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 회)
제 1 편
제 5 장
2
련하기계에서 넘겨받은 설비들을 선박수리공장에 이관하고 련동시험까지 끝냈을 때 박송봉은
《박송봉동무, 지금 당장 나에게로 오시오.》
차를 달리는 동안에도
《이곳에 계시오?》
《예, 벌써 반시간이 지났습니다.》
문은 한뽐가량 열려있었다. 옷매무시를 바로잡고 막 문을 당기던 박송봉은 전기에라도 감전된것처럼 흠칫 손을 가드라뜨렸다.
무겁게 거닐고계시는
회의실안이였다. 그것도 그저 회의실인것이 아니라
《여기가 어딘지 알겠소?》
《예, 알겠습니다.》
《그럼 말해보시오. 련하기계를 어떻게 했다구?》
《실은… 선박공업부에서 당장 배무이를 해야겠는데 기관생산이 걸렸다고 제기해오기에 련하기계동무들과 토론을 하고…》
《토론을 했다고?》
《너무해.…》 하고
《너무하단 말이요. 난 사실 이 문건들을 받아보았을 때까지도 이다지 가슴아프지는 않았댔소. 그 몇몇 사람들이 기우뚱거린다 해도 내곁에는 연형묵이, 박송봉이 이런 굵직한 사람들이 억척같이 서있다고 믿었기때문이요. 그런데 동무는 사람의 믿음에 어쩌면 이렇게까지 아픈 상처를 낼수 있는가? 어디 좀 말해보시오.》
박송봉은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련하는 지금 요람에 앉혀놓고 잠시도 눈을 떼지 말아야 할 아기요. 우리가 걸음마를 떼주고 밥술을 떠먹이면서 품에 껴안고 키워야 할 옥동자란 말이요. 련하의 보호자는 나요,
련하!…
그것은
기뻐하시는것, 아파하시는것, 바라시는것, 꿈꾸시는것, 지어 감추고계시는것까지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동무들이
《인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옳소, 인민이요.》
조용히 문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책임서기였다.
그는 잠시 문가에 서있다가 약간 숙인 자세로 다가왔다.
《알겠소. 오늘 정치국회의는 여기서 합시다.》
잠시후 참가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늘 토론될 문제는 내가 다 이야기했으니 동무는 이길로 련하설비들을 되돌려주고 오시오. 밤이 열둘이라도 기다리겠소.》
박송봉은 대답조차 변변히 올리지 못하고 돌아나왔다.
차에 오르자 그는 돌덩이처럼 웅크리고있다가 종시 격해지는 마음을 누를수 없어 모자채양을 끄당겨 눈두덩을 덮어버렸다.
왜서인지 눈물이 걷잡을수없이 흘러내렸다.
씻고싶지 않았다. 입술을 타고 흘러드는 쩝쩔한 눈물맛은 몽당바지에 헝겊으로 발을 가리우고 《네가 박길의 아들이란 말이냐?》 하고 부르시는수령님의 옷자락을 적셔드렸던 그 눈물맛과 꼭같았다. 잊고있었던 눈물이였다. 그래서 당하는 아픔이였고 그래서 더 흘리고싶은 눈물이였다.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의 얼굴조차 모르고 자란 그였다.
그가 세살땐가 길가에서 놀고있는데 웬 수염이 더부룩한 마차군이 다짜고짜 말발구에 걷어싣고 어데론가 달려갔다. 기겁한 그는 때자욱이 알룩달룩한 손으로 얼굴에 광대를 그리며 울어댔다.
어느 골깊은 오두막에서 한 녀인이 달려나왔다.
그를 덥석 그러안더니 뼈마디들이 앙상한 몸을 쓸어보며 눈물을 흘리였다. 어린 송봉으로서는 자기를 위해 그토록 슬피 울어주는 사람을 처음 보게 된 날이였다. 눈물을 그치자 녀인은 그의 손에 사탕을 쥐여주었다. 그것을 받아쥐고는 겁에 질려 달아나려는 송봉의 귀쪽을 쥐여 당기며 마차군이 말해주었다.
《네 엄마다, 너를 낳아준 엄마란 말이다!》
어머니는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막돌처럼 버림받던 몸이 어느분의 손에서 이만큼 사람이 되였길래 벌써 그것을 잊는단 말인가. 박송봉이, 어디 말해보라…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도 모자채양은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