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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명산은 그때 산림학자 김세명의 말뜻을 리해할수 없었다. 다만 조국의 숲에 대한 학자의 무한한 지식과 뜨거운 사랑이, 숲에 대하여 말할 때 학자의 온몸에 충만되여 환희와 열정이 그의 어린 가슴속에 자기도 그것이 어디에서 오는것인지 알수 없는 감동을 불러일으켰던것이였다.

리명산은 퍽 후날에 가서 산림학자 김세명을 다시 만난적이 있었다.

그것 또한 리명산의 운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의미심장한 상봉이라고 할수 있었다.

홍안의 청년 리명산은 그때 보안원특무상사의 견장을 달고있었다. 창성군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던 리명산은 어느날 숲속에 들어갔다가 온몸이 터지여 피투성이가 되여 나오는 웬 도깨비같은 사람을 만났다.

리명산은 그가 수상하게 생각되여 증명서를 보여줄것을 요구했다. 대학에 적을 둔 교수이고 박사인 김세명이였다. 그를 부축해가지고 도로옆으로 나와 상처를 싸매주었다. 그렇게 하느라고 속내의 하나를 다 찢어썼다.

지나가는 자동차가 있으면 그를 태워보내려고 기다리는 시간에 선생님은 어떻게 되여 혼자 산에 들어갔다가 그렇게 상했는가고 물었다.

《왜 들어갔댔느냐고? 저걸 보오. 젊은 동무.》

박사는 우울한 목소리로 말하며 숲을 가리켰다. 송충이떼가 잎을 죄다 뜯어먹어 가지들만 남은 앙상한 숲이였다. 박사의 눈에는 울분의 빛이 번뜩이였다.

《가슴이 아프지 않소?》

《!…》

리명산은 송충이떼가 달라붙어있는 소나무들을 아픈 눈으로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울분을 토하는 그의 모습에 눈길이 갔다. 망각의 료원한 언덕너머로 사라져버린 아득한 추억의 금선을 튕겨주는것같은 그 모습! 그것은 한순간에 펀뜩 뇌리에 떠올랐다가 섬광처럼 사라진것이였다.

《수령님께서》 갈린 목소리로 박사가 말했다.

《얼마전에 여기로 지나가시다가 차를 세우시고 송충이떼가 갉아먹은 저 소나무들을 보시였소. 너무도 가슴이 아프시여 수령님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여 오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셨다고 하오.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였으면… 아!… 얼마나…》 박사는 말끝을 잇지 못하였다. 보는 사람조차도 숨막히게 하는 아픔이 그의 얼굴에서 사라질줄 몰랐다.

박사는 어느 한 공업림사업소에서 제기되는 기술적인 문제때문에 이 지방에 나왔다가 위대한 수령님께서 송충이떼가 휩쓸고 지나간 소나무들을 보시고 가슴아파하시였다는 소식을 듣게 되였다. 그리하여 그 앙상한 소나무숲속에 들어가게 되였고 가슴미여지게 하는 산판의 정상을 정신없이 돌아보다가 가파로운 경사지에서 미끄러져 굴러내린것이였다.

자동차가 인차 나타나지 않아 두사람은 자연히 숲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박사의 입에서는 전쟁때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전선에 나가있는 산림일군들을 부르시여 산림조사대를 무어주셨던 이야기며 자신이 조사대의 한개 조를 책임지고 큰리지구를 비롯한 중부조선일대의 산림지대를 편답하던 이야기가 나왔다.

리명산의 뇌리에 한순간 떠올랐다가 사라져버린 그것은 허망한 착각이 아니였다. 알고보니 박사는 바로 전쟁때 큰리에 왔다가 명덕산에서 돌사태를 만나는 바람에 늙은《산신령》 최학세네 집에서 하루밤 묵어간적이 있는 그 산림학자였다.

숲의 력사에 대하여 말하던 사람! 조국의 숲에 대하여 말할 때 무한한 애정과 환희와 열정에 차있던 그 모습!

