께 근심만을 드리고있습니다. 그저 마음뿐이지… 보답은 못하고…》
《심정은 리해됩니다. 하지만 수령님께서 치료대책을 세워주셨으니 오늘부터 모든 사업을 전페하고 치료를 받으셔야겠습니다.》
손종준은 펄쩍 뛰였다.
《수령님께서 모처럼 우리 부대에 오셨는데 제가 어떻게… 수령님의 현지지도를 보좌해드린 다음에 치료를 받게 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제 병이 더 심해질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종준이 왜 병원이 아니라 여기에 나타났는지 리해가 되시였다.
정말이지 이런 그의 소원을 거절하면 손종준의 성미에 병이 더해질수도 있었다. 수령님의 부관시절부터 그이의 안녕을 위해 그리도 애써온 손종준인데 오늘 빠지게 되면 한생을 두고 괴로와할수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꼭 잡아주시였다.
《부사령관동지의 소원이 정 그렇다면 나와 함께 대덕산으로 떠납시다.》
손종준의 눈이 둥그래졌다.
《그럼 수령님께서 눈이 저렇게 많이 내렸는데 대덕산으로 오르신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이께서는 고개를 끄덕여보이시였다.
손종준은 큰일이라도 난듯 두손을 내흔들었다.
《거긴 안됩니다. 정말입니다. 대덕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매우 험하다는것을 수령님께 말씀드려주십시오. 아직까지 이렇게 눈이 많이 온 날 대덕산에 차를 타고 올라가본 지휘관은 없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이미 결심하셨습니다. 부사령관동지, 수령님의 부관을 할 때처럼 우리 함께 선발차를 타고가면서 대덕산으로 올라가는 생눈길을 열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