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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소설

 

《12월의 그이》

황용남

 

  (제 1 회) 

 

1

 

국상이 선포된 다음날이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금수산기념궁전(당시)의 위대한 장군님 령전에서 호상을 서고계시였다. 천갈래만갈래 눈물이 모여 시내를 이루고 그 시내들이 합쳐져 대하를 이루는 합수목에 그이께서 서계시였다.

제일 뜨거운 눈물을 품으신, 가장 많은 눈물을 안으신 그이께서 손수건 하나를 줌에 쥐고계시였다.

신문 한면에 걸쳐 발표된 국가장의위원회의 명단의 맨 앞자리에 계시는 오직 그이만은 맘놓고 곡성을 터뜨릴수도 없으셨다. 항일혁명투사들과 전쟁로병들, 공로있는 과학자, 기술자들과 이름있는 예술인들, 인민군장병들과 로력혁신자들… 어버이장군님과 혈연의 정을 맺고 살아오던 유명무명의 이 나라의 식솔들이 눈물에 가리운 망막너머 한폭의 붉은기를 덮고 누워계시는 위대한 장군님의 모습이 비껴들자 일시에 그 자리에 꼬꾸라졌다. 그들모두를 비운속에서 건져주실분은 오직 김정은동지뿐이시였다.

눈물의 멀기가 그이를 향해 사정없이 밀려들었다. 한차례 또 한차례…

그이께서 파도를 부시는 억척의 바위이기라도 한듯…

두시간만에야 그이께서는 령전을 떠나시였다. 그이께는 인민과 슬픔을 함께 할 시간마저 넉넉치 못하시였다. 잠시 쉬시려는듯 위대한 장군님께서 조용히 눈을 감으신 그 순간부터 력사의 짐은 모두 그이의 어깨우에 옮겨졌다. 열백밤을 패워도 정열과 패기에 넘치시던 김정은동지께서는 자신의 두어깨에 실려오는 참으로 무겁게 압박하는 중하를 느끼시며 견디기 어려운 순간순간을 보내고계시였다.

그 짐이 그렇게 무거웠던가. 그 짐우에는 눈물의 무게가 덧얹혀있었다.

울음홀의 옆방.

문건더미를 안고들어와 탁우에 올려놓은 일군들이 죄를 지은듯 그이앞에 머리를 떨구고 하염없이 눈물만 삼키고있었다.

《용서해주십시오.… 이건 모두 장군님께서 자신께 직접 보고하라고 하신 문제들과 시간을 다투는 국가중대사들입니다. 장군님의 결론을 받아야만 했던…》

그이께서는 따로 놓인 문건들부터 끄당겨보시였다.

《위대한 김정일장군님께 보고드립니다. …》

순간 그이께서는 피끗 눈길을 드시였다.

《이 문건들은?…》

《야전렬차의 집무탁우에 놓여있던 문건들입니다. 장군님께서 미처 보아주지 못하고 가신…》

꺽꺽 갑자르던 그 일군이 종시 울음을 터뜨리고말았다.

《우린 장군님께 너무나 많은 부담을 끼쳐드렸습니다. 가시는 마지막순간까지…》

김정은동지께서는 한손으로는 도저히 잡아쥘수 없는 두툼한 문건더미를 두손으로 들어보시였다. 장군님께 얹혀지던 무거운 부담을 가늠이라도 해보시는듯…

일군들은 죄책감에 어쩔줄을 몰랐다. 이것 말고도 많은 문건들이 해당 부서들에서 보류상태에 있다는 말씀을 차마 올릴수 없었다. 그밖에도 조선중앙통신사에서 올려오는 정세자료들과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서 종합한 애도기간 청소년들의 미거들, 수십년래의 폭설로 여러군데 교통이 끊어진데 대한 철도성의 보고, 창전거리살림집건설장의 실태자료들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산더미를 이루고도 남을것이다.

경제문제, 군사문제, 외교문제…

그이께서는 문건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하시였다.

《CNC어미기계의 총조립을 마친 명하기계의 과학자, 기술자들에게 꽃다발을 안고 찾아가시겠다고 장군님께서 약속하셨다며 시운전을 못하고있습니다. 장군님께서… 그 기계의 시운전을 어찌 저희들끼리 하겠는가고…》

《중국, 로씨야를 비롯한 린방들에서 보내온 조전들에 외교상관례에 따르는 답전들을 어떻게 하겠는지 가르치심을 주셨으면 합니다.》

《평양산원에서 세쌍둥이가 태여났습니다. 그들에게 안겨주던 금반지와 은장도를 어떻게…》

여기까지 보신 김정은동지께서 나직이 물으시였다.

《이건 무슨 뜻입니까? 금반지와 은장도를 어떻게 한다는건?…》

한 일군이 그이앞에 나섰다.