그런데 리명산이 못지않게 반가와하는것은 김세명박사였다. 자기앞에 있는 고마운 청년이 전쟁때 최학세로인의 숲에서 만났던 그 총명하고 천성적으로 다감했던 소년이라는것을 알자 김세명은 너무도 기뻐 어쩔바를 몰라했다.

《대학으로 꼭 오게! 복무를 마치면 동문 꼭 대학으로 와야 해. 다른데 갈 생각은 말게. 동문 산림일군이 돼야 돼! 알겠소?》

박사는 전쟁때 늙은 산림감독원네 집에서 하루밤 묵던 일을 감회깊이 추억하며 그때 자기는 꿈을 꾸다가 명덕산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잠 못들던 그 어린 소년을 보면서 그가 장차 숲과 꼭 인연을 맺게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노라고 했다. 무슨 예언자라도 되는듯이.

리명산은 그렇게 말해주는 그가 고마왔다. 앞길이 구만리같은 젊은이들치고 대학에 가고싶지 않은 사람이 어데 있으랴. 리명산이 역시 대학에 가고싶었다.

박사와 헤여진 후 몇해가 지나갔을 때 아름다운 한 처녀가 리명산의 가슴속에 또 대학바람을 일으켜주었다. 그 처녀가 바로 장미화였다. 리명산이 그때는 이미 별을 달았을 때였다.

《대학에는 꼭 가야 해요. 공부하지 않고서는 발전을 할수 없어요!》하고 처녀는 말했다.

결혼후에도 안해는 그것을 바랐다. 그런데 리명산자신은 별을 달면서부터 자연히 대학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희미해졌다. 별을 달고 발전할수도 있지 않는가! 리명산은 안해와 가정을 사랑했다. 시내중심을 벗어나 뻐스를 타고 반시간쯤 나가면 되는 야산기슭에 그의 집이 있었다. 하얗게 회칠을 한 아담한 새 단층집이였다. 울안에는 그가 안해를 위해 떠다심은 붉은 장미꽃이 피여나군 했다. 어째서인지 리명산에게는 그 장미꽃이 안해를 항상 기쁘게 해주리라고 생각되는것이였다. 명산은 특수임무를 수행하느라 집에 들어와있는 때보다 나가서 사는 때가 더 많았다. 이따금 집에 들어오면 안해를 생각해서 진일, 마른일을 도맡아 해제꼈다.

바로 그무렵에 그의 집을 드문히 찾군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큰리시절의 친구들인 최영우와 홍숙희였다. 그들 두사람은 대학을 졸업하고 각기 자기 초소에서 일하면서 결혼했다. 최영우는 시국토환경보호관리국산하 처장이 된지 한해밖에 안되였고 대학때 수재로 이름났던 홍숙희는 산림설계연구소의 유망한 연구사였다. 일요일이나 명절날이면 그들부부는 시변두리의 한적한 산기슭에 있는 리명산네 집을 드문히 찾아오군 했다. 구럭에 당과류며 음식감들을 가득 넣어가지고 와서는 하루를 즐겁게 보내다가 돌아갔다. 최영우는 사업에서는 열정이 있고 전개력이 있는 일군으로 평판이 자자했으며 생활을 즐길줄도 알았다. 정서가 있고 무슨 일에서나 적극적이였다.

《명산이, 좀 늦으면 뭐라나. 아주머니를 위해서라도 꼭 대학에 가야 하네.》하고 최영우는 이따금씩 리명산의 잠자던 꿈을 든장질해놓군 했다.

그것은 최영우자신의 생각이면서 또한 안해 장미화의 부탁이 있었던 때문이라는것을 리명산이 모르지 않았다. 안해는 사회적으로 볼 때 자기의 지위를 떳떳하게 차지하고있는 최영우네 부부를 부러워했으며 세대주가 대학공부를 못한것을 어느 정도 부끄럽게 생각하고있었다. 리명산이 어찌 안해의 그런 마음을 모르랴. 안해는 남편이 있는 자리에서도 가끔 최영우부부가 오면 《저이한테 대학바람을 좀 불어넣어줘요.》하고 웃으면서 롱조로 말하군 했는데 그것은 실상 완전한 롱말은 아니였다.

