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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12월의 그이》

황용남

 

  (제 2 회) 

 

2

 

하늘도 땅도 하얗게 상복을 입었다.

김정은동지께서 타신 승용차는 4. 25문화회관과 김일성광장을 지나고 다시 옥류교를 건너 당창건기념탑쪽으로 향하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차를 김일성김정일화온실 앞도로에 멈추도록 하시였다.

《이곳에까지 조의식장을 꾸려놓았으니 평양시안에 여섯군데가 있게 됩니다. 인민들이 이 추운 날에 조의를 표하러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될겁니다.》

그이께서는 대동강을 등에 지고 당창건기념탑을 바라보시였다. 환하게 웃으시는 장군님의 영상이 한눈에 안겨왔다. 불빛이 환한 당창건기념탑 교양마당이 사람들로 꽉 들어차있었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발사이로 추도곡이 가슴저미며 울려왔다.

《지방의 연고자들과 로력혁신자, 과학자, 기술자들까지 부르면 애도기간 금수산기념궁전조의명단에 놓친 사람들이 또 없겠는지 곰곰히 따져보십시오.》

《예, 지방에 있는 연고자들까지 다 불렀습니다. 그리고 총련과 재중조선인련합, 재로조선공민중앙협회, 고통련조문단도 인차 평양에 도착하게 됩니다.》

찬바람이 몰아쳤다.

한수남과 정선일은 모자도 쓰지 않으신 그이의 신상이 념려되였다.

《그럼 다 온단 말이지요?》

그이께서는 정선일을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정선일비서동지 생각엔 어떻습니까? 남조선인민들 말입니다. 그들이 없이 장군님과 영결하는게 마음이 걸리지 않습니까?》

《아까도 말씀올렸지만 리명박패당은 조의문발표마저도 가로막고있습니다. 지금형편으로는 남측에서 조문단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할수 없습니다. 당국자들이…》

그이께서는 자신의 의도를 깨닫지 못하는 정선일에게 안타까운 눈길을 돌리시였다.

《당국자들은 그래도 남조선인민들은 오고싶어할것입니다. 거기에도 장군님의 서거로 몸부림치는 우리 겨레가 있지 않습니까. 그들의 눈물을 우리까지 지켜주지 않으면…》

눈물을 지켜주다!

그이께서는 지켜주셔야 할것이 너무도 많았다. 너무도 컸다. 인민의 운명과 미래가 그이께 달려있었다. 혁명의 전도와 민족의 자주권을 수호하셔야 했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우선 눈물부터 지켜주자고 하신다.

정선일의 가슴에서는 울음홀의 옆방에서 터져올랐던 그 분노가 다시 끓어올랐다.

《지금 어리석게도 리명박패당은 〈북의 내부소요시 대응안〉이니 〈대거 탈북시의 대응안〉이니 하는것들을 언론에 흘리면서 우리의 제도가 당장 허물어질것처럼 여론을 오도하고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체제〉하에서의 통일을 이룩할수 있는 성숙된 기회가 도래했다고까지 공공연히…》

확확 입김을 풍기며 열변을 토하는 정선일의 격한 부르짖음에 한수남도 피가 끓어 얼굴이 홧홧 달아올랐지만 그이의 표정은 너무도 태연하시였다.

정선일의 말을 받아 한수남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성명부터 빨리 내보내서 멍든 가슴들에 칼질을 하고있는 리명박을 벌거벗겨 만천하에 내세우고 두들겨야 할것 같습니다. 지금의 정세로 보아…》

그이께서 두사람을 번갈아보시였다.

《정치적으로 무지하고 도덕적으로 저렬한 리명박패당의 머리속에서 나온 그런 〈붕괴설〉따위에 귀를 기울일 사람은 없습니다. 나도 지금은 그에 일일이 꾸짖을 생각이 없고… 슬픔은 어떤 분노가 생긴다고 가셔지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가슴을 허비는 추도곡이 바람소리를 누르며 울려왔다. 대동강가의 키높은 나무가지들이 우우- 소리를 내며 울부짖고있었다.

여전히 한모습 웃고계시는 장군님의 태양상을 우러르며 인파는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내 생각에는 이렇게 했으면 합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성명은 잠시 접어두고 남측에 조문길을 열어놓을것을 강력히 요구해야겠습니다. 우리 장군님의 권위와 업적 그리고 조선민족의 조상대대로 내려온 인륜을 따지며 당국자들을 다불리면 그들도 어쩌지 못할것입니다. 정치인, 경제인, 여당, 야당 할것없이 모두 오라고 합시다. 우리 동포들이 오는 길은 판문점을 비롯해서 하늘길, 배길 다 열어놓아야겠습니다.》

《저어, 대장동지…》

그이의 크나큰 도량앞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수 없는 정선일이였지만 우려되는바를 숨김없이 말씀올리였다.

