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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6 회


제 8 장

5

유격대원들이 김중권이를 메고 마촌에 도착하였을 때 림성실을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김중권이와 림성실의 관계는 사람들속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때문이다.

구정부로 달려온 사람들도 고인에게 영결의 묵상을 하고 나오다가는 그가 해놓은 일의 크기를 말해주듯 마당에 산더미같이 쌓인 원호물자의 무지를 쳐다보며 눈물에 젖어 혀를 차거나 무거운 한숨을 짓기만 하였다.

그리하여 그 원호물자들을 근거지로 들여보내기 위해 목숨바친 젊은 투사는 남모르는 열정으로 사모해온 약혼녀의 눈물에 가슴도 적셔보지 못한채 영별의 시각을 기다리며 누워있었다.

장군님께서 구정부마당으로 달려들어오신것은 아침 10시경이였다. 마반산의 유격대진지에 나가 적정을 확인하시다가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오신 그이의 행전이며 팔굽에는 전호가의 흙이 누렇게 묻어있었다.

현관과 사무실에 빼곡이 들어선 사람들은 뒤로 물러서며 그이께 길을 내드리였다.

김중권의 몸에는 그때까지 붉은 기발이 덮여있었다. 비바람에 씻겨 색이 날고 얼룩이 진 기발이였다. 그것은 셋째섬을 지나올 때 그곳 일군들이 자기네 촌정부의 지붕에서 나붓기는 기발을 내려 덮어준것이다.

장군님께서는 군모를 벗고 김중권의 옆에 꿇어앉아 기발을 들치고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시였다. 김중권의 얼굴은 좀 부어보이고 눈은 반쯤 내리감겼다. 아직도 물기가 느껴지는 머리칼에는 강바닥 모래가 몇알 묻어있었다.

그이께서는 손으로 눈을 감겨주시고 꽃나이청춘을 자랑하던 칠흑같은 머리칼을 거듭거듭 쓰다듬어 모래알을 털어주시였다.

그러시고는 김중권의 얼굴에 기폭을 도로 덮어주시고 그옆에 머리를 떨구고 오래동안 움직임없이 앉아계시였다.

시간의 흐름조차 멎는듯 하였다.

그이께서는 문득 얼굴을 드시고 옆에 선 사람들을 둘러보시다가 격하신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성실이가 왜 보이지 않소?》

옆에 서있던 리재명이 그 말씀에 비분이 울컥 터져올라 머리를 외로 돌리며 눈을 껌뻑거렸다. 굵은 눈물방울들이 경련이 이는 볼이며 옷자락에 후두둑 뿌려졌다. 그는 바지주머니에서 누런 손수건을 얼른 꺼내 눈이며 코밑을 훔치고는 벌겋게 피진 눈으로 그이께 좀 조용히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향을 말하였다. 인민혁명정부 구위원회 회장이 된 이후로는 외모를 갖추는데서도 각별한 주의를 돌려온 그였건만 오늘은 모색이 말이 아니다. 머리칼은 되는대로 헝쿨어졌고 어떻게 된 노릇인지 양복저고리 옷단추도 둘이나 떨어져나가 벌건 가슴이 들여다보인다.

장군님께서는 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조용한 뒤울안으로 들어가시였다.

《좀 말씀드릴 일이 있어서… 성실동무는 지금 서대포에 나가있습니다.》

《왜 거기 나가있습니까?》

《아동단학교 아이들 겨울옷 만드는 일에 부녀회원들을 동원하느라고… 당장 눈이 오겠기에.》

《그 동무한테 알렸습니까?》

《너무 기막혀 알리지도 못했습니다. 달려와도 기막혀서 어떻게 알려줍니까…》

그이께서는 흐려지신 눈으로 재빛하늘을 묵묵히 쳐다보시였다.

《오면… 저한테 보내십시오!》

뒤울안에서 나오신 그이께서는 마당에 모여선 사람들의 인사도 제대로 받지 못하시고 곧바로 사령부로 올라가시였다.

