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 회)

제 2 편

제 4 장

1

 

2002년 한해동안에만도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많은 기계공장들을 찾으시였다. 년초에 김종태전기기관차공장을 찾으신데 이어 5월에는 안흥공작기계공장을, 6월에는 룡성기계련합기업소를, 7월에는 희천공작기계종합공장을 찾으시였으며 10월에는 6월1일청년전기기구공장과 락원기계련합기업소, 6월4일차량공장을 련이어 현지지도하시였다. 한해가 저무는 지금 그이께서는 자령기계공장을 찾아가고계시였다. 북부내륙선에 들어서자 날씨는 랭기를 풍기면서 차창마다에 울긋불긋 성에를 불렸다.

공장에 도착하신 그이를 연형묵과 권하세를 비롯한 일군들이 맞이했다. 손이 찬것을 보아 밖에서 오래 기다린 모양이였다.

《날씨가 록록치 않소. 어서 들어가기요.》

1기계가공직장 입구에는 그전에 외국에서 들여온 수입설비들이 놓여있었다. 권하세가 한걸음 나서며 《장군님, 여기서부터가 CNC구간입니다.》라고 설명해드렸지만 그이께서는 듣지 못하신듯 수입설비들이 놓여있는 구간을 단숨에 지나가시는것이였다.

당황해난 권하세가 목소리를 높이며 따라섰다.

《장군님! 여기서부터 련하기계칸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첫 기대앞에 서있던 최수광이 인사를 올렸다.

《자령기계공장 현대화지도소조책임자 최수광동무입니다.》 연형묵이 소개해드렸다. 《최수광동무는 련하기계출신일군입니다.》

《아, 련하기계출신이요? 언제부터 련하에 있었소?》

《장군님, 저는 장군님께서 련하기계를 조직해주신 창립 초기부터 있었습니다. 장군님께서 봉화기계공장에 찾아오시여 첫 CNC설비를 보아주실 때 저도 영광스럽게 장군님을 몸가까이 뵈왔습니다.》하고 최수광이 감격하여 말씀드렸다.

그이께서는 최수광의 설명을 들으시였다.

《이 CNC선삭가공중심반은 구멍가공의 6공정을 한설치에서 다 해내고있습니다. 그전에는 80명의 로동자들이 주고받으면서 흐름식으로 가공하던것을 지금은 3명이 하고있습니다.》

《80명대신 3명이라…》

가까운 기대앞에 다가서신 그이께서는 보호카바에 붙어있는 손잡이를 잡으시고 한참동안 작업모습을 들여다보시였다. 두대의 선삭가공중심반사이에는 기대공대신에 키가 꺽두룩한 소재공급용로보트가 세워져있었다. 주고받고는 그것이 다했다.

《그새 유연생산세포까지 해놓았소?》

《저희들은 미처 그 생각까지는 못했댔는데 련하기계 사장동무가 이쯤해야 현대화를 했다고 내놓고 말할수 있다면서…》

권하세의 대답을 들으신 그이께서 연형묵을 돌아보시였다.

《도당책임비서동무가 그를 화차방통에서 맞이해다가 대접을 잘한 덕을 보는것 같소. 현대화의 더 높은 령마루를 향해 이 기세로 나아가시오. CNC화의 본보기는 자강도라고 말할수 있소.》

《평북도도 만만치 않습니다.》

연형묵이 승벽을 부리듯 말씀올렸다.

《련하기계 사장동무도 지금 거기에 가있다고 합니다.》

《알고있소. 하긴 북천기계에서도 현대화가 한창 추진중인데 자칫하다가는 그 보배덩이를 평북도에 영 떼울수도 있소. 그가 북천기계에 한 10년동안 사장되여있던 문형후라이스반을 5면가공중심반으로 개조했는데 그것만 봐도 실력이 이만저만이 아니요.》

랭각수가 마르지 않아 번들번들한 상태로 금시 떨어지는 축가공품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김정일동지께서 문득 《가만, 〈년로보장자〉들은 지금 뭘하오?》 라고 물으시였다.

《저기, 저것들 말이요.》

그이께서 손짓하시였다.

CNC공작기계들에 자리를 내주고 구석으로 밀려난 낡은 공작기계들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였다.

권하세가 말씀드렸다.

《장군님, 〈년로보장자〉들은 아직 공장을 떠나지 않고 소재의 초벌가공을 맡아하고있습니다. 대비교양에도 아주 좋습니다.》

많은것이 변하였다. 그이께서 처음 공장에 오셨을 때에는 로동자들이 넉줄로 서서 쓸고 닦고 두드리면서 제품을 가공하고있었다. 그들에게 수고한다고 손을 흔들어주시였지만 일군들에게는 이것이 바로 《마누팍뚜라》식이라고 엄한 지적을 하신 그이이시였다.

《장군님, 우리 공장에서는 CNC설비들을 가져다놓고도 전압주파수파동때문에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있었습니다. 그러던것을 이번에 련하기계에서 해결해주었습니다.》 권하세가 한곳을 가리키는데 키가 후리후리한 청년이 인사를 올리였다. 《련하기계에서 만든 전압주파수안정기가 표준전압과 주파수를 유지해줍니다. 저 동무가 바로 전압주파수안정기를 설계한 연구사동뭅니다.》

그이께서는 낯익은 색안경을 알아보시였다.

《혹시 온덕수동무의 아들이 아니요?》

《그렇습니다, 장군님. 제가 바로…》

실로 반가운 상봉이였다. 허나 그이께서는 선뜻 다가가지 않으시고 몇걸음앞에서 정림이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보시였다.

