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회)
제 1 편
제 2 장
2
오후에
바로 전날 밤에 헤여지신
연형묵에게 해주항을 확장하고 새로운 세멘트공장건설을 다그칠데 대한 교시를 주시였다더니 혹시 그때문에?… 아니면 국가계획위원회에 과업을 주신 문산공구공장의 자재보장문제때문에 오시는것인가?…
더 앉아계실수가 없었다.
보시던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오신
멀리 앞쪽의 활등처럼 굽어든 길녘에서 번쩍하고 차창빛이 반사되더니 귀익은 발동소리가 들려왔다. 경적소리가 짧게 반복하여 울렸다. 중속으로 달려온 승용차는
《왜 여기까지 나와있소?》
차창을 내리우며
《머리쉼도 할겸 마중을 나왔습니다.》
《하기야 좀 갑갑할수 있지. 어서 타오.》
《걸을가?》
초여름에 들어서면서 제법 화끈해진 해빛이
《내가 갑자기 왜 왔는지 궁금하지 않소?》
《글쎄… 전 혹시
《이것 좀 보오, 내가 오늘 부자가 됐소.》
《이런 노래가 있지? 이 많은 분배를 어디에 다 쓸가…》
《그래, 생겼소.》
《대단하지. 몇만원 잘되는데 한 절반쯤 세고나니 눈앞이 아물아물 해서 어디 세겠더라구. 그래 채순이 손까지 빌려썼지.》
채순이란
《이 많은 돈을 어디다 쓸가 하니…》 하고 금시 말씀해주실듯 하던
《글쎄 어디다 썼으면 좋을가?》
하기야 언제 이렇듯 많은 《개인재산》을 놓고 용도를 가늠해본적이 있으시였던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허허, 야단이요. 돈이 많으니 정말 야단이요. 내 그래서 여기로 오면서 이 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냥 궁리해봤소.
가만, 우리 저기 풀밭에 좀 앉지 않겠소?》
《이 돈을 기계공업부문에 써주오.》
《내 많이 생각해보고 그러는거요. 글쎄 쓰자고 보면 많은 돈이 아니지. 그렇지만
《내 앞으로도 그 고생만은 벗겨줄것 같지 못해 그러오.》
불과 몇시간전까지도
년초에 여러 도들을 현지지도하시면서 강조하신것도 그 문제이지만 역시 우리 일군들에게는 지난 시기 만족하게 주어진 조건과 환경속에서 경제관리를 손쉽게 해오던데로부터 조성된 난관을 자체로 뚫고나가려는 강의한 투지와 혁명성이 부족했다.
일군의 직무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작년에는 함경북도에서 너무 우는소리들을 하길래 무산광산의 철정광생산계획을 좀 떨구어 3차 7개년계획문건까지 수정하도록 했소. 김철에서는 덩지 큰 랭간압연박판생산기지를 꾸려놓고도 탈산제용알루미니움이 없다고 우는소리지, 성강에선 전기가 딸린대. 전력부문에 따지면 철도에 밀고 철도에선 또 금속이 매달 1만톤씩 넣어주게 되여있는 강판을 보장해주지 않아 화차를 무어내지 못한다는거요. 그러면 이걸 다
그런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다름아닌
(이 역시
《일을 많이 하라는 당부로 알고 받겠습니다.》
《고맙소.》
멀리 주단처럼 펼쳐진 잔디밭에는 포기배합을 한 각시원추리와 꽃창포, 타래붓꽃들이 군데군데 소담한 꽃무지를 이루고있었다.
그 진한 향기가 미풍에 실려왔다.
차도를 가로질렀던 나무그림자들이 주밋주밋 자리를 비켜서며 길어지고있었다.
《최윤동지배인이 자리를 내놓겠다고?!》
《박송봉동무의 보고를 들어보면 이번에 새 기계의 개발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자 심리적압박을 받은것 같습니다.》
봉화기계공장에서 벌어지고있는 일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보고드리면서
《봉화기계공장의 실례가 보여주는것처럼 단위별로 벌어지는 기술혁신운동이나 과학자, 기술자돌격대운동만으로는 기계공업의 총적현대화를 원만히 실현할수 없다는것이 명백해지고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우리 나라 기계공업의 현대화를 앞장에서 이끌어갈수 있는 모체기술집단을 조직하고 기술주도형의 새로운 기업관리방법과 경영방식을 창조해보자는것입니다.》
《기술주도형의 기업관리방식이라?》
《예. 지금 세계는 전통적인 생산수단에만 매달려 물질적부를 창조하던 기계제산업시대로부터 지식산업시대로 확고히 이행하고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우리 일군들의 인식에는 과학기술과 생산이 분리되여있으며 기술집단은 다만 연구집단인것으로 오인되여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구시대적인 사고를 깨고 첨단기술의 연구와 도입, 생산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영활동을 주도하는 기술주도형의 본보기집단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음, 멀리를 내다보고 한 결심같구만.》
새힘이 북받치신듯
《걷자구, 걸으면서 이야기하기요.》
두분께서는 오던 길을 되짚어걸으시였다.
《한데 예감이랄가, 왜 그런지 그 태아를 지금 기계공업이 품어안고 안타깝게 모지름을 쓰고있는듯 한 느낌이 듭니다.》
《일리가 있는 소리요. 기계공업은 공업국가의 견인기라고 말할수 있소. 그러니 경제를 주도하는 새로운 방식이 기계공업부문에서 창조되는것은 응당하다고도 볼수 있지. 기계…》 하고
《예,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러고보면 우린 기계와의 인연이 모두 깊지.》
두분께서는 어느덧 숙소마당에 이르시였다.
대기하고있던 승용차가 발동을 걸고 다가왔다.
《아무래도 휴가를 더 주지 못하겠구만.》
《최윤동지배인의 사직신청문제는 좀더 생각을 해봐야 할것 같소.》
20여일간의 생산실습을 마치고 대학으로 돌아가던 날 많은 종업원들이 그간 친형제처럼 정이 든 대학생들을 바래주러 나왔었다. 그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시던
《아, 오동무! 나를 찾아왔습니까?》
《사실은 물건을 돌려주자구…》 하고 말하는 처녀의 쌍까풀진 눈에서는 금시 서글픈 눈물이 맺혀 흘러내릴것만 같았다.
《전번경기때 해를 가리우라고 저에게 모자를 씌워주지 않았댔나요. 그때 장난을 하다가 이 모표꼭지를 부러뜨렸댔는데…》
그의 손에는 납땜으로 꼭지를 이어붙이고 정성스레 도금까지 한 대학모표가 쥐여져있었다. 모자를 벗어드신
곧 모엿구령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