《예, 금반지와 은장도는 장군님의 선물로 수여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알만 합니다.》

슬픔을 안고계시는 그이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문제만은 즉석에서 답변을 주시였다.

《애도기간에 태여난 새생명들은 다 장군님의 축복을 받으며 태여난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아마 장군님께서도 지금 세쌍둥이의 소식을 들으시고 기뻐하실겁니다.》

다시 문건들을 분류하기 시작하는데 그 문건들도 집어드시는 족족 오른쪽으로 옮겨져 다시 쌓였다.

《외국대표단을 받지 않기로 한 조건에서 해외동포들과 외국인사들이 개인명의로 입국신청을 해온데 대한 자료들을 보고드립니다.》

《중대방송청취중에 의식을 잃고 도병원에 실려갔던 구봉령도로관리원 김성녀동무가 스물다섯시간만에 의식을 차리고 다시 가족소대원들과 함께 초소에 섰습니다.》

《중대방송이 나간지 30분만에 남조선괴뢰군과 경찰무력에는 비상체제에 들어갈데 대한 지시가 하달되였습니다.》

그이께서는 자신의 앞에서 결론을 기다리고있는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조선인민군 주요지휘성원들을 잊으신듯 잠시 어깨를 뒤로 젖히시며 두눈을 감으시였다.

젊음과 정열이 온몸에 넘치시는것으로 하여, 볼우물이 패이는 그 특이한 웃음으로 하여 첫순간에 우리 인민을 매혹시킨 그이께서 이 순간만은 몹시 지치신듯싶었다. 사흘낮, 사흘밤 단 한순간도 눈을 붙여보지 못하신 그이이시였다.

그이께서는 귀전에 높아지는 호곡소리에 눈을 뜨시였다.

문가에 당중앙위원회 정선일비서가 나타났다.

그 역시 문건이 든 봉투를 옆에 끼고있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초안을 가지고왔습니다.》

그가 문건을 꺼내 그이앞에 놓아드렸다.

그것을 얼핏 일별하고나신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시 눈길을 정선일에게 주시였다.

《아직까지도 태도변화가 없습니까?》

그 음성에는 안타까운 기대감이 어려있었다.

《대장동지! 점점 더 못되게 나오고있습니다. 〈급변사태〉가 도래했다고…》

정선일은 더이상 다른 말을 올릴수 없었다.

《급변사태라?… 우리가 당한 불행이 그들에게는 어떤 기회로 된단말이지요?》

그이의 눈가에서 섬광이 번쩍했다.

《민족의 어버이가 가시지 않았습니까. 다른것은 말고라도 우리 나라를 군사강국의 지위에 올려세워주신…》

《대장동지! 명박이는 천하에 다시없을 패륜아입니다. 조선민족의 미풍량속은커녕 인간으로서의 초보적인 의리라도 있다면 어찌 감히… 그것들은 남조선인사들과 개별적단체들이 조의문을 발송하는것마저 가로막았습니다. 남조선땅에서는 말할것도 없고 개성공업지구에 들어와 있는 민간기업인들에게까지 조의를 표하는 경우 기업에 불리한 결과가 차례질것이라고 공공연히…》

《그만하시오, 비서동무!》

낮으나 저력있는 음성이 정선일의 말허리를 잘랐다. 인민무력부장이였다. 그는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으며 김정은동지께로 돌아섰다.

그러쥔 그의 주먹이 우들우들 떨고있었다.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동지!》

그는 김정은동지의 직함을 또박또박 그루박아 불렀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제 자신이 하게 될 말이 일개인이 아닌 전체 조선인민군 장병들의 심정을 담은것임을 강조하려 했다.

《지금 화선의 병사들은 통일의 광장에 장군님을 모시지 못한 죄책감으로 가슴을 치고있습니다. 통일을 위하여 그처럼 애쓰시다 가신 장군님이신데 그것들이 정 그렇게 나온다면…》

심장속에서 마디마디 끄집어내는듯 하던 그의 말이 홀에서 또다시 높아지는 통곡소리로 잠시 끊어졌다.

《지금 홀에 누구들이 왔습니까?》

김정은동지께서는 누구라 대중없이 물으시였다.

《감나무중대와 들꽃중대의 녀병사들입니다. 장군님께서 생전에 그처럼 사랑해주시던…》

인민무력부 일군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일시에 그이의 앞으로 한발작 다가섰다.