산림설계연구소적으로 실력이 인정되는 쟁쟁한 연구사이면서 생활의 다반사에 대한 지식과 지성을 겸비했다고 할수 있는 홍숙희까지도 《현웅이 아버진 강한 사람이여서 결심만 하면 이제라도 대학에 가서 뛰여나게 공부를 할수 있을거예요.》하고 말하군 했다. 그무렵 리명산네는 두 아들애가 있었다. 안해는 세번째로 임신중에 있었다.

리명산은 안해 보기가 미안했다. 장차 의사로 발전할 희망을 안고 통신공부까지 하던 안해가 자기를 위해 모든것을 희생하는것이였다. 안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리명산의 머리속에 다시금 싹터올랐다.

그랬던 리명산이 뜻밖의 일을 당했다. 특수임무수행중 심한 부상을 당한것이였다. 척추압박골절로 이미전에 운명의 좌절직전에 이르렀다가 유명한 외과학권위자의 치료를 받아 용케도 회복되였더랬는데 다시 강한 충격을 받아 심한 변형이 갔다. 6개월동안 병원에 실려가 입원치료를 받던 끝에 복무불가능이라는 운명적인 선고를 받았다. 그 모진 선고를 내린 사람은 리명산이 첫번째로 병원에 실려왔을 때 그를 치료해준 박사였다.

리명산이 제대명령서를 받고 집으로 돌아와 번민에 싸여 온밤 우두커니 앉아있는 모습을 보다못해 장미화가 한마디 했다.

《여보, 너무 상심마세요. 당신은 집에 앉아만 있어도 돼요. 나도 있고 최영우아저씨랑 가까운 친구들이 있지 않나요.》

위안을 하려고 한 말이 리명산의 부아를 돋구었다.

《여보, 당신 벌써부터 나를 사회보장자취급을 하는거요? 당신 부양이나 받고 친구들의 도움이나 받으면서 살아가라? 허 참!》

《…》

방안에는 오래도록 무거운 정적이 깃들었다.

갑자기 안해가 흑- 하고 흐느꼈다.

리명산은 한순간 리성을 잃어버리고 큰소리친 자신을 속으로 질책했다. 안해보기가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안해인들 어찌 괴롭지 않으랴. 더우기 갓 임신한 안해가 아닌가. 지금은 안해의 기분을 밝게 해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안해를 괴롭히다니!

리명산이 제대되였다는 소식을 듣고 최영우네 부부가 방문을 왔다. 우울이 깃들었던 리명산네 집안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사람좋은 최영우네부부는 언제나 이 집에 유쾌한 웃음을 한보따리씩 안고오는것이였다.

홍숙희는 집에 들어서서 반가이 인사마디들을 주고받기 바쁘게 행주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내려가 장미화와 함께 음식들을 만들었다.

《숙희언니는(그 녀자는 장미화보다 한살 우였다.) 그 손이 참 보배예요. 어쩌면 만두를 그렇게 곱게 빚으면서도 일손이 빠를가? 난 아무리 애를 써도 언니를 따라가지는 못할거예요. 아마 영우아저씬 언니의 음식솜씨에 반해서 살았던게지요?》

《에이구나!》 장미화의 칭찬에 홍숙희가 바삐 부르짖었다.

《말두 말아요. 그래도 저이는 내가 가정형의 녀자가 못된다고 그래요. 난 오히려 현웅이 엄마가 부러워요. 떡돌같은 아들은 이미 있는거구, 이제 금딸을 하나 낳으면 부러운게 뭐가 있겠어요. 그런데다가 안해를 끔찍이 위해주는 착실한 남편이 있지요. 우리 저이는 집에 들어오면 대감님이랍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홍숙희의 리지적인 얼굴에는 행복한 녀인들에게서 볼수 있는 발그레한 색조가 살아났다.