방안에 들어가 어찌할바를 모르고 서성거리시던 그이께서는 배낭속에 깊이 간수했던 사진을 책상우에 꺼내놓고 그앞에 오래동안 머리를 숙이고 앉아계시였다. 언제인가 십리평에 가서 찍게 하신 사진이였다.

사진속의 김중권이와 림성실은 머리를 가지런히 하고 앉아있다. 림성실은 얼굴에 밝은 미소를 활짝 피웠고 김중권은 표정이 어색하게 굳어졌지만 한쪽입귀에 보일듯말듯 한 미소가 어려있다.

그이께서는 문득 책상모서리를 잡고 몸을 떠시며 비분을 터뜨리시였다.

《중권이!》

오후에 입술이 새까맣게 탄 전령병이 달려들어와 부녀회장동무가 온다고 알리였다.

림성실은 새로 지은 장군님의 통버선을 가슴에 안고 들어왔다. 달려오느라고 발그무레 상기된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내돋았다.

그는 말없이 통버선을 아래목에 놓고는 어리둥절해진 눈으로 그이를 바라보았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가고 묻는 눈길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성실이를 옆에 앉히시고 한동안 말씀을 못하시다가 그를 조용히 돌아보시였다.

림성실은 자기 운명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것을 막연하게 느끼는것 같았다.

《오다가 누구를 만났소?》

《리재명회장동무를 만났는데 부르신다고 해서…》

《또 누구를 만났소?》

《창억동무를 만났습니다. 먼발치에서 인사를 하고는 어째 그러는지 피하는것 같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장군님께서는 방바닥을 내려다보시며 한동안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가 큰 한숨을 쉬시였다.

《성실동무, 혁명투쟁과정에 있을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막상 당해놓고보니 어떻게 말했으면 좋겠는지… 아, 기막힌 일이요.…》

그이께서는 다음말을 어떻게 하였는지 모르시였다.

림성실은 놀란 눈으로 그이를 돌아보았다. 크게 떠서 불꽃처럼 타는 그의 눈은 잘못 전달된 소식이 아닌가, 왜 하필 그이가 그렇게 됐겠는가고, 다시 알아봐야 될 일이 아닌가고 완강하게 주장하며 요구하는것 같았다.

장군님께서는 그의 손을 꽉 잡으시였다.

그이의 머리칼이 이마우에 흩어져내렸다.

《나도 믿어지지 않소. 이게 거짓이고 사실이 아니였으면 얼마나 좋겠소. 그런데… 김중권동무는 지금 저 구정부사무실에 누워있단 말이요!》

그이의 절통한 음성이 방안공기를 흔들었다.

림성실은 아래입술을 깨물고 어딘가 먼 앞쪽을 뚫어지게 바라보는것 같았다. 그의 속눈섭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혔다. 그것은 피할길 없는 불행을 막아보려는 마지막저항의 눈물이였다.

《두만강에서… 어제밤 그렇게 됐소.…》

장군님께서는 김중권이 희생된 경위를 말씀해주시였다.

림성실은 저고리고름을 쥐여 눈을 가리우며 소리없이 울었다.

그이께서는 한동안 말씀을 끊으시였다가 조용한 음성으로 계속하시였다.

《국내 혁명조직들에서도… 김동무를 오래오래 잊지 못할게요. 성실이… 여기서 숨을 좀 돌리오. 좀 있다가 내가 동무해줄테니 같이 구정부로, 김중권동무한데로 가자구.》

장군님께서 그가 마음놓고 비분을 터칠수 있도록 방을 내주시고 밖으로 나가신지 얼마 안되여서였다.

성림이 밖에 내다 거풍을 시킨듯한 이불을 안고 들어와서 웃목에 내려놓고 나가려다가 림성실쪽을 돌아보며 울먹이였다.

새 이불이다. 언제인가 림성실이 장군님께 만들어왔던 그 명주이불이다. 한번도 덮어보지 않은것 같다.

림성실은 의아한 눈으로 성림이를 쳐다보았다. 어린 전령병은 외면하여 벽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조용히 말했다.