《전압주파수안정기는 박송봉동무가 살아있을 때 련하기계에 과업을 주자고 약속했던것인데 결국은 동무가 해냈단 말이지.…》

《우리 련하기계집단이 저를 믿고 맡겨주었습니다.》

《그래, 집단의 믿음이지.》

리정이 그 과업을 맡은것으로 아시였던 그이께서는 긍지에 넘쳐 가슴들먹이는 정림이를 보시자 리정을 만난것처럼 기쁘시였다.

리정이 사람을 아끼고 키우고있다는것이 기쁘시였다.

뉴톤이 중력을 발견하고 에디슨이 백열등을 만들어 세계의 모습을 새롭게 비쳐주던 때처럼 개인이 혼자서 중대한 발명을 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지식경제시대의 발전은 해당 분야의 1번수를 중심으로 하는 집단의 힘, 나아가서 국가의 통일적이며 계획적인 지휘를 필요로 하고있다. 이것은 개인주의를 생리로 하는 자본주의보다 집단주의에 기초한 사회주의에 지식경제시대의 밝은 전망이 있다는것을 보여주며 또한 오늘날의 인재는 명석한 두뇌와 함께 조직자적, 교육자적능력도 갖추고있어야 한다는것을 말해주고있었다.

리정이 그런 사람으로 자라난것이다.

《그래 장가는 들었소?》

《아직…》

《처녀는 있나?》

《예, 있습니다. 좋은 동무가… 있습니다.》하고 목덜미를 붉히는 정림이의 모습을 그이께서는 미소속에 바라보시였다.

《하면 국수를 먹어야지. 잔치때 알리라구.》

《장군님, 고맙습니다. 일을 더 잘하겠습니다.》

련하기계설비들이 놓여있는 구간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수입설비가 놓인 구간을 순식간에 지나가신데 비해 그이께서는 수십메터밖에 안되는 그 짧은 거리를 20분이 걸려서야 통과하시였다.

마지막기대앞에서 그이께서는 멈춰서시였다.

《그전에는 기름묻은 옷에 마치를 든 사람을 로동자라고 했는데 멀지 않아 여기서도 양복차림에 유리창을 들여다보면서 기계를 다루게 됐소. 내 오늘 동무들에게 묻겠는데 로동자에게 무쇠마치와 주먹밖에 없다는 소리가 맞소, 안 맞소?》

《장군님, 맞지 않습니다.》

《CNC맛이 어떻소?》

《좋습니다!》

《그럼 이제는 그쯤 맛을 보고 다음단계로 넘어가야지. 우리는 첫 단계로 재래식설비들을 들어내고 CNC칸을 꾸렸소. 다음목표는 한개 생산공정을 CNC화하는거요, 그다음은 공장을 통채로 CNC화하고. 이렇게 3단계쯤 계획하고 CNC화를 완성해갑시다.》

한손을 높이 드신 그이의 모습이 뒤벽면에 그려진 아침노을이 불타는 백두산의 전경과 절묘하게 어울려 숭엄한 감정을 자아냈다.

그이께서는 연형묵을 가까이 부르시였다.

《내가 언제부터 생각하고있던 문제인데 빠른 시일안에 련하기계기술보급소를 내와야겠소. 우선 자강도와 평북도에 내오되 실지 생산현장에서 련하기계를 다루는 과정에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경험도 교환해야겠소. 그러면 우리가 CNC화의 또 한 고지를 넘어서는것으로 될거요. 그리고 앞으로 동무들이 일을 더 잘하기 바래서 내가 보던 책들을 보내주겠소.》

《장군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유연생산체계까지 꾸려놓은 다음 이곳에서 모두 함께 사진을 찍읍시다. 난 그전에 와서 찍은 사진을 건사해두고있소. 앞으로 그 두 사진을 대비해보면서 오늘을 긍지높이 추억합시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바람이 더 세차져서 아연도판을 씌운 행정청사의 지붕이 우릉우릉 울었다. 바람을 한껏 들이킨 그이의 연회색야전복고깔이 날려갈듯이 풀럭거리고있었다.

그이께서 타신 승용차가 공장앞도로를 벗어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사람들이 구름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먼지발이 뽀얗게 일고 사방 펼쳐든 손들이 너울너울하였다. 강가에서 외발구를 타던 소년이 신발이 벗겨지는줄도 모르고 지팽이를 마구 휘두르며 달려오고있었다. 두엄지게가 쏟아지는줄도 모르고 울다가는 웃고 웃다가는 울며 따라서는 녀인들,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오는 어린 소녀…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창밖으로 손을 저으시였다.

(내리자, 내려서 저 애들에게 힘이 될 말을 해주고 가자.)

그런데 어째서인지 몸이 움직여주지 않았다. 사람들의 모습은 점차 멀어져갔다. 그때 비로소 그이께서는 자신께서 왜 차를 멈추지 못하셨던지 그 까닭을 알게 되시는것 같았다.

말을 해준다고?!… 지배인도 당비서도 부모들도 선생님도 얼마나 많은 말을 저 애들에게 해주었겠는가. 무서운것은 그 말이 말로만 끝나는것이다. 말로 할수가 없다. 말로 할 때가 아니다. 모든것이 실재여야 하며 결과여야 하며 집집에 가닿는것이여야 한다.

그이께서는 틀어잡은 주먹에 힘을 주시였다.

《속도를 높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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