《그래도 언니네는 내외가 다 대학공부를 하고 사회적으로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위치에서 일하지 않나요. 리상적인 가정이지요 뭐.》

장미화는 갑자기 호― 하고 한숨을 내불었다. 시원스럽게 생긴 커다란 눈에 물기가 어리였다.

그것을 띄여본 홍숙희는 갑자기 당황해했다. 장미화를 기쁘게 해주려고 한 말인데 반대의 효과를 가져온것이였다.

《일없어요. 현웅이 엄마, 걱정하지 말라요. 그러지 않아도 현웅이 아버지가 일생 군복을 입고있을수야 없지 않아요. 이제 일이 잘 될거예요. 우리 저이두 현웅이 아버지일때문에 생각을 많이 해요.》

방안에서는 최영우가 리명산을 위로하는 말을 하고있었다.

《이보게 명산이, 자네야 정복을 입고 특수임무를 수행하다가 부상당한 사람이 아닌가. 그러니 이제부터 설사 편히 휴식을 하며 몸을 돌본다고 해서 탓할 사람은 없어.》

리명산은 침울해서 말이 없다가 한참후에야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야 살겠나.》

《하긴 그 성미에 가만 앉아 대우나 받으면서 지내기는 힘들겠지. 리해가 되네.》

최영우는 약간 주저하는 눈치를 보이다가 다시 말했다.

《이렇게 하자구. 우리 관리국에 경비원자리가 하나 났소. 내 말해놨으니 거기 나오게나. 그저 자리만 비우지 않으면 돼.》

리명산은 대답이 없었다.

부엌에서 홍숙희가 《여보!》하고 바빠맞은 기색을 했다. 경비원이라니! 사회보장을 받은 늙은 사람들한테나 맞춤할 자리가 아닌가! 저이가 그런 생각을 다 하다니! 하고 그 녀자는 생각하는것 같았다.

경비원소리가 나온 다음부터 방안의 분위기는 더욱 침울해졌다. 모두들 괴로와하며 말이 없었다.

음식그릇들이 들어왔다. 두집 식구가 두리반 하나를 놓고 둘러앉을 때까지 무거운 분위기는 가시여질줄 몰랐다. 남자들이 술 한잔씩 걸친 다음에야 분위기는 얼마간 밝아진듯 했다. 너나없이 리명산의 문제에 대하여서는 화제를 피하려고 하는 가운데 홍숙희가 갑자기 생각난듯 입을 열었다.

《아 참, 명산동무도 생각나겠군요. 김세명선생님 말이예요.》

최영우가 부어준 맥주 한고뿌를 마시여 홍숙희는 얼굴이 빨갛게 되였다.

《김세명이라니?》 리명산은 의아해졌다. 창성의 벌레먹은 앙상한 숲과 함께 얼굴이 찢기여 피투성이가 되였던 로학자의 모습이 기억의 망막우에 떠오르기 시작할 때 최영우가 입을 열었다.

《거 큰리에 있을 때 우리 집에 들렸던 산림학자 있지 않소. 지금은 교단에 서있구 산림학계의 무시할수 없는 중진이지. 여보, 그 선생님이 어떻게 되였다는거요?》

《후보원사가 되였더군요. 어제 일이 있어서 대학에 갔다가 알았어요.》 홍숙희가 말했다.

홍숙희와 최영우는 다같이 김세명의 제자이다. 최영우가 홍숙희보다 1년 앞선 선배였다.

《됐구만! 선생님의 인생도 그만하면 성공한 인생이지. 하긴 그 선생님이 인젠 후보원사가 될만 하지.》

최영우는 시안의 산림을 책임지고 일하는터에 지금도 그와 드문히 련계가 있었다.

최영우 못지 않게 리명산이 또한 기뻐했다. 소시적에 큰리에서 만난 산림학자에게서 들은 숲에 대한 그 열정과 희열에 찬 이야기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메아리가 되여 지금도 이따금씩 리명산의 가슴속을 울려주군 한다. 《동문 꼭 대학으로 와야 해!》 하고 창성의 고개길에서 만나 하던 그의 말! 그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왔다.

