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 회)
제 1 편
제 5 장
4
1995년 4월 29일 이른아침에 봉화기계공장으로 들어선 두대의 뻐스는 시내 출퇴근길에서 흔히 볼수 있는 한쪽에 접이문이 달린 보통뻐스였다. 차들은 김경조를 비롯한 공장일군들이 대기하고있는 정문앞을 그냥 지나쳐 마당을 한바퀴 돌아 멎어섰다.
《그동안 잘들 있었습니까?》
《인사들 하시오. 이 공장 지배인과 당비서동무요.》
동행한 일군들속에는 박송봉과 안시학도 있었다.
곳곳에 꾸려진 화단들에는 조팝나무, 두봉화, 철쭉 등 산골정서가 풍기는 꽃들이 무지무지 피여났는데 키 큰 가로수들이 요람을 지키듯 빙 둘러선 구내는 마치 한폭의 꽃천을 베여놓은듯 했다.
《내가 이 공장에 처음 왔던게 1963년이였던가?》
《예.》 하고 김경조가 대답올렸다. 《그후에도 여러차례 우리 공장을 다녀가시였습니다.》
구내길을 따라 시선을 펼쳐가시던
《저기 보이는게 은정원이구만. 동무가 저걸 지어놓고 창광원까지는 몰라도 문수원과는 당당히 겨룰수 있다고 했댔지?》
그때가 생각나는듯 김경조는 꿋꿋하던 얼굴에 웃음을 피웠다.
《원래 물이 발랐던 이 고장에는 〈구입지〉라는
제품전시장에 들어서자 곧 넓은 홀이 나졌다.
모두 다음안내를 기다리고있는데
《이게 CNC가 아니요!》
환희에 넘치신 음성이시였다.
CNC?!… 그야말로 이상한 순간이 지나갔다.
《동무, CNC가 뭐요?》
한 장령이 온덕수에게 물었다.
온덕수는 입가에 손을 세워들며 조용히 속삭였다. 《여기서 〈미싸일〉이 나옵니다.》
베트우에 붉은 보호막을 두른 설비에는 《줄방-500나》라고 쓴 글자외에 표나는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나
《CNC공작기계가 나온것을 축하합시다!》
지금 무엇을 가공하는가고 물으시는
《간단한 3차원곡면이라?》
《일반공작기계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을 간단하다오.이게 바로 창조요. 이러한 창조에는 반드시 〈위대한〉이라는 말을 붙여야 하오. 련하기계에서 확대재생산은 어떻게 조직하고있소?》
《회사단위들의 관리운영세칙에 따라 리윤의 일부를 국가에 납부하고 원가와 기타 부가금을 제외한 나머지로 하고있습니다.》
지배인이 올리는 대답에 박송봉이 설명을 보태였다.
《모체공장에서 갈라내는 몫이 또 있습니다.》
《그러니 실지 련하에 가는 몫은 얼마 없겠구만.》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보시던
《담배를 가지고있소?》
《예, 그런데…》
피우시지 않던 담배를 찾으시는것이 놀라운듯 했다.
부관이 꺼낸 담배를 갑채로 받아드신
온덕수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남자들끼리 뭘 그러오. 어서 받소.》
그리고 기대앞으로 다가가 손을 얹으시였다. 가벼운 진동이 느껴지시였다. 산인간의 가슴에 손을 얹은듯 흥분이 북받치시였다.
《우리는 지금 결과를 보고있소.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 출발을 위해서 그리고 과정을 위해서 고귀한 땀과 지어는 생명까지도 바치였소. 과학자, 기술자, 로동자동무들! 고맙소. 나는 CNC줄방전가공반을 만드는데 기여한 전체 동무들에게 당중앙위원회와 공화국정부의 이름으로 특별감사를 드립니다.》
또다시 박수가 터져올랐다.
그 소리에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지 않고서는 피흘려 쟁취한 사회혁명, 계급혁명의 성과도 지켜낼수 없다는 경종을 들으시였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기술전이라고 말한다.
문자그대로 싸움이다. 우리를 질식시키려는 제국주의자들이 어째서 봉쇄와 제재의 항목에 쌀이나 원유보다 첨단과학기술의 이전 및 교류를 차단하는 조항부터 박아넣었겠는가. 그것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면 먹을것도 나오고 입을것도 나오고 잘살게 된다는 반증과도 같다. 제국주의자들은 우리가 세월이 흐를수록 더 낡고 뒤떨어져서 나중에는 석기시대가 사라졌듯이 그렇게 우리의 사상과 제도와 력사가 저절로 종말을 고하기를 바라고있다.
허나 절대로 그렇게는 안될것이다.
《동무들, 오늘날 조국의 부강발전을 위한 힘을 키우는것보다 더 큰 애국은 없습니다. 일심단결과 총대, 발전된 과학기술이 우리의 희망이고 우리의 무기이며 우리의 구호입니다. 애국으로 불타는 뜨거운 심장들이 조선이라는 그 이름을 영원히 지켜갈것이며 인민의 뜻으로 서있는 내 나라에 아침은 영원히 빛날것입니다!》
세번째로 박수소리가 터져올랐다.
《끝으로 강조할것은 련하기계의 기술자후비육성에 힘을 넣는것이요. 오늘 교육부문사업을 맡아보는 동무들도 함께 왔는데 앞으로 대학졸업생들가운데서 인재들을 엄선하여 련하기계의 기술력량을 보강해주는 사업을 책임적으로 해야겠소.》
《권춘호? 고향이 안흥이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이름이 낯익은데…》
《예, 김책공업종합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고향에도 큰 기계공장이 있는데 련하에 오겠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권하세지배인이 공장관리운영을 잘하지 못해 말밥에 오르고있는데 그의 아들이 련하에 편지를 보내왔다는 사실이 스쳐지나게 되지 않으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