《사령관동지는 이 이불을 김중권동지한테 주자고 하시며 새것대로 간수해두라고 했어요. 누기가 들세라 내내 거풍을 시켜왔는데…》

전령병이 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휘뿌리며 달려나갔다.

그가 나간 다음 이불을 쓸어만져보던 림성실은 약혼사진을 찍도록 배려하시고 자신께서 덮으셔야 할 이불까지 덮지 않고 간수해두신 그이의 심정이 가슴가득 안겨와 이불등에 얼굴을 묻으며 쓰러졌다.

마당가를 거니시던 장군님께서는 방안에서 터져오르는 비통한 울음소리에 걸음을 멈추시고 흐려진 안색으로 먼 하늘가를 바라보시였다.

불에 시꺼멓게 탄 먼 산발들에서는 광풍이 휘몰아치는지 재가루가 뿌옇게 날아올라 하늘가를 덮었다. 어딘가 먼 서남방향에서는 포성이 구궁- 구궁- 울려왔다.

저 아래 소왕청하우의 하늘에서는 메새 한마리가 바람속을 날아돌고있었다.

한동안이 지나서 림성실이 방에서 나왔다. 그는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었고 옷매무시도 산뜻하게 바로잡았다. 얼굴은 피기가 가셔져 해쓱해지고 눈은 약간 부어보였다.

장군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그를 데리고 떠나시였다. 림성실은 그이의 곁에서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고 걸어가며 저고리고름의 매듭도 자주 만져보고 동정에도 손을 가져가는것이였다.

그이께서 성실이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보니 장룡산, 박태화, 김창억, 리재명, 김진세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입관준비를 하고있었다.

《아아, 조심조심!》

《자, 놓고!》

장룡산이 캄캄하게 질린 얼굴로 장군님을 돌아보며 김중권동지를 그대로 묻을수 없다고 오풍헌이를 비롯한 마을농민들이 저렇게 관을 짜왔다고 말씀드렸다.

장군님께서는 고마운 일이라고 머리를 무겁게 끄덕이시였다.

림성실은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여 그이의 뒤에 서있었다.

리재명이 림성실의쪽을 흘깃 돌아보는것 같더니 눈물이 가득 어린 눈으로 장군님을 쳐다보았다. 그 눈길은 입관을 시작해도 좋겠는가고 물었다.

그이께서는 림성실의 더운 숨결을 등뒤에 느끼시며 좋도록 하라고 손을 저어보이시였다.…

절통한 비감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한흥권이 꽁무니에서 쇠마치를 빼들자 손자귀를 쥔 오풍헌이도 덧저고리주머니에서 대못을 꺼내 입귀에 물었다.

이때 장군님의 뒤에서 비통한 웨침소리가 터져올랐다.

《잠간만!》

어느 사이에 달려갔는지 림성실이 쇠마치를 든 한흥권의 앞에 막아서서 절절하게 부탁하였다.

《좀 기다려주세요.》

그리고는 사람들을 헤집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림성실은 5분도 못되여 돌아왔다.

가슴앞에 모아쥔 그의 두손에는 푸른 공단천으로 기운 담배쌈지가 들려있었다. 쌈지에는 진달래꽃 두송이가 빨갛게 피였다. 이번에 김중권이 온성에서 돌아오면 주자고 남몰래 기워둔것이다.

림성실은 관으로 천천히 다가가 절을 하듯 허리를 굽히고 김중권의 얼굴을 정겹게 들여다보다가 단추들이 바로 채워졌는가 손으로 더듬어보고 옷깃을 쓸어만져 잘 여미여준 다음 담배쌈지를 오른쪽 호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성실이는 말없는 행동으로써 자기가 그의 애인이였으며 안해로 될 녀성이였다는것을 세상에 자랑하는듯 하였다.

문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던 박현숙이와 윤보금이 손으로 입을 싸쥐고 흐느껴울었다.

리재명이 성실이앞으로 다가가 그의 팔을 붙잡고 머리를 떨구며 황소같은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부녀회장동무!》

방안은 흐느낌소리로 가득차고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서 눈물이 번들거렸다.