《그 선생님을 한번 만나보고싶구만! 자네들이야 자주 만나겠지?》

김세명소리가 나오니 리명산은 오래전에 떠나온 큰리가 생각났다. 그 시절의 일들이 그리고 늙은 《산신령》이, 그가 타고다니던 가라말의 호용소리가 안개자욱한 속으로 울려퍼지던 산촌마을의 그 아침들이며 로인이 풀집으로 가지고 올라왔던 수수떡의 진미가 생각났다. 그게 어느해 겨울이였던가? 서산 말기에 시뻘건 해가 내려앉아있던 고요한 그 저녁 동네에 소란이 일어났다. 온종일 울너머에서 청승맞게 울어대던 여우란 놈이 최학세네 울안으로 몰래 기여들어 씨암닭을 물고 달아난것이였다. 최학세네 집에서는 물론이고 몇집 안되는 동네어른들과 아이들이 떨쳐나서 여우를 쫓아갔다. 리명산도 아이들과 함께 여우를 쫓아 뒤산으로 들어갔다. 리명산은 흰눈을 소담하게 들쓴 겨울의 숲의 장관을 그때 처음으로 보았다. 그것은 환상의 세계로나 그려볼수 있는 정갈과 신비의 극치였다. 물론 그날 씨암닭은 찾아오지 못했다. 여우에게는 그 씨암닭이 생존의 여부를 결정하는 로획물이였던것이다. 여우는 필사적으로 달려 황홀한 설경의 세계로 사라져버리였다. 아, 어째서 그 일이 생각나는것일가?

《영우, 할아버지 산소에는 드문히 내려가보나?》

리명산이 애모쁜 추억에서 벗어나며 물었다.

최영우의 할아버지 최학세―큰리의 상징과도 같았던 늙은 《산신령》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다. 큰리의 숲에 온넋을 깡그리 기울여온 《산신령》은 세상을 하직하면서 자기를 명덕산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보시게 될 림상도에 나무 한대 자라지 못하는 명덕산도 오르게 되는가고 하며 고뇌의 한숨을 짓던 로인이여서 죽은 다음에라도 그 산의 나무 한그루라도 살리는 거름이 되려 했는지 모른다.

《가지 못하네. 이젠 할아버지의 산소에 갔던지도 옛날이야. 일이 바빠서 언제 짬을 낼수가 있어야지. 우리 아버지마저도 전후에 인차 세상을 떠나다나니 우리 홍동무가 들려보군 하지. 산림설계연구소의 일로 큰리에 드문히 내려갈 일이 있으니까.》

최영우는 애달픈 한숨을 그었다.

리명산은 감회에 잠기였다.

《큰리에 한번 가보고싶구만. 정말이야. 그 울창한 숲속에 들어가 실컷 걸어보고싶네. 그 여우의 울음소리도 들어보고싶고… 우리들의 그 풀집도 다시 보고싶고… 그 풀집이야 없어진지 오랬겠지.》

그러는 리명산을 바라보는 최영우의 얼굴에는 쓸쓸한 빛이 어리였다.

왜서인지 그의 입에서 허거픈 웃음이 흘러나왔다.

《세월이 얼마나 흘렀다구. 여우의 울음소리를 듣고싶단 말이지.》

《왜 그러나?》

《자넨 아직도 큰리의 숲이 예전 그대로인줄로 아나?》

《무슨 소린가?》

리명산은 점점 의혹이 커졌다.

《여우의 울음소리라… 다 사라져버린 옛날일이야. 자네들의 그 풀집이 없어진지 오랜것처럼…》

최영우의 입에서는 침울한 목소리가 탄식처럼 흘러나왔다.

