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회)
제 2 편
제 3 장
2
2001년 2월 14일.
《권하세 전 분공장지배인동무의 아들입니다. 지금은 모체공장에서 기사장으로 일하고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대단하오. 그래 기사장동무, 나때문에 련하기계에 가지 못한것을 두고 후회하지 않소?》
《아닙니다,
《옳소, 그거요. 련하화는 바로 그렇게 시작되여야 하오.》
앞에 있는 기대에서 작업완료신호가 났다.
기대공이 완성된 제품을 진렬대우에 가져다놓자
《시간은 얼마나 걸렸소?》
《종전에 27분동안 깎던것을 3분동안 가공해냈습니다.》
《그러니 9배요! 옳소?》
《예, 옳습니다.》 모두 동시에 대답을 올렸다.
《중요한건 혁신적인 안목과 배짱이 생긴거요. 〈안흥3〉호 선반만 놓고봐도 10년이고 20년이고 그 모양이 변하지 않았댔지. 오죽했으면 어느 한 나라의 중개업자가 정 기술개조를 하기 힘들면 베트길이라도 늘구었다줄구었다해달라고 말했겠소?
그러던 사람들이 이제는 안목이 트이기 시작했단 말이야.》
그들이 만들어낸 《안흥10》호 선반은 이전시기의 만능선반을 수자조종화한것이였다. 착상이 좋고 경제적효과성도 컸지만 그보다는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위축되였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이런 궁리를 척척 해내고있다는것이 기쁘시였다.
《주축함의 변속장치도 없어지고 이송함도 간단해졌구만. 기사장동무, 전동기의 정역회전은 어떻게 보장하오?》
《크라치를 도입하여 멈추지 않고 진행합니다.》
진렬대앞을 지나자 이번에는 새형의 종합선삭반앞에 서있던 한유준이 인사를 드리였다. 반백이 되였으나 여전히 빠를사 한 동작이며 말투에서는 혈기와 정열이 풍겨오고있었다.
《건강은 좀 어떻습니까?》
《인사는 내가 아니라 사회주의제도에 하시오. 동무의 건강을 회복시키자고 온 안흥땅이 떨쳐나섰던 사실을 나도 알고있소.》
한유준이 종합선삭반의 기술적특성을 해설해드렸다.
《이 종합선삭반은 한설치에서 각종 선반 및 볼반작업을 다 할수 있게 설계되였습니다. 지난해에
《설계는 3차원으로 하오?》
《아직 그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전보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련하를 따라잡자면 아직 멀었소. 기사장동무, 련하보다 덩지가 크고 력사가 오래다고 큰 공장이 아니요. 허심하게 배울건 배워야 하오.》
이때 분공장지배인이 애로를 말씀올렸다.
《그리고 또?》
《전기도 걸렸습니다. 정전이 자주 되는것은 물론 오는 경우에도 주파수가 떨어져서 어지간한 정밀기계들은 움직일념을 못하고있습니다. 태천이나 수풍전기가 질이 좋다는데…》
《수풍전기…》
《그다음은…》
《지배인동무!》
박송봉이 그를 멈춰세웠다.
(여기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하고
《나라의 경제형편이 의연 어렵다는것은 다 알고있을거요. 가령 전기문제를 본다면 지금 화력발전소들에서 한해에 요구하는 석탄량만 해도 천문학적인 수자요, 금속, 기계공업부문에도 수백만톤이 필요하고. 그럼 탄광들의 형편은 어떠한가. 1970년대에 비하여 지금은 채굴심도가 배로 깊어진 반면에 탄폭이 절반이하로 떨어지고 로천채굴장들은 바닥이 난 형편이요.》
몇가지 수자들이 더 있었다.
《그러나 이 고지들이 결코 난공불락은 아니요. 내가 수풍발전소에 갔을 때 거기서는 발전기타빈을 개조하여 수차효률을 92프로로 높이였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3프로 더 끌어올려 수천키로와트의 전력을 증산하고있소. 어지간한 중소형발전소를 그저 얻어낸셈이요. 대안중기계에서는 대용량수력타빈날개 한개를 가공하는데만도 수백시간을 소모하고있는데 CNC기술을 도입하면 그 시간을 수십시간으로 줄이면서도 정밀도를 훨씬 높일수 있소. 조종장치는 말이요.》
《당장 이 자리에서 해결해주겠소.》 분공장지배인이 전자수판부터 꺼내드는것을 보시고
춘호는 흥분하여 가슴을 들먹거렸다.
《그럼 이제는 결론을 지읍시다. 앞서도 이야기하였지만 오늘 우리앞에 놓인 난관을 타개할수 있는 방도는 오직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것이요. 이 공장도 CNC화로 나가야 하오. 그러자면 기사장동무.》
《련하기계에 가보시오. 배울것이 많을거요.》
《예, 꼭 가보겠습니다.》
공장밖에 나서시자 승용차들이 발동을 걸고 다가왔다.
《일심단결》이라고 쓴 자별구호를 올려놓은 공장건물을 이윽토록 바라보시던
《아버지와는 화해했소?》
대답을 드리지 못했다.
《새것을 지향한다고 자기 부모까지 낡은 취급을 하려든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런 세대에 혁명의 전도를 맡기겠소. 전세대의 숭고한 정신과 새 세대의 풍부한 지식을 겸비할 때라야만 력사를 알게 되고 인민을 알게 되고 조국을 위해 큰일을 할수 있는거요.》
《명심하겠습니다,
《자,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오.》
길섶에 널직널직 황철나무들이 심어져있는 도로를 따라 해살이 어우러지는 차체를 번뜩이며 승용차들이 질주해갔다.
×
사람에게는 참 이상한 예감이 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때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던 박송봉은 가위눌렸던 사람처럼 한밤중에 깨여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날이 시작된 새벽 2시였다. 분명 어디선가 자기를 찾는 소리를 들었던것 같은데 주위에는 어둠만이 깃들었을뿐이였다.
다시 누웠으나 잠을 이룰수 없었다.
종내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손더듬으로 탁상등을 켜놓고 옷을 찾아 입었다. 옆방에서 자던 딸이 인기척을 들었는지 잠기가 가셔지지 않은 눈을 비비며 그의 방으로 건너왔다. 그리고는 문설주에 기대서서 또 어데 나갈 차비인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박송봉은 자기를 지켜보는 딸의 눈길을 몸으로 느끼면서 천천히 행장을 갖추었다. 어쩌면 잠에서 깨여난 안해가 이불을 가슴에 폭 뭉그려안고 야속하게 자기를 바라보고있는것 같기도 했다.
그가 신을 신고있는데 뒤좇아나온 딸이 줌안에 들가말가한 종이봉투를 솜옷주머니에 넣어주며 말했다.
《약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