한시간후 큰배나무골의 양지바른 산기슭에서 추도문을 읽는 리재명의 비장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가슴에 젖어들고 영결의 조총소리가 하늘에 메아리쳐오를 때 림성실은 땅에 쓰러져 흙을 그러쥐고 목놓아 울었다.

(둘이서 장군님을 잘 모시자고 그렇게 다짐하고서 혼자 먼저 가는가요! 중권동무의 뜻을 받들어 한목숨을 다 바쳐 장군님을 끝까지 모시겠어요. 부디 안심하고 고히 잠드세요!)

렬사의 묘앞에 세워진 조촐한 패말에는 생전에 그의 군모에서 빛나던 오각별이 새겨졌다.

림성실은 장의에 참가한 사람들이 다 돌아간 다음에도 묘옆에 쪼그리고 앉아 두손으로 봉분의 흙을 쓸어만져 고르롭게 펴고 다독이며 정성스레 다져주고있었다. 그 부드러운 손길은 안식을 모르고 열정에 끊던 심장을 편안히 잠재우려고 있는 정성을 다 기울이는듯 하였다.

그를 벗하여 남으신 장군님께서는 그 모습이 너무도 가슴아프시여 묘옆을 돌아가시며 봉분의 흙에서 잔돌이나 풀뿌리들을 치워버리고 손으로 그 자리들을 꾹꾹 눌러주시였다.

산기슭에는 고요가 흘렀다.

그이께서 허리를 펴며 손을 터시는데 림성실이 조용히 얼굴을 돌렸다. 그의 볼에는 눈물방울들이 맺혀있으나 부석부석해진 얼굴에는 놀랍게도 밝은 빛이 보일듯말듯 어렸다.

그는 이 하루사이에 마음이 더 굳세여지고 속이 넓어진듯 흔연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는 정말 오손도손하게 지낸적이 별로 있은것 같지 않아요.》

성실이는 행복한 지난날을 더듬는듯 눈길이 부드러워졌다.

《이런 말은 하지 말자고 했는데 이제야 떠나간 동지인데 일이 있나요. 체육대회가 있은 며칠후에 빨래를 했는데 장군님 속적삼이 어찌나 땀에 절었는지 잔등이 삭아떨어졌어요. 그걸 알고 어찌나 꾸짖는지 한흥권동지랑 리재명회장동지랑 다 모여놓고 회의를 하자고 하겠지요.… 그 성미에 편안히 누워있겠는지 장군님,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모두 맘들을 의지하고있는데 그러다가 눕기라도 하시면 어찌겠어요.》

그리고 다시 돌아앉아 그를 잠재우려는듯이 손으로 봉분의 흙을 정성스레 다독이였다. 그이께서는 손을 천천히 들어 얼굴을 가리우고 조용히 흐느끼시였다.


×


《아까운 동지는 가고 제같은건… 제따위 쓰레기는 이렇게 펀펀히 살아있습니다!》

최형준은 지원물자무지에서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쳐들고 비분을 터뜨리면서 자기 모멸감에 치를 떨었다.

지원물자들의 분배를 보아주시려고 구정부에 내려오셨던 장군님께서는 그의 어깨를 흔들며 달래시였다.

《좀 조용하오. 저것 보오, 물자 타러 사람들이 오고있지 않소. 듣겠소. 진정하오.》

그러나 그는 눈물에 젖은 얼굴을 떨며 오열을 삼키지 못하였다.

《저는 김중권동지한테 죄를 진놈입니다. 죄를 졌습니다! 지난 이른봄 왕재산으로 나갈 때도 저는 그의 앞을 막아섰더랬습니다. 눈이 펑펑 오는 날이였습니다. 겉으로는 좋은 말로 반대했지만 속으로는 그 원정이 실패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로 처음 오셔 그토록 타이르고 가르치셨지만 저는… 저는… 조선혁명의 립장에 철저히 서지 못하고 우리 인민을 몰라봤습니다. 그때 나가지 않았더라면 이런 지원물자들이 들어올수 있겠습니까. 국내에서 지원물자들이 들이닥치고 김중권동지가 희생되여 들어오자 저는 정말 괴로왔습니다. 량심이 저려나 사람들앞에 얼굴을 내밀수 없었습니다. 저는 오늘 제 보잘것없는 일생을 다 돌이켜보게 됐습니다.…》

그의 숙인 얼굴에서는 눈물이 굴러떨어졌다.