《명령을 주십시오. 우리의 총대는 젖지 않았습니다.》

방안을 채우는 그 웨침소리들에서 후두둑 눈물이 떨어지는것 같았다. 지글지글 끓는 용암이 분화구를 찾지 못해 몸부림쳤다. 우리의 부고에 접하자 소위 정부소신이라는것을 발표하면서 억지로 《위로》라는 말 한마디를 박아넣고는 그마저도 《지도부와 분리하여 주민들에게 한하여》라고 함으로써 천추에 용납 못할 대죄를 저지른 리명박패당에 대한 분노였다.

《대장동지!》

전선서부에 위치한 군부대장이였다.

《오늘 아침부터 남조선것들이 인간쓰레기들을 내세워 우리 부대 전방지역인 분계연선에서 입에 담지 못할 악담질을 퍼부으며 삐라살포행위를 감행하고있습니다. 저는 부대를 떠나오면서 저의 권한으로 모든 포진지들에서 방수포를 벗겨놓을것을 지시했습니다.》

무시무시한 분노가 방안에 흐르고있었다.

《한수남비서동지!》

그이의 음성은 뜻밖에도 온화하시였다.

《예!》

《그게 언젭니까? 장군님의 조문특사로 남조선에 갔던 때가?》

《2년전입니다. 2년전 8월…》

《불과 2년전인데…》

2년전 8월, 북남간의 모든 교류협력이 중단되였다.

《잃어버린 10년》을 부르짖고있는 리명박정권의 대결의 광기는 금강산관광객사건을 계기로 극도에 달했다.

온 겨레가 열광하는 우리의 핵보유에 질겁하여 외세와 야합한 놈들의 책동은 더욱 악랄해졌다. 6. 15의 훈훈한 열풍이 급작스레 얼어붙었다.

《실용정부》로 명명한 반역정권의 출현이래 그 반민족적, 반통일적행적을 때리는 우리 론평원의 글이 나가고 북남관계는 6. 15이전시기로 아니, 그보다 더 악화되였다. 그럴 때 김대중이 사망하였다.

장군님의 특명을 받은 조문특사의 서울출현은 동족대결의 찬서리가 하얗게 내돋은 남조선땅에 불어온 한줄기의 봄바람이였다. 당중앙위원회 비서 한수남이 인천비행장에 내렸을 때 남조선사람들은 장군님의 넓으신 아량과 동포애에 깊이 머리숙였다. 인천-서울연도에 늘어선 군중들이 꽃다발을 흔들며 환호를 올렸다.

김정일국방위원장님의 넓으신 도량과 동포애로 하여 김대중은 우리 민족사에 영원히 남게 되였다.》

《국토는 허리잘렸어도 아픔을 함께 하는 동족의 피줄은 연연히 흐른다.》

동시에 정국을 공화국을 반대하는 대결장으로 만들어놓은 리명박에게 비난의 화살이 더 집중되였다. 조문특사를 안 만나겠다고 한사코 발버둥치던 리명박이도 끝내 그를 만나주지 않을수 없었다. 한수남은 장군님의 구두친서를 전달받고 당황망조하여 어떻게 처신하면 좋을지 몰라 허둥대던 그의 모습이 생각키우면서 치미는 환멸을 금할수 없었다.

개꼬리 10년 가도 황모가 못된다더니 그때를 생각해서라도 어쩌면 이럴수 있단 말인가.

《남쪽문제는 좀 있다 토론하기로 하고…》

그이께서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의 성명초안을 왼쪽에 놓으시였다. 《조령근1부부장동무가 지금 호상을 서겠는데 그를 좀 찾아주시오.》

인차 조령근이 들어섰다.

《장군님을 마지막으로 바래드리는 길인데 전국각지의 장군님연고자들을 모두 평양으로 불러와야겠습니다. 지금 곧 각 도당들에 이 사업을 포치하시오.》

《알았습니다. 그런데 량강도와 함경북도가 야단입니다. 폭설로 인하여 지금 그쪽 철길이…》

조령근은 철도성의 실태자료를 상기하며 말씀올렸다.

《그리고 평양-원산관광도로도 전구간이 눈에 묻혔습니다. 특히 솔재령은 눈이 조금만 내려도 교통이 중단되는 곳인데 지금처럼 장설이 쌓인 상태에서는…》

그이께서 조령근의 말허리를 자르시였다.

《량강도와 함경북도에는 비행기를 띄웁시다. 그리고 강원도의 륙로는 열릴것입니다. 영결식참가자들이 눈에 막혀 가지 못한다는것을 알면 한밤중이라도 우리 군대와 인민들이 떨쳐나설것입니다.》

《알았습니다.》

《우리는…》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씀하시였다. 《우선 인민들이 맘놓고 울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하루빨리 슬픔을 가시고 일어설수 있습니다. 불행을 당했을 때 눈물조차 맘놓고 흘리지 못하면 그 눈물이 응어리가 집니다. 그 응어리는 평생가도 풀리지 않는 한으로 남을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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