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2 회)

제 2 편

제 2 장

1


련하기계의 표준형CNC공작기계들이 명문고개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자령기계공장으로 가는 설비들을 실은 화물렬차가 고인역을 통과했을 때 박송봉은 현지지도의 길에 계시는 장군님의 렬차집무실에서 개천철도국과 련결된 전화통화를 하였다.

《어디, 고인역을 통과했다? 성간에서 세멘트방통을?…》

박송봉이 송수화기를 손으로 막으며 맞은켠차창을 등지고 앉아계시는 김정일동지께 방금 들은바를 말씀드렸다.

《개고는 무사히 통과했는데 성간역에서 발전소건설에 쓸 세멘트를 한방통 부리워야 한다고 합니다. 본래 렬차편성에는 없었던것인데 아마 수천역에서부터 달고간것 같습니다.》

《또 연형묵이 용을 쓴게지. 그가 자강도에 앉아있으면서도 총리를 할 때처럼 철도를 쥐였다놨다하거던. 허허…》

김정일동지께서는 전화를 계속하라고 손짓해보이시였다.

박송봉은 다시 송화기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자령에선 벌써 역에 나와 대기중이요. 성간엔 도당책임비서가 나와있다?》

박송봉은 그이의 예측이 신통하여 웃음지었다.

《뭐라구?! 누구?…알겠소. 있다가 다시 전화를 하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콤퓨터에 열중하고계시였다.

《지금 그 렬차에 련하기계 리정동무가 타고있다고 합니다.》

《뭐요?》

그이께서는 저으기 놀라시였다.

《그러면 그가 출발할 때부터 줄곧 그 차에 타고있었다는게 아니요?》

《아마 그런것 같습니다.》

《그렇다?》

책상면을 콤퓨터건반처럼 두드리시는 그이의 손장단이 차츰 빨라졌다.

《성간역에 나와있다는 연형묵동무와 련계를 취해서 승용차로 그를 마중하게 하시오. 화차칸에서 몹시 얼었겠는데 몸도 녹여주고 식사도 시키라고 하시오.》

《알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리정이 왜 자령기계공장으로 설비들을 싣고가는 화차에 올랐겠는지 생각해보시였다. 여느 사람들은 생산자의 책임성에 관한 문제인듯 스쳐보낼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이 아닌것 같았다. 련하기계는 척 놓아주면 탈수 있는 유희목마가 아니였다.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구실을 하자면 그것을 다룰수 있는 기대공이 있어야 했다. 그런 기대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것이 아니다. 전망적인 계획을 잡고 착실히 키워내야 했다. 얼마전까지도 새 기술개발과 소규모적인 생산만을 해오던 련하기계가 업무를 확대하여 기술봉사사업까지 맡아하자니 손이 모자랄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성장하는 집단이 불피코 겪게 되는 순리이기도 했다.

《옷이 작아지고있소.》

그이께서는 빙그레 웃음을 지으시였다.

《련하가 커가고있단 말이요. 생각나오? 우리가 련하기계를 처음 내오던 때의 일이. 그 련하가 드디여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전국의 중요공장, 기업소들에로 달려가고있소. 말하자면 CNC화의 첫 령마루를 넘어선셈이요. 이제부터는 도입이요.》

《그때 장군님께서는 련하기계를 순수 연구사업만이 아닌 생산관리와 무역활동, 기술봉사까지 다 맡아할수 있는 새형의 기술집단으로 꾸려야 한다고 하시였는데 그 말씀의 정당성이 지금 확증되고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추운 때 련하사장동무가 화차신세를 지면서 오가는것을 보면 애로가 좀 있는것 같습니다.》

《그렇소. 연구사업은 연구사업대로 내밀면서 생산도 할래, 또 지금은 CNC라는 말조차 처음 듣는 단위들에 련하기계를 도입하면서 기술봉사사업까지 맡아하자니 바쁠거요. 그래서 리정이 화차신세를 지게 됐겠지. 하지만 이게 얼마나 즐거운 걱정거리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유쾌하게 말씀하시였다.

《련하기계가 명문고개를 넘어간다! 얼마나 좋소, 이건 이를테면 련하기계가 현실이라는 대학에 입학시험을 치러 가는거요. 앞으로는 나라의 기계공업전반을 련하화하는것이 나의 꿈이요. 그러자면 우선 CNC화의 본보기단위를 창조하는것이 중요하오. CNC화가 좋다고 말만하지 말고 맛을 보여주어야 하오. 자강도에선 자령기계가 그중 적합할것 같고, 평북도엔 어디 점찍어둔데가 없소?》

《제 생각에는 북천기계공장이 좋을것 같습니다.》

《북천?》

《예, 그 공장 현대화를 위한 타산안이 올라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송봉이 드리는 문건을 받으시였다.

깐깐스레 검토한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는 문건표지에는 당초 현대화안을 작성한 사람들이 반영했던것보다 절반이나 줄어든 자금량이 겹으로 둘러친 동그라미안에 똑똑히 적혀있었다.

《자금타산안을 동무가 수정했소?》

《예, 그들에게 통이 크게 작전을 세워보라고 했더니 욕심만 앞세우면서 타산안을 너무 뭉청뭉청 세운것이 결함이였습니다.》

《여기 이 〈문형개조〉라고 쓴건 뭐요?》

《북천기계공장에 오래동안 사장되여있는 문형후라이스반이 있는데 그걸 개조하면 능히 5면가공반으로 만들수 있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거기서도 적지 않은 자금예비가 나오게 됩니다.》

아래단위들의 생산실태는 물론 속주머니까지 말끔 꿰들고있는 박송봉이고보면 북천사람들이 혼맹이를 뽑을만도 하였다.

《좋소, 그런데 이걸 누구한테 맡겼으면 좋겠소?》

《련하기계에 맡기면 해낼수 있다고 봅니다.》

《련하에…》 어쩐지 결론이 쉽게 나오지 않으시였다.

《지금 그들의 부담이 너무 많지. 설비개조문제는 좀더 두고보기요. 자령기계에서 기계를 수입해온게 언제였던가?》

《지난해 8월이였습니다.》

《그런걸 지금까지 한번도 돌려보지 못했다지?》

《예, 그것을 다룰만 한 기술자, 기능공도 준비되여있지 못한데다가 지금 그 공장 지배인이 결원상태입니다.》

《그것 보오.》

그이께서는 허공에 비스듬히 손칼을 그으시였다.

《사람이 준비되여있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소. 기술자, 기능공들을 양성하는 사업을 말타고 버선 깁는 식으로 해서는 안되오. 일군들부터가 앞장서야 하오. 내가 한 3년전에 자강도에 갔을 때 연형묵동무한테도 마우스 쥐는 법을 배워주었댔는데 그새 일만 일이라고 하면서 다 잊어버리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소.》

두팔을 가슴우에 엇포개신채 《자령, 자령기계…》라고 곱씹으시던 그이께서는 결심을 내리신듯 확정적으로 말씀하시였다.

《지배인은 인차 보내줍시다.》

렬차가 멎어서는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시던 그이께서는 평북도당 책임일군들이 인사를 드리려고 차에 올라와서야 밖을 내다보시였다. 벌써 다른 차칸에 타고있던 일군들이 승강대를 내려서고있었다. 허연 산발들이 아직 고난의 행군의 흔적이 력력한 뙈기밭들을 눈속에 감추고 태연한 모습으로 늘어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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