《지금 남조선당국의 처사로 봐서 나라의 남쪽대문을 열어놓는것은 심중한 문제입니다.》

남조선당국은 우리의 중대방송예고가 나가자 제딴에 《제3차 핵시험》이 아니면 《우라니움농축중단》에 대한 발표일것이라고 주절대였다고 한다.

리명박이 불에 덴것처럼 놀라 《국가안전보장회의》란것을 벌려놓고 지시했다는것도 《급변사태시 국정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책을 바삐 완료하라.》는것이였으며 그래서 《급변사태대응책》들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온것이다.

《이렇게 까마귀 꿩잡아먹을 어처구니없는 망상에 사로잡혀있는것들인데 우리가 모든 통로들을 열어놓는다면 그것들이 할짓이 보나마나 뻔하지 않습니까. 애도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목적으로 불순모략분자들을 들여보낼수 있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만수대언덕쪽을 바라보시였다.

수령님의 동상이 모셔져있는 만수대언덕, 애도기간 첫날에 장군님의 동상을 찾을길 없었던 사람들이 꽃을 안고 그곳으로 모여들었었다. 그리고 장군님을 잘 모시지 못한 자신들을, 이날까지 그이의 동상 하나 모시지 못한 불충한 자신들을 타매하며 눈물을 흘렸다. 자정이 되여오는 지금도 만수대언덕으로는 민족의 어버이를 잃고 잠 못드는 이 나라 인민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있다. 저 발걸음에, 저 눈물에 과연 찬물을 끼얹을수 있단 말인가.

김정은동지께서는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좀스런것들이니 좀스런짓을 할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인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흔들수 있겠습니까?》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조의행사들에 사소한 불미스러운 일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선일의 립장은 견결했다. 《그들이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에서 몽유병환자의 환각증세같은것이 나타나고있습니다. 우리의 국상을 손쉽게 〈흡수통일〉을 달성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있는 그들이 어떤 미친짓을 하겠는지 알수 없습니다.》

《그들이 왜 그런 허황한 망상에 사로잡혀있다고 봅니까?》

《현당국의 정치인이라고 자처하는것들이 우리에 대하여 너무도 모르기때문입니다. 지금 그들은 수령님서거때처럼 또다시 〈붕괴설〉을 떠들고있습니다. 그때는 오판했지만 이번에는 틀림없다는것입니다. 이번 〈붕괴설〉의 주요론거로 〈지도력의 부재〉를 운운하고있는데 그것은 우리 나라에 후계자의 령도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상을 당한것이 94년서거때와 다른 점이라는 분석으로부터 나온것입니다. 이런 야망을 가진자들에게 대문을 열어놓는다는것은 아무래도… 정 조문단을 받아야 한다면 우리가 엄선해서…》

《〈지도력의 부재〉란 말이지요?》

그이께서는 앞섶을 활 제끼시며 고개를 들어 눈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시였다.

그들이 말하는 지도력이란 곧 국가권력을 의미한다.

과연 그들은 우리 제도와 우리 사회가 권력에 의해서 유지되고있었다고 여긴단 말인가.

제도의 기초에 혈연의 정이 깔려있고 사회의 중심에 수령, 당, 군대와 인민의 일심단결이라는 위력한 힘이 있어 이 나라가 그처럼 강하고 그처럼 아름다운것이다.

《이 나라의 지도력이 무엇인지, 우리 제도의 불패성이 무엇인지 그들은 이번 우리의 추모행사를 통해 알게 될것입니다. 일없습니다. 문을 열어놓읍시다. 장군님께서 이처럼 훌륭한 인민을 맡겨주고 가시였는데 두려울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나는 저 눈물을 안고 혁명을 할것이며 저 눈물로 한평생 가슴을 적시며 장군님께서 걸으신 길을 이을것입니다.

우리 인민은 이번의 눈물속에서 더욱 강해질것입니다.》

눈이 미여지게 내리고있었다. 어느결에 승용차의 지붕우에도 흰눈이 수북이 쌓였다.

자정을 알리는 인민대학습당의 종소리가 눈내리는 대동강반을 깨우며 은은히 울려왔다. 한수남과 정선일은 크나큰 격정에 싸여 그 종소리를 듣고있었다. 그들의 귀전에는 그 종소리가 이렇게 웨치는것 같았다.

세계의 정치가들이여! 눈물을 알라! 눈물을 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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