늙은 《산신령》이 심혼을 바쳐 지켜오던 큰리의 숲! 나라의 림상도에도 록색지대로 당당히 올라있던 큰리의 소나무들은 그사이에 늙고 퇴화되여 이제는 볼품없는 괴숙림이 되여버렸다. 전후에 들어와서 큰리지구에 백개가 넘는 크고작은 탄광들까지 생겨나 숲의 축적도도 현저하게 떨어졌다. 관리국적으로 이 문제가 제기되여 큰리의 2 000정보산림을 어떻게 유지하겠는가에 대한 론의가 분분해지고있다. 이것은 시안의 산림을 직접적으로 책임지고있는 최영우로서는 누구보다도 머리를 써야 할 일이 아닐수 없었다.…

최영우네 부부는 저녁때가 되여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영우는 떠나면서 《어쨌든 상심말고 몸조리나 잘하게. 딱한 일이 생기면 알리라구.》 하고 위안의 말을 했다.

그들부부가 떠나가자 리명산은 생각이 깊어졌다. 큰리의 숲이 로화의 시기를 맞이했다면 그 거대한 록색지대는 조국의 푸른 지도우에서 사라질수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최영우는 무정한 세월의 흐름탓이니 어쩔수 없는것처럼 말했지만 정말로 그렇다면 그 땅의 푸른 재부를 지키다가 명덕산에 묻힌 최학세할아버지의 생이 그렇게 허무한것이였단 말인가?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지금도 나라의 경제발전을 구상하시면서 산림학자 김세명이 완성해올린 림상도를 보실것이다. 그런데 큰리의 숲이… 아니, 그럴수 없어. 하지만 정말 그사이에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가. 오죽하면 최영우 그 사람이 큰리의 숲에 대해 말하면서 괴로운 한숨까지 지었으랴.

리명산은 심장을 쿡쿡 찌르는것 같은 아픔을 느끼였다.

리명산은 제대명령서를 받아안고 번민에 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있다가 하동읍에 살고있다는 고모를 이번 기회에 찾아가 만나볼 생각을 했다.

《여보, 차라리 잘 생각했어요. 그러지 않아도 고모가 기다릴텐데. 제대되였다는것도 알려줄겸해서 내려가보세요.》

장미화는 아직 남편의 몸이 완전히 추선것은 아니여서 걱정이 영 없는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람을 쏘이면서 내려가 고모도 만나보면서 며칠을 보내느라면 우울증을 얼마만이라도 털어버릴수 있지 않으랴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전쟁때 새 고모부가 되려고 찾아온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알고 함경북도로 따라가지 않고 도망을 쳐서 큰리에 와서 살던 리명산은 전쟁이 끝나자 최학세로인내외의 바래움을 받으며 고향으로 갔다. 군대에 나갔던 아버지가 돌아왔으리라고 생각한것이였다. 그런데 고향에서는 뜻밖의 소식이 명산을 기다리고있었다. 거기 마을세포위원장이란 사람이 《이녀석아, 너를 얼마나 찾았는지 아느냐? 어디에 갔다가 이제야 나타났느냐?》하면서 아버지가 1년전에 전사한 소식을 알려주었다.

고모도 거기서 살지 않았다. 다리 하나를 잘 못쓰는 전상자 남편과 함께 고향에 가서 1년동안 살면서 잃어버린 조카때문에 마음을 쓰다가 평남도쪽으로 내려갔다는것이였다.

명산은 사람좋은 세포위원장이며 마을사람들의 보살핌속에 한동안 지내다가 초등학원으로 갔다. 보안원정복을 입은것은 그때로부터 썩 후의 일이였다. 그는 수도에서 복무하는 과정에 고모가 하동읍에서 혼자 외롭게 살고있다는것을 겨우 수소문하여 알아냈다. 전상자인 고모부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것이였다.

그때는 리명산이 성인으로 자라 고모를 리해하고도 남음이 있었고 따라서 어렸을 때 뭣 모르고 새 고모부 되는 사람을 욕되게 한데 대하여 후회하고있었다. 고모부 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것을 알게 되니 후회는 더더욱 가슴을 쓰리게 했다. 리명산은 그 고모를 찾아가 만나본다는것이 바쁜 임무수행때문에 시간을 낼수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제대된 지금에야 마음놓고 찾아갈수 있게 된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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