장군님께서는 문득 김중권의 혁명정신이 사람들을 이렇게 반성시키고 분발시킨다는 생각이 드시여 가슴에서 슬픔이 한결 덜어지시였다. 그리고 한편 이런 솔직한 고백을 해온 최형준에게 은근히 믿음이 가기도 하시였다.

(이 동무는 사업을 잘해왔으나 지난날 일시적으로 잘못 생각했던 그 일때문에 다시 몸부림치는게 아닌가!)

장군님께서는 그의 등에 손을 부드럽게 올려놓으시였다.

《솔직한 말을 해줘 고맙소.… 나는 동무가 자기를 타매하던 나머지 너무 예리하게 과장된 말도 튀여나왔으리라고 생각하오.》

《저는 솔직히 말하면 새 로선이 옳다는걸 이미 알고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중권동지처럼 이 로선을 그렇게 열렬히 옹호하고… 이 로선을 위해 그렇게 헌신적으로 투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오늘 왜 그렇게 됐겠는가 가슴을 치며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이전에 숱한 사람들앞에서 강연도 하고 연설도 하면서… 그렇게 하는게 혁명인가 해서 쏘베트로선을 열광적으로 선전하며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새 로선을 그렇게 옹호하고 돌아가면 사람들이 저를 무슨 어리광대나 풍각쟁이로 보지 않겠는가? 또 여기엔 이전부터 제가 인연을 깊이 맺은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또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이러루한 묵은 거미줄에 걸려 나가다가는 주춤거리고 일어섰다가는 움츠러들게 되는 때도 있었습니다. 참 뭐가 뭔지… 저는 그랬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그의 팔을 붙잡고 갑자기 큰소리로 웃으시였다.

《정동무! 젊은 사람이 속이 왜 그렇소? 허허허… 속을 쭉 펴오! 쭉 펴란 말이요. 한때 시까지 썼다는 동무가… 정의를 알았으면 누가 뭐라든 그길로 나가야지!》

그도 자신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숙이고 뒤더수기를 쓸어만졌다.

《안되겠소. 동무를 혼자 놔뒀다가는 무슨 할망구가 되겠는지 모르겠다니까. 한번 내 시키는대로 해보지 않겠소?… 당장 강연제강을 하나 쓰오.

길게 쓰지 말고 격문 비슷하게… 원호물자들이 가는 모든 유격대, 반일자위대, 마을들에 가서… 당신들이 받는 한되박의 소금, 한토리의 실, 한꾸레미의 미역 등에 인민들의 어떤 지지가 담겨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오늘 근거지는 여기에 있는 유격대나 인민들의 근거지일뿐아니라 전체 조선인민들의 조국광복을 위한 근거지로 되였다. 때문에 국내인민들까지도 이렇게 지지성원들을 보내면서 자기들도 근거지방위에 떨쳐나섰다는것을 시위하고있는것이다, 우리는 인민들의 이런 지지성원을 받기때문에 왜놈들의 공세를 격파하고 근거지를 능히 지켜낼수 있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 이런 내용으로 제강을 짜서 강연도 하고 연설도 하오. 할수 있겠소?》

자기에게 활력을 부어주시려고 이토록 열변을 토로하시는 그이를 우러러 쳐다보는 최형준의 눈에 후더운 이슬과 함께 생기가 불타올랐다.

장군님께서는 이튿날 전체 유격구의 마을들과 유격대와 반일자위대의 모든 부대들에서 국내인민들의 지지성원에 보답하여 근거지를 끝까지 지킬것을 다짐하는 군중집회들을 가지도록 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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